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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글자 같다고 유사 의약품? 금지만이 능사 아냐

  • 이석준 기자
  • 2026-05-28 06:00:38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이제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유명 의약품과 유사한 명칭으로 하는 제품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비만치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이름을 교묘하게 본뜬 유사 명칭 제품들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식품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 고시 일부 개정안을 각각 행정예고했다. 이에 국내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규제는 소비자가 일반 식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오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명칭 및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 식품에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지 대상 명칭은 '약사법'에 따라 허가·신고된 의약품 및 한약 처방명과 유사한 이름이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유사 의약품 광고 행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의약품 모방 광고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이를 환영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식약처의 규제 방침이 지나치게 넓고 무차별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식약처는 단지 유명 의약품과 철자가 일부 유사하거나, 발음이 연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중소 식품업체들의 브랜드 네이밍까지 ‘유사 명칭’이라는 틀에 가두고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식약처 행정예고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많다. 유사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철자, 발음,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겠다는 모호한 기준 아래,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멀쩡한 제품들도 한 순간에 ‘모방 제품’으로 낙인 찍힐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같은 성분명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전개하거나 기업명을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명에 적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모방 제품’으로 낙인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현재 의약품 제품명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 중인 업체는 15개, 품목은 34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잉 규제는 시장의 역동성을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단순히 포장 교체 비용만 문제되지 않는다. 그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알려온 기업들은 다시 고비용을 들여 제품명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간 공들여 브랜드를 알리고 쏟아부은 마케팅∙브랜딩 비용이 하루 아침에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 셈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있겠으나 건전한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 업계가 짊어질 부담의 무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및 고시한 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유예기간도 없는 셈이다. 이 또한 혼란을 자초하는 격이다. 관련 부담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또, 업계에서는 어디까지를 유사 명칭으로 볼 것인지를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규제영향분석서 내 규제대안과 같이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대안도 거론된다. 또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거나 규제가 적용되는 의약품 명칭을 고려한 심사를 통해 제품 등록 단계에서 모니터링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제의 목적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있다. 시행에 앞서 식약처는 획일적이고 압박 위주의 단속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야 하겠다. 관리당국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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