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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AI도 학습이 어려운 변화무쌍 규제

  • 천승현 기자
  • 2026-06-10 06:00:42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바이오업계 모든 실무 현장에 인공지능(AI)이 깊숙이 침투했다. 데일리팜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제약업계 임직원 219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약업계 임직원 5명 중 4명 이상은 주 3~4회 이상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사용하는 비중도 59%에 달했다. 문서 작성과 검토, 학술 정보 요약,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필수 업무 도우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인허가 담당 실무자들이 상대적으로 AI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AI가 업무 효율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에 마케팅‧학술이 44%로 가장 높았다. 연구개발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란 응답자도 28%에 달했다. 반면 인허가와 급여등재 업무에 AI 업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12명으로 5%에 그쳤다. 허가와 급여등재 업무 종사자 18명 중 AI를 매일 사용한다는 사람은 44%로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다.  

현장 실무자들은 "t수시로 바뀌는 규정 탓에 AI를 믿고 업무를 맡길 수 없다"라고 하소연한다.  

제네릭 약가제도가 대표적인 수시 변경 규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제네릭 제품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시행됐다.  

그런데 오는 8월 또 다시 약가제도 변경이 예고됐다. 복지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가 16.0% 깎인다.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 사용 등 최고가 요건을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면 약가인하 폭은 더욱 커진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계단식 약가제도 적용 제네릭도 동일제제 21번째에서 14번째로 단축된다.  

계단식 약가제도는 이미 폐지됐다가 다시 도입된 전력이 있다. 복지부는 2012년 약가제도 개편 당시 이를 폐지했었다. 이후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합리적인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제약사들은 특허 만료가 오래된 시장에도 제네릭을 적극적으로 발매할 수 있었다. 제네릭 난립 문제가 고착화되자 정부는 8년 만에 계단식 약가제도를 부활시켰고, 더욱 강력한 약가 억제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는 8월 예고된 약가제도에서 양도·양수 의약품의 약가 승계를 차단하는 규정이 담겼다. 상속이나 합병을 제외하고 의약품의 판권이 다른 기업으로 이전하면 원칙적으로 동일 제품 최저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0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양도·양수 의약품도 계단식 약가제도의 적용으로 동일 제품 중 최저가로 등재됐다. 의약품 허가권이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양도·양수의 경우 급여 삭제와 재등재 절차를 거친다. 기존에 등재됐던 제품이라도 삭제 이후 신규 등재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이 불가피했다. 

업계가 이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자 복지부는 일부 제도를 개선했다. 제조업자 지위 승계, 수입·제조허가 전환, 동일 제품 재허가 등 특정 사례에는 삭제된 제품의 최종 상한금액과 동일가를 산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높은 약가의 제네릭을 사고파는 행위가 빈번해졌고, 이번 개편안은 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네릭 허가 규정도 오락가락 행보가 반복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시행했다. 불필요한 규제라는 업계의 성토와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아들여 2011년 11월 전면 철폐했다. 

하지만 2021년 7월부터는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의약품 공동 개발 제한이 다시 시행됐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높였다.   

최근에는 위수탁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제네릭 위탁 생산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판매 중인 제네릭 개수를 줄이려는 시도다.  

과거에는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위수탁을 적극 장려했다. 하지만 제네릭 난립 억제를 명분으로 위수탁을 점차적으로 억제하는 양상이다. 이 경우 제네릭 개수를 줄일 수 있어도 정부 규제에 따라 위수탁 사업을 펼치던 기업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빈번한 규제 변경은 개선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자백이나 다름없다다. 규제의 근간이 흔들리면 산업의 미래도 흔들린다. 정부는 수시로 바뀌는 규제가 과연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한 수준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복잡하고 난해한 규제는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일 뿐 결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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