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강혜경 기자] 6월 1일 시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벌써 절반 가량 됐다.
계도기간이라는 이유로 지침을 위반하는 각종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계도기간 내라도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뒤늦게 밝혔고, 늦은 감은 있지만 이달 들어 표면적으로는 비대면 진료가 안정화 단계가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 내지 이용률이 떨어졌고, 초진 불가라는 원칙을 지키는 의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성사되는 비대면 진료 건수 역시 종전 대비 대폭 줄었다는 게 여러 플랫폼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보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비대면 진료, 약 배달에 대한 대한약사회의 제스처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최종안이 발표된 지난 5월 30일로 돌아가 보자.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정부가 시범사업 추진을 확정, 최종 발표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선 1인 시위는 거두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시범사업 추진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아무 준비 없이 회원 약사들의 피해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여러 복안을 준비했고, 정부와의 지속적인 논의 과정도 거쳤다"며 "약사회는 회원 권익을 최우선에 두고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협의를 진행하며 회원 약국에 더 좋은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공적전달시스템(PPDS)과 관련해서는 "다른 보건의료 단체들과의 공조 범위를 벗어나려는 것이 아닌, 약사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의약단체와 플랫폼 대응에 공조해 나가겠다"며 가입을 독려했다.
'PPDS만 가입하면 개별 플랫폼에 가입할 필요 없이 환자가 약국을 지정해 보낸 비대면 방식의 처방전이 자동으로 약국에 전달된다'고 홍보한 결과 1만3000개 약국이 PPDS에 가입했고 현재 일부 약국이 관련 처방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유감이다. 회원들의 피해를 지켜볼 수 없어 복안 중 PPDS를 가동하게 됐다. 의약단체와 공조하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예의주시하겠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PPDS와 민간 플랫폼인 굿닥 연동 첫 날 발행된 처방은 1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지침을 준수하다 보니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 자체가 1/10로 줄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10일 대한약사회는 "10건 정도에 그쳤던 처방전달 건수가 일주일 사이 6배 성장한 60건 이상까지 도달했다"며 "이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처방전달시스템의 연동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순항'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처방전달시스템이 단순 비대면 진료 처방전 전달 기능을 넘어 민간 플랫폼의 처방의약품 배송 중단 유도와 같은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30개가 넘는 플랫폼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작 1곳과 연계해 약국으로 처방전이 전달되는 시스템을 놓고 약사회가 자화자찬하자 회원들의 반감 역시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굿닥 이외에 다른 플랫폼은 미동 조차 없는 상황이다.
약사회가 민간 플랫폼을 홍보해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한약사회가 의협, 치협 등과의 공조 체계인 올바른플랫폼연대(이하 올플연)에서 탈퇴하자 일선 약사들 역시 약사회의 의중을 알기 어렵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올플연은 '약사회가 PPDS를 만들고 민간 플랫폼을 연동시키는 형태로 간 이 구조는 올플연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올플연이 갖고 있는 기본 원칙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어떤 명분과 어떤 실리를 얻었나. PPDS를 켜둬야 한다는 안내에 대다수 약국이 일주일 간 허탕을 치고 있다.
여전히 민간 플랫폼을 통한 선 넘는 진료와 약 배달이 이뤄지고 있다. PPDS가 회원 약국에 어떤 피해를 막아줬으며, 어떻게 권익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약사회의 설명이 필요하다.
강혜경 기자(khk@dailyphar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