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차입만 2조…롯데지주, 빠듯한 곳간 털어 '바이오 올인'
- 차지현 기자
- 2026-09-04 06:00:43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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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지주, 2·3년물 총 1500억원 회사채 발행…전액 채무상환 투입 예정
- 바이오 출자액,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2배…송도 2·3공장 등 투자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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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롯데지주가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선제적으로 차환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기존 단기 채무를 전부 차환해도 단기차입금과 사채가 2조원을 웃도는 등 재무 운용에 여유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단기성 차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미래 성장사업인 바이오에는 대규모 자금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롯데지주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출자한 금액만 2462억원에 달한다. 롯데지주가 자금 사정이 빠듯한 가운데서도 바이오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00억 차환에도 단기차입 2조원대…재무 여력 빠듯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전날 총 1500억원 규모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했다. 2년물 950억원과 3년물 550억원으로 나눠 회사채를 발행하는 구조다. 발행금리는 각각 연 4.9%와 5.1%로 확정했다.
롯데지주는 조달 자금을 전액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CP 1000억원과 회사채 500억원이 상환 대상이다. 만기가 짧은 채무를 2~3년물 회사채로 바꾸면서 상환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이번 차환으로 급한 불은 끄지만 단기성 차입 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말 롯데지주의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사채는 2조378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3% 늘었다. 총차입금 3조8087억원 가운데 62.7%가 1년 내 만기가 돌아온다. 이번에 1500억원을 차환하더라도 2조원 이상의 단기성 차입 부담이 남는 셈이다.
반면 곳간은 넉넉하지 않다. 지난 6월 말 별도 기준 롯데지주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6억원, 기타 유동금융자산은 1786억원으로 총 1842억원이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의 7.7% 수준에 그친다. 기타 유동금융자산도 지난해 말 4000억원에서 반년 만에 55.3% 감소했다.
여기에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롯데지주의 올 상반기 별도 기준 이자비용은 80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31억원이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자보상배율은 1.88배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는 있지만 재무적 여력이 넉넉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신용도 역시 과거보다 낮아졌다. 롯데지주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2024년까지 'AA-'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A+'로 낮아졌다. CP 신용등급도 2024년 'A1'에서 현재 'A2+'로 내려왔다. 지난 6월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롯데지주의 회사채와 CP에 각각 A+, A2+ 등급을 부여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회사채와 CP 발행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금 부담에도 바이오 투자 지속…올해만 2462억 출자
눈길을 끄는 점은 롯데지주가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바이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9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청약과 납입을 마쳤다. 이번 증자에는 롯데지주가 1550억원, 일본 롯데홀딩스가 515억원, 호텔롯데가 487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이에 따라 최종 조달액은 2553억만원으로 확정했다.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3일 이사회를 열고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553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보통주 420만9000주를 주당 6만658원에 발행해 조달금 전액을 시설자금으로 투입하는 게 골자다.
다만 청약 과정에서 889주의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최종 발행주식 수는 420만9000주에서 420만8111주로 줄었다. 실권주는 당초 계획대로 미발행 처리했고 이에 따라 조달액이 약 5400만원 감소했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 3월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1501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912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 출자액을 포함해 올해 들어 롯데지주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한 자금은 2462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 상반기 롯데지주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롯데그룹은 바이오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낙점한 뒤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2022년 6월 자본금 130억원을 투입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같은 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송도 바이오캠퍼스 건설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그룹에서 수혈받았다.
2022년 12월부터 올 8월까지 진행된 7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 호텔롯데 등 롯데 계열사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한 자금은 총 1조4716억원으로 늘었다. 그룹은 출자뿐 아니라 자금보충약정으로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지주는 2024년 11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9000억원 규모 대출에 대해 원금과 이자·수수료를 포함한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모기업과 계열사의 재무 지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투자는 아직 진행형…커지는 추가 자금 수혈 부담
문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앞으로도 대규모 자금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는 데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총 36만L 규모로 조성하는 데 4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1공장 건설을 위해 롯데건설과 8750억원 규모 설계·구매·시공(EPC) 계약을 체결했고 송도 부지 매입에도 2422억원을 투입했다. 1공장 건설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추가 공장 구축이 예정돼 있어 향후 수조원대 투자 부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자체 영업으로 대규모 투자비를 충당할 단계도 아니다. 올 상반기 매출은 2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365억원에서 1280억원으로 3.5배 확대됐다. 시러큐스 공장 가동률도 상반기 16%에 머물렀다. 송도 1공장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기 전까지는 추가 투자재원을 자체 영업만으로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추가 자금 수혈에 나설 경우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의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6월 말 기준 롯데지주의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은 60.7%다. 지배력을 유지하고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려면 향후 유상증자에서도 일정 수준의 출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계열사 간 분담과 외부 차입을 병행하며 자금 지원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12월 유상증자에서 롯데지주가 청약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실권주 가운데 대부분을 호텔롯데가 인수해 2144억원을 출자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79.9%에서 60.7%로 낮아졌고 호텔롯데가 새 주주로 합류했다. 이후 올해 3월과 8월 증자에서는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 호텔롯데가 함께 자금을 투입하면서 롯데지주에 집중됐던 투자 부담을 그룹 내에서 나눠 갖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면 롯데지주를 비롯한 기존 주주의 직접 출자 부담을 덜면서 송도 후속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후 사업 성과와 기업가치가 일정 수준 올라온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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