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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국·도매 얽힌 리베이트…병원지원금 금지법은 비켜가

  • 김지은 기자
  • 2026-06-12 12:03:05
  • 지난해 경찰 적발 다이어트 처방 사무장병원·약국 리베이트 사건 첫 법원 판단
  • 주범 징역 2년8개월·추징금 6억6000만원…처방전 대가 수익배분 구조 인정
  • 의료법 신설 조항은 적용 피해…약사 재판서 다시 쟁점될 가능성도
AI 생성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지난해 경찰이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다이어트 처방 전문 사무장병원·약국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첫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원과 약국이 처방전을 매개로 수익을 나누고 수십억원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구조를 인정해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약사사회가 주목했던 의료법상 '병원지원금 금지' 규정은 사실상 적용되지 않으면서 향후 약사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 리베이트를 넘어 사무장병원과 약국, 의약품 도매상이 결합한 조직적 불법 영업 구조라는 점에서 수사 단계부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8개월과 추징금 6억6358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약국으로부터 처방전 발행 대가 명목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고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도 각종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사건의 병원들은 환자에 대한 실질적 의료행위 없이 식욕억제제 등 약물 처방만을 주로 했고, 병원에서는 별다른 수익 없이 약국 개설자로부터의 리베이트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구조를 설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약국·도매상 얽힌 리베이트 구조…수사 단계부터 주목

이번 사건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지난해 경찰 수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드러난 범행 규모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다이어트 처방을 전문으로 하는 사무장병원들이 특정 약국들과 독점적 관계를 형성하고, 특정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처방과 조제를 집중시키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병원은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국은 조제를 담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가 다시 병원 측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었다.

여기에 제약사 영업조직과 의약품 도매상까지 연결되면서 수십억원대 리베이트가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약사사회가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해당 사건이 2024년 신설된 의료법상 '병원지원금 금지' 규정의 첫 적용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해당 규정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약국개설자로부터 처방전 제공이나 환자 유인 등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거나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져 온 병원-약국 간 지원금 거래를 직접 겨냥한 조항으로 평가받아 왔다.

병원-약국 간 리베이트 유죄 인정… 신설 의료법 조항은 적용 안돼

하지만 이번 1심 판결은 예상과는 달랐다. 

재판부는 병원과 약국 사이의 경제적 이익 제공 구조 자체는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서 약국 수익 일부가 병원 측에 지급됐고 이를 통해 처방전이 특정 약국으로 집중된 사실관계가 증명됐다. 이에 사무장병원 운영과 리베이트 수수 등 주요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반면 병원지원금 금지 규정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약국개설자로부터 처방전의 제공 또는 환자 유인 등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 등을 요구·취득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이 신설되기 전에 이 사건 각 병원이 이미 개설돼 운영되고 있었던 점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2024년부터 시행된 약국의 일명 '병원 지원금 금지법' 관련 약사법·의료법 조항. 

결과적으로 리베이트와 수익배분 구조는 처벌 대상이 됐지만, 병원지원금 금지법 적용에 따른 의료법 위반은 피해간 셈이다.

경찰은 수사 당시 이들 이외 리베이트를 제공한 약사와 제약사 관계자들 또한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추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약사, 도매, 제약사 관계자에 대한 사법 판결 결과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향후 재판에서는 약국이 병원 측에 제공한 자금의 성격과 처방전 확보를 위한 대가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 약사법상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과 약국 사이의 경제적 이익 제공 행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질 경우, 의료법상 병원지원금 금지 규정의 적용 범위와 법원의 해석도 보다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의사 측 사건에서는 신설 의료법 규정이 사실상 비켜갔지만 향후 약사 재판과 항소심 과정에서 병원-약국 간 지원금 거래에 대한 법적 기준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 리베이트 사건을 넘어 병원지원금 금지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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