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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잇단 참전…더마코스메틱 시장, 성분 넘어 '제품력' 승부

  • 김지은 기자
  • 2026-07-30 12:02:07
  • 요약
  • 동국·대웅·유한·한미·안국까지 경쟁 가세…제약사 새 성장축 부상
  • PDRN·EGF·엑소좀 제품 봇물…소비자 선택 넓어졌지만 혼란도 확대
  • "결국 중요한 건 제품력"…성분 넘어 근거·브랜드 철학이 판도 가른다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 구도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국내외 전통 화장품 기업들이 주도했던 시장에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더마 브랜드와 국내 전문 화장품 기업, 약국을 주력 채널로 삼는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국면을 맞았다.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달라진 소비자가 있다. 과거 소비자는 약사나 판매자가 권하는 제품을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제품과 성분을 직접 검색하고 비교한 뒤 약국을 찾는 분위기다. 

다만 제품과 브랜드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선택은 오히려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약국 꿀템’, ‘한국 약국에서 꼭 사야 할 제품’이라는 이름을 내건 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경쟁 기준은 새로운 브랜드나 유행 성분을 먼저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는 기준은 얼마나 확실한 제품력과 근거를 갖추고 있는 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약품 기술력을 더마코스메틱으로 옮겨오다?"

최근 제약사들의 더마코스메틱 진출은 단순히 화장품 사업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의약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원료와 기술,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더마코스메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먼저 동국제약은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핵심 원료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을 앞세운 센텔리안24를 국내 대표 더마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대웅 계열 이지듀는 자체 개발한 EGF 기술을 기반으로 기미·탄력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파마리서치는 의료기기 리쥬란의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PN·PDRN 기반 홈케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팝업 스토어 올리브베러 내에는 파마리서치, 동아제약, 동국제약 등 제약사 대표 더마코스메틱 제품들만 따로 진열한  코너가 마련돼 있다.  

동아제약은 파티온을 통해 트러블 케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와 유한양행, 안국약품도 각각 피부장벽과 PDRN, 엑소좀 등 의약학 기반 성분을 내세워 시장 확대에 나섰다.

과거에는 ‘제약사가 화장품도 만든다’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제약사가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 자체가 더마코스메틱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경쟁 상대가 다른 제약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에스트라, 네오팜의 제로이드와 아토팜,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닥터지, 휴젤의 웰라쥬를 비롯해 라로슈포제, 아벤느, 바이오더마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미 강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피부장벽과 민감성 피부, 트러블 케어 등 특정 영역에서 오랜 연구개발 경험과 브랜드 경쟁력을 축적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판매 채널도 달라졌다. 과거 약국화장품은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라는 의미가 강했지만 현재 센텔리안24와 파티온, 이지듀, 리쥬란 코스메틱 등 주요 브랜드는 홈쇼핑과 온라인, H&B스토어, 면세점, 해외시장까지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약국이 브랜드의 전문성과 신뢰를 구축하는 출발점 역할을 하는 반면, 성장의 무대는 일반 유통과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구조다.

ODM 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습이나 민감성 피부 중심의 제품 개발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PDRN과 EGF, 엑소좀, 펩타이드 등 바이오 기반 성분을 적용한 제품 개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제품 넘쳐나는 시장…성분 경쟁 넘어 ‘제품력·근거 경쟁’으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시장 성장의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브랜드와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제품 간 차이를 판단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더마코스메틱 시장에서는 PDRN과 EGF, 엑소좀, 펩타이드 등을 앞세운 제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같은 성분을 표방하더라도 원료의 출처와 제조공정, 함량, 제형, 적용 기술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소비자가 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정수진 팜에이스 대표는 “과거에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폭 자체가 좁았다면 지금은 약국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며 “너도나도 ‘약국 꿀템’, ‘한국 약국에서 사야 할 제품’이라고 소개하다 보니 소비자가 제품을 선별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K-뷰티 확산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K-뷰티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비슷한 콘셉트와 성분을 내세운 제품이 빠르게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대목이다.

정 대표는 “결국 중요한 것은 진짜 제품력”이라며 “제품 콘셉트와 콘텐츠는 유사하게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제품력과 브랜드가 제품을 만든 이유, 고유한 방향성은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약국 제품에 기대하는 것은 일반 화장품 매장보다 나은 효과와 자신의 고민에 맞는 해결책”이라며 “높은 기대와 비용을 감수하고 구매하는 만큼 제품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약사의 설명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경쟁력이 새로운 성분을 먼저 사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성분의 효능과 안전성을 얼마나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임별 약사(파마브로스 대표)는 최근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SNS와 논문, 인공지능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찾으면서 질문도 ‘어느 브랜드인가’에서 ‘어떤 성분인가’, ‘왜 사용해야 하는가’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약사는 “예전에는 브랜드가 시장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좋은 성분과 이를 설명하는 전문가, 그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이 함께 움직일 때 시장이 만들어진다”며 “좋은 제품은 설명될 때 비로소 시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SNS에서는 PDRN 화장품을 일반의약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소개하거나 ‘약국 판매 1위’, ‘약국 전용’ 등을 과도하게 강조해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적발하고 있다.

화장품과 의약품은 개발 목적과 허가 체계, 적용 법령이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성분의 특징과 제품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확대되는 시장을 겨냥해 약사 중심의 전문 학회가 출범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시장 성장과 함께 성분·효능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약사 전문교육,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수진 대표는 “약국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일반 화장품 매장에서보다 나은 효과와 자신의 문제에 맞는 해결책”이라며 “높은 기대와 비용을 감수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만큼 브랜드의 제품력과 약사의 전문적인 설명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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