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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문구 같아도 근거는 다르다? 관절건강 원료의 과학관절 불편감은 약국의 다빈도 상담 주제다. 고객이 호소하는 '무릎이 아프다'는 표현에는가만히 있을 때 느끼는 통증, 오래 걷거나 계단을 이용한 뒤 나타나는 통증, 아침의 뻣뻣함, 부종, 관절 가동범위 감소, 일상생활의 제한처럼 서로 다른 문제가 섞여 있다. 같은 관절 통증이라도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과 제한되는 기능에 따라 인체적용시험의 근거를 연결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관절 건강 기능성 원료의 인정 문구도 모두 같지는 않다.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 내용에는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 함께 존재한다. 보스웰리아 추출물만 보더라도 차이가 분명하다. 2014년 인정된 보스웰리아 추출물 제2014-23호와 2022년 인정된 보스웰리아 추출물(SERRATRIN) 제2022-17호는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인정됐다. 반면 2024년의 제2024-15호와 제2024-32호, 2025년의 FJH-BS 제2025-14호는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인정됐다. 같은 보스웰리아 유래 원료라도 인정번호에 따라 기능성 내용과 일일섭취량이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원료별 공개 정보에서는 최종 기능성 내용과 일일섭취량을 확인할 수 있지만, 각 원료에 특정 기능성 내용이 부여된 구체적인 심사 사유는 공개하지 않는다. 또한 공개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평가 가이드 (뼈 건강, 관절 건강 관련)'에는 관절과 연골 두 기능성 문구를 구분하는 명시적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원료명만으로 기능성을 추정하지 말고, 제품에 사용된 원료의 정확한 인정번호와 기능성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관절 건강의 대표적 기능성 원료인 MSM(고시형 원료), 보스웰리아추출물 (제2014-23호), 타마린드강황주정추출복합물 (제2024-12호)는 모두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 내용을 가진 원료다. 그러나 인체적용시험의 대상자, 섭취량, 평가 지표는 서로 다르다. 같은 기능성 문구만으로 근거까지 같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약사가 관절 건강 기능성 원료를 이해하려면 인체적용시험에서 사용한 평가 도구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시험군에서 섭취 전보다 점수가 좋아졌다는 사실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관절 통증은 활동량, 휴식, 증상의 자연적 변화, 연구 참여에 따른 기대 등으로 위약군에서도 개선될 수 있다. 시험군의 변화가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컸는지, 1차 평가지표에서 차이가 나타났는지, 통증·뻣뻣함·신체기능 가운데 어느 영역이 개선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관절 건강 인체적용시험의 평가지표] 1. VAS (시각통증척도, Visual Analog Scale) VAS는 대상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평가하는 도구다. VAS는 직선 위에 통증의 정도를 표시하며 점수가 낮아질수록 통증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한다. 2. WOMAC (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Osteoarthritis Index) WOMAC은 무릎 또는 고관절 골관절염 연구에서 널리 사용하는 환자보고 결과다. 통증, 뻣뻣함, 신체기능의 세 영역을 평가한다. 신체기능에는 걷기, 계단 이용, 앉았다 일어나기, 장보기와 집안일처럼 실제 생활에서 경험하는 제한이 포함된다. WOMAC 총점이 개선됐다는 결과만으로는 원료의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다. 통증은 감소했지만 뻣뻣함에서는 차이가 없을 수 있고, 통증보다 신체기능 영역에서 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총점과 함께 세부 영역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3. LI (Lequesne Algofunctional Index) LI는 무릎과 고관절 골관절염의 증상과 기능 제한을 평가하는 도구다. 통증과 불편감, 최대 보행거리, 계단 이용, 쪼그려 앉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의 일상생활 기능을 평가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과 기능 제한이 심한 것으로 해석한다. 4. 객관적 수행지표와 바이오마커 6분 보행검사는 정해진 시간 동안 걸은 거리와 보행속도를 평가한다. 계단 오르기 검사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며, 무릎 굽힘 각도는 관절 가동범위를 보여준다. 설문을 통해 보고한 불편감이 실제 보행과 일상 동작의 변화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염증 지표인 hs-CRP와 대사 관련 바이오 마커인 uCTX-II를 평가한다. uCTX-II는 제2형 콜라겐 분해와 관련된 지표다. 이 수치의 변화는 연골 대사 변화를 해석하는 참고자료가 되지만,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거나 연골 두께가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 이제 관절 건강과 관련된 기능성 원료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1. MSM 1)기능성 내용: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일일섭취량: MSM으로서 1,500 ~ 2,000 mg/일 3)인체적용시험 결과 MSM 제품 자료에서 자주 인용되는 대표적인 인체적용시험은 국내 일일섭취량보다 높은 섭취량을 사용하고 있다 무릎 골관절염 통증이 있는 40 ~ 76세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연구(2006년, Kim 등)에서 시험군은 MSM 3,000 mg을 하루 두 번, 총 6,000 mg/일씩 12주간 섭취했다. 이 때 MSM 군은 위약군보다 WOMAC 통증과 신체기능 제한이 유의하게 개선됐고, SF-36의 일상생활 수행 영역에서도 개선이 확인됐다. 반면 WOMAC 뻣뻣함과 총점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인체적용시험 (2011년, Debbi 등)에서는 임상 및 방사선학적으로 무릎 골관절염이 확인된 45 ~ 90세 성인 49명을 대상으로 MSM 1,125 mg을 하루 세 번, 총 3,375 mg/일씩 12주간 섭취하도록 했다. WOMAC 신체기능과 총점은 위약군보다 개선됐지만, WOMAC 통증과 뻣뻣함에서는 군 간 유의성을 보이지는 못했다. VAS 통증 지표는 군 간 차이가 확인됐으나 개선 폭은 크지 않았다. 해당 논문에서도 효과의 임상적 의미는 추가적으로 확인해야한다고 평가했다. 두 연구는 MSM이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또는 신체기능을 일부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1일 섭취량이 각각 6,000 mg과 3,375 mg으로, 국내 건강기능식품 기준인 1,500 ~ 2,000 mg보다 높다. 따라서 약사는 제품 자료에서 인용한 인체적용시험의 용량과 실제 제품의 일일섭취량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2. 보스웰리아추출물 2026년 10월 현재 보스웰리아 추출물은 5건이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았다. 1)기능성 내용 및 일일섭취량 제2014-23호의 기능성 내용은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며 일일섭취량은 1,000mg이다. 제2022-17호 SERRATRIN은 같은 기능성 문구를 사용하지만 일일섭취량은 400 mg이다. 반면 2024년 인정된 제2024-15 및 32호는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일일섭취량 500 mg/일로 인정됐고, 2025년 FJH-BS는 같은 기능성 내용으로 800 mg/일을 섭취하도록 인정됐다. 2)인체적용시험 결과 보스웰리아의 대표적인 인체적용시험은 (2003년, Kimmatkar 등) 무릎 골관절염 환자 30명에게 보스웰리아 추출물 333 mg을 하루 세 번, 총 999 mg/일씩 8주간 섭취한 무작위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교차 연구다. 보스웰리아 추출물을 섭취시 무릎 통증과 부종 발생 빈도가 감소했고, 무릎 굽힘 각도와 보행거리가 증가했다. 방사선학적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화기계 이상 반응이 일부 보고됐지만 중도 탈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약국에서는 '보스웰리아'라는 기능성 원료의 이름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제품에 실제 사용된 인정 원료명과 인정번호, 기능성 내용, 일일섭취량을 함께 확인하고, 해당 원료와 직접 연결되는 인체적용시험인지 살펴야 한다. 3. 타마린드강황주정추출복합물(TamaFlex) 타마린드강황주정추출복합물은 타마린드의 종자의 주정•물 추출물과 강황 근경의 주정 추출물이 배합한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다. 1)기능성내용: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일일섭취량: 타마린드강황주정추출복합물(TamaFlex)로서 250 mg/일 3)인체적용시험 결과 타마린드강황주정추출복합물(이하 타마플렉스)의 인체적용시험은 무릎 골관절염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30일간 진행한 무작위 이중눈가림 위약대조시험이다. 시험군은 타마플렉스를 250 mg 섭취했으며, 1차 평가지표는 WOMAC 총점이었다. 타마플렉스 250 mg 섭취군은 위약군보다 WOMAC 총점과 통증, 뻣뻣함, 신체기능 영역이 개선됐다. VAS 통증, LI, 6분 보행거리, 계단 오르기 검사, 30초 의자 일어서기 검사와 무릎 굽힘 각도에서 유의한 변화가 확인됐으며, 일부 지표는 섭취 5일부터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염증 지표인 혈중 hs-CRP와 제2형 콜라겐 분해와 관련된 지표인 소변 uCTX-II도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감소했다. 기능성 내용은 원료가 속한 범위를 알려준다. 인체적용시험은 그 원료가 어떤 대상자에게서 어떤 불편감과 기능을 평가했는지 보여준다. 약사는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 내용에 머물지 않고, 연구 대상자, 1차 평가지표, 위약군과의 차이, 세부 평가 지표, 원료의 규격과 용량을 함께 읽어야 한다. 같은 보스웰리아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기능성 내용과 섭취량이 다르다. 같은 MSM이라도 제품의 일일섭취량과 인체적용시험의 사용한 용량이 다를 수 있다. 같은 관절 및 연골 건강 기능성 안에서도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약국에서 연결되는 상담 상황이 다르다. 고객의 '관절이 불편하다'는 표현을 약국의 제품과 연결할 때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내용, 인정 번호, 인체적용시험의 섭취량과 제품의 섭취량, 대상자와 평가 지표를 함께 읽어내고 연결하는 것이 약사답게 건강기능식품을 상담하는 방법이다. [참고자료] 1)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평가 가이드(뼈 건강, 관절 건강 관련), 2020,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2)N Bellamy et al., Validation study of WOMAC: a health status instrument for measuring clinically important patient relevant outcomes to antirheumatic drug therapy in patients with osteoarthritis of the hip or knee. J. Rheumatol., 15(12), 1988, 1833-1840 3)MG Lequesne, The algofunctional indices for hip and knee osteoarthritis. J. Rheumatol., 24(4), 1997, 779-781. 4)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6-43호, 식품의약품안전처 5)LS Kim et al., Efficacy of methylsulfonylmethane (MSM) in osteoarthritis pain of the knee: a pilot clinical trial. Osteoarthritis Cartilage, 14(3), 2006, 286-294. 6)EM Debbi et al., Efficacy of methylsulfonylmethane supplementation on osteoarthritis of the knee: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BMC Complement. Altern. Med., 11, 2011, 50. 7)건강기능식품 원료별 정보: 보스웰리아 추출물(Boswellia serrata R.), 제2014-23호, 식품안전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8)건강기능식품 원료별 정보: 보스웰리아 추출물(SERRATRIN), 제2022-17호, 식품안전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9)건강기능식품 원료별 정보: 보스웰리아 추출물, 제2024-15 및 32호, 식품안전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10)건강기능식품 원료별 정보: 보스웰리아 추출물(FJH-BS), 제2025-14호, 식품안전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11)N Kimmatkar et al., Efficacy and tolerability of Boswellia serrata extract in treatment of osteoarthritis of knee: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 Phytomedicine, 10(1), 2003, 3-7. 12)건강기능식품 원료별 정보: 타마린드강황주정추출복합물(TamaFlex), 제2024-12호, 식품안전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13)N Prasad et al., Efficacy of a proprietary combination of Tamarindus indica seeds and Curcuma longa rhizome extracts in osteoarthritis: a clinical investigation. Food Nutr. Res., 67, 2023, 9268.2026-10-06 06:00:40데일리팜 -
[특별기고] 1만 약사·약대생 함성,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지난 9월 20일 서울 광화문에 약사와 약대생 1만여 명이 모였다. 대한약사회가 당초 5천 명을 기준으로 집회를 신고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약사 7천여 명과 약대생 3천여 명이 참여했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8년 만의 전국 약사 총궐기였다. 이번 집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단순히 ‘1만 명이 모였다’는 숫자에 있지 않다. 전국 약사들이 현재의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해야 한다. 1만 명의 함성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집회가 끝났다고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시행도 전에 전면 확대…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이번 사태에서 약사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문제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보건의료계, 시민사회가 논의를 거듭해 온 사안이다. 그 과정에서 약 배송을 무분별하게 전면 확대하기보다 제한적인 대상부터 시행하고 실제 현장에서 안전성과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의 논의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묻지 않을 수 없다. 12월 24일이면 이미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시행된다. 현재 개정 의료법상 약국 외 의약품 인도가 허용되는 대상은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환자군으로 제한돼 있다. 그렇다면 먼저 시행해 보면 된다.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약사와 환자 사이의 복약지도는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은 없는지, 본인 확인과 처방전 전달은 안전한지, 지역 약국과 의료체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평가하면 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가지고 다음 단계의 제도를 논의하면 된다. 그런데 시행하고 평가하기도 전에 왜 전면 확대를 서두르는가. 약사사회가 묻고 있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정부 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 물론 정부가 정책을 변경할 수는 있다. 사회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정책적 필요가 생긴다면 기존 제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제도를 변경하려면 그 이유와 근거를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제도를 왜 더 확대하려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시행하고 검증하는 데 몇 달의 시간이 그렇게 아까운 것인가.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의 근거와 과학적 행정에도 맞는 것 아닌가. 약사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무조건적인 변화 거부가 아니다. 먼저 약속한 제도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인가. 약 배송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약 배송 논쟁을 단순히 약국의 영업권이나 약사의 이해관계 문제로만 보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약사사회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은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 비대면진료가 확대되면 의료 이용량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약 배송이 확대되면 의약품의 전달과 복약지도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민간 플랫폼이 의료와 의약품 전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의약품 오남용과 의료쇼핑 가능성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지역 의료기관과 지역 약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문제를 국민에게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약사공론과 데일리팜의 보도를 보면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단순 ‘약 배송 반대에만 머물지 않고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 공공 비대면진료 지원시스템, 객관적인 평가와 관리체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약사회가 해야 할 일은 이 주장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1만 명이 모였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번 광화문 집회는 성공적으로 결집했다. 그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그러나 대규모 집회가 정책 변화로 이어지려면 집회 이후의 전략이 더 중요하다. 데일리팜도 총궐기 다음 날 '이제 총궐기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향후 하위법령과 후속 입법에 대응하면서 대정부 압박과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1만명의 함성, 대의원총회서 8만 약사의 뜻으로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 그 전략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8만 약사의 의견은 어떤 절차로 모을 것인가. 그래서 임시대의원총회가 필요하다. 대한약사회에는 전국 대의원들이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대의원총회가 있다. 현재와 같은 비상상황이라면 대의원들이 직접 모여 현 상황을 보고받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의 협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12월 24일 제도 시행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대한 약사회의 논리는 무엇인가.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언론과 정치권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충분한가.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 모든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당장 눈앞에 닥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현안도 약사사회가 풀어야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하는 것이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8만 약사의 뜻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여야 한다. 현재의 비상대응체제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은 그렇게 주장하면 된다. 새로운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대의원들이 토론하고 판단하면 된다. 그것이 대의원총회의 역할이다.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결정할 때다. 비상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의견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통로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대의원총회는 그 통로가 될 수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미리 정해놓을 필요도 없다. 현재 집행부의 대응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견을 내면 된다. 더 강력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견을 내면 된다. 대의원들이 충분히 듣고 판단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공식적인 장을 만드는 것이다. 8만 약사의 힘을 하나로 모으자. 이번 광화문에서 우리는 1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그 힘을 지속적인 정책 대응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부와 협상하고, 국회와 소통하고, 언론에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려면 약사회 내부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대표성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12월 24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정부에는 묻자. “무엇이 그렇게 급합니까?” 약속한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리고 대한약사회에도 묻자. “8만 약사의 뜻을 대의원총회에서 확인합시다.” 임시대의원총회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특정 세력을 위한 것도 아니다. 전국 약사들의 뜻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다. 1만 명의 함성을 일회성 집회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8만 약사의 지속적인 힘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제 결정해야 한다. 1만 약사의 함성, 이제 대의원총회에서 8만 약사의 뜻으로 이어가자. [필자 약력] -동대문구약사회장 -서울 24개분회장협의회장 -동대문문화원장 -전국청년약사회장(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전) -서울시의회 의원(전)2026-09-22 11:57:34데일리팜 -
"붓고 욱신거려요" 환절기 늘어나는 잇몸통증, 이유는?환절기 약국에서는 "요즘따라 잇몸이 붓고 욱신거린다"는 고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큰 일교차와 일조시간 변화에 적응하는 동안 우리 몸은 체온과 수면, 자율신경 및 호르몬 리듬을 새롭게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생리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여기에 피로와 수면 부족까지 겹치면 구강 세균에 대한 방어력과 염증조절 능력이 흔들리면서 잇몸 부종과 출혈, 통증이 평소보다 두드러질 수 있다. 당장의 불편감은 소염진통제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환절기마다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일시적 불편감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미 치태가 축적돼 있거나 잇몸에 만성적인 염증이 있었고, 생리적 스트레스가 이를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국에서는 통증을 완화하는 복약상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치주질환의 진행을 막고 구강 환경을 관리하는 건강상담으로 확장하는 상담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잇몸 통증 뒤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치주조직 손상 치아를 둘러싼 치주조직은 잇몸에 해당하는 치은, 치아뿌리 표면을 덮는 백악질, 치아와 치조골을 연결하는 치주인대, 치아를 단단히 지지하는 치조골로 이뤄진다. 치아와 잇몸의 경계에 치태가 오래 남으면 세균과 세균 유래 물질에 면역반응이 일어나면서 염증이 시작된다. 염증이 치은에 국한된 초기 단계가 치은염이다. 이때는 잇몸이 붉게 붓거나 칫솔질할 때 피가 나지만,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면 비교적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염증이 잇몸 아래로 진행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조직분해효소의 활성이 증가해 치주인대의 결합조직이 손상된다. 동시에 파골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치조골 흡수가 촉진된다. 이에 따라 치아와 잇몸 사이의 부착이 소실되고 그 틈이 깊어지면서 치주낭이 형성된다. 깊어진 치주낭에는 칫솔이 닿기 어렵고 세균막이 더 쉽게 축적돼 염증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결국 치조골의 높이가 낮아지고 치아뿌리가 노출되면서 시림과 음식물 끼임, 씹을 때 통증, 치아 흔들림으로 이어진다. 치주질환이 지속됐을 때 치아를 잃게 되는 이유는 치아 자체가 손상돼서만이 아니라, 치아를 붙잡고 있던 치주인대와 치조골이 서서히 무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절기마다 반복되는 잇몸 통증은 단순한 컨디션 저하를 넘어, 잠재돼 있던 치주 염증이 드러난 신호일 수 있다. 잇몸영양제부터 구강유산균까지, 고객은 궁금한 게 많다 통증이 뚜렷한 급성기에는 나프록센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활용할 수 있다. 소염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줄여 잇몸 통증과 염증성 부종을 완화한다. 다만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거나 치주질환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기에, 환절기마다 증상이 반복되는 고객이라면 장기적인 구강건강 관리로 이어지는 약국 솔루션을 함께 제안할 준비가 필요하다. 인사돌과 이가탄으로 대표되는 경구용 잇몸약은 치주치료 후 치은염 및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치료에 효능·효과가 허가된 일반의약품이다. 인사돌 계열은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을 중심으로 하며, 이가탄 계열은 카르바조크롬, 아스코르브산, 토코페롤, 리소짐으로 구성된다. 각 성분은 치주조직의 염증반응과 출혈, 조직 유지 및 항산화 방어 등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관여해 치주치료 후 남아 있는 잇몸 증상의 개선을 보조한다. 약국에서 잇몸건강 관리에 많이 활용되는 또다른 제품으로 프로폴리스추출물을 함유한 식물유래 항산화영양소가 있다. 프로폴리스추출물은 액상이나 스프레이, 씹거나 녹여먹는 형태처럼 구강점막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제형일 때 '구강에서의 항균작용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다. 반면, 캡슐처럼 그대로 삼키는 제품은 항산화 기능성만 표시된다. 치태라는 국소 원인에 전신 방어력 및 염증조절 능력의 변화가 겹치면, 면역세포가 세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적 스트레스 증가로 염증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프로폴리스를 함유한 식물유래 항산화영양소는 약국 현장에서 소염진통제 또는 경구용 잇몸약과 병용요법으로 활용된다. 특히, 환절기 컨디션 저하로 전신 면역 및 항산화 균형이 흔들린 상황에서 항산화 영양을 보완해 회복 환경을 뒷받침하는 목적으로 활용도가 높다. 일반식품 형태로 판매되는 구강유산균은 앞의 제품들과 작용 지점이 다르다. 구강 미생물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 변화는 나타내는 것으로, 작용의 특성상 통증과 부종이 뚜렷한 급성기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긴 어렵다. 치태 제거와 치주치료 이후, 또는 구강 위생 관리와 함께 구강 미생물 환경을 꾸준히 관리하는 보조수단으로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구강위생 관리는 기본, 치실과 치간칫솔 활용도 안내해야 어떤 약이나 영양제를 선택하더라도 치태가 계속 남아있다면 잇몸 염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치주질환 관리의 출발점은 치아와 잇몸 경계에 형성되는 세균막을 매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을 기본으로, 평소 칫솔과 함께 치실 및 치간칫솔의 활용도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실은 치아 사이가 좁아 치간칫솔이 들어가기 어려운 부위의 치태를 제거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치주질환으로 잇몸이 내려가 치아 사이가 벌어졌거나 보철물 주변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크기의 치간칫솔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치간칫솔은 너무 큰 크기를 억지로 넣으면 잇몸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솔이 치간 공간을 채우되 무리한 압력 없이 통과될 수 있는 크기를 선택해야 한다. 약국은 의약품부터 영양제, 치간칫솔 같은 의약외품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갖춘 상담공간이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환절기 잇몸 통증으로 방문한 고객에게 복약상담에 건강상담을 더하는 방식으로 판매상담이 더 확장되기를 기대한다.2026-09-17 11:55:57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국에서 던지는 질문 하나가 뇌를 지킨다약국 카운터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매달 혈압약을 타러 오시던 어르신이었는데, 이번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오셨다. 처방전을 건네받으며 인사를 드리자, 어르신은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런데 그 대답이 조금 전에 이미 하셨던 말이었다. 딸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약사님, 요즘 엄마가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세요. 방금 드신 밥도 안 드셨다고 하시고… 이게 그냥 나이 드셔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걸까요?” 나는 그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말을 골랐다. 약사에게는 익숙한 질문이지만, 딸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질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이름을, 얼굴을, 함께 보낸 시간을 언젠가 그녀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은 약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 삶 전체를 흔드는 질문이었다. 지난 회에서 나는 오늘날의 삶을 ‘생노병사’가 아니라 ‘생노병돌봄사’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돌봄의 시간 한가운데,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무겁게 자리 잡은 질환이 있다. 바로 인지기능의 저하,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치매다. 몸이 늙기 전에 기억이 먼저 늙는다 노화는 순서를 지키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무릎이 먼저 아프고, 어떤 사람은 혈관이 먼저 좁아지고, 또 어떤 사람은 기억이 먼저 흐려진다. 그런데 유독 기억의 노화 앞에서 사람들은 더 크게 흔들린다. 관절이 아프면 걷는 것이 힘들어지지만, 기억이 사라지면 ‘나’라는 존재의 연속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먹은 밥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자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전자는 불편이지만 후자는 상실이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는 바로 그 상실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일상생활은 대체로 유지되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또래에 비해 뚜렷하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많은 사람이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며 넘기지만, 경도인지장애는 결코 가볍게 지나칠 단계가 아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은 매년 5~10% 정도씩 치매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60대 초반에는 유병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다가 80대에 접어들면 네 명 중 한 명꼴로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동시에, 경도인지장애는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생활습관과 식사, 대사질환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정상 인지기능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골든타임이 병원의 진료실보다 훨씬 더 자주, 훨씬 더 가까이에서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번, 십여 분 남짓의 진료 시간 안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어제 저녁 식사와 어젯밤 수면의 질까지 물어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약사는 다르다. 매달, 때로는 매주 같은 얼굴을 마주하며 “요즘 입맛이 어떠세요”, “밤에 잘 주무세요”라는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그 짧은 질문 하나가, 어쩌면 어떤 진단 검사보다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첫 번째 청진기가 될 수 있다. 식탁이 뇌혈관과 만나는 지점 뇌는 몸무게의 2% 남짓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약 20%를 소비하는 대사적으로 가장 탐욕스러운 장기다. 그만큼 뇌는 혈류와 산소, 영양 공급의 미세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뇌로 가는 혈관은 결국 심장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은 결국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뇌질환을 이야기할 때 심혈관질환을 함께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식사법이 ‘마인드(MIND) 식단’이다. 미국 러시대학교의 영양역학자 마사 클레어 모리스 교수 연구팀은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을 위한 대시(DASH) 식단의 장점을 결합해, 뇌 건강에 특히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식품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식사 패턴을 설계했다. 2015년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마인드 식단을 철저히 실천한 참여자 그룹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낮아졌고, 흥미롭게도 식단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고 중간 정도만 실천한 사람들에게서도 위험도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 연구들에서도 마인드 식단을 잘 지킨 고령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훨씬 완만했으며, 그 차이는 실제 나이로 환산했을 때 몇 년치의 노화 속도 차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핀란드에서 진행된 핑거(FINGER) 연구 역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이 연구는 식이조절, 운동, 인지훈련,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다영역 생활습관 중재가 인지기능 저하 위험군 고령자의 뇌 기능을 실제로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로 평가받는다. 이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어느 한 가지 특효 식품이나 단일 성분이 아니라 ‘식사와 운동과 관계와 관리가 함께 갈 때’ 뇌가 지켜진다는 사실을 실증했다는 데 있다. 이 접근은 이후 여러 나라로 확장되어 지금도 전 세계에서 유사한 형태의 검증이 이어지고 있다. WHO 역시 치매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균형 잡힌 식사와 신체활동, 적정 체중 유지, 혈압·콜레스테롤·혈당 관리, 금연과 절주, 사회적·인지적 활동 등을 함께 제시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학계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길목이 있다. 바로 장(腸)이다.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짧은사슬지방산 등의 대사산물은 전신의 염증 반응과 면역 조절에 관여하며, 이 염증신호가 혈액뇌장벽을 넘나들며 신경염증과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여러 국제학술지에서 활발히 발표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진 상태, 이른바 장내세균 불균형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매 끼니 삼키는 음식은 위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을 거쳐 혈관을 타고 뇌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여정을 시작하는 셈이다. 근육이 빠지면 기억도 빠진다 임상 현장에서 약사가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신호가 있다. 바로 근감소증이다. 흔히 근육은 힘과 이동능력의 문제로만 여겨지지만, 최근 연구들은 근육량 감소와 인지기능 저하가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노쇠 과정임을 보여준다. 근육은 단순한 운동기관이 아니라 마이오카인이라는 신호물질을 분비해 뇌와 대사 전반에 영향을 주는 내분비기관이기도 하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어지고, 악력이 약해지는 변화는 단지 다리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강의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치매를 예방하고 싶다면, 머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허벅지를 위해서도 단백질을 챙기셔야 합니다.” 씹는 힘이 약해진 고령자, 소화력이 떨어져 식사량이 줄어든 환자, 여러 만성질환약을 복용하며 식욕이 떨어진 환자일수록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비타민B군과 항산화 영양소가 함께 부족해지기 쉽고, 이 결핍이 다시 근감소와 인지저하를 함께 앞당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약국에서 던지는 질문 하나가 뇌를 지킨다 이론은 논문 안에 머물지만, 삶은 약국 카운터 앞에서 벌어진다. 나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관리하는 데 있어 약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개입은 값비싼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는 일이 아니라,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고 믿는다. “요즘 예전에 좋아하시던 음식에 흥미가 없어지지는 않으셨나요?” “식사량이 최근 눈에 띄게 줄지는 않으셨나요?” “밤잠을 설치거나 낮에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아지지 않으셨나요?” “최근 들어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자주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는 않으셨나요?” 이 네 가지 질문은 단순한 안부가 아니다. 식욕과 미각 저하는 영양결핍과 아연·비타민B12 부족의 신호일 수 있고, 수면의 질 저하는 뇌 속 노폐물 배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반복되는 건망증은 경도인지장애의 초기 단서일 수 있다. 약사가 이 질문들을 습관처럼 건넨다면, 그 약국은 처방전을 조제하는 곳을 넘어 지역사회의 가장 가까운 인지기능 선별창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반드시 강조해야 할 원칙이 있다. 푸드닥터로서의 음식 상담은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인지저하가 의심되는 신호가 확인되면, 지체 없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연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음식과 영양 관리가 담당하는 역할은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 이전의 위험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진단 이후에는 약물치료의 효과가 환자의 일상에서 온전히 발휘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항응고제나 인지기능 개선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무분별하게 병용해 상호작용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막는 것 역시, 오직 약사만이 정확히 해낼 수 있는 임상적 역할이다. 그녀는 오늘도 딸의 이름을 부른다. 그날 약국을 찾았던 어르신은 몇 주 뒤 신경과 진료를 거쳐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아주 이른 단계였다. 나는 그 어르신과 딸에게 거창한 처방 대신 아주 작은 것들을 권했다. 매일 저녁 식사에 등푸른생선이나 견과류, 청국장 등을 조금씩 더할 것, 흰쌀밥의 절반을 잡곡으로 바꿀 것, 오후에 십 분이라도 햇볕을 쬐며 걸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 한 번은 딸과 함께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식사를 할 것. 몇 달 뒤 딸이 다시 약국을 찾아와 웃으며 말했다. “요즘 엄마가 저랑 반찬 투정을 하세요. 예전엔 그것도 다 잊으셨었는데.” 반찬 투정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아직 어머니의 삶에 감정이, 취향이, 관계가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말이 어떤 임상 지표보다 반가웠다. 치매는 여전히 완치가 없는 질환이다. 그러나 그 진행을 늦추고, 그 시간 속에서도 존엄과 관계를 지켜내는 일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최전선은 신경과 진료실만이 아니라, 매일 세 번 차려지는 식탁과, 그 식탁 앞에 앉기 전 약봉투를 받아드는 약국의 카운터이기도 하다. 다음 회에서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약사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영양 상담의 구체적인 원칙과, 다약제를 복용하는 고령 환자에게서 특히 주의해야 할 약물-영양 상호작용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식사와 대화와 관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야 한다. 치매가 온 뒤 우리는 환자에게 수많은 것을 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 사람이 아직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 무엇을 해주었는가? 의학 3.0 시대의 약사는 질병이 완성된 뒤에만 만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위안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약사다. *참고문헌* *Morris MC, Tangney CC, Wang Y, Sacks FM, Bennett DA, Aggarwal NT. MIND diet associated with reduced incidence of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Dement. 2015;11:1007-1014.* *Morris MC, Tangney CC, Wang Y, Sacks FM, Barnes LL, Bennett DA, Aggarwal NT. MIND diet slows cognitive decline with aging. Alzheimers Dement. 2015;11:1015-1022.* *Ngandu T, et al. A 2-year multidomain intervention of diet, exercise, cognitive training, and vascular risk monitoring versus control to prevent cognitive decline in at-risk elderly people (FINGER):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2015.* *Gut microbiome, immune modulation, and cognitive decline: insights on the gut-brain axis. Front Immunol. 2025.* ◆ 필자 소개 한형선 박사는 오랜 기간 음식과 건강의 관계를 연구해 온 음식치유 전문가로, 현재 한국푸드닥터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인체의 회복력과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음식치유와 식생활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예방, 뇌 건강을 위한 식생활 관리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약사 및 음식치유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 『한형선의 푸드닥터』가 있다.2026-09-14 12:01:43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약사법 제2조는 무엇을 전제로 쓰였는가지난 8월, 약국을 둘러싼 세 개의 결정이 잇따랐다. 8월 초 보건복지부는 한약사가 의사·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일반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는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 등에 보내면서 벌칙과 행정처분 기준까지 명시했다. 8월 13일 서울행정법원은 한약사가 완제 한약제제를 처방전 없이 판매한 뒤 이를 '조제'로 보아 급여를 청구한 사건에서 그 청구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8월 26일에는 '창고'나 '팩토리' 같은 약국 명칭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갈등의 핵심인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이 없다. 지난해 10월 15일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행법상 이를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고, 대한약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논쟁은 대개 양쪽이 각자에게 유리한 문언을 골라 인용하는 데서 시작해 거기서 끝난다. 그런데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1994년 그 조문을 쓸 때, 입법자는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었는가? 미리 밝혀 둔다. 필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이 글은 법리 해설이 아니라 그 전제를 다시 확인하자는 제안이다. Ⅰ. 1994년의 사회적 합의는 무엇인가? 한약사제도는 1993년 한약분쟁의 산물이고, 그 봉합의 조건이 한방의약분업이었다. 한의사가 처방하고 한약사가 조제하는 구조를 만들되 그 조제와 판매를 담당할 직역으로 한약사를 신설한다는 것, 1994년 약사법 개정은 그 사회적 합의를 조문으로 옮긴 작업이었다. 조문은 간명하다. 제2조 제1호는 "약사(藥事)"를 의약품의 제조·조제·감정·보관·수입·판매와 그 밖의 약학 기술에 관련된 사항으로 정의하고, 제2호는 그 약사 업무를 한약 영역과 그 밖의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 한약사와 약사에게 맡긴다. 두 호를 겹쳐 읽으면 결론은 하나다. 한약사의 업무는 한약과 한약제제의 조제와 판매이고, 약사의 업무는 한약제제를 포함한 그 밖의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다. 사실 정의 규정만으로도 답은 나온다. 판매를 따로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조문을 찾아 헤맬 이유가 없다. 정의규정만 제대로 읽어도 지금의 논란은 애초에 논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Ⅱ. 조제와 판매를 분리할 수 있는가? 지금의 다른 주장은 그 다음 지점을 파고든다. 제23조 제1항은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적었는데 판매를 다루는 제44조와 제50조에는 그 문구가 없으니, 판매에는 면허 범위가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3조가 말하는 '면허 범위'의 내용 자체가 제2조에서만 나온다. 제23조는 정의규정을 조제에 관하여 한 번 더 확인한 규정이지 면허 범위를 창설한 규정이 아니다. 확인 문구가 붙었는지 여부가 권한의 유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조제와 판매를 갈라놓고 읽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2조 제1호는 조제와 판매를 나란히 하나의 "약사(藥事)" 안에 넣었다. 한 개념으로 묶인 것을 떼어내 조제에만 면허 범위를 적용하고 판매는 제외하겠다는 해석은 정의규정을 반으로 자르는 일이다. 제44조가 판매 주체를 약국개설자로 적은 것도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를 막기 위함이지, 면허별 취급 범위를 새로 배분하려는 규정이 아니다. 약국 개설 제도의 취지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일반인의 약국 개설을 막는 이유는 약국이 면허를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약사 행위를 수행하도록 허용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개설권은 면허에서 나온 것이지, 면허와 별개로 주어진 영업권이 아니다. 면허에서 비롯된 권한이 그 면허보다 넓어질 수는 없다. 약국에서 이루어지는 조제와 판매가 모두 면허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그래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귀결이다. Ⅲ. 조문이 굳이 적지 않은 것 여기까지는 1994년의 사정을 따지지 않고 조문만 읽어도 나오는 결론이다. 입법 당시의 전제를 함께 놓고 보면 그 결론은 한층 분명해진다. 조문의 침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의도적으로 열어둔 침묵과, 너무 당연해서 적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침묵이다. 1994년의 침묵은 후자다. 한방의약분업을 전제로 직역을 나누던 시점에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에서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을 파는 장면을 상정한 입법자는 없었다. 이것이 추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은 법제처 해석에서도 확인된다. 2013년 법제처는 한약사가 한약·한약제제 외의 의약품에 대하여 제조관리자나 안전관리책임자가 될 수 있는지를 다루면서 될 수 없다고 회답했다. 당시 관련 조문은 그 자격을 "약사 또는 한약사"로 나란히 적고 있었지만, 법제처는 제2조 제2호의 정의규정이 약사법령 전체의 해석지침이 된다고 보았다. 개별 조문이 두 직역을 병렬로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정의규정의 업무범위 구분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제44조·제50조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해석이다. Ⅳ. 전제가 무너진 뒤 그러나 전제였던 한방의약분업은 30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았다. 그사이 3,500명 안팎의 한약사가 배출됐으나 그 면허가 설 자리는 끝내 마련되지 않았고, 한약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 한약사 개설 약국과 초대형 약국 사례까지 등장했다. 전제가 사라진 자리에서 조문의 침묵이 다르게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태도도 갈렸다. 국정감사에서는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한 반면, 8월 공문에서는 조제에 관한 한 면허 범위 준수를 분명히 했다. 조제는 정리하면서 판매는 남겨둔 셈이다. 한약사 측 논거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앞서 본 문언 논거이고, 둘째는 약학과와 한약학과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이 유사하다는 것이며, 셋째는 국가가 한방의약분업을 약속해 놓고 30년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사실과 거리가 멀지만, 세 번째는 정당한 문제 제기다. 전제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은 분명히 국가에 있다. 그러나 전제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전제 위에서 쓰인 조문의 의미를 바꾸지는 못한다. 계약의 일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서의 문구가 저절로 다시 쓰이지는 않는다. 이행되지 않은 전제는 이행을 요구하거나 제도를 다시 설계할 사유이지, 조문을 거꾸로 읽을 근거가 아니다. 면허의 경계는 조문에 박힌 금지 문구의 개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면허가 애초에 무엇을 담당하도록 만들어졌는가로 정해진다. 짚어 둘 것이 하나 더 있다. 약사법 제2조는 어느 부처가 책상에서 만든 조문이 아니다. 1993년 한약분쟁이라는 격렬한 충돌을 거쳐 두 직역과 정부, 국회가 도달한 사회적 합의를 문장으로 옮긴 것이다. 1993년의 분쟁이 무엇을 대가로 봉합됐는지 기억한다면, 그 봉합을 임의로 뜯는 일이 무엇을 부를지도 짐작할 수 있다. 『전국책』에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가 있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도 세 사람이 거듭하면 사실이 된다는 뜻이다. 근거가 얕은 주장이라도 반복되고 확산되면 어느 순간 기정사실이 되고, 한번 굳어진 뒤에 되돌리는 데에는 처음 바로잡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비용이 든다. 법 해석에서 이 현상은 특히 위험하다. 의약품을 누가 다룰 수 있는가는 취향이나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공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잘못 굳어진 관행이 뒷날 "현실이 이러하니 법을 고치자"는 요구의 근거로 되돌아온다. Ⅴ. 결론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 위에서 쓰인 조문이, 그 전제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정 직역의 목소리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있다. 처음의 뜻이 틀렸던 것이 아니라 처음의 뜻이 흐려진 것이다. 법령의 의미가 어느 직역의 목소리 크기에 따라 훼손되고, 그렇게 훼손된 해석이 진실로 굳어진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해석이 아니라 처음의 뜻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권한을 새로 빼앗는 일이 아니라 1994년 제2조에 이미 규정한 사실을 정부가 명확히 하고,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막는 길이다. 잘못 읽힌 조문을 바로 세우는 일은 어느 직역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건강이라는 공익의 문제다. 미룰수록 치러야 할 비용만 커진다.2026-09-10 06:00:38데일리팜 -
[특별기고] 좋은 인테리어보다 오래 기억되는 약국"어떤 컨셉의 약국을 만들고 싶으세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드리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약사님들이 쉽게 답하지 못하십니다. 당연합니다. 평생 약을 공부하셨지, 공간 디자인을 고민해 오신 분들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질문을 조금 바꿉니다. "우리 약국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으세요?"그러면 대부분 답을 찾으십니다. "친근한 약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성이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브랜딩이 시작됩니다. 브랜딩은 거창한 로고나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지를 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행은 생각보다 빨리 바뀝니다. 몇 년 전에는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했고, 지금은 미니멀한 공간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디자인이 유행하겠죠. 반면, 사람들은 의외로 디자인보다 경험을 오래 기억합니다.친절하게 복약지도를 해주던 약사님. 내 이름을 기억해 주던 약사님. 늘 믿고 찾아갈 수 있었던 약국. 이런 기억들이 쌓여 하나의 브랜드가 됩니다. 공간은 그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일 뿐입니다. 앞으로 약국도 더 많이 변화할 것입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조제 기능은 점점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을 이해해 주고 신뢰할 수 있는 약사를 찾을 것입니다. 결국 선택받는 약국은 시설이 가장 화려한 곳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계획하신다면 유행하는 디자인보다 먼저 한 가지를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우리 약국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정해지면 공간의 색과 조명, 소재, 간판, 가구까지 하나의 방향을 갖기 시작합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행을 따라 만든 공간이 아니라, 그 약국만의 철학을 담아 만든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브랜딩은 그 공간을 기억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좋은 브랜딩은 눈에 남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경험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좋은 공간은 고객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매일 일하는 약사님의 삶까지 함께 바꿉니다.2026-09-09 06:00:42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정치권과 국회, 식약처는 답하라"김승원 "빨리 처리" 식약처장 "잘 챙기겠다"… 2주 후 승인". 조선일보 2026년 9월 3일자 기사 제목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1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승원은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에게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IND 신청을 승인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2주 뒤 IND가 승인되었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식약처에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승인되어 있었고 김승원 의원의 승인 부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보면 IND 승인 신청이 이루어진 뒤였지만, 김승원 의원에게 로비해 IND 승인을 받은 강모씨는 IND 신청자료를 조작하여 승인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2024년 12월 배임 업무방해 사기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에 5년을 선고받았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우선 식약처는 강모씨 회사에 승인했던 IND를 즉각 취소하였을 것으로 믿는다. 이 문제는 강모씨의 처벌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김승원 의원은 이재명 정권의 두번째 법무장관으로 지명을 받고 청문회를 거치면 이제 곧 법무부 장관이 된다. 한국 식약처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외 제약회사들과 바이오텍들은 한국 식약처의 엄격함과 원칙주의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들 중에는 식약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많은 경우 미국으로 가서 미국 FDA에서 신약 임상시험 허가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을 하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들 조차도 식약처 관문에 결국 손을 들고 포기하며 나가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호랑이 같은 식약처가 여당 국회의원이 한마디 부탁을 하면 속전속결주의로 임상시험 승인을 그것도 조작된 부실한 동물실험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 허기신청서를 2주만에 승인했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식약처가 조작된 동물실험 자료를 간과한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식약처가 추가자료를 요구하면서 IND 승인을 지연시키는 경우, 후원금 500만원을 여당 국회의원에게 내고 부탁해 식약처장에 로비하여 IND가 승인을 받으면 되지 커다란 비용을 투자해 가며 제대로 된 추가 동물실험자료 등을 준비할 이유가 있겠는가. 과학이 아니라 정치권력이 식약처와 제약산업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면 한국 제약 바이오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임상시험 승인신청을 하면 식약처는 IND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해서 사람에게 투여해도 안전한가를 결정한다. 그렇게 면밀하게 심사 검토하더라도 임상시험 중에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한다. 그런데 부실하게 심사하고 조작된 자료에 근거해 임상시험을 승인한다면 이는 임상시험 참여자를 위험에 ‘의도적’으로 빠트리는 행위다. 한국은 2003년 이래 세계적인 임상시험 국가로 명성을 떨쳐왔고 식약처의 신뢰도는 세계적이다. 한국에서 수행된 임상시험은 모든 선진국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김승원 의원의 식약처 로비는 임상시험에 침여하는 참여자를 위험에 빠트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 식약처의 국제적 명망과 신뢰 또한 땅에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승원 의원이 알고도 로비를 했다면 범죄행위를 한 것이고 모르고 로비를 하였다면 이는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행위를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것이다. 김승원 의원의 로비 압박을 받고 IND를 승인한 김강립 전 처장과 식약처 담당자들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가장 엄격한 기준과 원칙과 법에 따라야 할 IND 승인과정에서 법과 원칙과 기준을 무시하고 정치 권력에 굴복하였다는 사실은 용서받을 수 없다. 이런 식약처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지난 20수년간 식약처, 제약업계, 의료계, CRO업계가 모두 힘을 합쳐서 쌓아온 식약처와 한국 임상시험의 세계적 명성과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 10대 강국인 한국에서 언론 탑 뉴스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식약처 로비 사건을 모든 나라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뉴욕 타임즈 등 선진국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선진국 규제기관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눈여겨 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우리나라 식약처와 임상시험에 대한 세계적 신뢰도, 신인도,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식약처는 김승원 의원의 로비를 받고 IND를 승인한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위법을 행한 담당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는 국정조사 또는 국정감사를 통해 식약처에 다른 로비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식약처를 개혁하여 구조적으로 정치권력에서 독립하고 임상시험 승인 과정과 승인 허가과정에 정치권력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바이오 강국을 만들기 위하여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런데 그간의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권과 국회와 식약처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20여년 전, 중국이 땅에 떨어진 중국 규제당국과 임상시험의 평판을 회복하기 위한 사건이 있었다. 2007년 7월 중국 전 식약청장의 처형(사형 집행) 사건이다. 20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 제약 산업은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당시 장관급(차관급) 직책인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의 수장이었던 정샤오위(鄭篠萸) 전 국장은 제약회사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불법으로 의약품 및 건강식품 제조를 승인해 준 혐의(뇌물수수 및 직무태만)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 배경과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형 선고 및 집행: 2007년 5월 29일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항소가 기각된 후 2007년 7월 10일 오전에 전격적으로 사형이 집행(처형)되었다. 1심 판결 후 불과 40여 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주요 혐의: 정샤오위는 재임 기간(1998~2005년) 동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거나 가짜인 가슴 성형 주사제, 항생제 등 수백 개의 의약품을 승인해 주는 대가로 649만 위안(당시 약 8억 원) 상당의 뇌물을 챙겼다. 인명 피해: 그가 검사도 없이 허가해 준 불량 의약품과 가짜 항생제 등을 복용한 환자들 중 최소 10명 이상이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처형의 정치·사회적 배경: 당시 중국산 치약, 애완동물 사료 등에서 유해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중국산 식품 및 의약품 안전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난과 불신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에 중국 당국은 국제 사회의 불신을 차단하고 강력한 부패 근절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고위 공직자였던 그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형하는 초강수를 두었다.2026-09-07 12:05:21데일리팜 -
[특별기고] "왜 지금 약사회 임시총회가 필요한가"지난 9월 5일 서울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저는 대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왜 지금 대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가 필요한지 말씀드렸습니다. 이 발언은 대한약사회 집행부의 노력이나 진정성을 부정하거나 누구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비대면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 확대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등 약사직능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현안 앞에서, 지금까지의 대응만으로 충분한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약사사회 전체의 힘을 모으자는 취지입니다. 정책이 확정된 뒤 대응해서는 늦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행부와 대의원, 지부와 분회, 그리고 전국 회원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대한약사회의 대정부·대국회 대응에 더 큰 힘을 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님께서 잠도 못 주무실 정도로 애쓰고 계신다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노력과 고충을 왜 모르겠습니까. 서울시약사회와 24개 분회장 역시 지금까지 정부 정책에 대응할 때마다 함께했고, 회원들을 설득하며 대한약사회에 힘을 보태왔습니다. 우리는 대한약사회와 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약사회가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더 큰 힘을 모으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냉정하게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진정성과 성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더라도 지금 정부가 비대면진료에 따른 약 배송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안전상비의약품 확대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대관과 대응 방식이, 또한 정책적 협력 관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방향이 있다면 바꾸고, 부족한 힘이 있다면 더 모으면 됩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금 이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습니까, 아닙니까? 아직 정부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시대의원총회를 열 단계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책이 확정된 다음에야 위기라면 그때 우리가 무엇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위기는 결과가 나온 다음 선언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막아야 하기 때문에 위기인 것입니다. 어제 오늘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보도됐습니다. 복지부는 약 배송 전면 확대가 시기상조이며, 12월 본사업 시행 이후 안전성과 시장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가면서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호적인 발언에 안심할 수 없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복지부는 민관협의체 운영은 국무조정실이 주도하기 때문에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책이 추진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 것입니까? 국무조정실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산업과 플랫폼 정책을 담당했을 뿐 보건의료 안전은 복지부 소관이라고 하고, 복지부는 우리는 처음부터 신중하고 단계적인 추진을 주장했다고 한다면 정책은 추진됐는데 책임지는 부처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오늘 복지부의 발표가 우리가 왜 지금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무조정실과 중기부, 복지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의 방향과 원칙을 논의하려는 바로 이 시점이 약사회가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정책이 결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합니다. 결정된 다음 반대하는 것은 대응이고, 결정되기 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 대관이고 정책입니다. 대의원총회를 열어 약사사회의 원칙과 협상의 마지노선을 결정하고 그 결의를 가지고 정부와 민관협의체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약사회 대표가 정부에 가서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야말로 대한약사회의 대정부 협상력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상임이사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왜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합니까?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왜 회원을 대표하는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를 여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입니까? 저는 이 두 판단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름만 비대위이고 회장 직속 TF처럼 운영된다면 기존 집행부 체제와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총회가 권한·예산·책임·보고체계를 명확히 부여하면 실제 비상기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입니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행부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전국 9만 약사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집행부가 먼저 회원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지금 정말 어렵습니다. 대한약사회만의 힘으로 부족합니다. 대의원 여러분, 회원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그리고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하고,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의원들의 결의로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대위라면 서울시약사회와 24개 분회는 물론 전국의 회원들도 훨씬 더 큰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약사회는 대의원총회 결의를 등에 업고 더 강하게 대정부 협상을 하십시오. 대의원총회를 요구하는 것은 집행부를 흔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부 혼자 감당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회장님이 잠을 못 주무시면서까지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닙니다. 전국의 대의원과 지부, 분회와 회원들에게 함께할 기회를 주십시오. 대한약사회가 반드시 이 싸움에서 이기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주십시오. 회원들의 힘을 모아 주십시오. 그리고 대의원들의 총의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워 주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약력] -이화여대 약대 -전 대한약사회 여약사위원장 -현 서울 강동구약사회장(재선)2026-09-07 12:05:17데일리팜 -
[특별기고] 밤낮없는 병원 약제서비스, 합당한 보상 필수한밤중 응급실에 중증 환자가 실려 오거나 새벽녘 입원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면 약물치료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특히 야간에는 승압제, 고농도 전해질, 마약성 진통제 등 작은 오류만으로도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의약품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처방이 나오면 병원 약사는 환자의 상태와 처방 내용을 확인하고 용량·제형·투여경로의 적절성, 중복 처방과 약물 상호작용 등을 검토한 뒤 의약품을 조제·공급한다. 긴급 의약품의 재고를 유지하고 마약류와 고위험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의료진의 약물 관련 문의에도 대응한다. 의사의 처방이 안전한 약물치료로 이어지도록 하는 이러한 약제서비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병원약사회의 202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97.6%, 종합병원의 70.2%가 원내 약국을 365일 24시간 운영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24시간 의약품 조제·공급체계가 응급·중증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 인프라의 한 축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보험 보상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이 문제는 병원 약제업무에 대한 구조적인 저보상과 야간·공휴일 약제 업무에 대한 보상 부재라는 두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병원 투약·조제 분야는 오랫동안 실제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보상되어 왔다. 보건복지부의 2022 회계연도 의료비용·수익 분석에 따르면 민간 의료기관의 투약 및 조제료 원가보전율은 24.9%로 조사 대상 의료행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26년 수가 개편을 통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일부 투약·조제료에 별도 산정 항목이 신설되고 관련 수가가 인상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의약품 조제·공급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야간·공휴일 인력과 운영비용에 대한 보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건강보험은 취약 시간대에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야간과 공휴일의 진료·처치 등에 가산을 적용하고 있으며, 간호 분야에도 야간근무와 관련한 별도의 보상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지역약국 역시 평일 야간과 토요일·공휴일에 조제·투약할 경우 조제 기본료, 복약지도료 및 조제료 소정점수의 30%를 가산 받는다. 반면 의료기관에서는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 또는 소아 중환자실의 주사제 무균조제에 한해서만 야간·공휴일 가산이 적용된다. 응급실과 일반 입원병동을 포함해 밤새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약제업무에는 취약 시간대에 대한 별도의 가산이 없다. 같은 야간 시간대에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안전하게 조제·공급하는 업무임에도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추가 인력과 운영비용에 대한 보상이 인정되지 않는 셈이다. 현장의 업무량을 보면 문제는 더욱 분명하다. 12개 주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전체 업무 가운데 야간 입원 조제가 23.0%, 마약류 조제가 37.4%를 차지했으며, 응급실 처방 조제의 50~60%가 야간에 집중됐다. 반면 야간 근무 약사는 병원당 평균 2명에 불과했고, 약사 1인당 조제 건수는 주간의 약 1.9배에 달했다. 야간 전담 약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0.0%가 과중한 업무를 호소했으며, 53.3%는 조제 오류 위험을, 57.8%는 환자안전 업무가 지연되거나 생략될 가능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야간의 약제업무는 단순히 낮에 하던 조제를 밤에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인력으로 응급실과 입원병동의 처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마약류와 고위험의약품을 관리하고, 긴급 의약품 공급과 처방 검토 등 환자안전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필요한 추가 인력과 비용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면 안정적인 야간 약사 인력 확보와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특정 직역의 처우나 병원의 수익 문제가 아니다. 야간과 공휴일에도 응급·중증환자가 낮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문제이자 기본적인 환자 안전 확보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의료기관 조제료 야간·공휴일 가산’을 도입해야 한다. 한국병원약사회는 외래환자 조제·복약지도료, 입원환자 조제·복약지도료, 퇴원환자 조제료에 대해 평일 18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 또는 토요일 및 공휴일 조제·투약 시 상대가치점수의 30%를 가산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진료와 간호, 지역약국에 이미 적용해 온 취약 시간대 보상 원칙을 병원 약제부서에도 동등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병원의 불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 응급실과 병동에서 치료받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 역시 365일 24시간 공급되어야 하며, 그 과정의 안전을 지키는 병원 약사의 업무도 멈출 수 없다. 진료와 간호, 지역약국에 적용해 온 취약 시간대 보상 원칙에서 병원 약제서비스만 예외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 조제료 야간·공휴일 가산’ 도입을 시작으로 ‘마약류관리료 인상 및 마약에 대한 수가 가산’, ‘고위험의약품(주사제) 관리료 신설’ 등 의료기관 약제서비스의 역할과 책임에 합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병원이나 병원 약사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시간대와 관계없이 안전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필수의료의 안전망을 지키기 위한 투자다. 이제 그 안전망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필자 약력] -현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무정보Unit -현 한국병원약사회 보험이사2026-09-04 12:06:11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탈락한 후보물질이 넓은 특허의 경계를 만든다좋은 후보물질을 찾는 것과 넓은 특허범위를 설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권리범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연구결과를 학회나 투자자료로 발표할 때는 가장 우수한 후보와 긍정적인 결과가 중심이 된다. 특허 명세서 역시 발명의 효과를 보여주는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원 전에 권리범위를 검토할 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도 함께 읽어야 한다. 특정 구조를 변경했을 때 활성이 사라졌다면 그 구조는 단순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효과에 관여하는 핵심 요소일 수 있다. 치환 위치만 바꿨는데 선택성이 크게 낮아졌다면 위치적 특성이 후보군을 정의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탈락한 후보가 경계를 보여준다 이때 유용한 접근 가운데 하나가 매치드 몰레큘러 페어(matched molecular pair) 분석이다. 나머지 구조는 유지하면서 특정 부위가 달라진 화합물 쌍을 비교해 해당 변형과 활성 변화의 관계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공개 화합물 데이터에 이 방법을 적용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구조 유사도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액티비티 클리프도 확인됐다. 권리범위를 설명하기 위한 비교군도 이러한 관점에서 달라질 수 있다. 리드 후보에서 하나의 구조 요소만 바꾼 물질, 치환 위치나 입체구조가 다른 물질, 청구하려는 구조 범위의 경계에 있는 물질과 가장 가까운 선행물질을 함께 비교하는 방식이다. 그래야 리드 후보의 우수성이 어떤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됐고, 그 효과가 어느 범위까지 반복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구조가 상당히 달라졌는데도 효과가 유지된다면 당초 예상보다 넓은 공통 원리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서로 다른 후보가 공유하는 구조적·기능적 특징을 다시 정의하고, 추가 실험을 통해 그 범위의 대표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실패 결과를 모두 명세서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출원서에 포함할지는 영업비밀, 후속 연구와 추가 출원 계획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다만 내부 분석에서 긍정적인 결과만 남겨두면 현재 데이터가 실제로 설명하는 범위를 과대평가하거나, 반대로 권리화할 수 있었던 공통 원리를 놓칠 수 있다. 연구팀에서 탈락한 후보라도 IP-R&D 관점에서는 구조와 효과 사이의 경계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된다. 성공한 후보는 개발할 물질을 알려주지만, 성공과 실패가 갈라지는 지점은 특허로 설명할 수 있는 후보군의 범위를 보여준다. 실시예는 숫자보다 배치다 넓은 권리를 확보하려면 가능한 많은 후보물질을 실시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슷한 구조와 긍정적인 결과만 반복하면 실시예 수는 늘어도 후보군의 기술적 경계는 여전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치환기를 공유하는 유사체 여러 개가 모두 활성을 나타냈더라도, 청구하려는 범위가 위치·크기·전자적 특성과 입체구조가 다른 치환체까지 포함한다면 기존 데이터가 그 범위를 고르게 대표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같은 골격을 공유하더라도 치환기 변화에 따라 활성뿐 아니라 선택성·용해도·대사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시예 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구조적 변형의 서로 다른 지점에 배치돼 있다면 후보군의 공통성과 경계를 설명하는 데 더 유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개의 물질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술적 질문에 답하도록 물질과 비교군을 배치했는가다. 결국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절대적인 개수보다 배치에서 나온다. 최고 성능 후보 주변에 유사한 성공 사례를 추가하는 것보다, 청구하려는 범위의 서로 다른 지점과 효과가 달라지는 경계를 보여주는 비교실험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청구항보다 데이터 지도가 먼저다 출원 단계에서는 확보하고 싶은 사업영역을 기준으로 청구범위를 넓게 설계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경쟁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치환기와 유사체를 최대한 포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희망하는 사업범위와 현재 데이터가 설명하는 기술범위는 구분해야 한다. 청구항의 문언을 넓히는 것만으로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한 구조와 효과의 관계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확인된 후보 하나만 지나치게 좁게 보호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현재 데이터로 공통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추가 비교실험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검토할 범위, 후속 연구와 별도 출원으로 남겨야 할 범위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출원서를 작성하기 전에 데이터의 지도를 먼저 그려야 한다. 어느 구조군에 실시예가 집중돼 있는지, 어떤 변형까지 효과가 유지되는지, 어디에서 액티비티 클리프가 나타나는지, 가장 가까운 선행물질과의 비교가 비어 있는지를 한 화면에 놓고 보는 것이다. 이 지도는 현재 확보할 수 있는 권리만 보여주지 않는다. 다음 합성에서 어떤 구조를 우선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비교군이 추가되면 후속 후보군의 범위를 설명할 수 있는지, 어느 영역은 별도의 발명으로 분리해 검토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특허를 위한 추가 실험은 실시예 수를 무작정 늘리는 작업이 아니다. 현재 데이터가 대표하지 못하는 영역을 찾고, 효과가 유지되는 범위와 무너지는 경계를 효율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 판단이 연구 후반에 이뤄지면 필요한 비교물질을 다시 합성해야 할 수 있다. 초기 후보의 시료나 시험조건이 남아 있지 않거나 개발 일정상 비교실험을 반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반면 리드 최적화 단계에서 권리범위에 관한 질문을 함께 설정하면, 기존 평가계획에 필요한 비교군을 배치해 후보 선정과 권리 설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함께 축적할 수 있다. 출원 후 확보한 데이터가 기존 설명을 보강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취급은 국가와 구체적인 법적 쟁점에 따라 달라진다. 최초 명세서에 없던 기술적 내용과 새로운 후보군을 후속 데이터만으로 언제나 최초 출원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논문·학회·IR 공개와 후속출원 일정 역시 데이터 확보 계획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데이터는 어느 물질을 개발할지 알려준다.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데이터는 그 물질이 속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목적을 구분한다고 해서 특허만을 위한 실험을 무한정 늘릴 필요는 없다. 확보하려는 범위를 먼저 정하고 구조적 대표성, 효과의 연속성, 선행기술과의 비교 가능성 가운데 무엇이 비어 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유사한 성공 사례를 반복하는 대신 범위의 공통 원리와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비교군을 선택하는 것이다. 좋은 후보물질은 가장 높은 성능값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권리는 최고점 하나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구간과 그 효과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경계를 데이터가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글: 석종헌 변리사(특허법인 린) 바이오·화학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 설계와 IP-R&D를 자문한다. 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 플랫폼의 연구데이터, 경쟁사 특허와 사업 확장 경로를 연결하는 IP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2026-09-03 06:00:38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최고의 후보물질이 넓은 특허가 아닌 이유신약개발팀이 수십 개의 후보물질을 합성하고 평가한 끝에 가장 높은 활성을 보이는 물질을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선택성과 약동학적 특성도 양호하고 동물모델에서 효능까지 확인됐다면, 개발 후보를 정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특허를 설계할 때는 질문이 달라진다. 최고 성능을 보인 물질 하나가 아니라, 그 물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범위로 설명할 수 있는가.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어느 지점부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가.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실험은 가장 좋은 물질을 찾는 데 초점이 있다. 반면 여러 후보물질을 포괄하는 권리를 설계하려면 구조가 달라질 때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좋은 후보물질을 찾았다는 사실이 곧 넓은 특허범위까지 뒷받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고점은 범위를 설명하지 않는다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는 활성, 선택성, 독성, 용해도, 대사 안정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비교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압축한다. 여러 평가항목을 종합했을 때 가장 우수한 물질이 리드 후보가 되고, 성능이 낮거나 개발성이 부족한 후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 데이터는 어떤 물질을 개발할지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하나의 후보물질이 우수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주변의 구조적 변형까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화합물 사이에서도 작은 변화로 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액티비티 클리프(activity cliff)’는 구조가 유사하지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나는 화합물 쌍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합물 쌍은 작은 구조 변화가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조활성관계, 즉 SAR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은 변형이 언제나 작은 효과 차이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4년 11월 온라인 공개된 연구는 ChEMBL 34의 고신뢰도 생물활성 데이터를 이용해 37만4979개의 단일 원자 변형 화합물 쌍을 구성했다. 연구진은 탄소와 질소, 산소와 탄소의 치환뿐 아니라 수산기와 수소, 메틸기와 수소, 할로젠과 수소 사이의 변형 등 10가지 유형을 분석해 7400개가 넘는 액티비티 클리프를 확인했다. 이 결과가 곧 특정 특허의 적정 권리범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우수한 후보에서 확인된 효과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 전체로 확장할 때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이유는 보여준다. 공통 골격을 공유한다는 사실과 그 후보들이 공통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최고 후보와 넓은 권리 사이에는 데이터의 간극이 있다 출원 단계에서는 확보하고 싶은 사업영역을 기준으로 청구범위를 넓게 설계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경쟁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치환기와 유사체를 최대한 포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희망하는 사업범위와 현재 데이터가 설명하는 기술범위는 구분해야 한다. 청구항의 문언을 넓히는 것만으로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한 구조와 효과의 관계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확인된 후보 하나만 지나치게 좁게 보호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현재 데이터로 공통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추가 비교실험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검토할 범위, 후속 연구와 별도 출원으로 남겨야 할 범위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넓은 권리를 확보하려면 가능한 많은 후보물질을 실시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슷한 구조와 긍정적인 결과만 반복하면 실시예 수는 늘어도 후보군의 기술적 경계는 여전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치환기를 공유하는 유사체 여러 개가 모두 활성을 나타냈더라도, 청구하려는 범위가 위치·크기·전자적 특성과 입체구조가 다른 치환체까지 포함한다면 기존 데이터가 그 범위를 고르게 대표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같은 골격을 공유하더라도 치환기 변화에 따라 활성뿐 아니라 선택성·용해도·대사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시예 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구조적 변형의 서로 다른 지점에 배치돼 있다면 후보군의 공통성과 경계를 설명하는 데 더 유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개의 물질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술적 질문에 답하도록 물질과 비교군을 배치했는가다.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개수보다 설명력에 있다 후보군의 권리범위를 검토할 때 필자는 데이터를 세 가지 축으로 나눠 본다. 첫째는 구조적 대표성이다. 확보한 데이터가 청구하려는 후보군의 일부에 집중돼 있는지, 서로 다른 구조적 변형을 실제로 대표하는지를 본다. 둘째는 효과의 연속성이다. 구조가 달라져도 목표 효과가 일정한 경향으로 유지되는지, 작은 변화에서 급격히 무너지는지를 확인한다. 효과가 비교적 연속적으로 나타난다면 후보군을 관통하는 공통 원리를 설명하기가 수월하다. 셋째는 선행기술과의 비교 가능성이다. 자사 후보 중 어느 물질이 가장 좋은지를 보여주는 것과, 가장 가까운 선행물질보다 왜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새로 도입한 구조적 차이가 활성·선택성·독성·안정성 또는 생산성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할 비교군이 필요하다. 세 기준은 서로 연결돼 있다. 구조적으로 다양한 물질을 확보했더라도 공통된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하나의 넓은 후보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효과가 우수하더라도 가까운 선행물질과의 비교가 없다면 그 결과가 새롭게 도입한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됐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절대적인 개수보다 배치에서 나온다. 최고 성능 후보 주변에 유사한 성공 사례를 추가하는 것보다, 청구하려는 범위의 서로 다른 지점과 효과가 달라지는 경계를 보여주는 비교실험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데이터는 어느 물질을 개발할지 알려준다.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데이터는 그 물질이 속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좋은 후보물질은 가장 높은 성능값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권리는 최고점 하나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구간과 그 효과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경계를 데이터가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글 석종헌 변리사(특허법인 린) 바이오·화학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 설계와 IP-R&D를 자문한다. 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 플랫폼의 연구데이터, 경쟁사 특허와 사업 확장 경로를 연결하는 IP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2026-09-02 06:00:40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국 인테리어 계약 전 확인해야 할 것들좋은 공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 업체랑 계약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업체마다 장점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좋은 계약은 좋은 업체를 만나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약국 인테리어는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아닙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많은 선택과 의사결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계약 전 몇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첫 번째는 공사 범위입니다. 견적서의 총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포함되어 있는지입니다. 철거는 어디까지인지, 냉난방과 간판은 포함되는지, 전기와 급·배수 설비는 별도인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금액의 견적이라도 포함된 공사 범위에 따라 실제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은 철거 후 예상하지 못했던 배관이나 누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변수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추가 공사가 왜 필요한지, 비용은 어떻게 산정되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는 업체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왜 그렇게 사용하시려고 하나요?", "운영 방식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이 많을수록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테리어는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A/S 기준입니다. 인테리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완제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드는 작업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작은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자가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그래서 A/S 기간과 대응 기준을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은 신뢰입니다. 계약 전에는 충분히 비교하고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계약을 결정했다면 끊임없이 의심하기보다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이라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듭니다. 계약은 도장을 찍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부터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약속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시공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좋은 질문과 좋은 의사소통이 좋은 공간을 만듭니다.2026-09-02 06:00:32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약사들을 위한 현지조사 대응 해설최근 보건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가 부쩍 늘고 있다. 이미 환수 처분까지 받은 약국이 적지 않고, 그에 따라 필자에게 문의를 주시는 약사님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반복된다. 조금만 다르게 대응했다면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었을 사안이, 조사 당일 작성한 서류 한 장 때문에 손쓰기 어려워진 경우다. 바로 사실확인서다. 이 글에서는 조사관이 약국에 찾아온 바로 그 순간, 약사님께서 무엇을 하셔야 하는지를 실무적 관점에서 정리한다. 1. 현지조사는 무엇을 위한 절차인가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인 약국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이 관련 법령에 맞게 청구되었는지를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는 절차다. 조사 결과 부당청구로 판단되면 부당이득 환수에 그치지 않는다. 부당금액과 비율에 따라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이 뒤따르고, 개설약사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안의 출발점이 되는 사실관계는 대부분 조사 당일, 현장에서 확정된다. 2. 약국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유형들 약국 현지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유형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처방 내역과 다른 의약품의 조제 및 대체조제 후 사후통보 누락, 약사가 아닌 종업원에 의한 조제 관여, 조제기록부·처방전 등 관계 서류의 미작성 또는 미보존, 본인부담금의 임의 할인·면제, 야간 조제 부당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3. 사실확인서는 한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조사관이 예고 없이 방문해 사실확인서를 내미는 상황에서, 당황한 나머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관과 얼굴을 붉히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일단 협조하면 좋게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현지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사실확인서에 상당한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다. 작성 과정에 위법한 강압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는 한, 본인이 직접 서명한 문서의 내용은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그 결과 이후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단계에서 '그때는 상황을 잘 몰랐다', '사실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진술하더라도 이미 서명한 사실확인서를 번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조사 당일의 짧은 순간이, 이후 수개월, 수년의 절차를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4. 사실과 다른 부분은 현장에서 분명히 부인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당황스럽고 조사관과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부담스럽더라도,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은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부인해야 한다. 이는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록으로 남기는 정당한 권리 행사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현지조사 자체를 거부·방해하거나 관계 서류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제재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의 정정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함께 기재하는 것은 조사 거부와 전혀 다른 문제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남기면 된다. [주의사항] '부당청구 사실을 모두 인정합니다'와 같은 포괄적·추상적 문구는 특히 위험하다. 개별 건별로 사정이 다름에도 조사 대상 전체를 한 번에 인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기재해야 한다. 5. 기재된 사실이 맞더라도 경위는 함께 남겨야 한다 나아가 기재된 사실관계 자체는 맞더라도, 그렇게 조제하거나 청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면 이 역시 반드시 사실확인서에 함께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남겨둔 한두 줄이 이후 이의신청이나 소송에서 약사님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된다. 반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이후에 아무리 타당한 설명을 하더라도 '처분을 받고 나서 만들어 낸 주장'으로 평가받기 쉽다. 6.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소명 기록은 필요하다 소송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소명 자료가 남아 있어야 복지부 단계에서 환수 범위가 조정될 여지가 생긴다. 아무런 이의 없이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해 버리면 사실상 청구 내용이 전부 부당청구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고, 부당금액이 확정되면 그에 연동되는 업무정지 기간과 과징금, 자격정지 기간도 함께 자동으로 확정된다. 법적으로 다툴 생각이 없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기록은 남겨두어야 하는 이유다. 7. 서명 전 실무 체크리스트 ①조사관의 소속과 성명, 조사 대상 기간과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 ②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는다. ③ 사실과 다른 부분은 그 자리에서 정정을 요구하고, 정정된 부분에는 서명 또는 날인을 한다. ④ 사실관계가 맞더라도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약국 측의 경위와 의견을 함께 기재해줄 것을 요청한다. ⑤ 내용이 채워지지 않은 백지나 여백이 남은 문서에는 서명하지 않는다 맺음말: 조사 당일이 사실상의 1심이다 정리하면, 현지조사가 갑자기 들어오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말고 ①사실과 다른 부분은 명확히 부인하고, ②약국 측 입장은 사실확인서에 함께 기재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면(예를 들면, 억울하게 면대 의심을 받는 경우 등) 조사관에게 요청하여 당일이라도 변호사의 입회를 요구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이러한 내용들만 지켜도 이후 절차에서 다툴 수 있는 폭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최근 들어 보건소, 심평원의 현지조사 빈도와 강도가 세지는 추세이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약사님들께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잘 숙지하셔서 갑작스러운 조사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시지 않으시길 소망한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9-01 06:00:40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여성 탈모, 미녹시딜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최근 여성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여성형 탈모의 경우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모발의 밀도가 감소하면서 가르마와 정수리 부위의 두피가 눈에 띄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탈모가 의심된다면 단순히 빠지는 머리카락의 숫자만 확인하기보다는 모발의 굵기와 밀도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여성형 탈모를 비롯해 휴지기 탈모, 출산 후 탈모, 급격한 체중 감소, 스트레스,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갑상선 질환이나 철분 부족 등 전신적인 건강 상태와 관련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탈모가 지속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여성형 탈모가 아니라 일시적인 휴지기 탈모 등의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 여성 탈모 치료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성분이 바로 미녹시딜(Minoxidil) 이다.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성분으로, 모발의 성장기 유지와 모발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형 탈모에서는 모발이 가늘어지는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녹시딜을 이용해 가늘어진 모발의 성장을 돕고 모발의 밀도를 유지·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제형과 경구 제형이 있으며,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탈모의 유형과 정도, 연령, 기존 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을 고려해 의료진이 결정해야 한다. 바르는 미녹시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바르는 미녹시딜은 2%, 3% 또는 5% 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표시된 사용법과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탈모가 나타나는 부위의 두피에 직접 도포, 규칙적으로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 치료제는 며칠 사용한다고 바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발에는 성장 주기가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평가할 때도 일정 기간 꾸준히 사용하면서 모발의 굵기와 밀도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처음 사용했는데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면? 미녹시딜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 일부 사람에게서는 일시적으로 모발이 더 빠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흔히 초기 쉐딩(shedding)이라고 부른다. 미녹시딜 사용 초기 약 2~8주 동안 일시적으로 탈모가 증가할수 있으며, 이후 모발이 다시 성장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미녹시딜 사용 후 탈모가 갑자기 심해졌거나 두피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미녹시딜은 어떨까? 최근에는 여성 탈모 치료에서 경구 미녹시딜(먹는 미녹시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구 미녹시딜(Minoxidil 5mg)은 원래 혈압 치료에 사용되던 약물이지만, 모발 성장 효과가 알려지면서 탈모 치료에 저용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탈모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구 미녹시딜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치료법은 아니다. 혈압이나 심혈관계 상태 등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며, 부종, 두근거림, 어지럼증, 다모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먹는 미녹시딜은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약물 사용 전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한다. 미녹시딜은 '꾸준함'이 중요하다. 탈모 치료에서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치료를 시작하고 짧은 기간 안에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중단하는 것이다. 모발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성장주기가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미녹시딜은 사용하는 동안 모발 성장을 돕는 치료이므로,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따라서 미녹시딜을 약 6~12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단기간의 변화보다 장기적인 모발 상태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 샴푸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탈모가 고민되면 가장 먼저 탈모 샴푸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탈모 샴푸는 두피와 모발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지, 모든 유형의 탈모를 치료하는 의약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형 탈모가 의심된다면 샴푸에만 의존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는 초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는 하루 아침에 심해지는 경우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요즘 머리가 조금 빠지는 것 같다” 정도로 생각하다가 가르마가 넓어지고 정수리 두피가 눈에 띄게 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탈모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가르마가 예전보다 넓어졌다 ▲정수리 두피가 점점 잘 보인다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가늘어졌다 ▲머리를 묶었을 때 모발량이 줄어든 느낌이 든다 ▲머리카락이 지속적으로 많이 빠진다 ▲가족 중 탈모가 있는 사람이 있다 등이다. 여성 탈모는 원인과 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에 노출되는 개인의 후기성 치료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현재 자신의 탈모 유형을 정확하게 진단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성 탈모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이다. 여성 탈모는 더 이상 숨겨야 할 문제가 아니다. 여성형 탈모부터 휴지기 탈모까지 원인은 다양하고, 치료 방법 역시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다. 미녹시딜은 여성 탈모 치료에서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이지만, 바르는 제형과 경구 제형의 사용 방법과 주의점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인지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꾸준한 관리와 적절한 치료가 여성 탈모를 관리하는 첫걸음이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자세한 의약품 및 치료는 의료진의 진료와 상담을 요청드립니다. 필자 약력 분당365일의원 박성창 원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석사 전남대학교병원 본원 내과 전공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교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 전남대병원 부설 류마티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 역임 현) 분당365일의원 대표원장2026-08-31 06:00:36데일리팜 -
건강기능식품의 신뢰를 유지하는 장치 '원료 재평가'약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상담할 때 약사는 제품에 표시된 기능성 원료와 기능 성분의 함량, 기능성 내용 및 1일 섭취량 등을 확인한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내용이 처음 원료로 인정된 이후에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한 번 인정받았다고 해서 그 내용이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인정 이후 새로운 인체적용시험과 안전성 자료가 축적되고, 실제 섭취 과정에서 이상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분석 기술과 과학적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이미 인정된 기능성 원료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다시 검토하는 재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의 재평가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에 근거한다. 이미 고시되거나 개별적으로 인정된 원료를 현재의 과학적 수준에서 다시 검토해 기능성과 안전성이 여전히 타당한지를 확인하는 제도다. 재평가는 원료가 처음 인정될 때 제출된 자료만 다시 보는 것이 아니다. 인정 이후 발표된 인체적용시험과 독성시험, 국내외 위해정보, 이상사례 및 섭취 현황 등도 함께 검토한다. 원료의 기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충분한지뿐만 아니라 설정된 1일 섭취량은 적절한지, 특정 질환자나 의약품 복용자에게 추가로 알려야 할 주의사항은 없는지도 평가한다. 따라서 재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은 다양하다. ①기능성 내용의 유지·변경·삭제 ②1일 섭취량의 조정 ③섭취 시 주의사항의 신설 또는 변경 ④제조기준과 원료 규격의 변경 ⑤안전성 규격의 강화 (중금속, 산패도 등) ⑥시험법의 추가 또는 변경 ⑦기능성 원료 인정 취소 또는 공전상 원료 삭제 기능성 원료 등의 재평가는 정기 재평가와 수시 재평가로 나뉜다. 정기 재평가는 인정 혹은 고시된 날부터 10년이 지난 원료 중 건강기능식품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상 원료가 선정되며, 대상 원료, 자료 제출 방법 및 향후 일정을 미리 공고한다. 수시 재평가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나 위해 정보가 확인되는 등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실시한다. 예를 들어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은 수시 재평가에서 녹차추출물 등 다른 체지방 감소 기능성 원료와 함께 섭취할 경우 이상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확인됐다. 이에 다른 체지방 감소 기능성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섭취를 피하도록 주의사항이 추가됐다. 이처럼 특정 원료와 관련된 이상사례가 증가하거나 기존의 안전성, 기능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가 새롭게 발표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2026년에는 정기 재평가 6종과 수시 재평가 3종을 합해 총 9종의 기능성 원료가 재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서 원료의 범위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Lactobacillus gasseri BNR17의 재평가는 모든 Lactobacillus gasseri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적으로 인정된 BNR17 균주가 대상이다. 그린커피빈추출물과 레몬밤추출물혼합분말 역시 해당 개별인정형 원료만을 의미한다. 재평가를 받으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질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재평가가 제품 표시와 약국 상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기 쉽다. 1) 품질 규격이 강화된 EPA 및 DHA 함유 유지 EPA 및 DHA 함유 유지는 산화되기 쉬운 원료다. 재평가 결과를 반영해 산패 정도를 관리하기 위한 아니시딘가와 총산화가 규격 및 시험법이 추가됐다. 소비자가 보는 기능성 문구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원료와 제품의 품질관리를 위한 기준은 강화될 수 있다. 재평가가 기능성 내용뿐만 아니라 제조와 품질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2) 섭취량이 변경된 헤마토코쿠스추출물 헤마토코쿠스추출물은 재평가 결과를 반영해 1일 섭취량이 아스타잔틴으로서 기존 4~12mg에서 6~12mg으로 조정됐다. 상한은 그대로 유지됐고, 기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최소 섭취량이 4mg에서 6mg으로 상향됐다. '눈의 피로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 내용은 유지됐다. 이 사례는 기능성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이를 표시하기 위한 1일 섭취량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제품을 상담할 때는 기능성 문구뿐 아니라 해당 기능성분을 현재 기준에 맞는 양으로 섭취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3) 기능성 원료에서 삭제된 영지버섯 자실체 추출물 영지버섯 자실체 추출물은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으로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등재돼 있었다. 그러나 재평가에서 혈소판 응집이나 혈액응고 등 혈행 개선을 직접 보여주는 인체적용시험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식약처는 기능성 확인을 위한 추가 인체적용시험 자료를 영업자에게 요구했지만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혈행 개선' 기능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2024년 재평가 결과를 반영해 2026년 영지버섯 자실체 추출물을 공전상 기능성 원료에서 삭제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인정은 인정 당시 확보된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 판단에 가깝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 새로운 근거가 축적되면 기능성 내용이나 섭취량, 주의 사항과 품질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재평가는 건강기능식품 원료에 대한 판단을 최신 과학적 근거에 맞게 갱신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장치다. 약국에서는 제품에 적힌 기능성 문구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구가 현재도 유효한지, 1일 섭취량과 주의사항은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확인이 건강기능식품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상담하는 출발점이다. [참고자료] 1)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2) 기능성 원료 등의 재평가 실시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고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6-2호, 식품의약품안전처 3) 2026년 건강기능식품 정기 재평가 실시 공고, 식품의약품안전처 4) 2026년 건강기능식품 수시 재평가 실시 공고, 식품의약품안전처 5) 2018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재평가 결과, 2018, 식품의약품안전처 6) 2024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재평가 결과, 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7)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6-43호, 식품의약품안전처2026-08-29 06:00:42데일리팜 -
[특별기고] 대한약사회, 임시총회 열고 총의 모아야어제 우리는 대한약사회 지부장회의가 열리는 현장으로 갔습니다. 서울 24개 분회장과 경기지역 분회장들이 함께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호소문을 전달하고 낭독했습니다. 왜 분회장들이 중앙회까지 찾아가야 했을까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흔들리는 약사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 문제를 전체적으로 풀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국 약사사회가 빗장풀린 약배송으로 약사회는 초 비상사태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약을 배송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와 약사의 만남이 사라지고, 복약지도가 약화되며, 약사의 전문성이 플랫폼의 편리함 뒤로 밀려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약은 일반 상품이 아닙니다. 약국은 물류센터가 아닙니다. 약사는 배송을 위한 포장 인력이 아닙니다. 약사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 복용 상태를 확인하고, 약물의 중복과 상호작용을 살피며,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전문가입니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편리함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과 전문성, 그리고 국민 건강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회원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약사회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전국의 민초약사들은 묻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의 거센 정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회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쌓여 결국 서울과 경기의 분회장들이 움직였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했습니다.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전국 대의원이 모여 이 위기를 함께 논의하고 약사사회의 총의를 모으자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중대한 상황이라면 평상시의 회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논의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임시대의원총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우리의 목소리를 함께 모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것, 회원들은 묻습니다. 현 상황에서 권영희 회장이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취지의 입장이 지부장 회의에서 거론되면서 회원들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집니까?" 지금까지의 대응으로도 정부의 정책 추진을 막지 못했고, 현장의 불안과 불신이 이처럼 커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같은 지도체계 아래에서 다시 비상대책을 맡는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어떤 전략으로 돌파할 것인지 회원들에게 먼저 설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질문을 했습니다. 대한약사회장님의 답은 비상대책을 꾸린뒤에 설명 하겠다고 했습니다.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신뢰의 문제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만으로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원이 믿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것인가"보다 먼저, "어떻게 회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엇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회원은 이제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대한약사회 회장님께서 정말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지 않고 본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면 이해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의원 총 1/3이상의 대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임시 대의원 총회를 반드시 열어야 합니다. 16개 시·도지부장님들께 호소합니다. 지부장님들 회의결과는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대의원총회 소집이 무산 되었습니다. 권영희 회장님도 분회장 회의에 오셔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언제가 때인지를 말해야 합니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닙니다. 전시 상황입니다. 회원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부장님들께서는 중앙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해 주십시오. 민초약사들은 아우성인데 왜 대한약사회와 지부장님들만 때가 아니라고 하십니까? 그럼 언제가 때인지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회원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당당하게 전달해 주십시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소통이고, 관망이 아니라 결단입니다.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함께해야 합니다. 이것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개국약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전국 모든 약사의 문제입니다. 오늘 서울에서 시작된 변화가 내일 전국의 약국으로 닥칠 수 있습니다. 정부와 플랫폼이 움직이고 있는데 약사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일수록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다만 단결이 침묵을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이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회의 대응이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약사회를 흔드는 일이 아니라 약사회를 살리는 일입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나는 약사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쓴소리를 합니다. 약사회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요구합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밥그릇이 아닙니다. 약사의 전문성입니다. 지역약국의 가치입니다. 국민의 건강입니다. 그리고 약사라는 이름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회장도, 집행부도, 지부장도, 분회장도 아닙니다. 회원입니다. 회원이 주인이라면 회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총의를 모으자고 하면 그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외치면 답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제 현장에 섰던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 간 것이 아닙니다.약사회를 살리기 위해 갔습니다. 이제 대한약사회가 답해야 합니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주십시오. 회원과 대의원이 함께 논의하게 해주십시오. 비상대책을 추진한다면 회원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을 제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침묵하지 맙시다. 서로의 손을 놓지 맙시다. 분열하지 맙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합시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그리고 지금, 회원의 목소리에 분명히 답해야 합니다. [필자 약력] -동대문구약사회장 -서울 24개분회장협의회장 -동대문문화원장 -전국청년약사회장(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전) -서울시의회의원(전)2026-08-28 06:00:38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사가 아는 약국 만드는 동선 설계예쁜 공간보다 오래 일하기 편한 공간이 좋은 약국입니다. "예쁜 약국 하나 만들어 주세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요청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 항상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드립니다. "약사님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출근해서 문을 열고, 조명을 켜고, 처방전을 접수하고, 조제를 하고, 복약지도를 하고, 퇴근하며 문을 잠그는 순간까지. 저는 약국에서의 하루를 먼저 상상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과정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어떤 위치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불편할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설계는 예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하루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약국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동선과 직원 동선입니다. 고객은 접수부터 대기, 복약지도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해야 하고, 직원은 불필요하게 돌아다니지 않아야 합니다. 하루 수백 번 반복되는 작은 움직임 하나가 몇 년이 지나면 피로도의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생각자국은 가구의 모양보다 먼저 높이를 고민합니다. 조제대는 약사님의 어깨와 허리가 편해야 하고, 투약대는 고객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특히 투약대는 단순한 카운터가 아닙니다. 병원 인포데스크처럼 앉아서 응대하는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면 복약지도를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반복해서 일어나야 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와 어깨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근무자의 피로도는 크게 증가합니다. 조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간을 밝히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의 피로도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같은 마감재라도 조명의 색온도와 위치에 따라 전문적인 공간이 될 수도, 따뜻한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약국은 하루 이틀 사용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5년, 10년 동안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좋은 설계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몸을 먼저 이해하는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을 때, 어깨가 조금 덜 아프고 허리가 조금 덜 피곤하다면 그것이 좋은 설계입니다. 공간은 보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가 설계하는 것은 가구의 위치가 아닙니다. 약사님의 하루입니다. 하루가 편해야 10년이 편하고, 10년이 편해야 오래 사랑받는 약국이 됩니다.2026-08-26 06:00:36데일리팜 -
[특별기고] 대한약사회는 풍전등화 위기 앞에 민심 직시하라작년에 새로 들어선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행동하고 실천하는 강한 약사회'를 바탕으로 약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됐다. 그 와중에 작년 6월 메가팩토리가 창고형약국으로 문을 열었고, 불과 1년 만에 전국에 100여 군데, 경기도에만 40여개 창고형약국이 난립하며 동네약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새로운 대한약사회에 기대를 걸었던 약사회원들은 '창고형 약국'에 속수무책인 대한약사회에 엄청난 실망을 하였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강한 약사회”는 말뿐이었던 것인가! 여기에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시도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 확대와 맞물린 전국적인 약 배달 정책마저 눈앞의 현실로 가시화되고 있다. 약사의 전문성과 존재 이유 자체가 위협받는 사면초가의 국면이다. "민초약사는 비상 상황인데 대한약사회는 비상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이 거대한 파도를 막아내야 할 대한약사회 지도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암담함을 금할 수 없다. 민초약사들은 하루하루 불안과 분노 속에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대한약사회에는 그 어떠한 위기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안이 이토록 엄중함에도 ‘비상대책위원회’조차 발족하지 않은 채 안일하게 한약사 문제 1인 시위만 답답하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망각한 채 정책적 결단과 강력한 정공법의 골든타임을 허송세월하며 모조리 놓치고 있는 무능함에 현장의 탄식과 절망은 극에 달했다. 지도부의 한가한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대한약사회장의 행보를 전국의 약사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권영희 회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FIP(세계약사연맹) 총회 참석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 불참했다.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등 타 보건의료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해 장관을 대면할 때 대한약사회만 부회장이 대신 참석하는 파행을 빚었다. 정작 회장은 장관 대면식이 끝난 후에야 귀국했으니 회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책임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분통이 터지게도 이처럼 엄중한 시국에 올해 역시 캐나다에서 열리는 FIP 총회 참석을 이유로 대거 출국한다는 소문이 파다 하다. 현장의 약사들이 생존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이때, 지도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또다시 해외 출장길을 논하고 있단 말인가? 국정감사가 곧 다가온다. 정부를 견제하고 보건의료 현안의 위헌·위법성을 매섭게 추궁할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런 전략도, 준비도 없이 소중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버렸던 작년 국정감사의 뼈아픈 실책을 올해 또다시 반복할 것인가? 한가한 해외 일정 구상을 즉각 철회하고 다가오는 국정감사 준비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약사회는 민심이 두렵지 않은가. 약사회의 주인은 특정 집행부나 임원이 아니라, 매일 현장을 지키며 회비를 내고 약국을 일구는 민초약사들이다. 현장의 절규를 외면하고 사안의 시급성을 망각한 채 안일함으로 일관한다면, 회원들의 참아온 분노는 결국 지도부를 향한 준엄한 심판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지금이라도 당장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비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허울뿐인 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즉시 발족하라. 창고형 약국 난립, 편의점약 확대, 약 배달 정책 저지를 위해 사생결단의 자세로 실질적인 투쟁에 나서라. 회원의 뜻을 외면한 채 거듭된 위기를 방치한다면, 전국의 민초약사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필자 약력]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현 광명시약사회장 -현 경기 분회장협의회 회장2026-08-25 06:00:42데일리팜 -
[특별기고] 생노병사를 넘어 '생노병돌봄사'의 시대약국 문을 나서려던 한 환자가 다시 돌아서서 물었다. “약사님, 약은 잘 챙겨 먹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집에 가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분의 손에는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봉투가 들려 있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관절통 약이 한데 들어 있었다. 약의 복용시간과 주의사항은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 그러나 환자가 진정으로 묻고 있었던 것은 약의 이름이나 복용법이 아니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다시 내 힘으로 걷고, 먹고, 살아갈 수 있습니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약 봉투 안에는 약의 복용법은 적혀 있지만, 환자가 오늘 저녁 무엇을 먹고 내일 아침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병원에서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지만, 환자는 다시 자신의 집과 식탁으로 돌아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바로 그곳에 오늘날 의료가 아직 충분히 채우지 못한 공간이 있다. 병과 죽음 사이에 길어진 ‘돌봄의 시간’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의 삶을 ‘생로병사’라는 네 글자로 설명해 왔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인간이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현대인의 삶은 더 이상 이 네 단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병이 생긴 뒤 곧바로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퇴행성관절염, 파킨슨병, 치매와 같은 질환을 안고 오랫동안 살아간다. 약을 복용하고 수술과 치료를 받으며 생존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혼자 식사를 준비하기 어렵고, 약을 챙기기 힘들며, 걷고 씻고 외출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병과 죽음 사이에 이전에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하나의 단계가 길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바로 ‘돌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의 삶을 ‘생노병사’가 아니라 ‘생노병돌봄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말은 단순한 언어적 수사가 아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생존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자신의 힘으로 생활하고 관계를 맺으며 삶을 선택할 수 있느냐를 함께 물어야 한다는 시대적 문제의식이다. 사람들이 노년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흰머리나 주름 때문만은 아니다. 내 발로 걷지 못하게 되는 것, 내가 먹을 음식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 대소변과 목욕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환자들이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말은 단순히 생물학적 수명을 연장해 달라는 뜻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끼 식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가능한 한 오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장수이며, 의료가 앞으로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삶의 모습이다. 현대의학의 성취와 그 이후에 남은 과제 현대의학은 인류의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했다. 감염병을 치료하고, 응급수술로 생명을 구했으며,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통해 수많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급성기 사망을 줄이고, 과거에는 회복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냈다. 이러한 현대의학의 성취와 약물치료의 가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온 영역은 주로 질병을 진단하고, 위험한 상태를 안정시키며, 증상과 검사 수치를 조절하는 분야다. 반면 만성질환은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지 않는다. 당뇨병, 지방간, 심혈관질환, 암, 자가면역질환, 근감소증과 인지기능 저하는 오랫동안 반복된 식생활, 운동 부족, 복부비만, 근육 감소, 수면장애, 스트레스, 장내환경의 변화와 만성염증이 서로 얽히면서 진행된다. 혈당이 높으면 혈당을 낮춰야 하고, 혈압이 높으면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암이 발견되면 적절한 치료를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제한된 진료시간 안에서 환자가 매일 무엇을 먹는지, 최근 체중과 근육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잠을 제대로 자는지,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지, 여러 건강기능식품과 즙을 함께 섭취하는지까지 충분히 살피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현대의학의 실패가 아니다. 진단과 응급치료, 수술과 약물치료, 영양과 생활관리, 정서적 지지와 돌봄을 하나의 의료체계가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다. 병원에서 치료가 끝났다고 환자의 삶까지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세끼 식사와 수면, 움직임, 복약, 불안과 가족관계가 시작된다. 치료는 병원에서 이루어지지만, 회복의 대부분은 환자의 일상에서 이어진다. 오늘날 의료가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이 치료와 일상 사이에 남아 있는 공간이다. 의학 3.0,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에서 건강수명을 지키는 의학으로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의학 3.0’이 이야기되고 있다. 의학 3.0은 기존의학을 부정하거나 대체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응급치료, 수술, 약물치료라는 현대의학의 강력한 토대 위에 예방과 조기관리, 개인화된 건강관리, 영양, 운동, 수면과 생활환경을 더하자는 새로운 방향이다. 질병이 충분히 진행된 뒤 치료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질병을 만들어가는 위험을 더 일찍 발견하고 관리하자는 것이다.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왜 이 환자의 혈당이 계속 높아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혈압약을 처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환자의 체중과 근육, 수면과 스트레스, 염분 섭취와 활동량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암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치료 이후 환자가 다시 먹고, 걷고, 잠을 자며,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의학 3.0의 핵심 질문은 “이 환자에게 어떤 질병이 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사람은 왜 이 질병을 가지게 되었는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질병의 악화와 돌봄 의존을 늦출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단순한 생존기간이 아니라 건강하게 기능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의료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 빈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인 가운데 한 사람이 약사라고 생각한다. 약사는 약물의 작용기전과 부작용, 상호작용을 이해한다. 간과 신장 기능에 따라 약물의 효과와 위험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저혈당과 출혈,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의 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 여러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확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같은 환자를 반복해서 만난다. 이러한 약사의 전문성은 음식과 생활을 상담할 때 더욱 중요해진다. 당뇨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갑자기 식사량을 크게 줄이면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뇨제를 복용하는 심부전 환자에게 물과 전해질을 무조건 많이 섭취하도록 권해서는 안 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몸에 좋다는 이유로 채소즙과 과일즙을 과도하게 마시면 칼륨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섭취한다면 출혈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는 치료 단계, 면역 상태, 구강점막 손상, 설사나 변비, 체중 감소와 소화력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 위생관리의 우선순위가 달라져야 한다. 음식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질병과 약물의 위험을 함께 고려한 음식상담에는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약사가 음식과 생활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사의 영역을 약에서 음식으로 옮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약을 중심으로 축적해 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약과 음식, 질병과 생활, 치료와 회복을 더 안전하게 연결하자는 것이다. 푸드닥터가 지향하는 음식치유는 약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거부하게 하는 접근이 아니다.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감염, 진행성 암, 간부전과 신부전처럼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의학적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정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하나를 모든 질병의 해답처럼 주장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음식치유의 올바른 방향은 필요한 치료와 약물복용을 충실히 이어가면서, 환자가 자신의 일상에서 바꿀 수 있는 식사와 운동, 수면, 체중과 근육, 스트레스와 생활습관을 함께 관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음식은 하루 세 번, 일 년이면 1,000번 이상 몸 안으로 들어온다. 그 반복되는 음식은 혈당과 인슐린 반응에 영향을 주고, 장내미생물의 먹이가 되며, 근육과 혈관, 면역반응과 에너지대사에 관여한다. 같은 약을 복용하더라도 환자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이며, 얼마나 잘 자는지에 따라 치료 이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음식은 약의 경쟁자가 아니다. 음식은 약물치료가 환자의 삶 속에서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어지도록 돕는 치료의 동반자다. 푸드닥터는 환자에게 삶의 주도권을 돌려주는 사람이다. 내가 말하는 푸드닥터는 의사를 대신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다. 푸드닥터는 환자의 질환과 검사 결과, 복용약, 소화력, 체중과 근육량, 식습관과 생활환경을 함께 살펴보고, 의학적 치료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과 생활의 방향을 교육하는 상담 역량을 의미한다. “이 음식이 몸에 좋습니까?”라는 질문에 무조건 좋다거나 나쁘다고 답하지 않는다. 누가 먹는지,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지금 치료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간과 신장 기능은 어떠한지,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할 힘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푸드닥터 상담은 완벽한 식단을 지시하는 일이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삶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질병이 깊어질수록 환자는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감을 잃는다. 검사 결과는 의료진이 설명하고, 약은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며, 식사는 가족이 준비한다. 환자는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이때 약사가 환자에게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 행동을 제안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저녁 식후 10분만 걸어보십시오.”“식사를 무조건 줄이지 말고 단백질과 에너지를 조금씩 나누어 드십시오.” “야간 저혈당 가능성이 있으니 증상과 혈당을 기록해 진료 때 보여주십시오.” “지금은 새로운 건강식품을 더하기보다 현재 드시는 제품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생활지도가 아니다. 환자에게 “내가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기효능감과 희망을 돌려주는 치유의 언어다. 가격이 아니라 지식과 신뢰로 선택받는 약국. 지금 약국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처방전 중심의 반복 업무, 약국의 대형화, 가격 경쟁, 온라인 유통과 건강정보의 확산은 약국의 역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환자는 왜 우리 약국을 선택해야 하는가. 약사는 환자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하는가. 미래 약국의 경쟁력을 더 많은 제품과 더 낮은 가격에서만 찾는다면 약사의 전문성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 약사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약국의 크기도, 진열된 제품의 숫자도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이해하는 지식, 질병과 약물을 해석하는 능력, 위험한 선택을 막아주는 판단력, 그리고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마음이다. 약사가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상담의 깊이는 달라진다. “최근 식사량과 체중이 줄지는 않았습니까?” “식후에 심하게 졸리거나 어지럽지는 않습니까?” “변비나 설사가 반복되지는 않습니까?” “건강기능식품과 즙, 분말을 함께 드시고 있습니까?” “최근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지는 않습니까?” 이런 질문은 단순한 친절이나 생활지도가 아니다. 약효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이유, 부작용이 심해지는 배경, 복약순응도가 낮아지는 원인, 영양불량과 근감소, 노쇠와 돌봄 의존의 위험을 발견하기 위한 임상적 질문이다. 대한민국 약사 직능의 새로운 10년 앞으로의 10년은 대한민국 약사 직능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는 하나의 질환만 가진 환자보다 여러 만성질환과 다약제를 함께 가진 환자가 증가한다. 병원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음식과 운동, 수면, 복약과 자기관리를 지속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가족과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돌봄의 무게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약사가 처방된 약을 정확히 조제하고 전달하는 역할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약사의 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약사가 약물치료의 안전성을 지키면서 환자의 식사와 영양, 근육, 수면과 생활을 연결한다면 약국의 역할은 달라진다. 약국은 약을 받아 가는 장소를 넘어 만성질환의 악화를 예방하고, 치료 이후의 삶을 관리하며, 노쇠와 돌봄 의존을 늦추는 지역사회의 건강거점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약사 직능의 새로운 10년은 약사의 전문성을 버리고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아니다. 지금까지 축적해 온 약학적 전문성을 환자의 삶 전체로 확장하는 시간이다. 처방전에서 환자로, 약봉투에서 식탁으로, 질병의 수치에서 환자의 생활로, 치료에서 예방과 회복으로, 그리고 단순한 수명 연장에서 건강수명의 연장으로 나아가는 10년이다. 어느 날, 또 한 명의 환자가 약봉투를 들고 약국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을 것이다. “약사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 질문은 약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삶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없고, 환자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그러나 환자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워할 때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인 첫걸음을 함께 찾아줄 수는 있다. 한 사람의 약사가 바뀌면 한 약국의 상담이 달라진다. 한 약국이 달라지면 한 가족의 식탁과 돌봄이 달라진다. 그리고 많은 약국이 함께 달라진다면 대한민국 만성질환 관리와 돌봄의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국민은 약사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 단지 처방전에 적힌 약을 조제해 주는 사람일까. 아니면 병들고 늙어가는 긴 시간 동안, 내 약과 음식과 삶을 믿고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일까. 그 답은 우리가 오늘 환자에게 어떤 질문을 건네고, 어떤 공부를 시작하며, 어떤 상담을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환자가 약국을 나설 때 약봉투만 들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내 삶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구나.” 그 작은 희망까지 가슴에 품고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생노병돌봄사’ 시대에 국민이 필요로 하는 약사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함께 열어가야 할 의학 3.0 시대, 대한민국 약사 직능의 새로운 10년이다. ◆ 필자 소개 한형선 박사는 오랜 기간 음식과 건강의 관계를 연구해 온 음식치유 전문가로, 현재 한국푸드닥터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인체의 회복력과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음식치유와 식생활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예방, 뇌 건강을 위한 식생활 관리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약사 및 음식치유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 『한형선의 푸드닥터』가 있다.2026-08-21 11:55:31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국 인테리어 비용, 얼마가 적정할까?약사님들과 처음 상담을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평당 얼마인가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지만,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같은 40평 약국이라도 공사비는 수천만 원씩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약국은 대부분 1층에 입점하다 보니 현장마다 조건이 매우 다릅니다. 천장 높이만 해도 2.4m인 곳이 있는가 하면 4m가 넘는 곳도 있고, 샤시의 크기나 벽면의 면적, 외부 익스테리어의 형태도 제각각입니다. 같은 40평이라도 사용하는 자재의 양과 작업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공사비 역시 달라집니다. 여기에 간판, 냉난방, 전기 증설, 급·배수 설비, 소방, 철거 비용까지 포함하면 단순히 '평당 얼마'라는 숫자만으로는 전체 예산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철거 과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철거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계약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냉장고나 의자, 테이블 같은 집기류만 철거되어 있고 천장이나 벽체, 바닥 등 시설물은 그대로 남아 있어 철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용해도 되는 부분까지 모두 철거해 버려 전기나 급·배수 설비를 다시 설치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추가 공사비는 대부분 임차인이 부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저렴한 견적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설명해 주는 업체인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평당단가는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같은 숫자라도 어디까지 포함된 금액인지에 따라 실제 공사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견적서를 받을 때는 먼저 "이 견적에 어디까지 포함되어 있나요?"라고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견적은 가장 싼 견적이 아니라, 공사가 끝날 때까지 예산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견적입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공사가 끝난 뒤에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견적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숫자 하나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이유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필자 약력] -생각자국 디자인 대표 -실내건축공사업 면허 보유2026-08-19 12:05:3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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