릴리 반환 신약 혈액암 치료 임상 진행
얀센 반환 신약 MSD에 NASH신약으로 이전...사노피 포기 당뇨신약 후속연구
3개 신약 계약금 약 5천억...8년간 기술료 수익의 70%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후 반환된 신약의 회생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국적제약사가 권리를 반환한 3개 약물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3개 신약 후보물질은 이미 총 5000억원의 기술료를 확보했고 R&D 성과에 따라 추가 기술료 수익도 기대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 혈액학학회에서 BTK 저해제 ‘포셀티닙’의 후속연구인 3제 병용요법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포셀티닙이 포함된 3제 병용요법의 재발 및 불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포셀티닙은 한미약품이 2015년 릴리에 계약금 5000만 달러를 받고 기술이전한 BTK저해제다. BTK 저해제는 B세포 성장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브루톤티로신키나아제(Bruton's Tyrosine Kinase) 단백질을 저해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릴리는 2019년 1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포셀티닙의 권리를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2021년 10월 지놈오피니언과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포셀티닙의 회생 작전에 돌입했다. 지놈오피니언은 포셀티닙과 CD3xCD20 이중항체 '글로피타맙', 면역조절제 '레날리도마이드' 등을 조합한 3제 병용요법을 통해 재발 및 불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포셀티닙 3제 요법이 기존 치료법 대비 DLBCL의 발암 기전을 광범위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만약 포셀티닙의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되면 또 다른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약품은 권리반환 신약을 또 다른 용도로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다. 한미약품은 2020년 8월 MSD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기술수출 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치료제다.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원천기술이 적용됐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지난 2015년 12월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JNJ-64565111)이다. 계약금 1억500만 달러를 포함해 전체 계약 규모는 총 9억150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통해 기술이전 됐다. 하지만 2019년 얀센은 JNJ-64565111의 권리를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1년 만에 MSD에 NASH치료제 용도로 다시 기술이전 했다. 계약금 1000만 달러를 포함해 최대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 조건이다. MSD는 최근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비만약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권리를 반환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새로운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사노피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당뇨신약 3종(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4억 유로에 달했다. 추후 수정 계약을 통해 계약금은 2억400만 유로로 축소된 바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의 당뇨치료제로 매일 맞던 주사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한 바이오신약이다.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를 위해 5건의 임상3상시험을 가동했지만 2020년 개발을 중단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3상 5건의 자료를 모두 넘겨받고 새로운 상업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술이전 이후 글로벌 3상임상 3건에서 피험자 5391명 모집을 완료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추가 연구를 통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난치성심혈관계 질환, NASH 등 다양한 대사질환치료를 위한 병용 요법으로 개발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미약품이 권리 반환 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신약 3종 모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대 상위권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받았다.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기술이전으로 최종적으로 받은 계약금 2조400만 유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얀센의 JNJ-64565111 기술수출 계약금 1억500만 달러는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릴리로부터 받은 포셀티닙의 기술수출 계약금 5000만 달러도 10위권 이내에 포함된다. 한미약품이 3개 신약 후보물질로 확보한 계약금은 2조400만 유로와 1억6500만 달러다. 약 5000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확보했고, 추가 연구를 통해 또 다른 기술수출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본격적으로 기술수출 성과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기술료 수익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2015년 릴리, 베링거, 사노피, 얀센 등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으로 총 5125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냈다. 2016년에는 사노피 기술수출 계약금의 분할인식으로 277억원의 기술료 수익이 반영됐다.
한미약품은 2017년 577억원, 2018년 446억원, 2019년 204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에는 제넨텍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이 분할 인식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9월 제넨텍과 RAF표적항암제 ‘HM95573’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8000만 달러와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 달러를 순차적으로 받는 조건이다. 한미약품은 회계 장부상 계약금을 30개월 간 분할 인식했다.
2020년에는 MSD와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확보한 계약금 1000만 달러를 일시 인식하면서 100억원대의 기술료 수익이 발생했다.
한미약품은 2021년에는 2건의 기술수출로 227억원의 기술료 수익이 발생했다. 2021년 11월 미국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 신약으로 개발 중인 FLT3억제제 ‘HM43239’를 기술수출 했다. 이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앱토즈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250만 달러(약 150억원)를 500만 달러의 현금과 750만 달러 규모의 앱토스 주식으로 나눠 받았다.
2021년 12월 말에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기업 에퍼메드테라퓨틱스에 안과 분야 신약 ‘루미네이트’의 중국 내 독점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판권을 넘겼다. 이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확정 계약금 600만 달러를 취득했다.
한미약품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간 확보한 기술료 수익은 총 7057억원에 달했다. 이중 70% 가량의 기술료를 벌어 들인 신약 3종이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셈이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