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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미디어와 인포데믹, 수면자 효과(9)
기사입력 : 22.11.23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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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 중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골라, 뉴스에 담는다. 구체적으로 뉴스는 '흥미로운가, 새로운가, 갈등 요소가 있는가, 유명한가, 가까이에서 벌어진 사건인가, 시의적절한가'를 기준으로 선택된다.

미디어는 뉴스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커뮤니케이션학의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 교수는 배양이론(cultivation theory)을 통해 미디어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길러낸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디어 시청 수준과 현실 지각의 관계를 검증했는데,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세상을 폭력적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의 얀 반 덴 벌크(Jan Van den Bulck) 교수도 TV 시청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H5N1 조류 독감을 걱정하는 비율이 15.6% 증가한 데이터를 통해 미디어의 위험 주입 능력을 주장했다.

예전에는 라디오, 신문, TV로 불리는 대중 미디어만이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였다면, 지금은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 이외에 디지털 혁신으로 가능하게 된 다양한 연결망 서비스까지 새로운 미디어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뉴-미디어가 담아내는 뉴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조회 숫자를 확인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더 갈등적으로, 더 흥미롭게, 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는 내 주위, 혹은 나와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유명인들을 관찰하는 공간이기에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공감의 정도가 깊어, 큰 감정적 영향력을 가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WHO는 전 세계적으로 인포데믹(Infodemic)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포데믹이란 가짜 혹은 왜곡된 메시지를 포함한 너무 많은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어 사람들의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디어는 인포데믹을 확산시키는 통로이고,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미디어에 의한 왜곡, 편향된 정보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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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카너먼과 그의 동료 트버스키(Kahneman & Tversky)는 어떤 사건이 미디어에 자주 보도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게 되고, 그 결과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인지 편향을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설명했다. 즉, 쉽게 떠오르면 과대평가하는 정보처리 과정이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예컨대, 팬데믹 관련 뉴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암, 당뇨, 고혈압, 천식 등의 위험보다 코로나의 위험을 훨씬 크게 생각하고, 백신 부작용 보도에 자주 노출된 사람들은 부작용 빈도 혹은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다가, 흥미성, 영향성, 근접성 측면에서 의약품 부작용은 희귀할수록 흥미로운 콘텐츠가 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콘텐츠는 기억에서 잘 사라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가용성 휴리스틱에 의해 희귀한 부작용의 가능성은 머릿속에서 부풀려진다.

정리하자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미디어는 의약품에 관한 수많은 메시지를 [흥미롭고, 신선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부작용 경험담이나 희귀한 반응 등에 대한 기록은 ‘주관적인 경험담을 중심으로’ 극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흥미롭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사용된다. 자주 보여지기 때문에, 의약품 위험은 쉽게 떠오르고, 발생 가능성이 크게 느껴진다.

반면, 출처는 어디인지, 누구의 주장인지는 금세 사라진다. 이러한 현상은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라고 불린다. 수면자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뉴스의 출처 및 객관적 지표는 사라지고, ‘카더라’의 형태로 이야기만 전달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누가 말했고, 믿을 수 있고 등의 판단 지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메시지 자체는 꽤 오랜 시간 기억한다(그래서 가짜 뉴스들이 계속 살아남아, 전달된다).

미디어와 뉴스가 만들어 낸 가용성 편향, 극적인 위험 메시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수면자 효과는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가짜 뉴스를 판단에 이용하는지, 뉴스에 나온 위험을 왜 그렇게 과대평가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는 사람을 약료의 중심에 두려는 우리의 목표와 닿아 있다. 이해해야 오해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팜(dailypharm@dailyphar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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