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과 기술이전 계약 해지…임상서도 실패 겪어
레즈디프라 이후 허가 소식 잠잠…후발주자 개발 계속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국내외 제약업계의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개발 향방이 엇갈리고 있다. 길리어드는 최근 유한양행으로부터 도입한 MASH 신약후보물질을 반환했다. 길리어드는 개발 중이던 셀론서팁 임상에서도 실패하며 MASH 신약개발에서 한걸음 멀어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글로벌제약사의 MASH 신약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릴리 등은 임상2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며 3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 계열 신약후보물질을 통해 임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길리어드, MASH 개발 손떼나…셀론서팁 임상 실패·신약후보물질 반환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11일 유한양행에 MASH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이전 계약 해지와 함께 개발 권리를 반환했다. 양사는 지난 2019년 2가지 표적에 작용하는 MASH 신약후보물질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15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7억8500만 달러로 책정됐다.
유한양행이 수령한 계약금 1500만달러는 반환되지 않는다. 유한양행은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길리어드에 기술이전했는데 후속 개발은 진행되지 않았다.
길리어드는 이번 계약해지로 MASH 신약개발에서 손을 떼는 모양새다. 이 회사는 셀론서팁 등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MASH 임상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 2019년 가교섬유증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3상 연구에서 셀론서팁이 주요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셀론서팁은 산화 스트레스 상황에서 염증과 세포사멸 및 섬유화를 촉진하는 단백질인 ASK1-1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임상 결과, 셀론서팁은 간손상 개선율 최대 14.4%를 기록하며 위약군 12.5%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길리어드는 MASH 신약 임상에서 실패한 셀라델파를 확보하며 담관염치료제 개발로 우회했다. 올해 2월 길리어드는 43억 달러에 시마베이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셀레델파의 개발권을 얻었다.
셀라델파는 경구용 과산화소체 증식 활성화 수용체(PPAR) 델타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이다. 이 치료제는 과거 MASH 적응증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됐으나 2019년 임상2b상에서 실패하고 원발성담즙성담관염(PBC) 치료제로 개발이 진행됐다.
셀라델파는 PB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생화학적 반응률 61.7%를 기록하며 위약군 20.0% 대비 높게 나타났다. 12개월차에 간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주요 바이오마커인 알칼리성 인산가수분해효소(ALP) 수치 정상화 비율은 셀라델파군이 25.0%로 집계됐지만 위약군은 0.0%로 나타났다.
길리어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PBC 치료제로 셀라델파의 허가를 신청해 지난 8월 승인을 획득했다.
레즈디프라 이후 허가 요원…베링거·릴리 등 GLP-1 기전 통해 신약 도전장
현재까지 MASH 신약은 미국 마드리갈의 레즈디프라 만이 규제기관의 벽을 넘은 상황이다. FDA는 지난 3월 레즈디프라를 비간경변성 MASH 성인 치료에 식이요법, 운동과 병행 요법으로 허가했다. 레즈디프라는 갑상선호르몬 수용체(THR)-β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로 간 내부에서 MASH의 핵심 발병원인을 표적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레즈디프라 이후 허가는 요원한 상황이다. MASH는 복합적인 발병 기전으로 개발 난이도가 높아 그간 많은 제약사들이 임상에서 좌절을 겪은 바 있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GLP-1의 가능성을 MASH에서도 확인해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GLP-1은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에 효과를 보일 수 있으며, 인슐린 분비와 감수성을 개선해 혈당 조절을 원할하게 한다. MASH는 알코올 섭취량이 적거나 없는 사람의 간에 지방이 축적돼 발생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은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이중 가장 앞선 개발사는 베링거인겔하임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두타이드는 임상2상을 마치고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인 서보두타이드는 MAS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에서 48주 이후 증상 악화 비율에서 위약군 대비 효과를 보였다.
임상 결과, 서보두타이드 투여군은 섬유화 단계의 악화 없이 MASH로 인한 간 질환이 유의하게 개선된 환자 비율이 83%를 기록했다. 이는 위약군 18.2%보다 높은 수치였다. 또 서보두타이드는 간 지방 함량이 3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이 위약군 대비 높았다.
일라이릴리 역시 최근 터제파타이드의 MASH 임상2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했다. 터제파타이드는 GLP-1·GIP 이중 작용제로 릴리의 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성분과 같다.
터제파타이드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SYNERGY-NASH 임상2상 연구는 생검으로 확인된 중등도에서 중증 섬유증을 가진 MASH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한 52주차에 섬유화 악화 없이 증상을 개선한 비율에서 터제파타이드 5mg은 43.6%, 10mg 55.5%, 15mg 62.4%를 기록했다.
국내서도 GLP-1 가능성 주목
동아에스티, 디앤디파마텍, 올릭스 등 국내 제약사들도 GLP-1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인 GPR119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인 DA-1241를 개발 중인데, GLP-1 제제와의 병용요법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최근 동아에스티와 자회사 뉴로보는 MASH 신약후보물질 DA-1241와 세마글루타이드 병용요법의 전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동아에스티는 DA-1241의 단독요법 임상2상 외에 GLP-1 제제인 세마글루타이드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임상2상에 돌입했다. 최근 이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DD01의 글로벌 임상2상시험계획(IND)를 승인받았다. DD01은 GLP-1·글루카곤 이중 수용체 작용제다. DD01은 전임상에서 경쟁력 있는 지방간 감소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올릭스는 최근 OLX75016의 호주 임상1상에 진입해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특히 올릭스는 OLX75016와 GLP-1과 글루카곤 등을 타깃하는 신약들과의 병용 가능성도 확인 중이다. 대다수 MASH 치료제들이 GLP-1을 타깃하는 만큼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 치료제를 개발해 GLP-1 제제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게 올릭스의 계획이다.
전임상에서 OLX702A는 지방간 감소 효과와 섬유화된 간 조직을 정상 조직으로 역전시키는 효능을 확인했다.
손형민 기자(shm@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