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 "지정처 물량"...제약사 "그런 개념 없어"
"누구 말 맞나"…약국만 난감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수급불안정 의약품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제약회사와 도매상의 '핑퐁게임'으로 인한 약국가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매업체는 "지정처가 정해져 있어 모든 약국에 공급이 불가하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제약사는 "지정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견 속에 약국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약국가에 따르면, A약사는 최근 한 덱시부프로펜 성분 해열제를 구하는 과정에서 지정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지정처로 우선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약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해당 제약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A약사는 "3군데 메이저 도매상에 각각 확인한 결과 모두 지정처 얘기를 했다. 하지만 제약사는 지정처 같은 개념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비단 해당 제품 뿐만 아니라 제약사는 정상적으로 공급을 하고 있다, 도매상은 제약사에서 품귀가 빚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핑퐁게임을 하다 보니 약국만 골탕을 먹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약사 측은 "도매상에 나가는 품목에 지정처는 없다. 최대한 고르게, 빨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정처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됨에 따라 약사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지역 약사회 정기총회에서도 제약사와 도매상의 핑퐁게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총회에서 한 회원은 "제약사는 출하를 했다고 하고, 도매상은 약이 없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약국이 제약, 도매상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을, 정이 되고 있다. 가짜 품절 뉴스야 말로 약국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례"라고 토로했다.
앞서 한 제약사는 처방 규모가 큰 병의원과 인접한 약국에 별도로 몰을 열어줘 듀락칸·듀락칸이지 전용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제약사는 의·약사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몰은 운영하고 있으나 듀락칸과 듀락칸이지만을 전용으로 공급하는 몰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며 사건이 일단락되기도 했다.
서울지역 한 약사는 "제약, 도매상에서 약국으로 약이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도매상들의 경우 거래액이 큰 대형약국을 위주로 공급을 하다 보니 동네약국은 약이 없어 환자를 큰 약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대형 거래처를 지켜야 하는 도매업체의 입장도 십분 이해하는 부분이지만, 약국과 제약·도매의 신뢰가 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심평원 데이터 등을 통해 특정 약국에 대한 과중한 몰아주기 등에 대해서는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약국에 대한 사재기 단속을 할 것이 아니라, 특정 약국에 약을 몰아주는 제약·도매상부터 점검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혜경 기자(khk@dailyphar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