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와 미국의 압력
- 홍대업
- 2006-05-06 06: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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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국의 속국이냐.”
3일 오후 복지부 과천청사에서 개최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 설명회’에 참석했던 정부 인사의 말이다.
그가 이렇게 흥분했던 이유는 바로 미국의 태도 때문이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던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의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전환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면서 이의 ‘재고’를 요구했던 것.
특히 미 대사관 관계자는 발언 전에 “미국 정부를 대표해서 왔다”고 전제함으로써 사실상 약가제도 개혁에 급제동을 걸겠다는 미국의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미국과 다국적협회에서 이날 제기했던 문제는 포지티브 도입과 공단에 약가협상권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환자의 약 접근권이나 제약사의 연구개발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미국의 속셈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약품시장에서도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를 공식석상에서 너무나 ‘당당하게’ 발언했다는 것은 우리 정부를 정말 식민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다행히 복지부 이상용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이 “한 나라의 정책까지 철회해달라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반박하지 않았다면, 참석자들은 이해관계를 떠나서도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실제로 포지티브 시스템을 공식 반대하는 한 단체의 참석자가 “미국과 같은 입장이지만, 이 본부장의 말은 정말로 속이 후련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린우리당이 4일 논평을 통해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인 만큼 정부가 소신을 갖고 추진해달라”고 복지부에 힘을 실어줬다.
혹자는 한미 FTA협상을 놓고 ‘슈퍼헤비급과 플라이급의 복싱경기’라고 비유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사각의 링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링 위에서 플라이급 선수가 국민 건강을 담보로 슈퍼헤비급 선수와 맞짱(?)을 떠야 한다는 말이다.
미 대사관 관계자의 오만방자함에 날카로운 스트레이트 한방이 아니라 이제는 강력한 라이트훅을 쳐야 할 때다. 미국의 압력으로 의약품시장마저 상납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 약을 먹는 사람이 바로 나의 가족과 우리의 이웃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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