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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료 AI 쟁탈전 본격화…북미·유럽 규제 대응 능력 관건

  • 차지현 기자
  • 2026-07-16 11:57:42
  • 요약
  • 글로벌 시장 2034년 1조달러 전망…북미·유럽이 성장 방향 주도
  • 미국은 제품화·병원 적용 속도전, 유럽은 규칙·표준 선점 초점
  • 루닛·뷰노 등 해외 공략 확대…규제 통합 대응·데이터 상호운용성 과제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글로벌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시장이 의료영상 판독 중심에서 신약개발과 환자 관리, 의료행정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북미가 방대한 의료데이터와 기업 투자를 기반으로 상용화를 주도하고 유럽은 규제와 데이터 활용 기준을 선점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도 양쪽 시장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글로벌 헬스케어 AI 산업 동향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은 지난해 393억4000만달러에서 연평균 44% 성장해 오는 2034년 1조332억7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북미 지역에서는 의료 AI를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진단과 신약개발, 병원 운영 현장에 빠르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첨단 의료 인프라와 방대한 환자 데이터,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북미 헬스케어 AI 주요 플레이어 (자료: 한국바이오협회)

먼저 미국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의료영상과 신약개발, 수술 로봇 등 고부가가치 분야 AI 상용화를 주도 중이다. 구글은 단백질과 화학물질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 특성을 예측하는 신약개발 모델 'TxGemma'를 내놨고 필립스와 엔비디아는 MRI 촬영시간 단축과 영상 품질 개선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 규제당국은 제도 유연화를 통해 AI 의료기기의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시장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전결정 변경관리계획(PCCP)을 도입해 제조업체가 허가 단계에서 승인받은 범위 안에서 별도 신규 신청 없이 AI 의료기기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 변화가 빠른 AI 특성에 맞춰 규제 부담을 줄이고 정부 차원에서 제품 상용화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캐나다는 병원과 의료기관의 임상 업무와 행정 부담을 줄이는 AI 솔루션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라클헬스는 생성형 AI와 음성인식을 결합해 의료진의 문서 작성시간을 줄이는 임상 AI 에이전트를 공급 중이다. 웰스타테크놀로지는 전자의무기록과 연동해 진료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넥서스 AI'를 출시했다. 의료영상과 원격 돌봄 영역에서도 AI 적용이 확대되면서 캐나다는 미국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병원 업무 효율화와 환자 관리 중심으로 상용화 기반을 넓히는 모습이다.

유럽의 경우 공공 의료체계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의료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지멘스헬시니어스를 중심으로 CT·MRI 영상 재구성과 임상 의사결정 지원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네덜란드 필립스는 환자 모니터링과 원격의료, 영상 판독 업무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중심으로 의료 현장의 AI 활용을 넓히는 한편 베네볼런트AI 등 기업들이 AI 기반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 헬스케어 AI 주요 플레이어 (자료: 한국바이오협회)

유럽은 기술 상용화와 함께 규제와 데이터 활용 기준을 선점하는 데 무게를 둔 점이 눈에 띈다. 유럽연합(EU)은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AI 소프트웨어 등 상당수 의료 AI를 고위험 시스템으로 분류하고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제품에는 의료기기규정(MDR)·체외진단의료기기규정(IVDR)과 AI Act 요건을 함께 적용하고 있다. 북미가 빠른 제품화와 시장 진입을 앞세운다면 유럽은 안전성과 투명성, 데이터 상호운용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이 따라야 할 규칙과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의료 AI 산업 역시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양측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글로벌 규제 대응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헬스케어 AI 기업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당국의 까다로운 데이터 거버넌스 수준과 기술 요구사항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루닛과 뷰노, 제이엘케이, 뉴로핏 등이 의료영상과 환자 예측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루닛은 흉부 X선·유방촬영 영상 분석을 넘어 항암제 바이오마커와 동반진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뷰노는 생체신호를 활용한 심정지 위험 예측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영상 분석과 치료 의사결정 지원, 뉴로핏은 알츠하이머병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 시장을 공략 중이다.

후발주자들의 사업 확장도 활발하다. 코어라인소프트와 딥노이드는 폐·흉부 영상 분석,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에이아이트릭스는 입원환자 모니터링과 임상 악화 예측에 주력하고 있다. 노을과 쓰리빌리언은 각각 AI 기반 혈액진단과 희귀질환 유전체 분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와 온코크로스, 신테카바이오는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약물 재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국내 기업이 제품 개발 단계부터 미국 FDA와 EU AI Act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 규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AI 기본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국내법 준수에만 안주해서는 글로벌 시장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국내 허가를 받은 뒤 미국과 유럽 규격에 맞춰 제품과 품질관리 체계를 다시 만드는 방식으로는 시장 진입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헬스케어 AI는 글로벌 시장이 타깃이므로 국내법 준수에 그치지 않고 사후 모니터링 강도, 데이터 거버넌스 수준과 세부 기술 요구사항이 더 까다로운 글로벌 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통합 규제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공 의료데이터의 연구·산업 활용을 넓히는 동시에 국제 표준에 맞춘 데이터 연결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원마다 다른 의료데이터 형식을 FHIR 등 국제 표준에 맞춰 정비해야 국내 실사용 데이터를 해외 임상과 인허가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결국 국내 의료AI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북미의 빠른 사업화 역량과 유럽의 규제·데이터 체계를 동시에 흡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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