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서울시약사회 역사 정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데일리팜
- 2026-06-08 06: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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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덕숙 한국보건약학협회장(마포구약사회 총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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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미국의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전 세계를 흔들었다.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니시리즈 ‘뿌리(Roots)’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된 한 청년 쿤타 킨테(Kunta Kinte)와 그 후손들이 노예로 살아온 수백 년의 역사를 담담하고도 처절하게 그려냈다.
방영 당시 미국 전체 시청률 44.9%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단순한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을 넘어 '인간은 왜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전 인류에게 던졌다.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정체성이 흐려지는 시대일수록, 뿌리에 대한 물음은 더욱 절실해진다. 개인도, 가문도, 국가도, 그리고 직능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뿌리란 무엇인가—나무는 뿌리로 서 있다
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살아있는 기반이다. 지상에서 아무리 높이 자란 나무라 할지라도, 뿌리가 흔들리면 그 모든 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에서 뿌리란 곧 정체성(Identity)이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인가, 내 삶의 근본은 어디에까지 닿아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곧 한 인간의 뿌리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를 인간 발달의 핵심 과제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뿌리를 잃은 인간은 방향을 잃고, 방향을 잃은 인간은 결국 무너진다.
이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가 그러하고, 한 민족의 문화가 그러하며, 한 단체의 창립 정신이 그러하다. 자신의 역사적 뿌리를 명확히 알고 있는 단체는 외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뿌리가 불분명한 단체는 작은 갈등에도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기 쉽다.
뿌리를 찾는 시대—약업계의 각성
반가운 일이 있다. 대한민국 약업계가 저마다의 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5년 이미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하였고 2026년,올해 대한약학회는 창립 80년사 발간과 학술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대한약사회는 2028년 창립 10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이정표를 앞두고 있다. 100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數)가 아니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의 혼란 속에서도,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도 약사 직능을 지켜온 선배들의 땀과 헌신이 응축된 시간이다. 이 100년의 역사를 바르게 세우는 것이야말로 미래 100년을 향한 진정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이처럼 뿌리를 찾고 기념하는일은 약업계의 존재 이유와 방향을 재확인하는 공동의 의식(儀式)이며,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정신적 토대이다.
그런데 이 뜻깊은 뿌리 찾기의 물결 한가운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다. 바로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총회, 즉 그 역사적 기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어떤 이는 특정 시점을 창립의 기원으로 주장하고, 다른 이는 또 다른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그 사이에서 '역사적 진실'은 안개 속에 가려진 채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날짜 논쟁이 아니다. 서울특별시약사회라는 단체의 정체성과 정통성 그 자체에 관한 문제이다.
뿌리를 모르면 길을 잃는다—역사 정립의 당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들이 나라를 빼앗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이름 없는 자들의 역사'를 기록하려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1946년 그날의 창립 선언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그 뿌리를 외면하는 것은 선배들의 고귀한 결단을 부정하는 일일것이다.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 역사도 명확히 정립될 때, 비로소 그 구성원들은 진정한 자긍심 위에 서게 된다. 숫자 하나, 날짜 하나가 만들어 내는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서울 시민들 곁에서 묵묵히 건강을 지켜온 서울 약사들의 역사에 정당한 이름을 돌려주는 일이다.
대한약학회의 80년, 대한약사회의 100년이 증명하듯, 위대한 역사는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그것을 발굴하고,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역사는 살아 숨 쉰다.
서울특별시약사회도 이제 엄정한 사료(史料) 조사와 공정한 학술 고증을 통해 창립의 뿌리를 명확히 밝히고, 그 실체적 진실을 회원과 사회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선배들의 땀에 보답하는 길이며, 미래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길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역사 없는 단체는 미래도 없다. 이제, 뿌리를 바로 세울 때다.
-필자 이력
중앙대학교 약학박사
이화여대 MBA 경영학석사
전)대한약사회 부회장
전)약학정보원장
전)마포구약사회 회장
현 마약퇴치운동본부 부이사장
현 마포구약사회 의장
현 한국보건약학협회장
현 한국약사학술경영연구소장
현 케어솔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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