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규제에 수익도 안 돼" 고개 돌리는 플랫폼
비대면진료 후순위로…"대상자 확대돼도 이용 감소 등 한계"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비대면진료를 주력으로 하던 플랫폼 업체들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기존 비대면진료·약배송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정부가 비대면진료 가능 대상자를 타이트하게 설정하다 보니 비대면진료 이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전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주요 서비스였던 비대면진료와 약배송.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틈 타 생겨났던 플랫폼 업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과정이라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분야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병원예약이나 심리상담, 지역 취약계층 비대면진료 인프라 구축 등을 주력 서비스로 선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취약지 범위와 재진 기준을 개선하고, 야간·휴일·연휴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일부 이용자의 이탈이 현실화 되고 있는 만큼 대상이 확대된다고 해도 이전과 동일한 서비스 방식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 업계는 어느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9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이후 의료포털, 생활습관 만들기, 진료예약, 심리상담 등 비대면진료·약배송 이외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들.
먼저
닥터나우는 의료 포털 서비스로 전환을 선보였다. 일부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실시간 전문 의료인 무료상담, 병원찾기, 증상검색과 건강 매거진을 초기 화면에 노출하고 있다.
또 닥터나우는 대한외과의사회와 MOU를 체결하고 증상검색부터 실시간 의료진 상담, 병원 예약이 한번에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닥터나우는 "최근 의료 포털로 개편하며 증상검색, 실시간 의료진 상담, 병원 찾기 및 예약 등 의료 전문가와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이번 대한외과의사협회와의 협약을 통해 각 서비스의 고도화를 이루는 한편 참여 의료진의 업무 능률 제고와 수익 증진에도 기여할 전망"이라고 19일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한 병원 운영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장지호 대표는 "닥터나우의 모든 서비스는 의료진 협업으로 전문성을 높이고 기술로 편의성을 증진함으로써 이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해 의료진이 오롯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케어는 '라이프 케어 플랫폼'을 콘셉트로, 앱을 전면 개편했다.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 마시기, 걷기와 CJ웰케어와의 협업 프로젝트인 영양제 루틴 서비스와 포인트 정책 등을 통해 건강한 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생활필수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성현 대표는 "비대면진료 서비스는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에 맞춰 초진 후 재진형태로 개편 중이며, 약배송 역시 진료 가능자에 한해 본인 및 대리수령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변경해 가고 있다"며 "건강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건강관리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지속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동기 부여 요소를 제공해 소비자 경험 및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솔닥은 취약계층 공략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취약계층 비대면 진료 인프라 구축 등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대구광역시 남구청은 솔닥과 손을 잡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취약계층 비대면 진료 인프라 구축사업'을 시행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주야간보호센터에서 간호인력의 협조로 의사와 영상을 보며 진료 상담 및 진단 등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한 뒤 조제된 약을 센터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남구청은 지역보건소, 솔닥, 노인주야간보호센터 15개소, 의료기관 20개소, 약국 23개소와 함께 이달 말까지 인프라를 구축,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솔닥은 전산 플랫폼 제공과 노인주간보호센터 PC지원, 처방약 택배비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누구보다 의료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취약계층에 정작 의료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의료 불균형이 심각했다"며 "남구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의료 불균형이 상당히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굿닥도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비대면진료와 택배를 통한 약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대한약사회와 처방전달시스템(PPDS) 제휴를 맺고 있는 유일한 플랫폼인 굿닥은 자체 약 배송을 없애는 대신 병원 정보 제공, 대면 진료 예약 등 서비스 강화로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업체도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동남아시아와 남미 시장 진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태국과 파라과이 등 해외진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나만의닥터 역시 비대면진료를 이어가지만 병원 방문 예약을 주요 서비스로 개편했다. 나만의닥터는 '정부 정책 변화로 9월부터 일부 환자들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지만 비대면 가격 그대로 탈모·다이어트 진료를 받고 싶다면 최저가 방문 예약을 이용해 보세요'라며 병원 방문 예약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엠디톡은 비대면진료와 함께 건강상담, 뷰티상담, 프리미엄 건강관리인 엠디케어로 서비스 항목을 확대했다.
우주약방 역시 비대면진료를 중단했다. 우주약방은 8월31일부터 비대면진료 및 약배송 이용이 잠정 중단되지만, 기존 운영 중이던 마음상담(심리상담) 서비스는 정상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탈모 비대면진료를 전문으로 했던
홀드는 탈모성지 찾기 서비스를 이달부로 새롭게 오픈했으며,
온닥터는 비대면진료 이외에 시술이벤트, 온캐스트, 건강관리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 영양제와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온스토어'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닥터온은 비대면진료 이외에 내 병원 추가하기, 건강검진 심층분석, 유전자 정밀분석 서비스를,
룰루메딕도 검진결과 분석을 통해 질병·암 위험도를 판단해 주고 건강을 가이드해 주는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체킷은 질 미생물 검사와 유산균 추천 서비스를,
어디아파는 진료예약과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게 병원예약, 영양제 판매, 건강 상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시술정보나 비급여 진료비·약값을 공유하는 등의 콘텐츠로 구성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기존 이용자들을 잡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관건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업계 전반에서도 '이게 답이다'하는 부분은 없다. 나름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구현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가져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비대면진료를 중단한 업체가 상당수에 달하고, 남은 업체들 역시 비대면진료 이외 다른 분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일부 지역과 대상자 등을 일부 확대한다고 해도 현재 체제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혜경 기자(khk@dailyphar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