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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국 화장품, 이번에도 시장만 키워줄 것인가

  • 김지은 기자
  • 2026-07-31 06:00:44
  • 요약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화장품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PDRN, EGF, 엑소좀 등 이른바 고기능성 성분을 앞세운 제품군이 빠르게 늘고 제약사와 유통업체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는 화장품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못지않은 주요 매출 품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개를 겨냥한 화장품 전문 약국들도 들어서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를 두고 10여 년 전 한차례 불었던 약국 화장품 바람과는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SNS와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성분을 미리 검색하고 약국을 찾아 피부 상태와 제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소비자의 변화는 곧 관련 업계를 움직이고 있다. 제약사뿐만 아니라 학계, 약사단체에서도 관련 교육과 연구에 나서는 등 시장을 둘러싼 움직임 역시 과거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명 약국 화장품은 약사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조제와 의약품 판매에 편중된 약국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약사의 상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다는 사실만으로 약국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약사사회는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약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이 대중화된 이후 홈쇼핑과 온라인, 대형 유통채널로 빠르게 확산됐다. 약국이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정작 시장의 주도권은 다른 유통채널로 넘어갔다. 10여년 전에도 약국 화장품 시장은 똑같은 길을 걸었었다. 

현재의 붐도 또 다시 같은 길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제품이 알려지고 소비자 수요가 확대되면 업체들은 약국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드럭스토어와 온라인몰, 라이브커머스 등 더 넓은 판매채널을 찾게 된다. 약국에서 성장한 제품이 어느 순간 약국보다 온라인에서 더 싸고 쉽게 판매되는 상황도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약국이 단순한 판매처에 머문다면 이번에도 시장만 키워준 뒤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현재의 분위기가 일부 관광 상권이나 대형 약국만의 성공 사례로 그쳐서도 안 된다. 화장품을 대량으로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고르게 하는 방식은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약국만의 차별성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국이 가져야 할 경쟁력은 결국 약사의 설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같은 PDR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의약품과 화장품은 사용 목적과 허가 기준이 다르다. 피부 상태와 연령, 사용 중인 의약품에 따라 적합한 제품과 사용법도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가 광고 문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을 구분하고 설명하는 것이 약사의 역할이다.

약국 화장품이 일부 대형 약국의 전유물이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지, 약사의 새로운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을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렸다. 약국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또 하나의 유통채널이 될 수도 있고, 소비자가 성분과 제품을 믿고 상담받을 수 있는 전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시장에서도 약사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과거의 실패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약국 화장품 시장의 성패는 제품의 유행이나 매대의 크기가 아니라 약사가 전문 상담가로서 얼마나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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