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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을 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하고 초기 2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는 방침을 공식화했다.불법 유통되는 임신중지 의약품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편입해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환자안전과 직결된 의약품의 도입·사용체계를 결정하면서 관련 법률은 물론 처방과 조제, 복약관리, 이상반응 대응체계에 대한 보건의약계의 충분한 논의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입품목 허가·심사와 표시사항 준비, 수입·품질검사, 물량 확보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1분기 의약품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허가 신청된 의약품의 사용 대상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임신 63일, 즉 임신 9주 이내다. 초기 2년 동안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고 국내 사용 과정에서 확인되는 부작용과 안전성 등을 검토한 뒤 점진적인 확대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음성적으로 유통돼 왔기 때문이다.하지만 보건의약계에서는 제도의 시급성과 정책 결정 과정의 충분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이 늦어진 원인이 7년간 이어진 입법 공백이라면 먼저 법적 기반과 의료체계를 함께 정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도입은 속도전, 법·환자안전 논의는 ‘미완’이번 정부 결정은 대통령의 결정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임신중지 의약품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9월 4일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처방·조제 후 약국 조제로 전환하는 구상을 직접 언급했다.이후 정부는 이달 16일 합동 브리핑을 통해 내년 1분기 도입과 초기 2년 의사 직접조제 방침을 공식화했다. 대통령 지시 후 두 달여 만에 의약품 도입 시기뿐 아니라 조제 장소와 조제 주체에 관한 기본 방향까지 정해진 셈이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약품을 처방·조제하고 환자의 이상반응을 관리해야 할 보건의약단체들과 공식적으로 논의할 창구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대한약사회에 정부 구상을 설명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원내조제 방침이나 안전관리 체계를 놓고 구체적으로 협의하거나 합의한 단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약사회는 초기 2년간 의사 직접조제 방침에 대해 회원들의 부정적인 정서가 강하다는 점과 함께 불가피하게 이를 시행하더라도 의약품 사용보고와 이상반응 관리 등 안전대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의약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 발표에는 원내조제를 허용할 의료기관과 처방 의사의 범위, 조제·투약 내역 관리, 환자 교육, 이상반응 발생 시 의료기관 연계, 2년 뒤 약국 조제 전환 조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약사사회에서는 의약품의 처방·조제체계를 결정하면서 정작 약의 전문가인 약사와 실질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회장 박현진, 이하 약준모)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어 "의약분업은 처방과 조제를 분리함으로써 독립적인 이중점검을 통해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정부가 미프진이 특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오히려 이중 안전장치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지역의 한 약사는 “안전한 사용을 이유로 의료기관 내 조제를 선택하면서 정작 처방과 조제를 분리해 이중으로 점검하는 의약분업의 안전장치는 제외했다”며 “의사가 처방하고 직접 조제하는 방식이 의사와 약사의 이중점검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이냐”고 말했다.이어 “새로운 의약품을 도입해 처방하고 조제하는 사안인데 의사화나 약사회와 별도의 공식 협의 없이 사실상 방침부터 결정됐다”며 “부득이한 법적 사정이 있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과 안전관리체계를 약사사회와 먼저 논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의료계에서도 정부가 의약품 도입에 앞서 임신중지와 관련한 입법 공백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 발표 직후 임신중지약 도입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의 판단이나 행정부 지침에 맡겨서는 안된다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현재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임신 주수별 기준, 상담과 숙려 절차, 미성년자 동의, 의료인의 시술·처방 거부권, 의료진의 형사책임 등에 관한 법적 기준이 명확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다.의사회는 약물을 복용한 환자에게 출혈이나 불완전 유산 등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후속 진료를 담당할 의료기관과 응급이송체계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의학적 금기사항을 판단할 수 있는 의료진의 범위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정부가 환자안전을 위해 단계적 도입을 선택했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처방 전 진단부터 조제, 복약관리, 이상반응 대응과 응급진료까지 이어지는 전체 안전관리체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셈이다.정부가 초기 2년간 의사 직접조제를 선택한 배경에도 미완의 법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형법상 자기낙태죄와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죄 부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반면 형법 제270조에 남아 있는 ‘약제사’ 관련 조항으로 인해 약사가 임신중지 의약품을 조제하면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이 존재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이에 정부는 법 개정 전까지 의사가 의료기관에서 직접 조제하도록 하고, 향후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여부 및 국내 사용 과정의 안전성을 확인해 약국 조제 전환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이를 두고 약사사회에서는 법률 미비를 해소하는 대신 약사를 조제체계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우회했다는 비판이 나온다.현행 법률의 불명확성이 문제라면 관련 법률을 정비해 약사의 적법한 조제 근거를 마련해야지 법이 개정될 때까지 의약분업의 예외를 두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냐는 것이다. 2년 뒤 약국 조제로 자동 전환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국내 사용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확인될 경우 의사 직접조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결국 한시적 조치로 제시된 원내조제가 법 개정 지연을 이유로 장기화되고 향후 다른 의약품에도 안전성이나 법적 문제를 이유로 의약분업 예외가 적용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도입 필요성과 ‘졸속 추진’은 별개 문제”임신중지 의약품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들여와 음성적 유통을 차단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는 이견이 크지 않지만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을 온라인 등을 통해 구매해야 했던 여성들의 안전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정책 필요성이 충분한 논의와 법적·제도적 준비를 생략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임신중지 의약품의 경우 허용 범위와 의료진의 법적 책임, 처방과 조제의 주체, 의약품 사용기록과 민감정보 보호, 이상반응 관리, 응급진료 연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조한 환자안전을 실현하려면 발표 이후가 아닌 정책 결정 이전부터 처방·조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보건의약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돼 온 임신중지 의약품을 제도권으로 가져오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환자안전을 위해 도입한다면서 관련 법률과 처방·조제·응급대응 체계를 완성하지 않은 채 일정부터 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정부가 이제라도 약사회와 산부인과 의료계,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식 논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도입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약을 처방받는 순간부터 이상반응 발생 시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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