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 정부여당, 법제화 외치지만 21대 안에는 소극적
야, 시범사업안·5개 국회안 수정법안 채비…"2월 심사 촉구"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직접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의료산업 육성 차원의 비대면진료 법제화 계획과 함께 처방약 원격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의 행정을 주문하면서 국내 보건의약계 생태계 변화를 예고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15일을 기점으로 시범사업 개편안을 시행, 24시간 비대면진료 시대 막을 올린데 이어 윤 대통령은 중개 플랫폼 업계가 즉각 환영할 만한 방향의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현행법 상 불법인 처방약 배송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직접 언급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약사법 개정까지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비대면진료는 의사·약사와 환자·소비자 간 이해충돌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디지털화와 산업 세계 경쟁력 육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시범사업 단계인 비대면진료의 제도화가 필요하고, 행정 역시 규제가 아닌 산업 육성 측면에서 추진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처럼 대통령발 비대면진료·약배송 법제화 선언으로 국회의 의료법·약사법 개정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게 됐지만, 21대 국회 임기 내 입법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째서일까.
◆여야, 비대면진료 법안 방향성 달라=입법 가능성이 희박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바라보는 비대면진료 입법 지향점이 서로 다른 데다, 21대 국회 임기가 오는 5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비대면진료를 정식으로 허용하는 5건의 의료법 개정안(강병원·최혜영·이종성·신현영·김성원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들은 비대면진료 대상·지역 등 규정하고 있는 허용 범위가 각기 다른 상황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심사를 받았지만 보류 판정을 받고 머물러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대면진료의 효용성과 편리성을 가급적 많은 국민이 제한 없이 누릴 수 있고, 국내 보건의료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의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힌 국민 불편 해소, 의료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타깃으로 한 비대면진료 소신과 맥을 같이 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를 직접 대면 없이 비대면으로 허용하는 형식의 법제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더욱이 의료를 산업 육성과 영리화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행정과 입법에 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도 개진 중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21대 국회 임기 내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은 물론 약배송 약사법 개정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1대 입법 소극적인 정부여당=실제 정부여당은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 심사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관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사실상 여야 어느 쪽과도 구체적인 입법논의를 진행하지 않는 분위기다.
더욱이 복지부는 앞서 국회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들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이유로 법안심사와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21대 국회 임기 내 급하게 심사할 필요성이나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의결할 수 있는 수준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여당이 원하는 입법안을 내더라도 야당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22대 국회가 새로 구성된 뒤 정부여당이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과 함께 약배송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 2월 의사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 어렵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당장 2월 임시국회 또는 5월 임시국회에서 심사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확답할 수 없다"면서 "복지부 협의가 필요하고,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대책 마련과 직능 반대 등에 대해서도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국회서 법제화 의지=정부여당과 달리 민주당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입법에 적극적이다. 다만 지금 복지부가 시행 중인 시범사업안이나 윤 대통령이 주문한 산업 육성 차원의 비대면진료 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21대 임기 내 비대면진료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의 공통분모를 토대로 시범사업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의료취약자의 의료접근성 확보'란 원칙을 담은 의료법 수정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 심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고영인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 국면으로 여야가 분주하지만, 민주당은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의 법안소위 상정을 거듭해서 촉구하고 있다"면서 "총선이 있는 4월과 3월은 상임위 개최가 어려운 만큼 2월, 5월 임시국회 내 법안심사·통과에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도 적극적인 비대면진료 입법을 예고했다. 조원준 수석은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진료 대상과 지역 등 범위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완료해야 비대면진료 처방약을 어디까지, 어떻게 적용할지를 규정할 약사법 개정 논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수석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를 돈벌이 산업적 전략·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면서 "22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국민과 의사, 약사 직능의 의견 개진이 필요한 때"라고 평가했다.
조 수석은 "지금 약배송을 논의할 이유는 없다. 시범사업에서 확인된 문제를 관리할 규정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정리해 처리할 수 있는 단계"라며 "의료법 개정안부터 교통정리가 돼야 시범사업도 합리적으로 통제가 되고, 제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기본 틀이 만들어진 다음 약사법 개정안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윤 대통령과 복지부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누차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여당과 제대로 논의하지 않는 현실"이라며 "윤 대통령 발언은 의료를 전적으로 산업 차원에서 바라보라는 시그널을 정부에게 명확하게 준 꼴"이라고 피력했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