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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혁신이 될 수 없는 닥터나우의 도매 운영[데일리팜=강혜경 기자]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을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공회전에 들어갔다.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분리, 상호 견제가 이뤄지도록 한 '의약분업'처럼 닥터나우 방지법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약사간 발생할 수 있는 유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상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담합방지법인 셈이다.그럼에도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닥터나우 지키기가 한창이다.보건의료시민단체인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닥터나우와 정부부처간 긴급 간담회에 앞서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당사자인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환경이 편리해졌으며, 도매겸영 방식을 차용한 '조제확실' 도입 이후 환자들의 약국 뺑뺑이가 눈에 줄었다며 겸영금지에 반대하고 있다.본인들로부터 약을 사입해 재고가 있는 약국을 '조제확실'로 띄워줌으로써 소비자가 약국에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헛걸음하는 일이 산술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하지만 닥터나우로부터 의약품을 사입한 약국을 노출시키고, 환자들을 유도하는 행위 자체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의약품 3만여 품목 가운데 닥터나우가 취급하는 품목 수는 90여개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하나 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닥터나우의 올해 3~10월 전체 의약품 공급액 69억8154만원 중 여드름·탈모 등 비급여 의약품 공급액은 99.5%인 66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이에 대해 닥터나우는 공급가액이 큰 비급여 의약품으로 인한 왜곡일 뿐, 닥터나우가 공급하는 의약품의 80.7%는 급여 의약품에 해당한다며 해명에 나섰다.동시에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 약국 선택은 환자의 권한이라는 점을 언제나 존중해 왔으며 앞으로도 원칙을 흔들림없이 지켜 나가겠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하지만 닥터나우가 시범사업 당시부터 최근까지 보여준 일련의 행태들을 보면 최저가 경쟁과 진료 부추기기는 의약사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정평이 나 있다.이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티드 다이어트 진짜 싸게 잘 산 기준=처방비 1만원, 약값 39만원', '닥터나우 탈모약 진료비+약값 9060원 최저가' 같은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최근에는 '인데놀'을 'MZ세대가 청심환 대신 먹는 면접약'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인데놀=MZ세대 청심환이라는 프레임에 약사들은 기가 찬다는 반응이다.하지만 이는 시발에 불과할 수 있다. 본인들로부터 약을 사입한 약국에 대해 '조제확실 배지'를 부착하고, SNS를 통해 전문약 광고까지 병행하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호기심에, 후기에 혹해 임의로 약을 처방받고 복용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결국 닥터나우가 철회했던 '원하는 약 처방받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플랫폼 사업자의 도매업 겸영은 혁신도, 뺑뺑이 해결 방안도 되지 못한다. 특히 대규모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비춰보더라도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플랫폼의 공룡화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닥터나우의 전신인 '필통'은 의약품 배달 서비스앱을 모토로 만들어졌다. 사업의 핵심 골자인 비대면 진료를 방지하겠다는 것도 아닌, 도매업 겸영을 놓고 이들은 혁신이 막혔다며 피해인 코스프레에 나섰다.하지만 플랫폼이 도매업을 겸영하는 것이 혁신인지, 비진약품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담보하고 싶은 것인지 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닥터나우의 도매겸영이 허용될 경우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 역시 제2의 비진약품을 설립하거나, 특정 도매와 결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보건의료의 기본은 '공공성'이다. 각각의 역할을 구분하고 나누는 이유 역시 이러한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이 블랙홀이 돼 의약사를 끌어들인다면 '빠른 진료', '조제 확실' 같은 종속은 불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진짜 혁신이 무엇인지, 국민들을 위한 결정이 무엇인지 결단이 필요하다.2025-12-16 06:00:47강혜경 기자 -
[데스크시선] 상장사의 침묵, 가장 비싼 리스크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상장사는 시장과 투명성을 교환하는 구조 위에 존재한다. 주식을 활용해 자본을 조달하는 대신 기업 경영과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 모든 세부 계획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투자자의 판단을 좌우하는 ‘중요 정보’에 대해서만큼은 예외가 존재하지 않는다.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 원칙의 적용 강도가 더 높다.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달리, 제약사는 임상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기업 가치와 직결된다. 임상 1상부터 3상까지의 일정·지연 여부·중단 가능성은 단순한 연구 현황이 아니라 상장사의 미래 실적과 재무 구조를 결정짓는 정보다. 그렇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제기관 승인, Clinical Hold, 임상 중단·보류 같은 이벤트가 즉시 공시되며, 기업은 긍정·부정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한다.국내 시장은 아직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임상 착수는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지연이나 방향 변경은 침묵으로 덮어두는 상장사들이 적지 않다. 이 침묵의 비용은 결국 시장이 떠안는다. 임상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정보를 숨기거나 방치하면 투자자는 판단 근거를 잃고, 회사에 대한 신뢰는 서서히 훼손된다.최근 제기된 현대약품 HDNO-1605 미국 임상 2상 관련 불투명성 논란은 이 구조적 문제의 단면이다. 회사는 2020년 FDA 승인 사실을 공개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임상 진행 상황은 외부에 거의 공유하지 않았다.특히 2024년 반기보고서부터는 미국 2상 항목이 삭제되며, 시장에서는 ‘전략 변경인지, 보류인지’에 대한 해석만 난무하고 있다. 이는 임상 결과가 아니라 설명의 부재가 만든 공백이다.더구나 현대약품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홍보 적극 기업이라는 점에서,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한 이례적인 침묵은 더욱 대비된다. 문제의 본질은 임상 지연이 아니라 상황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한국거래소가 2023년 제약·바이오업종을 위한 별도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임상 계획 승인, 중단, 보류, 글로벌 규제기관의 판단 등은 모두 공시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못 박았다. 이는 '임상 정보는 기업 자산이 아니라 시장 자산'이라는 철학에 기반해 있다.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종종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이유로 설명을 유보하려 한다. 그러나 상장사는 확정된 사실뿐 아니라 '변경 가능성'과 '진행 상황'도 시장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이자,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방어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투명성은 리스크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말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신뢰를 얻는다. 시장은 성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정직한 정보를 요구할 뿐이다. 침묵은 전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상장사에게 침묵은 언제나 신뢰의 잠식으로 돌아온다.2025-12-15 06:00:49이석준 기자 -
[기고] "약사회 정관의 감사 공백, 제도적으로 바로 잡아야"서울시약사회는 약 1만 회원 약사 회비로 운영되는 공적 단체로서 모든 회무와 예산 집행은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을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그러나 현행 사단법인 대한약사회 정관에 따르면 감사의 임기는 매년 12월 31일로 종료되며 신임 감사의 활동은 다음 회장 임기 시작일인 3월부터 개시됩니다. 이로 인해 매 3년마다 1~2월 두 달간 감사가 부재한 ‘감사 공백기’가 발생되는 구조입니다.이 기간에도 회무와 예산 집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이를 감독할 감사가 존재하지 않아 구조적으로 회무 감사가 불가능한 상태가 반복돼 왔습니다.서울시약사회 뿐만 아니라 전국 16개 시·도 지부가 동일한 정관 체계로 운영되는 만큼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재발 가능한 제도적 허점입니다.지난 7월 실시된 서울시약사회 상반기 자체감사 중 올해 1~2월 회무는 감사 공백으로 인해 사실상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감사보고서에는 ‘전임 회장 재임 중 명절 선물 구입 인원이 전년 대비 약 140명 증가해 약 1000여만원이 추가 지출됨’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서울시약사대상 수상 인원이 5명에서 7명으로 확대되며 1000여만원의 지출 증가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자료는 감사 보고서에 근거한 사실이며 이번 사례는 특정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닌 정관상 감사 공백이 만든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입니다.또한 회비가 4월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지부로 입금되는 구조로 인해 3월에 취임한 회장은 초기 회무 집행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확인됐습니다.대의원 일부만 감사자료를 열람할 수 있어 대부분의 회원 약사들은 이런 사실 관계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나타났습니다.이번 사례는 특정 개인이나 회장단에 대한 비판이 아닌 대한약사회 정관 체계 자체에 내재한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3년에 한번씩 반복되는 감사 공백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저하시킬 수 있고 회원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제도적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둘 경우, 동일한 논란이 주기적으로 재발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따라서 정관 개정을 통한 감사 공백의 해소가 필요합니다. 회장 임기와 감사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 회계연도 종료 직후 감사가 즉시 개시되도록 임기 연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감사 공백기를 없애기 위한 기타 보완 규정 마련 등 감사가 끊기지 않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예산 집행 내역의 투명 공개도 필수입니다. 회원 전원이 온라인에서 예산 집행 현황을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됩니다. 특정 인원만 접근 가능한 정보 구조는 개선돼야 합니다.예산 전용 방지 장치 강화도 고려돼야 합니다. 예산 항목 변경 시 사전 승인 절차, 회원 공지, 분기별 점검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비목별 지출 기준 명확화도 필수입니다. 명절선물·시상 등 지출 항목별 한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 예산 운용의 예측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이번 글은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약사회 전체의 제도적 신뢰 회복과 미래를 위한 공익적 제안입니다.서울시약사회는 1만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공공적 조직이며 회비는 모든 회원의 신뢰로 모인 소중한 공적 자원입니다.이번 사안은 서울시약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16개 시·도 지부가 동일하게 겪을 수 있는 정관 체계의 구조적 문제임이 확인된 사례입니다.스스로 제도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강화할 때 회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 있는 약사회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변화를 만드는 힘입니다. 정관 개정 논의에 함께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윤종일 회장 주요 이력▲조선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국 청년약사회장 ▲서울시의회 의원 ▲동대문구약사회장 ▲동대문 문화원장 ▲서울 24개 분회장 협의회장2025-12-12 12:07:53데일리팜 -
[기자의 눈] 약가제도 개편, 속도 조절을[데일리팜=정흥준 기자]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 정말 제약바이오산업의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에 맞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제약사들이 R&D 투자를 늘리고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면,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1월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하고 반년 뒤인 7월부터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산업계의 체질 개선보다 체력 고갈이 우려될 정도의 속도전이다. 복지부는 약제비 절감을 목적으로 설계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고 거듭 설명하고 있다. 혁신을 독려해 신약 강국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시도로 봐달라는 의미다.내년 2월 건정심 의결 뒤 업체들이 허겁지겁 구체화할 미래 계획이 과연 산업계에 혁신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설령 R&D 투자 비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약가를 최대로 받기 위한 납땜식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또 단기 속성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욕심이 자칫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제약사들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정부는 약가제도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제는 산업계가 관성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향후 5년, 10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산업계가 개혁 방안을 완성하기엔 지나치게 짧다.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제도 시행의 로드맵에만 매몰되면 기대했던 목표보다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혁신과 안정적 공급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보다 잘 설계된 실행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단순한 R&D 비율로 약가 우대를 했을 때의 부작용, 실거래가 조사 등 사후관리 제도 변화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그 외에도 연 2회로 사후관리제도를 줄였을 때 소급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희귀질환치료제는 어떻게 100일 이내 등재를 추진할 것인지 등 구체화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자칫 목표하는 생태계는 제대로 조성하지 못하고, 기존의 생태계만 무너트리는 실수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한 번 무너진 생태계는 회복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옳은 방향을 설정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는 정부의 뚝심이 필요하다. 다만, 산업 전반과 미래 먹거리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인 만큼, 적절한 유예기간을 가지면서 정부는 정책의 미비점을 산업은 점검과 계획 수립을 가질 필요가 있다.2025-12-12 06:00:52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플랫폼 의약품 도매업이 스타트업 혁신 기술인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닥터나우 도매상 겸영 금지법이 국회 입법 구조와 절차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플랫폼 리베이트 금지 약사법 개정안'이 플랫폼·벤처 업계 로비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기약없이 계류중이다.22대 국회 여야 의원들의 스타트업 지원·연구모임 '유니콘팜' 소속 의원 다수가 플랫폼 도매상 겸영 금지 약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미상정에 힘을 실으며 입법 무산에 동참중인 결과다. 경제지 등 일부 언론에서는 여야 소장파 의원인 민주당 김한규, 이소영, 국민의힘 김소희, 최보윤 의원 등이 해당 약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중이다.실제 이소영 의원은 자신의 SNS에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상 비진약품을 설립·운영해 비대면진료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특정 스타트업의 사업모델"로 규정했다.이 의원은 닥터나우 금지법을 들어 "정치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새로운 것을 대하는 방식이 금지나 규제여선 안 된다"며 "약사회의 적이 된 닥터나우까지, 모든 새로운 것은 기존 질서에 끼워 맞춰지기 어렵다. 질서를 깨뜨리며 파열과 재조합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 우리는 그걸 혁신이라 부른다"고 했다.그러면서 "이제는 국회가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업을 통해 약국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만으로 현재 합법인 사업 모델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썼다. 마치 오래전부터 플랫폼이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의 경영 서비스이자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술혁신을 정치권이 막는 입법이란 얘기로 들린다.이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아무런 규제없이 허겁지겁 허용돼 이어졌던 비대면진료와 중개 플랫폼 사업,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겸영이 과연 '명백한 합법'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두 번째로는 과연 플랫폼 도매상 겸영이 가져올 부작용이 우려에 그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플랫폼이 의약품을 직·간접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됐을 때 발생 할 수 있는 리베이트 가능성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당장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공포와 패닉에 빠졌고, 밀집 금지 원칙에 기반해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덩달아 몸집을 키웠다.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2월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진료가 사실상 제대로 된 의료법적, 약사법적 근거 없이 현재까지 6년 째 시행중으로, 입법부과 행정부, 보건의약계, 환자단체, 플랫폼 업계 협의로 최근 비대면진료 근거를 법제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되며 내년 12월 정식 제도화를 앞뒀다.근거없이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를 제대로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의 도매상 겸영을 통한 의약품 도매가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입시키거나, 나아가서는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를 야기할 위험을 키운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국정감사 때 논란됐던 닥터나우 비진약품 운영 사례가 그것이다.그런데도 소장파로 분류되는 젊은 의원들이 불법 리베이트 가능성을 애초 삭제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벤처 발목잡기 법', '제2의 타다 금지법'이란 프레임을 앞세우며 반대하고 있다.이 시점에서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약사법 개정안이 무산돼 플랫폼이 비대면진료를 악용하거나 특정 제약사가 플랫폼과 비대면진료를 악용해 불법 리베이트를 시도하려 했을 때 이를 막을 대책은 있나.약사법을 무산시키더라도 플랫폼이 불법 리베이트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고 투명한 경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또렷이 답할 수 있나.과연 특정 제약사나 대기업, 대자본이 물 밑에서 닥터나우 등 중개 플랫폼에 접근해 자사에 이익이 되는 의약품 처방·유통을 대가로 부당거래를 제안하고 검은 돈, 불법 리베이트 자금을 지급했을 때 이를 투명하고 확실하게 규제하고 적발해 낼 자신은 있나.이런 질문에 명확히 답할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아무 후속 조치 없이 약사법 본회의 통과만을 반대할 게 아니라, 비대면진료 플랫폼 리베이트 가능성을 삭제할 수 있는 다른 방식과 구조의 후속 입법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당장 법사위를 통과한 약사법을 이제와 뒤늦게 멈추라고 외치는 것은 무리하고 불합리한 주장이자 국회 입법 체계와 신뢰성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행위다.국회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과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를 이유로 닥터나우 리베이트 금지법 국회 통과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섰다면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복용 권한과 생명·건강권 보호를 위한 플랫폼 리베이트 금지법 마련에도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아울러 닥터나우 리베이트 금지법은 약사와 플랫폼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은 반복적으로 마치 약사가 가해자이고 플랫폼은 피해자인냥, 약사가 혁신 벤처 기술의 발전을 막는 기득권인냥 표현하며 갈라치기 중이다.이번 사안은 약사와 닥터나우, 약사와 플랫폼 간 이익 다툼이 아니다. 왜 그런 프레임을 씌워 국민을 호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플랫폼이 도매상을 겸영해 직·간접적으로 의약품을 유통할 수 있게 허용하는 사업 모델을 과연 혁신 기술로 바라봐야 할지 여부도 의문이다.정치인들은 안전한 비대면진료 환경 구축과 불법 리베이트 가능성 삭제가 목표인 약사법 개정안을 특정 직능인 약사가 스타트업 벤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짓밟으려는 것인냥 왜곡해서 몰아 붙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이런 불합리하고 어처구니 없는 프레임에 힘을 싣는데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여중인데다 무려 소장파로 분류되는 젊은 국회의원들이 주축이자 선봉에 서 있다는 점에서 기자는 무기력함과 부끄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국회와 정부, 의사, 국내외 제약사는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목표로 의약품 리베이트를 지급한 제약사는 물론, 받은 의사도 동시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법제화에 수 십년 째 힘써왔고, 입법에 성공해 제도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법 리베이트 적발 뉴스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매년 적발되는 실정이다.만약 플랫폼의 도매상 금지 약사법이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함께 시행되지 않고 지연되거나 무산된다면, 의료기관 처방을 좌우하는 불법 리베이트 자금이 대자본, 제약사에서 의사로 전달되는 유통 창구를 한층 복잡 다단하고 은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되더라도 꼬리 자르기 등 불법을 축소하거나 리베이트를 엄폐할 가능성도 지금보다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이 과정에서 건강한 국내 보건의료 전달체계와 약국 생태계, 공정한 제약바이오산업 경쟁 구조가 무참히 유린당할 확률도 덩달아 크게 오른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자는 계획으로 당장 약사법 개정안을 계류시키기엔 국민 건강권·생명권과 보건의약 생태계, 제약산업 공정 경쟁의 가치는 너무나도 값지다. 플랫폼 리베이트 우려가 현실이 됐을 땐 이미 값진 가치들이 죄다 망가져버린 뒤일지도 모른다. 국회는 입법을 통한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국민의 안전하고 공정한 의약품 복용권 수호를 위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 깊이 들여다 보고 플랫폼 리베이트 금지 약사법 개정안의 참 뜻을 세우는데 동참해야 할 때다.2025-12-11 06:00:50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약가 개편안의 빈칸…‘보통약’은 누가 책임지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내놓은 약가제도 개편안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혁신 신약은 우대하고 제네릭은 정비하며, 동시에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낮춘다는 방향이 명확하다.그러나 개편안을 살펴보면,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하나가 비어있다. 의료현장과 환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급’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개편안 중간쯤에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 항목이 존재하긴 하지만, 정책적 무게는 한참 덜어낸 것처럼 보인다.최근 몇 년간 의료 현장은 반복된 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몸살을 앓았다. 항생제 품절은 소아과 진료를 마비시켰고, 해열진통제 부족은 약국마다 배급을 떠올리게 했다. 조영제·국소마취제·기본 수액제처럼 진료에 빠질 수 없는 약들이 반복적으로 끊기면서 의료기관은 대체제 확보에 매번 진땀을 흘렸다. 특정 필수의약품을 넘어 일상 진료에 쓰이는 ‘보통의 약’ 전반으로 공급 불안이 확산했다. 국내 의약품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물론 이번 개편안에도 공급 안정 대책이 포함됐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을 10% 상향하고, 저가약 원가보전 기준을 연간 청구액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했다. 최대 7%의 정책가산을 새로 두고, 제조경비·노무비 산정 방식도 현실에 맞게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필수의약품은 가산 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가산 대상을 확대한다. 수입 품목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리쇼어링 가산’도 검토한다. 여기에 민관합동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처방·조제 단계에서 자동으로 대체 가능 품목을 안내하는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그러나 제약업계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번 개편안 역시 제약사들이 저가 필수의약품을 생산해야 할 만한 ‘확실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료비와 고정비는 해마다 오르는데, 약가는 수년째 제자리인 품목이 수두룩하다. 일부 품목에 국한된 제한적 약가 우대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급량 이행을 독려하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독려만으로는 생산라인이 유지되지 않는다.이런 이유로 개편안은 ‘혁신을 위해 기본을 희생하는 구조’처럼 읽힌다. 국민이 매일 복용하는 약, 응급실에서 쓰는 약, 병동에서 필요한 약은 단순한 의약품이 아니라 ‘의료 인프라’ 그 자체다. 혁신 신약이 아무리 늘어도, 의료체계의 뿌리를 구성하는 ‘보통 약’의 공급이 불안정하다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지금 필요한 방향은 명확하다.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약가제도 개편의 ‘부속 조항’이 아니라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제약사들이 앞 다퉈 필수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원가를 보전해주는 수준의 미세 조정을 넘어,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도 함께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에게 당장 필요한 약을 끊기지 않도록 공급망을 지키는 일은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 제약업계와 의료현장이, 그리고 환자들이 기대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는 정책이다. 이번 개편안이 놓친 지점은 바로 그 부분이다.2025-12-10 06:00:52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제네릭 약가인하…중소제약사 생존 갈림길[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제네릭 약가 인하가 또다시 중소 제약사의 숨통을 죄고 있다. 약가 인하가 실현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들에게 향한다. 매출의 70% 이상이 제네릭에서 발생하는 중소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가가 10% 이상 축소될 경우 존폐 기로에 서게 되는 구조로 체질이 변질될 수 있다.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약가 정책은 연이어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약가인하가 시작된 것은 1999년부터다. 당시 정부는 의약품 보험급여 제도를 개편하면서 의료보험 등재 의약품 가격을 평균 30.7% 낮다. 이후 2006년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복제약 약가는 기존 오리지널 가격의 80%에서 68%로 떨어졌다.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는 고가 약제 사용이 확산되고 제네릭 출시가 더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에 정부는 2012년 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대수술에 들어갔다. 제네릭 등재 순번이 증가할수록 최초 제네릭 대비 약가를 단계적으로 하향 적용하는 '계단형 약가체계'를 없애고,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의 상한가격을 53.55%로 통일하는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했다.그리고 최근 복지부 발표한 개편안에는 혁신 신약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재정을 제네릭 가격 인하로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의 제네릭 가격 결정 기준인 53.55%를 40%대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 실행하는 것을 목표 중이다.제네릭 산업의 한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그 충격을 가장 먼저, 크게 맞는 곳은 R&D나 글로벌 사업 기반이 약한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다. 다수의 기업이 동일 성분·동일 제형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세분화했고, 결국 원가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약가 인하까지 겹치며 수익성은 바닥까지 떨어졌다.위탁개발생산기업 (CDMO)과 비급여 의약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제외한 국내 제약기업 100곳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한 것으로 드러났다.약가제도 개편의 문제는 단순히 정부의 보험 재정 절감에 매몰됐다는 점이다. 반면 약가 인하에 따른 산업적 지원 전략은 두루뭉실하고 모호하다. 정부는 제약바이오를 미래 산업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그 산업을 떠받치는 기업들의 현실엔 무관심하다. 현실의 약가 규제는 체급이 작은 중소 제약사부터 시장에서 탈락되는 가격 압박에 그친다. 약가 인하로 예상되는 가장 큰 부작용은 기업들의 R&D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이다. 당장 운영비 고갈과 재무적 위기감이 심화된 기업은 R&D는 사치로 여기게 될 것이고, 전문 인력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시장의 현실과 정책의 목표가 어긋난 채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제약사들도 정부의 제도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와 수익 전략을 개편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제네릭 기반 매출을 유지하되, 수익률이 낮은 품목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당장 R&D 부담이 크다면, AI·플랫폼·외부 R&D 협업을 통한 비용 분산형 연구개발 접근도 필요하다.약가 인하가 건보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고, 혁신 신약에 더 많은 예산이 배분돼야 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약가 후려치기 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재정 효율화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면 결국 제약사들의 수익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 정부의 제약 비전은 허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2025-12-09 06:00:47최다은 기자 -
[데스크 시선] 플랫폼이 왜 의약품 도매업을 하려고 하나[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닥터나우 조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진약품 의약품으로 대체조제 부탁드려요. 지속되지 않을 경우 나우약국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이는 닥터나우가 자신의 도매업체인 비진약품 이용할 것과 이용하지 않을 시 '나우약국'이라는 약국에 주는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의미의 문자 메시지다.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을 직영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노출된 것이다. 닥터나우 등 일부 플랫폼 업체에서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해 해당 업체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을 플랫폼 이용자에게 우선 노출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 의약품을 재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이를 규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상임위, 법사위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 의결 목전에서 '본회의 불부의' 처리되는 황당한 일이 빚어졌다.복지위 여야 합의 법안인 데다 법사위 의결도 마쳤는데 본회의에 상정이 되지 않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비진약품을 운영 중인 닥터나우의 거센 반발이 원인인데, 닥터나우는 약사법 개정안을 ‘제2의 타다금지법’으로 규정하고, 기업의 혁신성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을 펼치며 본회의 상정 저지에 필사적이었다. 본회의 상정이 지연된 데에는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의 반대 의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왜 제의 타다금지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영업은 제휴약국에 환자를 유인해 주는 대신 약국을 플랫폼에 종속시키는 방식이다. 플랫폼은 약국에게 '우리 도매상에서 약을 사지 않으면 환자를 보내주지 않겠다'라는 것인데, 만약 법안이 무산되면 10개 플랫폼은 10개의 도매상을 운영할 게 뻔하다.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많은 환자가 자신이 처방받은 의약품을 보유한 약국을 찾지 못해 여러 약국을 전전하는 약국 뺑뺑이를 경험한다. 어디에서도 약국이 어떤 의약품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정보 불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가 처방 받은 의약품을 신속하게 조제 받을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도매업을 통해 약국의 재고 정보를 확보·개방해 온 것"이라고 항변한다.그러나 닥터나우는 직영 도매상에서 의약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현장의 영업 방식에 먼저 답해야 한다. 환자들의 약국 뺑뺑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닥터나우가 우려하는 약국 뺑뺑이는 내년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시행되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플랫폼이 직접 도매상을 운영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은 억지다. 국회도 의약품 유통과 조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가 대세라고 하지만 의원, 환자, 약국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면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2025-12-08 06:00:51강신국 기자 -
[칼럼] 바이오특허 '문언 중심' 해석 강화…출원전략 점검 필요최근 제약·바이오 분야 특허분쟁에서는 청구범위 문언 자체가 보호범위와 특허 유효성을 좌우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선고된 두 건의 판결은 법원이 특허 청구범위 해석과 명세서 기재요건을 이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듀카브 사건 = 청구범위 문언 그대로 본 대법원(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후11487)피마살탄·암로디핀 복합제 ‘듀카브’ 특허에서 특허권자(보령)는 청구항 중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염 5mg'을 '암로디핀으로 5mg'이라는 취지로 명확히 하고자 정정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특허법원은 명세서의 실험 결과 및 의약품 허가 상황 등을 고려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암로디핀 5mg을 포함하는 베실레이트염'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정정을 허용했다. 분명하지 않게 기재된 사항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적법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정정 전 문언이 이미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염 5mg'을 명확히 의미하고 있으므로, 이는 '불명확한 사항의 명확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정정 전후 유효성분 함량이 달라 발명의 효과 자체가 변경될 여지가 있다며, 특허법상 금지되는 '실질적 변경' 가능성도 지적했다.이 판결은 듀카브 관련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사건에도 동일한 취지로 적용됐고, 현재 특허법원에서 후속 심리가 진행 중이다. 제네릭 업체의 우세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일리아 사건 = 기재불비 엄격 판단(특허법원 2025. 10. 30. 선고 2024허15257)두 번째 사건은 ‘아일리아’ 제형 특허의 기재불비 여부가 쟁점이었다. 청구범위는 'SEQ ID NO:4의 VEGF 길항제'를 핵심 구성으로 삼고 있지만, 명세서에는 실제 아일리아 제품인 '애플리버셉트'의 실험 결과만 기재돼 있다. 문제는 SEQ ID NO:4에는 시그널 펩타이드 등 애플리버셉트 최종 생성물에 존재하지 않는 아미노산이 포함된다는 점이다.특허권자는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의 VEGF 길항제를 최종 성숙 단백질로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문언 그대로 'SEQ ID NO:4 전체 서열을 포함하는 단백질'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명세서에는 이러한 전체 서열 단백질을 실제로 생산·실시할 수 있는 구체적 정보가 없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실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기재불비 무효사유를 인정한 것이다.이 사건은 일부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매 재개 여부와 직결돼 업계 주목도가 높다. 해외에서도 아일리아 관련 특허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엄격해진 법원 기준…출원 초기부터 '문언 중심 사고' 필요제약·바이오 분야는 기술 복잡성이 높아 명세서의 실시예나 관련 기술 상황을 감안해 청구범위를 해석하는 실무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판결은 법원이 청구범위 문언 자체에 더 큰 무게를 두고, 명세서 기재요건도 엄격히 적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이는 특허 출원 초기 단계부터 청구범위의 문언 선택·기재 구조·실시 가능성 입증 등을 보다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특허 문언의 작은 차이가 분쟁 결과를 뒤바꾸는 상황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2025-12-05 12:05:54데일리팜 -
[기자의 눈] K-바이오, 기술만큼 강한 IR이 필요하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은 본질적으로 '기술 싸움'이다. 그러나 투자 시장은 현재 기술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낼 미래의 기대 가치를 사고파는 곳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이해하기 쉽고 매력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기 어렵다.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기술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미래를 설계해 보여주는지가 중요한 이유다.국내 기업 중 기술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시장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국내 기업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공시 외 자발적인 투자자 소통(IR)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짙다. 매 분기 IR 자료를 업데이트하는 곳도 많지 않을뿐더러 자료를 배포하더라도 이전 분기 자료를 단순히 복사·붙여넣기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빅파마나 성공적인 해외 바이오텍이 실적 발표 시즌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연구개발(R&D) 마일스톤이나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등을 정기적이고 자발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기술이전 같은 중대한 이벤트가 나와도 기업이 충분한 해석과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다수 국내 기업이 수천억원대 규모 계약을 체결하고도 발표 내용은 '총 계약 규모·선급금·마일스톤' 같은 숫자 중심 정보에만 머무른다. 해당 계약이 어떤 기술적 의미를 갖는지, 글로벌 파트너 전략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왜 수많은 후보 중 해당 기업을 파트너로 선택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시 몇 줄과 짧은 보도자료를 빼면 투자자가 그 계약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서사가 비어있는 셈이다.이러한 소통 부족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자금 조달 능력 그리고 산업 전체의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혁신 기술에 대한 명확하고 매력적인 미래 비전 제시가 부족하면 투자자는 단편적 숫자나 표면적 이벤트만으로 기업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술의 진짜 가치가 밸류에이션에 반영되지 못하고 기업이 가진 잠재력과 무관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구조적 저평가를 초래한다.소극적인 소통 태도는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기관 투자자나 해외 투자자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기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제한적인 정보 제공은 곧 투자 위험 신호로 작용, 우량 자금의 유입을 막는다. 장기간 임상 개발과 높은 R&D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기업이 투자를 제때 유치하지 못하는 것은 사형선고와 같다.더 큰 문제는 폐쇄적인 태도가 산업 전반의 신뢰도까지 훼손한다는 점이다. 한두 기업의 소통 부실은 '한국 바이오=정보 투명성이 낮다'는 부정적 인식을 만들고 이는 해외 투자자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의 접근 자체를 위축시킨다. 결국 개별 기업의 소극적 IR이 해당 기업을 넘어 국내 바이오 생태계 전체의 성장 잠재력까지 제약하는 집단적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이다.물론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 과거 일부 기업이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 등을 과장해 발표했다가 금융 당국의 제재와 대중의 비판, 나아가 법적 문제로 이어진 사례가 빈번했다. 엄격한 규제 당국의 시선과 사회적 감시 아래서 기업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택해왔다. 긍정적인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기보다 사실에 기반한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하는 게 과장 논란 회피와 법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나을 수도 있다.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수준의 전략적 IR 조직이나 전문가를 갖추기 쉽지 않은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초기 바이오텍은 높은 인건비와 전문 인력 확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R&D만으로도 빠듯한 예산 구조 속 IR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린다. 여기에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 경험 부족, 언어·문화적 장벽까지 겹쳐 글로벌 수준의 소통 역량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그럼에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하고 규제가 엄격하다는 이유로 소극적 소통에 머무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글로벌 자본은 기술의 우열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명료하게 설명하고 미래 비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움직인다. 뛰어난 연구 성과도 시장이 이해하지 못하면 자본은 흘러들지 않고 자본이 흐르지 않으면 임상 개발과 사업화는 멈춘다. IR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다행인 점은 최근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중심 조용한 경영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전문 IR 인력을 확보하는 바이오텍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루닛, 오름테라퓨틱 등이 정기적인 자료 업데이트, 상세한 기술 해설 등으로 IR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처럼 소통을 기업 전략의 중심에 두는 사례가 지속해서 늘고 이를 통해 K-바이오 전체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길 기대해 본다.2025-12-05 06:00:47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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