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1형 당뇨와 30여년간 함께한 약사
- 강혜경 기자
- 2026-06-11 0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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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츨간한 박상욱 약사(수필가)
- 9살 당뇨 진단 이후 9만번의 채혈, 4.5만번의 주사 견디며 현재 진행형
- "비밀 숨기느라 노심초사" 소외감과 억눌림으로 가득했던 사춘기
- 글쓰기로 찾은 마음의 안정, 그리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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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딸깍, 탕!' 매일 아침 손끝을 찔러 피를 보는 이가 있다.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예기치 못한 불청객 '제1형 당뇨'를 맞이한 박상욱 약사(35·부산대)의 얘기다.
친구들이 구슬치기를 하던 나이에 스스로 주사 놓는 법을 배웠고, 지난 30년간 9만번의 채혈과 4만5000번의 인슐린 주사를 견디며 평범함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가 약사이자 환자로서의 고백을 담은 에세이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를 출간했다.
약으로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하는 약사로, 치유가 되는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그의 꿈은 '남들처럼 사는 것'이었다.
9살에 우리나라 당뇨 인구 1%에 불과한 1형 당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육체적 고통은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도 침범했다.
늘 평균에서 제외됐고, 장래희망 같은 것도 없었다. 나중에는 '나는 1형 당뇨가 있으니까'라는 말을 모든 선택의 기본값으로 삼으며 스스로를 위축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마주하게 된 거울 속 모습이 그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아무런 목표도, 표정도 없이 평생 살 수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들었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껍집을 깨뜨리기 위해 알을 쪼는 것처럼 그는 달리기와 헬스를 시작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걷고, 움직이는 작은 행동 변화부터 시작됐다. 책을 읽고 글을 써보기도 했다.
놀랍게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춤을 추던 혈당도 안정화됐다. 불청객이자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던 당뇨에 대한 무게도 줄어들었다.
저혈당 쇼크 공포를 이겨내고 1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도전들이 쌓이면서 근육뿐 아니라 자신감도 생겼다.
다만 현실적으로 일반 직장인들처럼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가 생활하고, 혈당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택한 길이 약사였다.
'스스로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던 작은 바램은,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토닥여주는 약사로 성장하게 했다.
여전히 그의 하루는 채혈과 브로콜리를 데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이제는 세상에서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나를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연습, 마음의 문을 여는 용기 그리고 삶을 대하는 사고와 태도가 스스로에 대한 긍정을 이끌어 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으로, 일상을 성실하게 이어나가고 싶다는 게 그의 각오다. 책을 읽은, 혹은 읽고 있는, 읽게 될 1형 당뇨인들과 동료 약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 봤다.
Q. 1형 당뇨를 어떻게 알게 됐나. 그리고 주사 보다 힘들었던 게 있었나요?
A. 학교에서 놀다 집에 오면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자다 깨서는 닥치는 대로 먹고 물, 탄산음료도 끝없이 마셨던 거 같아요.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고 1999년 봄 제1형 당뇨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내 몸은 왜 이래요?" 어린 시절 스스로에게, 또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예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기능 결함이 있는 몸이 야속하기만 했죠.
친구들이 알세라 비밀처럼 꽁꽁 숨겨왔지만 늘 체력단련에서 열외가 됐고, 친구 생일파티를 가도 케이크 한 입 제대로 못 먹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의 소외감, 억눌림 같은 감정들이 가족, 친구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1형 당뇨 상병 코드인 'E10'가 어느덧 삶 전체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래희망 역시 늘 공란이었어요. 그러다 스스로 건강을 돌보고자 약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제게는 이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10km 마라톤, 바디 프로필 같은 것들도 모두 도전이었고요. 직접 부딪치며 쌓아가다 보니 어느덧 책을 출간하게 됐네요.
Q. 약국에서 만성질환자를 만날 때 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A.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이 만성질환 진단을 받으신 분들은 표정부터 달라요. '평생'이라는 꼬리표가 꽤나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죠.
저는 이런 꼬리표를 먼저 달아본 사람으로서, 만성질환은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늘 환자들께 말씀드려요. 낫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잘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게 목표인 거죠. 저 역시 30년 가까이를 그렇게 살고 있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매일 약을 먹는 게 짐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약을 먹으면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체가 사실 감사한 일이예요.
가끔은 모두 내려놓고 싶어지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제게 얘기하듯 환자분들께도 말씀을 드립니다.
Q. 출간 전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셨던 걸로 알아요. 글쓰는 걸 좋아하셨나요?
A.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였어요. 소위 잡생각이라고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그 생각들을 글로 옮기면 잡념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꼈어요. 글쓰기가 혼란스러운 제 마음에 안정제가 된 거죠.
그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됐고, 쓴 글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책으로 위안받았던 적이 많아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처지는 달라도 비슷한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한다는 느낌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힘이 됐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가 빛을 보게 됐습니다.
Q. 책이 제1형 당뇨환자들에게, 또 약사들에게 어떻게 읽히길 희망하시나요?
A. 제1형 당뇨인 분들께는 책이 작은 거울이 됐으면 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이 병을 숨기고, 혼자 감당하고, 때로는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그런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결국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병이 있다는 사실이 내 전부가 돼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당뇨는 제 삶의 일부일 뿐, 저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거든요. 자신을 환자로만 보는 순간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부디 자신을 환자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소중하게 대해주셨으면 해요. 이 책이 그런 마음을 갖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약사님들께는 조금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약사이면서 동시에 매일 약을 써야 하는 사람으로,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살아 보니 카운터 안과 밖이 얼마나 다른 세계인지 알게 됐어요.
약 봉투를 받아가는 분들 중에는 저처럼 매일 주사를 맞고, 혈당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오늘 하루를 겨우 버텨낸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께는 말 한마디가 그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어요. 이 책이 약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 더 넓혀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요?
A. 지금처럼 살고 싶습니다. 매일 약국에서 많은 분을 만나고 약사로서 제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싶어요.
약사로서의 일상을 이어가는 것처럼, 작가로서의 집필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쓰는 일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써나가면서 그 과정을 나누고 싶어요.
1형 당뇨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 혹은 당뇨가 아니더라도 막막한 현실 앞에서 힘들어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버거운 순간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약사로서, 또 작가로서 성실히 살아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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