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 무상의료와 '미필적 고의'
- 최은택
- 2013-02-1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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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의 진료비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중증질환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암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을 박 당선인이 뒤집었다는 배신감의 표현이다.
사실 현실 의료와 건강보험 보장체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조5000억원의 추가 재원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망라한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선거과정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박 당선인의 의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지만, 이런 점에서 '엉터리'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많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이 공약을 믿고 박 당선인에게 소중한 표를 던졌다고 한다.
아프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투표장에 가기가 수월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의 꿈'이 이런 고통과 수고조차 즐겁게 만들었으리라.
박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고 두달여가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인수위는 전액 국가지원 공약은 치료적 비급여에 한정한 것이었다면서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보장성 확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나섰다.
처음부터 공약에 없었으니 '말 바꾸기'도 아니고 약속을 파기한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맞다. 추가 재정소요액이 1조5000억 규모였으니까 이 주장이 타당하다. 그런데 국민들은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없는 사실을 가지고 약속을 지키라는 '우격다짐'일까?
박 당선인은 TV 토론에서 사실상의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말 실수일수도 있지만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 답하면서 심지어 간병비도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집에 명시적으로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국민들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해 건강보험 급여를 추진한다는 언급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포함한 개념으로 이해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박 당선인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비판론이나 비판은 자제하면서 공약소개에만 급급했던 언론조차 선택진료비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무상의료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박 당선인도, 선거캠프에서도 이런 비판이나 보도내용을 바로잡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갔다.
설령 의도하지 않았다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명백한 '미필적 고의'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가령 암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1000만원이라면 이중 70~80%가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 등을 포함한 비급여 진료비라고 말한다.
인수위의 발표대로라면 적어도 절반 가까운 고액의 진료비를 앞으로도 환자가 계속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전액 국고지원'을 운운했다면 시쳇말로 '코메디'다.
환자단체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박 당선인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민생대통령'이라고 말만할 게 아니라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미필적 고의'에 따른 책임을 지거나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한 보다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라도 박 당선인이 서둘러 국민들의 목소리에 화답해야 한다.
'우격다짐' 쯤으로 치부하고 넘긴다면 환자이거나 앞으로 환자가 될 수 있는 국민들에게 차기 정부 5년은 '희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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