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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매출 비결은 인테리어"…10년간 4번의 리모델링

  • 강혜경
  • 2025-03-07 15:19:59
  • [주목! 이약국] 전북 김제 효민약국 김수길 약사
  • "벼랑 끝에 몰려 선택한 인테리어, 소비자들이 먼저 알더라"
  •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전문성·신뢰도 상승에도 일등공신"
  • '약국성장'은 하드웨어x소프트웨어x휴먼웨어 결과값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31살에 약대에 입학해 30대 중반에 들어서야 약사가 되다 보니 막막했죠. 좋은 자리는 애초에 제 자리가 아니었고요. 3개월 째 문이 닫혀있는 약국을 덥석 계약하긴 했지만 '경험만 쌓아 점프하겠다'는 생각에 계속 임장을 다녔죠. 여기에서 17년간 약국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휴베이스 프렌차이즈부문 이사이자 전라북도 김제에서 효민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길 약사(52·원광대).

얼핏 입원실 있는 세미급 병원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문전약국으로 볼 수 있지만 효민약국은 반경 100m 이내 유일한 소매업소다. 상권분석시스템으로 들여다 본 수치는 더욱 참혹하다. 일주일 기준, 유동인구는 117명으로 하루 20명이 채 안 된다.

인접한 병원 이외 약국 반경 100m 내 소매업소가 전무하다.
비교할 만한 선택지가 없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역 주민들에게 효민약국은 '없는 게 없는, 세련된, 기분 좋은' 공간으로 통용된다. 약국을 찾아올 만큼 지역 내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객단가 역시 2만원을 넘겼다.

이같은 성장 비결로 김수길 약사는 '인테리어'를 꼽는다.

인테리어 전과 후의 차이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치로 표식화할 수 있는 매출은 물론, 소비자들의 눈빛, 기대도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해보니 되네'라는 자신감이었다.

이 자신감이 동력이 돼 약국체인 휴베이스 프렌차이즈부문 이사로서,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열심히 설파하고 있다.

인테리어 예찬론자? 사실은 '매달린 절벽' '약국을 성장시킨 8할이 인테리어'라는 그에게도 가슴아픈 과거가 있다.

2008년 인수 당시 효민약국.
2008년 처음 약국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인테리어는 '남의 얘기'일 뿐이었다. 수중에 가진 돈이 많지 않은 데다 약국 상호와 간판, 쇼파를 교체한 것만으로도 나름의 인테리어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정도로도 효과는 있었다. 인수 당시 20년 넘은 약국이었고 여러차례 손바뀜이 반복되면서 약국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젊은 사람이 새롭게 인수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갓 면허를 쥐고 개국을 했던 터라 멋진 멘트나 자신감이 나오진 않았다. 조제실 쪽을 바라보는 환자들의 시선이 부담돼 TV를 출입구 쪽으로 돌려둘 정도였다. '나 대신 TV를 보며 대기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그래도 어제보다 상담에 시간을 할애하고, 환자를 기억하고 차도를 물으니 바로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하는 만큼 성장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도 꽤나 컸고, 3~4년쯤 됐을 때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2015년 건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첫 위기가 찾아왔다. 보증금과 월세에 대한 이견이 커도 너무 컸다.

양 측이 한 발씩 물러난 선에서 절충안을 찾기는 했지만 인상된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고민 끝에 프랜차이즈 가입을 결정했다. 2025년 12월, 절벽 끝에서의 SOS였다. 회원번호 127번.

약만 짓는 곳? "약국을 리테일숍으로 만들자" 전략이 중요했다. 유동인구와 처방인원이 한정된 곳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두 가지를 좌지우지 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얼 사가도 좋다. 조제하는 분들에 대해 구매전환을 일으키자!'

품목 확대를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진열이 필요했다. 하루 내방객 수가 50명도 안되는 약국에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의자는 가당치도 않았다. 대기의자를 걷어내고 철제 진열장을 도입했다.

입원실이 있었기에 생수, 수건, 비누, 욕창매트, 슬리퍼 같은 기본 품목들을 구비했지만 그외 품목을 어떻게 정할지도 고민이었다.

효민약국과 규모와 주연령층이 비슷했던 김성일 휴베이스 고문이 싱싱약국에서 취급하는 주요 품목들을 그대로 당겨와 구색을 갖췄고, 누군가 찾는 품목이 있다면 웬만해서는 모두 구비했다. '없는 게 없는 약국을 만들자'는 목표가 달성됐다.

공책에 판매내역을 하나씩 손으로 써내려갈 때와 달리 POS 시스템을 도입하니 매출 데이터 관리가 쉬워졌고 많은 품목을 관리하고 주문하는 것도 용이해졌다.

2016년 부가세 신고에서 일반약 매출이 3배 가량 늘어나자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전화를 받을 만큼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니, 30평의 약국에서 일어난 꿈 같은 기적이었다.

효민약국에서 취급하는 일반약, 의약외품 등 물품은 1500품목(SKU, stock keeping unit) 선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과 매출을 감안해 품목을 가감하며 조정하는 것이다.

달콤했던 첫 성취감, 2차·3차·4차 '리파마시'

2015년 1차 리모델링.
리모델링 이후 느낀 성취감은 3~4년차에 느꼈던 보람과는 비교가 안 됐다. '약국이 새로 생겼냐'며 오는 신규 환자도 늘어났고, '김제에서 가장 깨끗하고 멋진 가게'라는 칭찬도 들을 만큼 듣다 보니 어색하지 않아졌다.

2018년 2차 리모델링.
재계약 이슈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마음도 회복이 되면서 1차 인테리어 당시 건드리지 않았던 간판, 상담매대가 눈에 밟혔다. 그렇게 2018년 2차 공사에서 진열장을 추가하고, 고객 동선과 근무자들의 동선 등을 전면 수정했다.

또 인원수 대비 2배로 PC를 늘리는 등 전산시스템도 교체했다.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1차 대비 객단가가 올라갔다.

2022년 3차 리모델링.
2022년 3차 인테리어는 분만산부인과 신설이 계기가 됐다.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도시에 정부가 지원하게되면서 분만산부인과와 소아과 진료·조제를 위한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약국 내 창고처럼 사용되던 공간을 확장해 1조제실, 2조제실로 조제실을 확장했고 인력도 늘렸다. 일부 나무장도 철제 진열장으로 교체하고,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품목을 구비했다.

2024년 새로운 CI와 즐거운문을 적용한 효민약국.
2024년 4차 인테리어에서는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바뀐 휴베이스 기업 아이덴티티(CI)가 담긴 간판과 휴베이스 만의 '즐거운문'을 추가했다. 시인성이 높아진 간판과 노란 문 덕에 여전히 '약국이 새로 생겼느냐'는 질문도 잇따르고 있다.

10년간 무려 4차례 리파마시가 진행된 것이다. 현재는 상시근무 약사 2명에 파트 약사 1명, 직원 3명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인다.

2015년 첫 리파마시 당시와 비교하면 일반약 매출은 400% 늘었고, 처방환자도 꾸준히 우상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구역 트민남…고객들 신뢰도 증가 크게, 작게, 약국이 변화될 때마다 알아봐 준 건 고객들이었다. 약국이 깨끗해 지니 바닥에 물이나 드링크를 흘려도 먼저 닦으려 하고, 먹고 있는 약이나 건기식, 건강상담까지 약국을 찾았다.

권하는 제품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보다 '누가 권하는 건데'라며 믿고 신뢰하는 눈초리도 느껴졌다. TV, 유튜브 등 미디어를 보고도 '효민약국 약사님은 알 거 같아서'라면서 문의하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4차례에 걸친 리파마시가 고객들에게는 트렌드에 민감한 남자, 트렌드에 민감한 약사로 보여지게 한 것이다.

하지만 예쁜 약국이라고 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매출의 우상향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라는 3요소가 함께 작동하기 마련이라는 것. 약국성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를 모두 곱했을 때 나오는 결과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각각의 점수를 5점 만점으로 계산했을 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각각 만점을 차지하더라도, 휴먼웨어가 0 내지 1, 2 정도라면 결과값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휴먼웨어가 만점을 차지하더라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면 결과 값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김수길 약사는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하드웨어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가된다는 점이다. 세 항목 중 한 항목이라도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체 값에 마이너스를 일으킨다. 때문에 적어도 5~6년에 한 번 정도는 하드웨어의 전체, 혹은 간판이나 일부분이라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프렌차이즈들이 비용을 들여 주기적으로 로고를 바꾸고, 새로운 인테리어 콘셉트를 내놓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이제는 효민약국을 '브랜드'화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물론 비용이 들고, 온갖 집기 등을 들어내야 한다는 불편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불편 이상의 만족도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심지어 김 약사의 경우 비용처리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성장 가능성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나만의 차별화 전략, 성장 가능성을 고민하고 취약점을 개선해 나가다 보면 성장은 자연히 따라오게 됩니다. 선순환을 경험해 본 저는 앞으로도 크고 작은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네 번의 인테리어, 네 번의 매출상승 저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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