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위고비·마운자로?…식품은 왜 약 이름을 빌리려 할까
- 데일리팜
- 2026-06-02 12: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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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환 약사의 정의에서 시작되는 약국 상담(17)
- '명칭을 통한 효능의 차용', 정부 제동 나서
- 식품-섭취, 건기식-정상 기능 유지, 의약품-질병 예방·치료·증상완화
- 제품 분류, HACCP·함량 표기, 기능성 인정 여부 등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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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빠른 효과를 원한다. 먹어서 살이 빨리 빠졌으면 좋겠고, 간이 바로 좋아졌으면 좋겠고, 잇몸이 빨리 튼튼해졌으면 좋겠고, 남성 활력이 바로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일부 업체는 그 기대를 의약품의 제품명이나 디자인을 차용해 담는다.
'위고비, 마운자로, 비아그라'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 유명 의약품들과 비슷한 이름의 식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위고', '마운', '비아'처럼 이름을 살짝 비틀고, 포장에는 750mg, 800mg, 5mg 같은 함량 표기와 알약 모양의 정제, 바코드까지 의약품을 닮은 디자인을 입힌다. 소비자는 이런 제품을 보며 '비만 치료제나 발기부전 치료제와 같은 효과를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막연히 기대할 수 있다.
2026년 05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과 '식품 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발표했다.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개정안은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이 의약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제한하고, 특히 의약품 제품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한 표시·광고를 부당한 표시·광고로 구체화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름이 이렇게 민감한 문제일까? 우리나라에서 의약품과 식품은 출발선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효능과 안전성을 심사해 품목허가·신고를 한 것이다. 반면 식품은 효능을 심사받지 않으며, 질병의 예방, 치료를 표방할 수 없다. 건강기능식품조차 포장에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닙니다'는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식품이 의약품의 이름을 빌리는 순간, 검증받지 않은 효능을 마치 검증받은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하게 만드는 셈이 된다. 이번 개정은 이런 '명칭을 통한 효능의 차용'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점점 더 의약품의 언어, 즉 빠른 효과와 강한 기능성을 말하고 싶어 한다. 소비자도 성분보다 이름을, 기능성보다 이미지를 먼저 받아들인다.
하지만 약사는 제품의 법적 구분, 허용된 기능성 문구, 제품이 실제로 표방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식품은 일반적인 섭취와 기호의 언어를 사용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의 정상 기능 유지와 건강 관리의 언어를 사용한다. 의약품은 질병의 예방∙치료∙증상 완화라는 효능∙효과의 언어를 사용한다.
식품을 무조건 낮게 보거나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약국에서 중요한 상담 자원이다. 다만 그 가치는 의약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식품은 식품의 기준 안에서,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의 기준 안에서, 의약품은 허가된 효능∙효과 안에서 설명될 때 신뢰가 생긴다.
약국에서 이런 제품을 문의하는 고객이 있다면, 다음 네 가지를 확인하도록 안내하면 된다.
1) 제품의 분류를 확인한다.
포장에 표기된 '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의 분류에 해당하는 '과·채 가공품', '고형차', '당류가공품', '기타가공품' 등의 문구를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2) HACCP, 함량 표기의 의미를 확인한다.
HACCP은 제조 과정의 위생 및 안전관리 인증이지 효능을 의미하는 인증이 아니다. 5mg, 750mg, 800mg 같은 함량 표기나 알약 형태의 정제 역시 의약품의 외형을 차용한 디자인일 뿐임을 알려준다.
3) 유사 성분명의 실제 의미를 확인한다.
'GLIP-β 복합물'처럼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를 연상시키는 표기가 있어도, 이는 의약품 성분과 동일하지도 않고 같은 효능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오인을 유도하는 마케팅 장치일 수 있음을 설명한다.
4) 실제 기능성 인정 여부를 확인한다.
건강기능식품이라면 해당 원료가 고시형 또는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았는지, 표방하는 기능성이 인정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범위를 벗어난 효능 암시는 부당광고에 해당한다.
결국 식품이 의약품의 이름을 빌리는 것은 빠른 효과를 바라는 소비자의 심리에 기대려는 것이다. 그 기대를 객관적 사실로 되돌려놓는 일이 약사의 역할이다.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를 정확히 읽고, 소비자가 닮은 이름에 휘둘리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구분해줄 수 있을 때, 고객의 신뢰는 올라가고 약국 상담은 깊어질 수 있다.
[참고자료]
1)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26-234호, 2026월 05월 15일
2)식품 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 일부개정고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26-231호, 2026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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