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에도 봄은 옵니다"
- 영상뉴스팀
- 2010-10-11 1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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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건강한약국 이미선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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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님! 옆 약국은 세금 덜 내는데, 우리 약국은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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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하월곡동 허름한 골목 안 집장촌.
그 골목 한 구석에 위치한 건강한약국 메대 앞에 서면 창밖으로 집장촌의 풍경과 함께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루 10장도 채 안 되는 처방전을 받으면서도 이 곳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미아리촌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미선 약사(50).
그가 바라보는 이 곳의 풍경은 여느 사람들이 보기에는 낯설기만 하다. 그는 한 때 집창촌 여성들을 '언니'라고 불렀고, 지금은 그들이 그를 '엄마'라고 부른다.
"어린시절에 '언니'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이 곳 집장촌 사람들은 떠나고 지금은 딸이나 조카뻘 되는 여성들이 소외된 채 일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약사로서 마음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는 어린 시절 이 곳 하월곡동에서 나고 자랐다. 약사가 된 후 지금까지 25년간 이 곳 미아리 집장촌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경제적 안정을 위해 처방전을 따라 약국을 옮겨볼까 하는 고민도 적지 않았다는 그는 자신을 엄마나 이모처럼 따르고 찾는 이 곳 사람들 때문에 쉽사리 떠나지도 못했다.
"꼭 약은 사지 않더라도 약국을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또 제 위로를 듣고자 하는 친구들한테 저는 단순히 약만 파는 약사일 수가 없었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이 곳 친구들에게 제가 이모나 엄마가 되어야 했었죠."
그런 그의 따뜻한 마음이 알려져 최근에는 한 신문에 '이미선 약사의 미아리 서신'이라는 칼럼으로 이 곳 사람들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가 꾹꾹 눌러쓴 활체의 행간에는 자신이 나고 자란 지금의 미아리 집창촌과 약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소외된 이웃의 삶이 고스란히 함유돼 있다.
"하월곡동은 이 곳 집장촌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고도 외국인 노동자나 독거노인, 편부모 자녀 등 소외된 이웃들이 참 많아요.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약사로서의 책임을 부여받은 만큼 그 사람들의 마음도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지난 5년여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투약 봉사를 했다. 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해서 반찬 봉사도 거들었다.
교육 기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편부모 자녀들을 위해 바쁜 약국생활에서도 짬을 내 무료 과외를 맡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이 가명을 써 실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제가 만난 퇴행성 관절염을 앓던 수진이라는 친구나 아빠가 다른 세 아기를 낳아야만 했던 진영이 등 제가 만난 아프지만 소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제 가슴 속 깊이 박혀있어요."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상대적이고 쌍방향이다. 이 약사는 이 곳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자신의 마음도 고쳤다.
재개발로 몇 년 안에 사라질 지 모르는 이 곳 미아리 집장촌.
세상의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한권의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집창촌 엄마 약사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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