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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만 팔아선 힘들다…에스테틱·펫헬스로 향하는 제약사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제네릭(ETC)과 일반의약품(OTC) 중심 성장 공식이 흔들리면서 제약사들의 시선이 에스테틱과 펫헬스로 향하고 있다. 급여 의약품 시장은 약가 인하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비급여 의료미용과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부 기업의 신사업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사업부 신설과 투자, 인수합병(M&A), 자체 개발까지 이어지며 전략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약사들이 단순히 품목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테틱이 만든 고수익 성장 모델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의료미용을 비롯한 에스테틱이다. 대표 사례는 파마리서치와 휴젤, 동국제약이다. 세 회사는 에스테틱 사업이 실적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파마리서치는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 기반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중심으로 필러와 의료기기, 화장품 사업까지 확장하며 고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건강보험 약가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비급여 중심 사업 구조가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2015년 매출 375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이었던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매출 5363억원, 영업이익 214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 수준을 유지하며 국내 제약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휴젤 역시 대표적인 에스테틱 성공 사례다.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와 HA 필러 '더채움'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 매출 651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4251억원, 영업이익 2009억원으로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해외 매출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동국제약은 전통 제약사 가운데 에스테틱과 더마코스메틱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육성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지난해 기준 화장품 및 기타 의약품 부문 매출 비중은 30.8%를 기록했다. 의약품 원료와 미용기기 등을 포함한 헬스케어 사업 부문 비중도 18.8%에 달한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비급여 중심 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약가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데다 브랜드 경쟁력과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에스테틱 사업이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도 환자다…커지는 펫헬스 시장에스테틱이 현재의 수익성을 보여준다면 펫헬스는 미래 성장성을 기대하는 시장이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600만 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동물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 의약품 시장과 달리 성장 여력이 크고 아직 초기 시장이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중소형이든 대형 제약사든 마찬가지다. 대웅제약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려견용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펫' 품목허가 신청에 이어 올해는 반려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플로디시티닙'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동물용의약품 개발뿐 아니라 동물 임상시험과 CRO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유유제약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펫헬스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동물용 신약개발 기업과 반려견 플랫폼, 동물 백신 기업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 반려동물 사료 기업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HK이노엔은 올해 동물신사업TF를 신설하고 반려견 아토피 치료제 후보물질 'IN-115314'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올해 정관 변경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별도 사업부를 신설했다. CMG제약 역시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운영하며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펫헬스 시장이 치료제를 넘어 예방과 영양,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 의약품 시장에서 확보한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사업목적 바꾸고 조직 신설…신사업 확대 가속에스테틱과 펫헬스 외에도 신사업 확대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의약품·건강기능식품·화학물질 등의 시험·검사·분석 수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팜젠사이언스는 건강기능식품과 에스테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을 확대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의료미용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동아에스티는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의 신사업 확대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와는 결이 다르다. 기존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시설, 영업망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에스테틱과 펫헬스는 기존 역량을 활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2026-06-10 06:00:59최다은 기자 -
약가·CSO·원가 삼중고…흔들리는 중소형제약 수익 공식[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중소형제약사들의 수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제네릭과 일반의약품(OTC) 판매 확대만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가 인하와 원가 상승, CSO 확산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 상장 주요 중소형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 분포를 보면 두 자릿수 수익성 기업은 줄고 저수익 기업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중소형제약사들의 판단 기준이 외형 성장에서 수익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를 남기느냐'가 더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두 자릿수 수익성 기업은 줄고 저수익 기업은 늘었다중소형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데일리팜이 상장 주요 중소형제약사 40곳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 분포는 지난 10년 동안 뚜렷하게 달라졌다. 영업이익률 10% 이상 기업은 2015년 18곳에서 2020년 13곳, 2025년 8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률 5% 미만 기업은 같은 기간 7곳에서 12곳, 21곳으로 늘어났다. 10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기업이 절반 가까이 됐지만 이제는 5곳 중 1곳 수준으로 줄었다. 반대로 영업이익률 5% 미만 기업은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특정 기업의 부진이 아니라 중소형제약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제네릭과 OTC 중심 사업만으로도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출이 늘어도 원가와 판매비 부담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지난 10년은 단순한 실적 변화가 아니라 중소형제약사들의 사업 환경과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약가 인하 압박 커지는 제네릭 시장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배경은 약가 제도 변화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제네릭 약가 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와 약가 사후관리 강화에 이어 최근에는 제네릭 약가 산정체계 개편까지 추진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약가제도 개편은 중소형제약사들의 수익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기업은 각각 49%, 47% 수준의 약가를 적용받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45%를 적용받는다. 표면적으로는 2~4%포인트 차이지만 박리다매 구조인 제네릭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제약사일수록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원가 상승·CSO 확산…팔아도 남기 어려운 구조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사용하는 원료의약품 상당수는 해외에서 조달된다. 환율 변동성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료 가격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도 제조원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CSO 확산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자체 영업조직 대신 외부 영업대행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품목에 따라 35~65% 수준의 판매수수료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원가와 CSO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중소형제약사들은 팔아도 남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팔수록 남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팔아도 남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사업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소형제약사들의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품목을 확보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성장 전략이었다면 최근에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찾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에스테틱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의약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고 기존 생산·영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간 다수 중소형제약사들이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거나 신규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약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중소형제약사들의 판단 기준이 매출에서 수익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2026-06-09 06:00:59최다은 기자 -
해외는 이미 AI 조제로봇 확산…약사, 환자 케어 전문가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AI로 인해 글로벌 약국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는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 몸통을 갖추고 움직이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이 약사 일을 돕거나 대체하고 있다. 조제오류 등 실수 확률 역시 제로에 가깝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504억원을 투입해 지능과 신체 능력을 갖춘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 제시에 나섰다. 최근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배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협력 기반 인공지능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원천기술 고도화 사업' 착수 회의를 개최하고, 민관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주관기관으로 LG전자, LG AI 연구원, LG에너지솔루션, 로보스타, 위로보틱스 등 산업계와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등 학계,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힘을 모아 기술개발부터 양산, 실증까지 연계되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개발된 기술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등 의료·돌봄 환경에서 검증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무균 조제나 항암제 조제 등 병원 내 약국에서의 활용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AI를 도입하고 있는 해외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정경인 차의과학대학교 AI의료데이터학 교수는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가 약사를 임상 서비스에 재배치함으로써 환자를 케어하는 데 있어 약사의 역할과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AI가 약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AI가 환자와 약사간 상호작용을 증가시키고 업무 재편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AI로봇 월 1600만건 조제·포장…약사 '관리·상담 업무' 증가 경기약사학술제에서 정 교수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의 사례를 유형별로 나눠 소개했다. 조제 자동화로 인한 약사 임상 재배치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이다. 월그린은 12개 'Wallgreens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통해 전국 5000개 이상의 매장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곳들에서 조제·포장되는 처방 처리량만 월 1600만건에 달한다. 대신 약사는 MTM(복약치료관리), 백신접종, 만성질환 상담에 집중한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월마트의 'Walmart Central Fill' 역시 700개 매장을 지원, 하루 최대 10만건의 조제·포장을 담당하고 있다. 월마트에 따르면 로봇 조제 이후 약사의 환자 상호작용은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VS 역시 기존 약국을 만성질환 관리 허브로 전환해 당뇨,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중심 임상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Walgteens MFC 도입 후 약사의 환자 서비스 시간이 증가했다는 것이 '약사 재배치' 전략의 핵심"이라며 "다만 자동화로 확보된 약사 시간을 임상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가 체계 설계 역시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AI가 복약지도 자동 요약·기록…비대면 상담 채널 확대 일본 약국체인 아인HD는 약국 AI 약력 시스템을 통해 약사의 업무 시간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사 구두 복약지도를 AI가 자동으로 요약·기록해 주는 시스템으로, 약사는 물론 소비자들의 복용 이행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라쿠텐 요야쿠스리 체인은 약사와 환자간 비대면 상담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역시 전자처방전과 전자환자기록 의무화를 통해 약사의 약물 검토 결과가 의사에게 자동 피드백되는 등 협력 구조를 높이고 있다. 캐나다·영국·호주 경증질환 처방권 인정, 수가 지급 의료계 반발에도 2007년 세계 최초로 약사의 독립 처방권을 도입한 캐나다는 임상 성과 데이터를 통해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부분을 입증해 냈으며 경증질환과 피임 등 30여가지와 약사케어에 대한 수가를 통해 보상을 하고 있다. 영국 역시 2024년부터 인후통·부비동염 등 7개 질환을 약사가 직접 진단·처방·치료할 수 있도록 하며, 건당 17유로(한화 약 3만원)를 수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미 2024, 2025년 242만건의 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가 역시 15유로에서 17유로로 인상됐다. 호주 역시 퀸즈랜드에서는 약사가 경증질환과 피임, 건강관리 등에 대한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 또 올해 3월부터는 약국에 AI Scribe(임상 노트 자동 생성)를 도입해 파일럿 약국에 적용하고 있다. 정경인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와 디지털 의료 법제화 등을 갖고 있지만, 역할 활용 구조는 아직까지 미비한 부분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다제약물 관리 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신설, 전자처방전-DUR 연동 강화, 경증질환 약사 처방 파일럿, 약사 임상 처방 훈련 과정 표준화 및 국가지원 체계 마련 등을 준비해 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약국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수가 체계를 법제화하고, 성분명 처방 확대를 통해 약사의 조제 전문문성을 강화하고 약제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정밀의료 시대 도래, '개인' 중심으로 변화 정경인 교수는 치료 기준이 평균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A신약, B신약 같은 기성품 형태가 아닌 유전체·바이오마커 기반 개인별 최적 약물·용량으로 설계가 되고 있고 표적항암제·희귀질환치료제 역시 경구제로 넘어오고 있어 지역 약국으로의 유입이 증가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병의원 밖에서 쌓인 환자생성데이터를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보건의료기관은 약국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AI가 약물정보를 다 알려주면 전문가가 덜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환자들은 정보가 많아질수록 '나에게 맞는 진짜 정보'를 찾지 못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여러 정보 중 환자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것을 우선순위화·맥락화하는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약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가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올바른 해석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무게 추가 옮겨가고 있다는 것. 그는 "AI가 조제하면 약사는 환자 상담에 집중할 수 있고, AI가 약력을 정리하면 약사는 복약을 최적화할 수 있다"면서 "AI를 활용하는 약사가 더 많은 환자에게, 더 깊이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2026-06-08 12:00:38강혜경 기자 -
"AI 오류 책임은 결국 약사에게"…AI기본법 핵심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존재하지도 않는 판례를 꾸며내거나, 정확하지 않은 약물 정보를 사실인양 답변하는 'AI환각(할루시네이션)'은 AI의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힌다. AI가 계속해 학습함에 따라 AI환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AI는 생성형 답변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다 보니 약사들 역시 'AI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강조되는 부분이 '교차 검증'이다. AI가 제공한 정보가 틀렸다면 그 책임은 약사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가 생성한 잘못된 정보 전달, 책임 주체는 '약사' 미국에서는 AI가 쓴 가짜 판례를 변론 자료로 제출한 변호사들에 대해 법원이 제재를 가한 사례도 있다. 뉴욕 맨해튼 연방지원법원은 가짜 판례를 제출한 2명의 변호사에게 5000달러, 우리 돈 약 650만원씩의 벌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변호사들의 AI 사용이 아닌 'AI가 생성한 자료를 검증하지 않고 법정을 기만한' 부분에 대해 일갈했다. 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조차 하지 않은 태만과 아무리 도구가 발전해도 최종 결과물에 대한 도덕적·법적 책임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었다. 실제 해당 사건 이후 미국 일부 법원에서는 '재판에 제출하는 변론서에 AI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밝히고, 인간이 직접 검증했다는 서명을 첨부하라'는 등의 세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I가 훌륭한 비서가 될 수 있지만, 결코 책임을 대신 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약사출신 우종식 법무법인 규원 변호사는 "앞선 미국의 사례처럼 AI가 생성한 잘못된 정보를 약사가 환자에게 전달했을 때 최종 책임 주체는 면허를 가진 약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AI개발사가 아닌 약사에게 최종 책임이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약사법, 개인정보보호법과 더불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약칭 인공지능기본법)은 약국에도 직접 적용되는 부분으로, 약국 역시 관련한 부분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약국이 알아야 할 'AI(인공지능) 기본법'은? 2025년 AI기본법이 공포, 올해 1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약국의 AI사용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AI 기본법 제2조는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영역을 '고영향 AI'로 분류하고 있는데, 여기에 보건의료의 제공 및 이용체계 구축·운영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다. 따라서 AI 프로그램이 복약지도 문구를 자동 생성하거나 병용금기 약물을 걸러내지 못해 투약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법적 최종 책임은 면허를 가진 약사에게 돌아가게 된다. 우종식 변호사는 AI기본법에서 약사가 알아야 할 3대 핵심 의무로 ▲투명성 확보 ▲안전성 확보 ▲설명 가능성을 꼽았다. 복약 지도문이나 블로그, SNS 등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AI기반 서비스임을 소비자에 고지하고, 생성형 AI결과물에는 AI생성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 투명성 확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가령 '본 복약지도 정보는 AI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등을 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AI 결과물 검증 절차를 마련, 오류 대응 매뉴얼을 구비하고 환자 이의 제기시 약사가 이를 직접 설명해야 한다. 우 변호사는 "내년 1월 21일까지 계도기간 중에 있지만, 시정 명령은 즉시 가능하다"며 "약국에서는 AI 활용 현황을 파악하고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업무매뉴얼)와 환자 고지 문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처방내용, 질환명 등을 AI에 입력하는 것은 명백한 위반으로, 반드시 비식별화해 활용해야 한다. 환자의 나이, 성별, 처방 약물 등의 데이터를 결합해 역으로 특정 개인을 유추할 수 있는 재식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비식별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환자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입력하는 등의 경우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우 변호사는 "환자 정보는 외부 AI에 직접 인력하는 것이 금지되며, 비식별화 해 활용해야 한다"며 "또한 사용하는 AI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확인해 입력한 데이터가 AI학습에 재활용되는지 등 정책과 보안성이 높은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환각에 의한 조제·복약지도 역시 AI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약사에게 책임이 귀속된다. 때문에 AI가 생성한 잘못된 약물 정보를 검증 없이 복약지도에 활용하는 경우 약사법 위반(자격정지·먼허취소), 민사손해배상, 형사책임(업무상과실치상) 등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그는 "AI생성 이후 답변이 의학적·약학적으로 정확한지 등을 DUR, 약학정보원 등과 대조하고 오류가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약사의 판단에 따라 내용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며 "최종 검증된 내용을 환자에게 전달하고 해당 상담 내용을 약국 시스템에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약국에서 이력·결과물 기록 등도 최소 3년간 보관해야 한다. 우종식 변호사는 "AI 환각, 데이터 편향, 맥락 이해 부재, 최신 정보 미반영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계도기간 중 사전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약사는 AI를 사용하되 대체되지 않아야 하며, 반드시 AI를 동반자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신뢰성이라는 AI 개발·이용의 '3대 가치'와 개발·이용 과정에서 충족·확인돼야 할 인간의 자율성, 프라이버시, 공정성·포용성, 지속가능성, 안전성, 투명성 등 '6대 원칙'을 담은 AI 윤리원칙 초안을 28일 공개, 7월 8일까지 공개 의견 수렴에 돌입했다. 부처와 기관별로 파편화되어 있던 가이드라인을 하나로 묶어 사회적 혼선을 줄이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적 기준선을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류제명 과기부 제2차관은 "AI시대의 주도권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새롭게 정립되는 윤리원칙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규범의 기준선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폭넓고 실질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2026-06-05 11:54:13강혜경 기자 -
실무 깊숙이 침투한 AI…업무 단축 뒤에 숨은 고용 불안[데일리팜=천승현 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 실무에서도 인공지능(AI)이 깊숙이 침투하며 업무 능률 상승과 시간 단축이라는 긍정적인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AI의 업무 성과에 대한 불신과 데이터 유출 우려는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제약사 업무에서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AI로 업무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마케팅‧학술 부문은 역설적으로 고용 위기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분야로 지목됐다. AI 도입 확산이 단순 반복 업무 인력의 구조조정과 신입 채용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대체 불가능한 대면 업무 역량이 주목받으며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일리팜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제약업계 임직원 219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AI 활용 확대로 인한 우려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 중 가장 우려되는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3%(157명)가 신뢰도 문제를 지목했다. AI가 생성한 답변의 오류를 실무자가 걸러내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실수를 크게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데이터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101명으로 46%에 달했다. 보안이 필요한 업무를 오픈 AI 활용해 수행함에 따라 내부 기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6%는 소속된 회사에서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사내 전반의 AI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AI 의존도 심화에 따른 개인 역량 퇴화를 걱정하는 답변도 60명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스스로 수행하던 단순 검색이나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실무자의 직무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AI로 인한 업무 효율화는 제약바이오업계에 고용 불안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응답자 중 3분의 1이 넘는 80명은 ‘직무 역할 축소 및 장기적인 인력 대체에 대한 위기감’을 가장 큰 위기요인으로 지목했다. AI의 업무 수행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력 채용 감소나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고용 위기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로는 마케팅‧학술이 7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마케팅‧학술 부문은 AI 업무의 도움을 가장 많아 받는 직무로 지목된 분야다. AI가 업무 효율화에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를 묻는 질문에 마케팅‧학술( 44%)이 연구개발(28%)을 크게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의료진 대상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 등에 AI가 높은 비용 대비 효율을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마케팅‧학술 부문 종사자 25명 중 마케팅‧학술 업무에 AI가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은 19명(76%)에 달했다. 이들 중 AI를 매일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7명으로 68%에 달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주요 제약사들의 AI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생성형 AI를 영업·마케팅에 전면 투입해 자료 준비 시간을 1시간 미만으로 단축했으며, 자체 챗봇 3종을 활용해 전략 실행형 영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동아제약은 보안이 강화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동지니AI'를 도입해 시장 분석 효율을 높였고, 유유제약은 5종의 유료 AI를 비교·분석해 실무 최적화 AI툴을 제공하고 있다. 안국약품과 한미약품은 MR 전용 챗봇을 통해 복잡한 보험심사 기준과 학술 정보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도록 해 영업현장과 거래처 간 디지털 접점을 강화했다. 마케팅‧학술 업무가 AI 도움으로 효율이 커질수록 관련 인력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영업 직무는 고용 위기 우려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0명만이 영업을 고용 위기가 가장 큰 업무로 답했다.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학술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 특성상 AI가 전통적인 대면 업무를 대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다. 영업 담당 응답자 39명 중 AI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업무로 영업으로 지목하는 답변은 1명도 없었다. 영업 업무 응답자 39명 중 AI를 매일 사용한다는 답변은 12명에 불과했다.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AI 활용 활성화가 인력 구조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AI 도입이 가져올 고용 변화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153명이 ‘단순‧반복‧정형화된 직무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목했다. 기초 계산이나 자료 정리 등 난이도가 낮은 업무는 AI가 대체 가능해 실무자의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축소될 것’이란 답변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112명에 달했다. ‘보고‧검토‧자동화에 따른 중간 관리직 인력이 감축될 것이’란 답변도 56명으로 집계됐다. AI 도입이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응답자 75명은 데이터 및 AI 활용 역량을 갖춘 IT 전문직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AI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인력들이 담당하던 단순 업무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의사결정과 AI 결과물 검증이 가능한 실무형 시니어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인식하는 답변도 48명에 달했다. AI가 기초 반복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과 결과의 정확도를 검증할 숙련된 경력자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영업 현장에서는 AI로 도출한 데이터와 실제 현장 분위기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I는 정량적 지표에 기반해 방문 우선순위를 도출하지만 병원 내 미묘한 인간관계나 원장 개인의 진료 환경, 돌발 상황까지는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숙련된 시니어의 경험이 결합될 때 AI 활용도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AI 활용의 확대로 가장 주목받는 업무 역량에 대해 ‘AI가 대체 불가능한 대면 업무 역량’(124명)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AI 결과물 검증 및 감수 능력’(100명), ‘전략적 의사결정 및 통찰력(92명) 등을 가장 주목받는 업무 역량으로 지목한 응답자가 많았다.2026-06-05 06:00:59천승현 기자 -
알부민 질문에 다른 답…AI 프롬프트 맹점 채울 주체는 약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프롬프트] 나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50대 여성이야. 최근에 홈쇼핑에서 알부민 광고를 봤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 제품을 먹으면 좋을지 추천해 줄래? [AI] 병원에서 맞는 알부민 주사는 혈액으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효과가 즉각적이지만 먹는 알부민은 위와 장에서 일반 단백질(아미노산)로 완전히 분해된 뒤 흡수됩니다. 따라서 알부민 영양제는 특별한 약리 효과가 있다기 보다는 '질 좋은 고농축 단백질 보충제'로 이해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고기 소화가 잘 안 되거나, 평소 식사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 만성 피로를 느끼는 50대 여성분들에게는 훌륭한 아미노산 공급원이 될 수 있습니다. 알부민 효능에 대한 AI의 답변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당뇨가 있다'고 입력하자, '참고용으로만 사용, 의학적인 자문이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문의하라'는 안내와 함께 '신장 수치(크레아티닌, 사구체여과율/eGFR)'와 '당류, 과일 농축액, 꿀, 아가베 시럽, 기타 탄수화물 부원료 등 당분(부원료)'를 조심하라는 솔루션을 내놨다. '어떻게 질문했느냐'에 따라 AI의 답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다. AI의 경우 주어진 질문(프롬프트) 안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질문이 불완전하거나 중요한 정보가 빠져 있을 경우 불완전한 답을 낼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늘 당뇨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50대 환자가 약국을 찾아 관련한 질문을 했다면 약사의 답은 어땠을까. AI가 대체하는 것은 '단순 기계적 업무' 김명규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AI가 대체하는 것은 약사라는 직업 자체가 아닌 처방전 입력, 약 포장·조제 검수, 재고 관리 같은 '약사의 기계적인 업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AI의 해석을 판단하고, 환자와 공감하고, 복약 이행도를 높일 수 있도록 소통하는 '휴먼터치'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약사만의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김명규 교수는 최근 경기약사학술제에서 AI가 약사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를 7가지로 압축해 설명했다. 그는 "AI는 대규모 기반의 '평균값 분석'에 강하지만, 약국에서 마주하는 환자는 데이터가 아닌 '사람'으로 환자 개개인의 생활습관, 식이, 심리상태 등의 미묘한 차이를 포착해 내고 더 나은 솔루션을 제시할 임무를 가진다"며 "AI가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럴 듯 하게 생성하는 환각현상, 질문에 따라 답변의 질 등이 달라지는 프롬프트 의존성 역시 한계"라고 꼬집었다. 특히 AI가 참고할 문서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위해 상위 몇 개 문서만 선택하는 부분적 근거 기반 추론의 한계와 AI 모델간 변동성 등은 전형적인 맹점으로 꼽힌다. 설명과 설득이 배제된 단순 정보 전달과 법적·윤리적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부분 역시 아직까지는 AI가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다. 가령 이 약은 왜 먹는지, 부작용은 어떤지 같은 설명과 설득이 배제돼 있다 보니 환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 쉽지 않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 AI에게 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맡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읽고 마음을 안심시키는 인간적 공감과 환자의 배경과 가치관을 고려한 맞춤형 소통, 복잡한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환자와의 유대감과 인간적 관계 형성은 알고리즘으로 코딩하기 어려운 인간의 영역"이라며 "결국 휴먼터치로서의 약사 업무와 책임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사 출신 헬스커뮤니케이션 1호 박사인 모연화 약사 역시 약국과 약사는 '진심과 신뢰, 언어적·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어우러진 복합 영역'이라고 정의 내린다. 모 약사는 "약국에서는 '아프다', '불편하다' 같은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이외에도 머뭇거림, 더듬거림, 안절부절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존재한다. 하지만 AI는 이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지 못할 뿐 더러 약국이 갖는 신뢰와 진심을 담아내지 못한다"며 "AI가 약사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석했다. 의료계에서는 판독·진단 등 '조력 업무'에 활용 의료계에서도 AI 활용은 핵심 이슈다. 로봇수술은 물론 초음파 판독, 암 진단 등 의료인의 결정을 보조하고 반복·단순 업무를 경감하는 조력자 역할로서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판독 보조를 넘어 판독문 초안을 직접 작성해 주는 단계까지 진화한 모습이다. AI의 진단 정확도가 의사의 정확도를 뛰어넘는 사례도 제시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 연구팀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최첨단 의료 진단 AI 시스템 'MAI-DxO(Microsoft AI Diagnostic Orchestrator)는 '여러 명의 가상 의사가 서로 회의하고 반론을 제기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85%의 진단 정확도로 화제가 됐다. 의사 집단 진단 정확도가 20%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려 4배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김양우 교수는 "2025년 세계적인 학술지 PNAS에 따르면 의사와 AI가 협력할 때 단독 진단 보다 평균 30%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환자 안전과 진단 품질이 향상된다는 연구가 있었다"며 "조력자로서의 AI도입은 더 많은 환자에게 빠르고 정확한 진료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국에서의 AI활용은? 이윤표 대한약사회 정보통신이사는 AI가 약료 패러다임 변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제중심에서 '상담중심'으로, 단순 복약지도에서 '다제약물 관리'로, 질병 발생 후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를 지나 미래에는 AI가 개인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약료를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약물 상호작용은 물론 유전자 기반 대사까지 분석하고 약물 부작용 예측, 임상 의사결정 지원, 복약 순응도 향상 등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약사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영역에 AI가 더해지면서 데이터 분석과 예측 도구로의 보완·강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단순 조제·정보 전달이라는 벗어나 약사 역할이 '전문적 판단 중심'으로 전환, 환자 중심의 정밀 약료 실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약사들 역시 AI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AI를 도구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규 교수도 약사가 AI에 대체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4단계 역량 강화 로드맵을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 및 디지털 헬스 이해, AI와 기술 활용 능력 장착, 환자 중심 커뮤니케이션 강화, 멈추지 않은 평생 학습의 4단계가 완결될 때 약사의 역량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것. 그는 "변화되는 기술과 흐름을 지속적으로 공부해 나갈 때 AI는 약사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2026-06-04 12:07:01강혜경 기자 -
"AI 없이 일 못해요"…제약 실무 현장 AX 혁신 가속화[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의 업무 풍경이 생성형 AI 도입과 함께 급격히 바뀌고 있다. 과거 수일이 걸리던 학술 분석과 기획 업무는 이제 '1시간 이내'로 단축됐고, 현장 영업은 '감'이 아닌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 AI가 바꾼 제약 영업·마케팅의 하루 오전 9시 | 본사 마케팅팀: 콘텐츠 기획의 속도와 완성도 A제약에서 새로 출시한 고혈압 신제품 ‘DP맥스’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 과장은 출근하자마자 지난주 검색해둔 ‘DP맥스’ 임상3상 논문들을 사내 AI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3분 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혈압강하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요약하고, 경쟁 제품과의 차별점을 자동 정리해 화면에 띄운다. 이어 ‘신제품 네이밍’과 ‘경쟁품 비교표’ 챗봇 등을 차례로 실행해 학술적 근거를 갖춘 콘텐츠 초안을 순식간에 작성하고, ‘마케팅 전용 AI툴’로 카드뉴스 썸네일과 제품 로고까지 직접 제작한다. 김 과장은 기획부터 시각화까지 모든 작업을 오전에 끝내고 즉시 영업팀 배포 단계에 돌입한다. 자료 제작에만 2주를 매달렸던 과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십 편의 학술 논문을 일일이 찾고 수동으로 번역하느라 수일이 걸렸고, 디자인 외주와 카피 수정 과정에서 1주일 이상 소요됐다. 오후 2시 | 영업 현장: 감이 아닌 데이터로 찾는 진료실 A제약 영업부서 박 대리는 현장 도착 전 휴대전화로 'MR 전용 챗봇'을 켠다. AI가 병·의원별 방문 우선순위와 최적화된 전략을 제시해준다. 박 대리를 이 데이터를 이정표 삼아 동선을 짠다. 진료실 문을 열기 직전, 태블릿으로 ‘DP맥스’의 최신 학술 정보와 복잡한 보험심사 기준을 원클릭으로 검토한다. 원장이 "이 약은 대조군 대비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물었고, 박 대리는 즉각 데이터를 보여주며 설명한다. 과거에는 주관적인 감에 의존해 병원을 돌았고, 원장을 만나도 갑작스러운 학술적 질문에 당황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확한 데이터를 즉각 제시함으로써 학술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오후 5시 | 피드백 순환: 본사와 현장의 실시간 전략 동기화 박 대리가 수집한 의료진의 실시간 반응과 데이터는 즉시 전사 시스템을 타고 본사 마케팅팀으로 전달된다. 김 과장은 취합된 피드백 리포트를 보며 마케팅 회의를 준비한다. 회의에선 'AI 프로모션 효과 예측 모델'을 구동해, 다음주 마케팅 메시지가 현장 수요에 맞게 즉각 조정된다. 과거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시간차를 두고 전달돼 전략 수정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마케팅 전략이 현장의 수요와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성과를 도출하는 체계가 정착됐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실제 실무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과 데이터 활용 사례를 종합해 재구성한 가상 시나리오다. 제약바이오업계 마케팅‧영업 실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기술들이지만, 아직 완성도 측면에서 인간의 세심한 교정이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과도기라는 평가 우세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시도들이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며 실무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AI 전환’…수일 걸리던 마케팅 자료 1시간 만에 뚝딱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특정 부서의 변화를 넘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무 현장에서 전방위적으로 구현되며 'AX(AI 전환)'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먼저 마케팅·영업 분야에서는 데이터 기반 영업이 대세로 떠올랐다. 대웅제약은 생성형 AI를 영업·마케팅에 전면 투입해 자료 준비 시간을 1시간 미만으로 단축했으며, 자체 챗봇 3종을 활용해 전략 실행형 영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동아제약은 보안이 강화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동지니AI'를 도입해 시장 분석 효율을 높였고, 유유제약은 5종의 유료 AI를 비교·분석해 실무 최적화 AI툴을 제공하고 있다. 안국약품과 한미약품은 MR 전용 챗봇을 통해 복잡한 보험심사 기준과 학술 정보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도록 해 영업현장과 거래처 간 디지털 접점을 강화했다. 데일리팜이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마케팅‧영업 담당자들은 높은 AI 활용도를 보였다. 설문에 응한 마케팅‧학술 담당 25명 중 20명(80%)은 ‘학술‧정보 요약’과 ‘아이디어 구상’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25명 중 18(72%)명이 ‘문서 작성‧검토’에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영업 담당 39명의 경우 ‘검색’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이 23명(5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술‧정보 요약’과 ‘문서 작성‧검토’, ‘데이터 분석’이 각각 22명(56%)씩으로 나타났다. 내근‧사무직 영역에서도 파격적인 생산성 향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독은 국내 기업 최초로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전사 도입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셀트리온은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에 AI 챗봇을 적용해 서류 검색과 문서 비교 업무 시간을 80~90%까지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LG화학‧SK바이오팜 등은 전사 챗봇을 통해 단순 반복 업무를 축소하고, 부서별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데일리팜 설문에선 경영지원‧대외협력 등 내근직 82명 중 ‘문서 작성‧검토’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이 69명(84%)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검색’과 ‘아이디어 구상’, ‘데이터 분석’, ‘번역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2% 부족한 기술적 완성도…영업현장선 “데이터와 현장 괴리 고민”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AI의 수준은 아직 '보조 도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AI 활용은 문서 초안 작성과 검토, 전문 학술 정보의 요약, 외국어 번역 등 주로 반복적인 기초 업무를 대체하는 데 집중돼 있다. 창의적인 마케팅 아이디어 구상이나 차별화된 전략 기획 단계에서는 여전히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빈틈이 많아, 실무자의 깊은 고민과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수다. 한 다국적제약사 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검색이나 외국자료 검색과 데이터 요약, 초안 작성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불필요한 잡무가 줄면서 업무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다. 최근엔 회사에서도 교육과 유료계정 사용 등을 적극 지원하는 등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다만 AI 결과물 완성도 면에선 아직 안심하고 일을 맡길만한 정도는 아니다. 꼭 하나둘씩 정보 오류가 있어 검토가 필수”라고 말했다. 영업 현장에서는 데이터와 실제 현장 분위기 사이의 괴리를 호소한다. AI가 도출한 방문 우선순위는 정량적 지표에 기반하지만, 병원 내 미묘한 인간관계나 원장 개인의 진료 환경, 돌발 상황까지는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정보가 디지털로 빠르게 공유되는 과정에서 영업사원 개개인의 숙련된 노하우가 시스템 매뉴얼 뒤로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AI 툴을 익히고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디지털 행정 업무' 자체가 또 다른 업무 피로로 다가오는 것도 과제다. 한 국내제약사 영업사원은 “전반적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AI 툴은 현장과 미묘한 괴리가 있다”며 “영업은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역설적으로 실무자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X 가속페달 밟는 글로벌 빅파마…자체 AI엔진 개발‧규제검토 자동화 이러한 시행착오를 뛰어넘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행보는 한층 정교하다. 사노피는 전사 AI 플랫폼 'plai'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80% 사전 예측하고, 생산 일정과 물류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또한 글로벌 임직원 2만명 이상이 'plai' 앱을 통해 360도 비즈니스 현황을 파악한다. 자체 AI 엔진인 'Turing'을 활용해 의사의 처방 패턴과 임상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영업사원에게 최적화된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나아가 사노피는 생성형 AI 어시스턴트인 'Concierge'를 통해 복잡한 비전문가 대상 임상/상업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 데이터 기반의 업무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화이자는 '퍼블리시스 마르셀(Publicis Marcel)'을 최적화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찰리(Charlie)'를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이자는 AI를 통해 마케팅 콘텐츠 제작 속도를 기존 대비 최대 3~5배까지 향상시켰다. 특히 콘텐츠의 규제 검토 과정에서 위험도를 신호등(빨강‧노랑‧초록) 방식으로 자동 분류한다. 이를 통해 의학부 리뷰팀이 리스크가 높은 콘텐츠에 집중하도록 필터링함으로써, 마케팅 캠페인 준비 기간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모더나는 마케팅 콘텐츠 심의 과정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터치 프리(Touch-free)' 자동화 프로세스를 도입해 승인 속도를 극대화했다. 비바시스템즈는 생성형 AI를 결합한 'Veeva AI'를 통해 의료진의 디지털 활동 이력을 분석하고, 잠재 처방 가능성이 큰 의료진을 '핫 리스트'로 자동 분류해 영업사원의 전략적 판단을 지원한다.2026-06-04 06:00:58김진구 기자 -
약국으로 들어온 AI…재고관리·처방해석·복약지도 '일당백'[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피임약 복용을 놓쳤는데 지금이라도 복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음 복용 시간에 맞춰 복용해도 될까요?' 환자(소비자)들이 포털사이트에 약 복용이나 건강 관련 질문을 남기면 의·약사, 간호사 등이 익일, 또는 몇 시간 뒤 답변을 달던 시대는 지났다. AI를 통해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보니 포털사이트 내 '전문가 답변' 기능은 위축된 지 오래다. 약국가에 따르면 오히려 "요리하다 기름이 튀었는데 미보연고와 아즈렌연고를 함께 바르라던데, (제품이) 있나요?" 같이 본인의 증상과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 들고 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AI로 무장한 환자들이 본인이 학습한 지식에 대해 전문가의 동의를 얻고자 하는 식의 소통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서만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약국으로도 AI가 들어오고 있다. 아직까지 AI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개인별 활용 범위와 영역은 천차만별이지만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AI를 통해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는 정도는 세대불문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일선 약국에서는 어떻게 AI를 사용하고 있는지, 해외 약국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약국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업체들의 서비스는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본다. 자동 주문, 반품 알림…약국 업무를 스마트하게 약사 개발자의 AI 활용은 자동 주문, 반품 알림, 복약 안내 등 약국 업무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다. 강재현 약사(열린온누리약국)는 단순 노동에 할애되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 케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자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열린온누리약국에서는 환자가 키오스크에 처방 QR을 찍는 즉시 처방 정보가 메인 PC와 조제실 PC로 전달되고, 총 조제 포수와 총량 등이 자동 계산된다. 용량·횟수·일수에 따른 시럽량 역시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시럽은 계량된 양만큼 토출기에 자동 토출된다. 투약단계에서는 약품 간 상호작용과 복용이력을 분석한 복약지도 내용이 생성되는데 '교체된 약이 무엇인지', '특별히 강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도 한눈에 알 수 있게 보여진다. 약사의 복약지도를 가정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해독한 복약지도문을 발송할 수도 있다. 재고 관리도 용이하다. 설정 수량 이하로 재고가 떨어지면 알림이 뜨고, 약국에 늘 구비돼 있는 약이 아니라면 환자 방문 예정일 5일전, 10일 전 약을 주문하라는 안내가 뜬다. 더 이상 처방이 나오지 않는 약이나, 환자가 방문하지 않아 약이 분출되지 않은 경우에도 반품 알림이 뜬다. 자체 개발한 의약품 도매 통합검색을 통해 다양한 도매상의 가격정렬과 재고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일일이 검색하고 비교해 보는 데 들이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소모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적정 재고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품절약을 주기적으로 조회해 도매에 재고가 확보되면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 것 또한 AI로 업무가 간소화된 부분 중 하나다. 그간의 방문 데이터를 통해 가장 붐비는 요일과 시간대, 일별 예상 방문 환자 수도 예측할 수 있다. 강재현 약사는 "재고관리, 주문, 조제 등 단순업무에 할애되는 시간을 환자와의 소통에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약국장이 아닌 근무약사가 근무를 해도 동일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응대가 이뤄지다 보니 환자들 역시 일관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메인 지식을 결합한 약학챗봇과 '초보자용 AI 실무서'도 준비 중이다. 그는 "약국에서의 AI 활용은 무궁무진하다"며 "누구나 쉽게 따라해볼 수 있는 AI 실무서가 약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화 내역 AI로 자동 저장, 전화 걸려오면 조제·투약 내역 표출 약사 개발자 김영빈 약사(청춘약국) 역시 약국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환자와의 대화가 텍스트로 전환돼 상담 차트에 요약·저장되고, 조제실에서는 목소리로 약 위치를 찾을 수 있다. 가령 '다이아벡스 어디있어?'라고 질문하면, AI가 다이아벡스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전화 응대 역시 용이하다. 환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과거 조제·투약 내역이 표출돼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응대가 가능하며, 환자들을 그룹핑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스타틴 계열을 복용하고 있는 70대 이상 환자들을 별도 추출해 함께 복용하면 좋은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처방 환자에 따른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환자들에게 맞춤형 건강·생활습관 등 정보를 보여준다. 자동 주문·발주와 ATC내 장착된 카메라로 약이 제대로 조제됐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영빈 약사는 "약국은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약국은 많지 않다. 하지만 AI의 도움을 얻으면 환자 개별 맞춤형 메시지 전송이나 관리 등이 용이해진다"며 "최근에는 개별약사나 약국체인들의 준비 역시 분주해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내 약국에 맞는 앱 개발' 바이브코딩으로 뚝딱 9년째 산부인과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송은주 약사(아이맘약국)는 바이브코딩을 통해 약국에서 필요한 앱들을 자체 구현하고 있다. 이화여대 임상바이오헬스대학원 임상약학 석사 과정 중 바이브코딩을 접하고 난 뒤 임산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상담과 당뇨소모성재료 본인부담금 계산기, 직원근무 관리 앱 등을 만들었다. 바이브코딩은 자연어로 AI에게 말하면, AI가 코드를 만들어 주는 개발방식으로 전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머릿속에 구상하는 앱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앱은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한 건기식 추천 앱이었다. 고령 임신이 늘어나고, 오랫동안 임신을 준비하는 예비산모들을 상담하는 데 있어 표준 가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임신 주차별로 필요한 영양소와 기저질환, 복용 약·건기식이 각기 다르고, 약국 내 상주하는 약사들 간 상담 방식도 차이가 있다 보니 기초 설문을 통해 1차적으로 가이드를 받고난 뒤 약사와의 세부적인 상담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제품간 상호작용, 상한량 등까지도 확인이 가능하고, 제품별 소비기한 등도 생성된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건기식 소분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아직까지 많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자가 설문을 해보곤 하신다"고 말했다. 한 달 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난 뒤 만든 직원 관리앱과 당뇨소모성재료 본인부담금 계산앱은 1시간만에 구현이 가능했다. 수기로 작성하던 직원 근무 스케줄, 연차 관리, 급여 명세서 등을 앱을 통해 관리·공유할 수 있게 됐고, 엑셀로 계산하던 당뇨소모성재료 본인부담금 역시 바코드를 찍으면 포스기에 금액이 뜨도록 업무를 간소화했다. 비타민B군 종합영양제 역시 각 제약사와 약학정보원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제품별 특장점을 한눈에 보기 쉽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매달 15만원의 구독료를 부담하다 보니 '약국에서 더 필요한 기능으로 어떤 게 있나' 살피게 된다"며 "아직까지 정확한 정보를 입력해도 '접근이 어렵다'는 식의 소통 부재가 발생하는 부분은 있지만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약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의 카드뉴스나 건기식 추천 분야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알약 계수, 약력 분석, 건기식 추천, 복약 이행도 점검…업체들 AI 기능 탑재 약국 관련 업체들도 서비스에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다. 업무 자동화 AI, 경영 AI, 환자케어 AI 등 적용 영역도 조금씩은 차이가 있다. 약국 내 AI 1세대는 알약 카운팅앱 필아이다. 비전 AI 기술로 알약을 인식하고 계수하는 필아이는 조제·반품 등 업무를 효율화했다. 바로팜은 촬영 한 번으로 약품 식별이 가능한 AI 바로렌즈를 베타 서비스하고 있으며, 수기로 작성한 주문장을 앱과 연동시켜 최저가 등을 찾아주는 바로아이주문 역시 준비 중이다. 메디노드는 알약 식별과 분류에 특화된 필봇으로 알약의 형태·색상·각인 정보를 분석해 99.99%의 정확도로 분류하는 서비스를 병의원에 제공 중이다. 휴베이스 휴어시스트 역시 'AI 약국경영비서' 답게 AI 자동주문 추천과 고객·매출을 분석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복약'과 '약력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기능들도 있다. 크레소티는 약사의 단골 관리와 환자 응대를 보조하는 AI기반 CRM 솔루션 '팜페이앱'(환자 B2C)과 '팜인사이트'(약사 B2C)를 7월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처방전과 POS 데이터를 토대로 건기식을 추천해 주는 것은 물론, 환자가 올바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AI가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준다. 필요시 약사가 직접 상담함으로써 약국 밖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헬스포트는 AI 약력관리와 처방·복약분석이 가능한 '굿팜 AI차트'를 런칭했다. AI를 통해 환자의 과거 처방을 자동으로 불러와 질환군별로 구조화해 정리해 줌으로써 중복약물·성분을 자동 탐지하고 용량·횟수 변경 같은 핵심 변경 이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뿐만 아니라 복약지도에서 반드시 전달해야 할 내용을 3~5개 핵심 문장으로 자동으로 정리해 줘 익숙하지 않은 처방과목이나 상급·종합병원 환자를 응대할 때도 도움이 된다. 올댓페이도 AI를 접목한 포스 시스템 'AI Pharm'을 출시해 고객에게 질병코드를 바탕으로 함께 먹으면 좋은 영양소,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생활건강 팁 등을 추천한다. 약문약답이 선보인 다제약물 분석 서비스 'PhAI(파이)'는 다제약물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10가지 이상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고령 환자들의 다제약물 검토 기능은 2시간 이상 소요되던 업무를 5분 이내로 단축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자가설문과 건강검진, 복약내역을 토대로 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알고리즘도 AI가 접목돼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침습 방식으로 건강, 영양 균형 정보, 스트레스 분석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르나 AI 헬스뷰어도 약국을 대상으로 영업에 돌입했다. 나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을 AI 검사를 통해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더이로운은 손톱스캔과 건강설문을 토대로 약사가 소분형 건기식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으며, 불면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AI 융합 수면 치료 모델을 선보인 웰트 역시 약국용에 대한 개발·배포를 준비중이다. '약사 역량 증강' 해외 AI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약사의 역량 증가에 초점을 맞춘 솔루션들이 출시·서비스되고 있다. 미국의 'Stanford MEDIC', 'Ambient AI Scribe', 미국과 이스라엘의 'FeelBetter', 캐나다의 'MedSafer' 등이 대표적이다. Stanford MEDIC은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환자 친화적 복약지도문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AI다. AI가 초안을 만들면 약사가 검증하고 최종 확정하는 '인간-AI 협업 모델'을 취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Ambient AI Scribe는 의·약사와 환자가 나누는 상담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요약해주는 서비스로, 모니터나 서류를 보며 타이핑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온전히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FeelBetter는 만성질환이나 여러 개의 약을 동시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 환자들을 모니터링하고 복잡한 약물 상호작용 위험도를 평가하는 AI다. MedSafer는 노인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부적절 의약품을 AI가 스크리닝해 처방 정리 후보를 약사에게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약문약답 조정래 대표는 "해외에서도 AI가 설명을 돕거나, 먼저 봐야 할 위험을 좁혀주고 가이드해주는 역할로서 활용되고 있다"며 "AI는 역량을 증강하는 의사결정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2026-06-02 12:03:45강혜경 기자 -
후보 찾고 공정 예측까지…AI, 제약 연구소·공장 바꾼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실제 업무 현장에 적용되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연구소와 생산 라인에서 AI를 활용해 업무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과 실험설계, 임상 데이터 분석 등 신약개발 초기 단계부터 공정개발, 품질관리,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이르기까지 AI가 산업 핵심 밸류체인으로 파고드는 모습이다. 스마트 공장으로 간 AI…공정 예측·자동화 적용 활발 제약바이오 기업의 AI 활용 사례를 보면 적용 범위는 크게 ▲신약개발 ▲생산·공정 ▲전사 업무 자동화로 나뉜다. 생산 현장에서는 가상 공간에 실제 공장을 똑같이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과 사람의 손길을 배제해 수율을 극대화하는 초자동화 그리고 로봇 기술과 결합한 피지컬 AI가 제조 혁신을 이끌고 있다. 셀트리온은 생산 현장에서 AI 도입 계획을 가장 구체화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셀트리온은 최근 신약개발·제조·사무 등 3대 주요 업무 영역에 AI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AI 전환(AX·AI Transformation)을 통해 반복업무를 자동화하고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셀트리온은 제조 부문에서 신설 공장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한다. 송도에 건설 예정인 신규 원료의약품 4·5공장에 자율이송로봇, 자동화 물류창고, 지능형 로봇팔과 협동로봇, 제조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도입해 공장 자동화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우선 정형화된 작업부터 자동화하고 이후 고부가가치 판단 업무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성숙도에 따라 휴머노이드 투입을 통한 비정형 고난도 업무의 무인화도 검토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본격 가동에 돌입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5공장의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 탱크)에 컴퓨터 활용 유체 흐름 예측 시스템인 'CFD(전산 유체 역학)'를 통합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했다. 세포 배양 환경은 최종 의약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앞서 4공장 바이오리액터에 적용해 검증한 결과 CFD 모델의 예측값이 실제 공정 데이터와 통계적으로 95%의 유의미한 동등성을 나타냈다. 실시간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포배양 결과를 예측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생산 공정 시나리오 설계와 최적의 수율 조건을 도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생산 현장에 접목한 대표 사례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생산 설비와 공정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해 공정 조건 변화가 품질과 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 회사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에 디지털트윈을 도입해 바이오리액터 내부의 유체 흐름, 산소 전달, 세포 분포, 혼합 상태 등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제조 전 단계에서 배양 환경과 세포 성장, 대사물질 변화, 최종 수율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생산 중에는 표준 배치와 다른 이상 흐름을 조기에 감지해 배치 실패 가능성을 낮추고 제품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기술이전 속도를 높이고 생산공정의 예측 가능성과 운영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종근당이 천안공장과 동일한 쌍둥이 공장을 가상 환경에 그대로 구현한 메타버스 팩토리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메타버스 팩토리는 AI와 빅데이터,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실제 공장 설비와 생산 공정을 디지털 공간에 재현한 통합 가상 플랫폼이다. AR·VR·XR 장비와 메타버스 솔루션을 활용하면 작업자가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실제 생산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공정 흐름, 설비 구조, 품질관리 과정을 확인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로써 생산공정 이해도를 높이고 교육·점검·공정관리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나아가 종근당은 천안공장에 AI 관제시스템을 도입, 자율형 공장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 구축하는 AI 관제시스템에는 이미지와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추론하는 초거대언어모델(MLLM)이 적용된다. 기존 분산돼 있던 관제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AI·디지털트윈 기반으로 실시간 관제와 분석, 예측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이를 통해 인적 오류와 설비 다운타임, 품질 이슈를 줄이고 교대근무 환경에서도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제조 전 공정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과 품질 균일성을 높인 기업도 많다. 유유제약은 생산 현장 자동화와 AI 기반 업무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유유제약은 생산공정 로봇 도입과 AI 업무 효율화, 태양광 발전설비 구축, 원가 절감 등 4개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제천 공장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자동건조기 도입으로 1배치당 36시간 걸리던 공정을 17시간으로 약 53% 단축했고 포장 공정에도 로봇을 배치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AI 도입 업무 효율화 TF는 생산·품질 데이터 대시보드, 표시자재·도안 정밀 비교, GMP·법규 문서 검색 및 해석, 설비 매뉴얼 트러블슈팅 등 현장 업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개발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면서 업무 정체 구간을 줄이고 구조적 오류를 검출해 품질과 안전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아이디어다. HK이노엔이 10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오송 수액 신공장은 전자동화 스마트 공장이다. 이 공장은 수액 조제, 충전, 밀봉, 멸균, 포장에 이르는 전 공정을 자동화해 사람 손이 닿는 작업을 최소화했다. 공장 내에서는 무인 운반 차량이 원자재와 완제품을 이동시키고 이물 검수 등 일부 공정에만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SK바이오텍 세종공장 역시 원료의약품 생산에서 연속공정과 자동화 품질관리 체계를 갖췄다. SK바이오텍은 저온 연속 설비를 활용해 원료를 하나의 긴 파이프라인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각 공정의 온도, 압력, 체류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 품질과 수율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QC동에서는 원료와 완제품의 품질 검증, 제조 환경 모니터링, 밸리데이션 작업이 이뤄지고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온도와 습도 등 품질관리 전 과정을 통제한다. 연속공정과 자동화 품질관리를 결합하면서 원료의약품 생산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다. 신약개발 AI 경쟁…후보물질 발굴과 실험설계 고도화 실험실에서도 AI를 활용한 R&D 체계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신약개발 영역에서는 후보물질 발굴과 타깃 탐색, 실험설계 최적화를 겨냥한 AI 도입이 활발하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연구조직 내 데이터·AI 기능을 확대하면서 AI가 연구자의 보조 도구를 넘어 R&D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AI 신약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표 기업으로 거론된다. SK바이오팜은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차세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AI 신약개발 연구를 시작했고 20여년간 축적한 R&D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분자화합물 기반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특화한 AI 플랫폼 '허블'을 출시했다. SK바이오팜 내 AI 신약개발의 높아진 위상은 R&D 조직 개편에서도 확인된다. SK바이오팜은 AI를 별도 조직으로 격상하며 신약개발 전반에서 디지털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2021년 SK바이오팜 R&D 조직은 신약연구소, 항암연구소, 신약개발사업부, R&D혁신본부 등 전통적인 기능 중심 구조였다. 당시에는 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을 부서별로 나눠 수행하는 형태였고 AI나 데이터 조직은 별도 축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현재 SK바이오팜은 R&D 조직을 신약연구부문 전략&DT본부, 디스커버리본부, 전임상개발본부, AI/DT 센터 등으로 재편했다. AI/DT 센터 산하에는 AI 디스커버리팀, AI 트랜스포메이션팀, AI 파이오니어팀이 있다. AI 디스커버리팀은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타깃 탐색을 맡고 AI 트랜스포메이션팀은 R&D와 사업 전반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담당한다. AI 파이오니어팀은 전사적 AI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경영 전반으로 AI 적용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R&D 과정에 AI 기반 실험설계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사가 구축한 'ADO'(AI based Design space Optimization)는 백신 공정 실험설계 과정에서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연구원이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다양한 공정 변수를 AI가 사전에 분석해 예측 가능한 범위로 좁히고 불필요한 반복 실험을 줄여 최적 조건을 빠르게 도출한다.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 기간과 연구비용을 줄이고 공정 설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균 백신 단백접합 개발 공정에 ADO를 적용한 결과 실험설계 기간을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향후 단백접합 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실험과 생산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생산 기간 단축과 백신 수율 향상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역시 AI 조직을 강화하며 신약개발 R&D 구조를 재편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기존 신약연구본부 중심 조직에 AI Boot Camp를 새롭게 추가하고, 생물정보학(BI)과 AI 기반으로 신약 타깃 발굴, 후보물질 최적화, 데이터 분석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AI Boot Camp는 박사급 3명, 석사급 9명, 학사급 1명 등 총 13명 규모로 구성됐으며 이상준 셀트리온 사장이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장과 AI Boot Camp장을 겸직 중이다. AI를 연구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실무 조직으로 구축해 신약개발 전반의 데이터 기반 연구 역량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진제약도 전통적인 합성·제제 중심 연구조직에 AI 기능을 추가하며 R&D 체질 전환에 나섰다. 2021년 삼진제약 R&D 조직은 의약합성연구실, 제제연구실, 분석연구실 등 기능 중심 조직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신약 AI 모델을 개발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AI 신약개발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기존 합성신약 중심 연구에 AI 기반 후보물질 탐색 기능을 더하며 초기 연구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바이오 기업의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시도도 눈에 띈다. HK이노엔은 AI·분자동역학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을 활용해 차세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다. HK이노엔은 지난 4월 아토매트릭스와 공동 R&D 계약을 체결하고 인크레틴 계열 비만치료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비인크레틴 계열 저분자 후보물질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신약 합성과 생물학적 평가를 맡고 아토매트릭스는 AI·분자동역학 기반 플랫폼 '캔디'를 활용해 후보물질 설계와 선별을 담당한다. 초기 단계부터 표적 단백질과 후보물질의 결합 안정성, 약효 반응을 분석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오스코텍은 연구소 내 플랫폼 기술 전담 조직인 '기반기술팀'을 신설하고 항내성항암제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했다. 암세포가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AI 기반 단일세포 이미지 분석을 통해 항내성 타깃을 찾아내는 고속·고내용 검색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스코텍은 현재 임상 1상 중인 EP2/EP4 이중 저해제 후보물질 'OCT-598'을 포함해 4개 항내성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오스코텍은 기반기술팀을 중심으로 암 내성 기전에 특화된 신규 타깃을 발굴하고 치료 내성 억제를 겨냥한 병용요법 개발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대형 국책과제와 외부 협력 등을 통해 AI 신약개발 역량을 축적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GC녹십자 계열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아주대학교의료원, 아주대학교 콰트로 정밀의약 연구원과 AI 기반 신약개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임상기관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와 목암연구소의 AI 연구 역량을 결합해 후보물질 발굴과 정밀의약 기반 신약개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HLB생명과학R&D는 보건복지부의 22억원 규모 구조기반 AI 저분자 신약후보물질 발굴 과제에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 AI 기반 항암제 후보물질의 약효평가와 동물실험 등 비임상 검증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AI 활용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생산성과 제조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AI가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 등 개인 업무 효율화 도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신약개발과 공정개발, 품질관리 등 기업의 핵심 업무 체계를 바꾸는 기반 기술로 쓰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신약개발과 의약품 제조는 모두 높은 검증 책임과 규제 대응이 요구되는 영역인 만큼 AI가 제시한 결과를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데이터 품질 관리와 보안, 검증 체계 구축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2026-06-02 06:00:59차지현 기자 -
적극 지원과 보안 차단…제약바이오, AI 도입 온도차[데일리팜=천승현·김진구 기자] 인공지능(AI)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실무 깊숙이 스며든 가운데, 업계 종사자가 체감하는 사내 AI 지원 인프라는 기업 유형별‧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은 유료 계정 지원 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반면, 국내 중소제약사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비율이 높았다. AI 활용으로 체감하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는 ’업무시간 단축‘을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아이디어 구상‘, ’개인역량 강화‘ 등의 순이었다. 데일리팜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 219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태 및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AI의 업무 기여도는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38%(83명)가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필수로 활용’한다는 응답도 21%(45명)에 달했다. 응답자 5명 중 3명(59%)은 이미 AI를 핵심 업무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는 응답은 35%(76명)를 차지했다. 업무 활용도가 극히 낮은 ‘단순 참고’(6%, 14명)나 ‘관심 없음’(0.5%, 1명) 등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의 높은 활용도에 비해 기업 차원의 지원은 다소 아쉬운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가 AI 활용을 전사적으로 공식 권장하고, 유료 계정이나 AI 에이전트를 ‘적극 지원’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4%(75명)에 불과했다. 이어 ▲AI 활용을 ‘공식 권장’하나 유료 계정 지원은 부족함 32%(70명) ▲공식 정책은 없으나 부서장 재량으로 ‘단순 허용’ 17%(38명) ▲공식 정책 없이 개인의 영역으로 방치한 ‘무관심’ 10%(22명) 등의 순이었다. 보안 등을 이유로 AI의 업무 활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경우는 6%(14명)였다. 기업 규모와 유형별 지원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은 응답자 28명 중 절반이 넘는 15명(54%)이 ‘유료 계정을 포함해 적극 지원’ 중이라고 답해 가장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식 권장’ 응답도 11명(39%)에 달했다. 반면 ‘단순 허용’ 응답은 한 건도 없었으며, ‘무관심’이나 ‘보안상 금지’ 응답은 각 1명씩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 지원 응답률은 30%대 초중반으로 비슷했다. 바이오벤처와 기타 유관기업이 35%(31명 중 11명), 연매출 5000억원 이상 국내 대형제약사 33%(91명 중 30명), 매출 5000억원 미만 국내 중소제약사 28%(69명 중 19명)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소제약사와 바이오벤처‧기타 유관기업의 경우 ‘무관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소제약사의 20%(14명)와 바이오벤처의 13%(4명)가 회사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과 국내 대형제약사의 무관심 응답이 3~4% 수준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보안 이슈에 대한 대응 방식에서도 확연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회사 차원에서 AI 활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전체 응답 14명 중 11명이 국내 대형제약사 소속이었다. 이는 정보 유출을 경계하는 대기업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국내 대형제약사 일부는 챗GPT나 제미나이 등 공용 AI 툴을 차단하는 대신, 사내 데이터 유출 방지 장치가 마련된 전용 시스템이나 기업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독자 개발하는 추세다. 임직원들이 체감하는 AI의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는 ‘업무시간 단축’이 191명(87%)으로 가장 많았다(복수응답). 또한 ‘아이디어 구상과 창의적 콘텐츠 생산에 도움’(112명), ‘언어‧기술장벽 해소와 직무별 학습을 통한 개인역량 강화’(111명)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객관적 근거 확보를 통한 ‘의사결정 지원’(82명) ▲데이터 수치 검증과 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 확인 등 ‘실무 정확도 향상’(79명) ▲시장 트렌드 분석을 통한 ‘잠재적 수요와 리스크 파악’(24명) ▲챗봇 등을 활용한 ‘실시간 고객 응대’(12명) 등이었다. 전반적으로는 단순반복 작업이나 자료 초안 작성‧요약 등 낮은 난도의 업무에 AI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시장 전망이나 최종 의사결정 등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단순 툴 중심의 AI 활용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는 단순 비서 역할을 넘어 고도화된 '사내 AI 플랫폼'과 스스로 판단하는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실무에 깊숙이 이식하느냐가 기업과 현업 실무자의 생산성 격차를 가르는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026-06-01 12:00:59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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