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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14년일까…제약, 재평가 연기 약가 비교 시점 의구심

  • 천승현 기자
  • 2026-09-04 06:00:58
  • 요약
  • 복지부, 최고가 급락 제품군 약가재평가 2차로 연기 가능
  • 최고가 인하폭은 2014년과 비교...약가재평가 등재수 기준은 2012년
  • 로수바스타틴·텔미사르탄 등 2014년과 비교시 인하폭 축소
  • 2014년 기등재목록정비 이후로 비교 인하율 축소 의도 가능성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가 주력 의약품의 약가 재평가 시기를 늦추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내년 4월로 예고된 재평가 대상 중 '안정적 공급'이나 '큰 폭의 약가 인하' 등 합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2단계 평가로 미뤄준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매출 타격을 최소화할 대상 품목 선별에 나섰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유예 기준이 모호하고, 평가 기준 시점도 기존 약가 인하 정책들이 이미 반영된 2014년으로 제시돼 실제 대상 품목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공고한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에는 1차 약가 재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제품도 2차 재평가 대상으로 검토‧분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복지부는 “1차 재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제품 중 환자 진료상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나 과거 대비 동일제제 상한금액 중 최고가격이 큰 폭으로 인하된 제품의 경우 제약사 신청‧접수를 통해 해당 제품을 포함한 동일제제 제품들을 2차 재평가 대상으로 검토‧분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약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추가로 약가가 인하될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약가 재평가 시기를 미뤄줄 수 있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1차 약가 재평가 대상 의약품의 2차 재평가 변경 기준을 제시했다.(자료: 보건복지부)

약가 재평가는 이달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의약품에 적용하는 후속 작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특허 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상한가가 특허 만료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약가가 16% 깎인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기존 의약품을 2012년 12월 이전과 이후 등재된 그룹으로 구분해 개정 산정률 45%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과 제네릭이 등재된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인하 대상이다. 1단계 재평가에 따른 약가 인하는 내년 4월 시행하고, 2단계 약가 인하는 2030년 10월부터 시행해 2036년 10월에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2012년 12월 1일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제품 중 투여경로‧성분‧제형이 동일한 제품군 내에 복수의 제품이 등재돼 있는 제품들 및 이와 투여경로‧성분이 동일한 제품들’을 1차 재평가 대상으로 제시했다. 2012년 12월 1일 기준 제네릭이 1개 제품이라도 등재됐으면 해당 제품은 내년 4월에 개편 약가제도에 맞춰 약가를 조정한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2026년 9월 1일 기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동일제제 상한금액 중 최고가를 53.55%로 설정하고 개편 약가 기준인 45%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2014년 대비 동일제제 상한금액 중 최고가격이 큰 폭으로 인하된 제품은 제약사에서 환자 진료상 안정적 공급 필요성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2차 재평가 대상으로 분류할 예정이다”라고 안내했다. 

만약 9월 1일 최고가로 등재된 제품이 과거에 큰 폭으로 약가가 인하된 적이 있다면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감 약가인하율이 크기 때문에 타당한 사유를 제시하면 구제해 주겠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은 1단계 재평가 대상 중 2단계 재평가로 일정을 미룰 수 있는 제품을 찾아 나섰다. 약가 인하율이 최소 16%에 달하기 때문에 1개 제품이라도 약가인하 시기를 늦추면 매출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가격이 큰 폭으로 인하된 제품’이라는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자사 제품이 아닌 동일 제품의 최고가의 인하 이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부가 제시한 ‘환자 진료상 안정적 공급 필요성’ 자료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14년 대비 최고가가 크게 떨어진 통계를 제시하고, 구제 가능 후보 제품군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면서 “제약사들이 구체적인 양식도 없는 자료를 자체적으로 작성해 제출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최고가가 큰 폭으로 인하됐는지 판단하는 약가 비교 시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2012년 12월 1일 기준 복수 등재 제품’에 대해 약가 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약가 인하 폭 산정 기준을 2014년으로 설정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비교 시점을 2012년에서 2014년으로 변경하면 약가 인하율이 축소되는 제품이 속출했다. 

지난 2012년 12월 1일 기준 동일제제 복수 등재로 1차 약가재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제품 중 아토르바스타틴, 도네페질 등은 2012년과 2014년 최고가격이 유사한 수준이어서 약가 재평가 연기에 대한 기준 시점에 따른 변별력이 떨어진다.

AI 생성 이미지

하지만 클로피도그렐, 콜린알포세레이트, 로수바스타틴, 텔미사르탄, 란소프라졸 등은 2012년과 2014년 최고가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항혈전제 ‘클로피도그렐황산염’의 경우 현재 최고가가 1164원이다. 2012년 12월 1일 기준 최고가 1293원과 비교하면 10.0% 떨어졌다. 하지만 2014년 9월 1일 기준과 비교하면 상한가는 동일한 1164원이다. 클로피도그렐황산염은 2014년과 비교해 최고가가 동일하기 때문에 2차 약가 재평가로 미뤄질 수 없다는 의미다.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캡슐제제는 최고가가 2012년 12월 1일 648원에서 올해 9월 1일에는 523원으로 19.3% 내려갔다. 14년 동안 최고가가 19.3% 내려간 것은 큰 폭의 약가 인하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2014년 9월과 비교하면 최고가가 523원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약가재평가 연기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지혈증치료제 ‘로스바스타틴’의 경우 5mg 용량은 2012년 12월 대비 최고가가 44.7% 낮아졌지만 2014년 9월과 비교하면 인하 폭은 23.5%로 크게 줄어든다. 로수바스타틴 10mg과 20mg 용량도 2012년 12월과 비교하면 인하율이 각각 38.5%, 39.7%에 달했다. 그러나 2014년 9월과 비교하면 최고가 인하율은 각각 23.5로 크게 축소된다. 2012년 12월과 비교시 최고가 낙폭이 커 약가재평가 연기를 신청할 수 있지만 2014년 기준으로는 인하율이 줄어드는 사례다. 

고혈압치료제 ‘텔미사르탄’은 40mg과 80mg의 최고가가 2012년 12월과 비교하면 각각 46.5%, 45.4% 인하되면서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하지만 2014년 9월과 비교하면 최고가는 동일한 수준이어서 약가 재평가 연기 구제를 받을 수 없다.   

항궤양제 ‘란소프라졸’은 2014년 9월과 비교하면 12년 동안 최고가가 각각 5.9%, 19.1% 인하됐는데 2012년 12월과 비교하면 인하 폭은 각각 15.2%, 27.1%로 커진다. 

업계에서는 일괄 약가인 하가 단행된 2012년 이후 2013년, 2014년에도 지속적으로 약가 인하 장치가 작동돼 2012년과 2014년의 최고가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복지부는 2007년부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효능을 평가하고, 효과에 비해 비싸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을 퇴출하거나 약값을 인하하는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정책을 도입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결과 2624개 품목은 약가를 최대 20% 인하하기로 결론났다.  

이때 약가인하는 2012년, 2013년, 2014년 등 3년에 걸쳐 최대 20% 떨어졌다. 기등재약 목록정비로 약가가 떨어진 제품군은 2012년과 2014년의 최고가 격차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약가재평가 연기 구제 방침을 제시하면서도 비교 기준 시점을 2012년이 아닌 2014년으로 설정하면서 인하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유도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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