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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조 회장과 인적쇄신 그리고 8월 3일"군자는 잘못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는 것을 복된 일로 여기지 않는다. 그 보다 인간의 가장 큰 덕은 잘못을 바로잡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쇄신하는데 있다." 이는 중국 명나라 시대 왕양명이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다. 군자는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을 쇄신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3번의 담화문과 회원에게 보내는 글 1번, 대의원 편지 1번, 해명자료 1번.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회관 재건축과 연수 교육비 관련 사건 이후 발표한 입장들이다. 그러나 조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민초약사나 대의원, 분회장들의 성난 약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 회장이 발표한 6번의 발표자료를 보면 모두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결국은 회원을 위해 더 봉사하겠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7월 19일 담화문에서도 "회원들이 느끼신 실망감에 대해 속죄하는 의미에서 저는 '이제 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겸허한 자세로 회원님을 마주하고 회무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민초약사들의 목소리도, 대의원들의 자진사퇴 결의 사항이 의결됐어도 조 회장의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명예회장, 의장단, 감사단, 지부장협의회는 8월 3일 자진사퇴에 대한 조 회장의 확답을 달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들은 "조찬휘 회장은 그동안 정관을 위반하고 투명하지 못한 회무를 집행해 오늘의 혼란을 초래했고 이미 회원에 대한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조 회장은 더 이상 대한약사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임시총회를 통과한 자진사퇴 권고안과 회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안건 모두 정관에도 없는 안건들로 불신임안 부결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회장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데도 조 회장은 회무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회무투명화를 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렇다보니 "누가 누구를, 무엇을 쇄신하겠다는 것인가"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왕양명의 말로 돌아가보자. 잘못은 할 수 있지만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을 쇄신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회관재건축을 빌미로 가계약금을 받은 사실과 연수교육비 2850만원이 캐비닛에 보관돼 있는 사실을 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임원들이 쇄신 대상일까? 조 회장 자신의 쇄신 노력은 얼마나 있었는지 민초약사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세 차례 담화문과 한 차례 회원에게 보내는 글, 대의원 편지, 해명자료가 회원약사들에게 전혀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7-07-31 06:14:54강신국 -
[기자의 눈] 진흥원 해외지사 운영의 빛과 그림자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08년부터 미국, 영국, 중국, UAE, 싱가포르·아세안, 카자흐스탄 등 6개 지역에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큰 틀에서의 설립 목적은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국내 헬스케어산업 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와 중장기 정책·전략 수립이다. 각론적 활동은 각국 보건산업 주요 이슈 파악, 정책기획연구, 현지 정부·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업체 간 협업시스템 구축, FTA 대응방안 등을 들 수 있다. 글로벌 섹터별 가시적 성과도 많았다. 영국 지사는 해외환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국제컨퍼런스 기획·참가, EU 인허가 및 유통정보 컨설팅 시스템 등을 확립했다. 여기에 더해 코트라·중소기업진흥공단·한인과학자협회 등과 협력을 강화해 EU지역 보건의료산업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UAE 지사는 현지 정부와 환자송출협약, 공공병원 위탁운영 등의 사업을 발굴함은 물론 컨설팅기관·대학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최신 정보 등을 수집해 국내기업들에게 제공했다. 카자흐스탄 지사의 CIS지역 해외환자유치 프로젝트와 맞춤형 패키지 의료서비스개발 및 유망 기술수출 사업도 우리 제약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미국·중국·싱가포르 지사도 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낳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진흥원 내부에서도 지금의 해외지사 운영시스템이 백년지대계가 아닌 '3년짜리 토막 퍼즐 맞추기'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해외지사 사업이 영속성을 띠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짧은 임기에 있다. 지사장 임기가 3년이다 보니 '이제 일 좀 할만하다 싶으면 본국으로 컴백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을 동반한 해외파견이다 보니 3년간의 외국생활에 적응해 아예 이직 후 눌러 앉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귀국 후 기업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업무 스킬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관 컨설팅업체를 설립하는 사례도 있다. 말 그대로 순환보직이다 보니 3년에 걸쳐 쌓아 올린 현지 인적 네트워크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우리는 여기서 해외 지사장을 파일럿에 비유한 진흥원 고위관계자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6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약 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투자금도 투자금이지만 양성기간이 워낙 길다보니 공군에서는 700억원을 호가하는 전투기보다 조종사 1명을 더 귀하게 여긴다. 작전 중 적진에 추락한 조종사 구출 작전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지사장도 마찬가지다. 섹터별 지사에 지급되는 수억원의 체제유지비도 중요하지만 역량있는 지사장 양성을 위해 그동안 소요된 매몰기간이 곧 정보력과 네트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해외 지사의 통상적인 통계 DB와 월·분기별 리포트 작성은 지금의 단기 순환보직 형태로도 충분히 꾸려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투자유치를 실질적으로 끌어 내고, 다자간 협상을 도출하고, 연구개발 전략과 라이센스 인·아웃은 장기간의 시간투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킹이 형성돼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난 9년 동안의 해외 지사 운영이 시행착오와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다가올 10년의 해외지사 운용 전략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그 변혁의 핵심은 임기에 제한이 없는 '붙박이식' 지사장제 도입이다. 능력있는 지사장들을 더 이상 잃어서는 안된다. 이는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2017-07-27 06:14:54노병철 -
[데스크시선] CSO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대행)가 지속적으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CSO영업이 활발하다고 인식됐던 국내 제약기업들의 최근 처방약 실적이 수직상승하면서 '새로운 마케팅툴'이라는 인식과 '불공정 영업'이라는 두 얼굴이 동시에 수면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원외처방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대행이 활발한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실적이 성장했다. 상반기 뿐만 아니다. CSO 영업은 최근 몇년간 운영비 또는 수수료 제공 방식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제약업계에 확산돼 왔고, 대부분 높은 처방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당연히 CSO가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일부 제약사들은 자체 영업조직을 없앴고, CSO에게 영업을 위탁하거나 영업 조직자체를 대폭 축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급기야 최근 제약바이오협회는 CSO를 악용한 불법적인 리베이트 영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협회는 CSO를 활용한 리베이트 행위가 윤리경영 확산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제약산업 육성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영업대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통한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강력한 자정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협회가 이 같은 판단을 하게된 배경에는 CSO 영업이 어느정도 변질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CSO의 경우 특정제약사 영업사원으로 소속돼 있으면서 타 명의의 사업자로 다른 제약사 품목을 대행하는 ‘투잡 CSO’들이 성행하고 있다. 또 CSO사업자 상당수가 퇴직 영업사원이 주축이 돼 높은 마진을 보장받아 영업을 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편한 시각도 존재한다. 이렇기 때문에 'CSO=리베이트'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영업대행을 진행하고 있는 제약사들이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 제약사가 영업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CSO업체 인력을 계약기간 동안 고용하고, 이들에게 4대 보험료는 물론 급여 등을 책임지는 건전한 영업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CSO 인식개선을 위해 제약사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CSO 영업은 중소제약사 뿐만 아니라 일부 상위사들도 품목별로 영업대행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위사와 중소제약사를 구분짓는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해서 이제는 CSO영업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공정 영업이라고 의심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이에대한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윤리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켜 보다 투명한 영업대행이 이뤄질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업대행과 관련해 제약업계가 충분한 소통을 해야하고, 선진시장에서 처럼 건전한 CSO 영업이 정착될수 있도록 업계가 다함께 힘을 모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CSO영업=리베이트’ 라는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2017-07-24 12:14:53가인호 -
[기자의 눈] 김밥 집과 MR 처방실적 상관 관계최근 제약사 영업사원들과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예전 담당했던 거래 병원에서 20만원 가량의 김밥집 식사를 요구했는데 결제를 거부해 제품이 빠졌단 얘기를 들었다. 회사 CP규정에 따르면 김밥집에서 20만원 이상의 식사 결제를 법인카드로 할 수 없다. 거래처가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지 못 하자 그 다음달부터 매출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김밥집에서 20만원 가량 식사 결제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영업사원은 확신했다. 불법 리베이트가 제약사나 영업사원만의 문제일까? 최근 '한국판 선샤인 액트'라고 불리는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에서 의사번호와 의사명 삭제가 결정됐다. 처음에는 필요하다고 넣었던 항목인데 제약업계의 요구로 없어진 것이다. 명분은 시스템 개발 비용의 증가와 영업 현장의 부담이었다. 의사번호와 서명을 기입하는 것은 제약사나 의료계 모두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쌍벌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을 통해 제약업계 청렴화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됐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그야말로 제약영업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 시키며 영업사원들의 한숨 또한 늘게 했다. 그러나 불법 리베이트라는 행위 자체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어야만 완성될 수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제약사도 있겠지만 달라는 의료인이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하겠다던 리베이트 쌍벌제. 이를 비롯해 기존에 시행되던 제도들이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효과적일까. 매년 사정당국에 적발돼 뉴스화 되는 사건만 봐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고도 보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의사 면허정지는 단 수개월에 그쳐 자리를 비울 동안은 대리로 근무할 의사(페이닥터)를 구해 병원은 계속 진료를 볼 수 있다. 면허정지 서너번 받아도 해외 여행이나 연수 후 복귀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된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지속적으로 CP를 강화하고 있다. 의료계도 CP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김밥집에서 식사를 결제해주지 않는다고 처방을 줄여버린 의사는 해당 제약사는 물론 영업사원이 겪고 있는 CP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김밥집 20만원의 당사자인 영업사원이 불법적으로 처방을 유지하고 싶었다면 자신의 돈으로 결제해주었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규정을 사유로 거부했고 결과는 매출 감소였다.2017-07-24 06:14:52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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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릎 꿇었던 회장님'의 당당한 표변후회막심.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18일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 서두에 인사말을 대신해 30년 회무 생활을 마무리하는 순간을 생각하며 소회를 밝히겠다고 했다. 조 회장의 목소리에는 참회와 회한이 담겨있는 듯 했다. 그는 일련의 상황을 한마디로 '후회막심'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말끝 대의원들에 사죄의 뜻을 담아 무릎꿇어 큰절을 올렸다. 좌중은 당황했고, 숙연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발언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의 처진 어조를 일관하다 단상에서 무릎을 꿇은 모습은 남달랐을 수 밖에 없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거나 회원들에 사과하지 않던 모습과 분명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의원들의 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이겠다는 발언에 일부 대의원들은 안도하기도 했다.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상황이 바뀌기까지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조 회장의 불신임안 등을 포함한 이번 임시총회 세가지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가 발표된 후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조 회장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표변이었다. 조 회장은 일부 대의원들의 표현을 지적하며 "정관 하나 안지킨 것으로 죄인 취급하지말라. 검찰조사에서 무죄로 나오면 어떻게 하려 그러냐"고 공세를 취했다. 총회에서 가결된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두고는 이 안건들이 총회에서 결정할 사안이 맞는지 여부를 법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했다. 분명 3~4시간 전 "대의원들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와 180도 달랐다. 발언 중간 이 부분을 지적하는 한 대의원에 대해선 "발언 중이지 않냐. 회장에 예의를 지키라"며 되레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큰 절을 올리고 (내) 가슴을 쥐어박고 싶다던 그는 온데 간데 없었다. 집행부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총회 서두 일부 대의원이 "대의원이 아닌 대한약사회 집행부들은 퇴장해달라"는 요구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임원진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총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상황에선 대다수가 자리를 비웠다. 이번 총회가 조 회장의 불신임안 부결이란 '면죄부'를 받기 위한 수순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임시총회 결과로 조찬휘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안도했을 지 모른다. 정관 하나 지키지 않은 것 쯤은 회장을 탄핵하고 사퇴를 권고할 만한 사안은 아니였단 기존 생각을 재확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장이 돌변했듯 민초 약사들도 조 회장의 태도에 비례해 달라졌다. 조 회장의 사퇴거부 다음날부터 쏟아지는 약사 단체, 지부, 분회 단위 성명과 논평, 대한약사회 회무 참여 거부 선언과 긴급 연석회의 결정까지, 약사사회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FIP, 회비 납부 거부까지 운운하기 시작했다. 총회 초반 참회의 목소리로 "여론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던 조 회장의 고백은 여전히 생생하다. 약사들은, 그리고 여론은 조 회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그에 따른 일말의 책임이라도 지길 바랐다. 별다른 책임과 변화의 의지 없이 지금의 상황을 고수하다간 여론은, 약사사회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사나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찬휘 회장은 임시총회에서 승리한 인물이 아니다. 지금처럼 승자처럼 행동하다간 그에겐 총회 의결도 받지 않고, 짓지도 않은 약사회관 운영권을 1억원에 판매한 회장, 연수교육비 의혹을 받은 회장이란 주홍글씨가 따라 붙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2017-07-20 06:14:54김지은 -
[칼럼] 백신개발 : 프레임 파괴하는 상상력 필요백신업계 당사자들은 부정할 지 모른다. 그러나 외자사들의 시각에 국내제조 백신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80년대중반. 백신회사간에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매우 황당한 광고카피가 등장했다. 당시 외국산 백신을 수입하던 한 제약사가 다음과 같이 주요 일간지에 8단광고에서 미다시로 뽑은 카피이다. '항체를 확인하셨습니까?' 국산백신이 수입백신을 사정없이 잠식하던 때였다. 대세였던 국산백신을 향한 전형적인 그리고 노골적인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었다. (후에 이 무책임한 한 줄의 카피로 인해 업계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보통 백신임상시험 연구결과 항체형성이 80%대수준으로 동백신의 항체양전율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논문이 발표될 때였다. 숫자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정서에서 소위 백신의 항체양전율 인플레경쟁이 일어났다. 이후로는 나오는 논문마다 항체양전율이 높아졌다. 80%대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90%를 훌쩍 넘더니 같은 종류의 백신들이 어느새 95%, 96%, 98%의 항체양전율을 보였다. 과거보다 높아진 이유로 민감도(sensitivity)가 높은 검사방법을 썼기 때문에 과거의 검사방법과 차이가 나는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백신이 달라진 건 전혀 아니었다. 1990년대중반.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의 효능에 대한 공방이 학자들간에 심하게 갈린 적이 있었다. 저명한 모학회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당대 한 분야를 석권했던 대학교수A가 역시 세계적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학교수이자 개발자인 B에게 질문을 던졌다. A: 선생님은 백신을 왜 맞는다고 생각하십니까? B: 몸에 항체를 만들어 면역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A: 그렇지 않습니다. 백신을 맞는 목적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모나 고모나 식의 Q&A였다. 그런데 플로어에서 터져나온 이 웃음소리로 인해 순간 A는 의기양양했고 훗날 B는 청중들 앞에서 심한 모욕을 느꼈다고 기억을 했다. 명쾌한 이분법의 프레임앞에서는 대학교수도 세계적인 석학도 무력했다. 진검승부에서 먼저 찔린 사람은 본인의 순발력을 탓할 뿐이었다. 찌르거나 찔리거나. 생기거나 안생기거나. 걸리거나 안걸리거나. 당대의 시절이 요구했던 한계였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모 아니면 도였다. 우리나라에서 늘 백신은 원리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원리주의는 외자사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국내업계의 반동이었을 것이다. 합리성을 추구해야할 과학자까지를 포함해서 누구도 이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런데 당시 세계적인 백신개발은 어땠을까? 오래전부터 백신개발의 방향은 바뀌고 있었다. 엄숙하고 권위있는 학회에서 이런 논쟁이 오고가던 당시에도 이미 세상은 변화되고 있었다. 백신개발의 트렌드는 100% 항체율에 도달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백신개발의 목표가 백신을 맞으면 100% 병에 안걸리도록 하는 것도 아니었다. 백신개발의 목표는 100%의 항체와 100%의 방어가 아니라 증상완화와 합병증예방, 입원률감소, 사망률감소까지를 고려해서 방향을 튼 지가 제법 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에 개발되어 국내로는 80년대초 백신이 소개된 인플루엔자백신의 경우 백신접종의 목적은 인플루엔자 발병의 예방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감염과 관련된 이차 합병증을 막고 그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백신이었다. 당연히 초기에 우리나라에서 이 독감백신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매력이 없었다.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걸릴 수가 있다니 그런걸 뭐하러 맞느냐는 식으로 반응은 시큰둥했다. 물론 감기와 독감을 크게 구분하지 않던 시대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게다가 백신은 항체양전율이 높아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된 소비자들에게 독감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서 항체형성이 좀 떨어져 접종을 해도 걸릴수도 있는 본전생각을 안할 수 없는 백신이었다. 한편 수두백신의 경우 접종후 돌파감염으로 발생하는 수두는 미접종자에서 발생하는 자연감염으로 인한 수두에 비해 임상증상이 경미하여 열이 없거나 미열이고 발진 개수가 적은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가 이후 동일한 수두바이러스를 이용하여 개발된 대상포진 백신은 효능효과에 아예 대상포진의 예방 뿐 아니라 대상포진 백신접종후 대상포진으로 인한 증상감소, 합병증과 신경통감소, 그리고 대상포진으로 인한 질병부담감소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로타바이러스백신 역시 마찬가지다. 백신접종으로 감염예방의 역할이외에도 증상완화를 통해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응급실방문과 입원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기에다가 사망률감소효과가 꼽히고 있다. 우리가 백신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의 전환이었다. 기우일지는 모르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만일 국내에서 접종을 한 이후에 감염시의 증상약화, 합병증감소, 입원률감소, 사망자 감소를 목표로 해서 백신개발을 했을 때 우리에게 이를 충분히 가치있는 성과로 인정해 줄만한 문화는 성숙되어 있는가? 백신개발을 포함한 신약개발은 기술적 측면보다 오히려 문화적 측면이나 환경적 측면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백신개발의 영역에도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2017-07-20 06:14:54데일리팜 -
"우리약국도 하는데…주민 봉사, 결코 어렵지 않다"나홀로 약국을 운영하며 이달부터 지역 약국이 참여 할 수 있는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계획을 짜며 약국이 지역 사회를 위해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동료 약사님들과 공유하고 싶어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먼저 우리 약국은 7월부터 중·고등학교 자유학기제에 따른 직업체험 현장교육을 시행하려고 합니다. 알기로는 우리 약국이 위치한 경기도 부천에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으로 아는데, 지역 내에서 약사가 장래희망이거나 약국에 관심 있는 중, 고등학생들에 실습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는 노원구약사회가 주축이 돼 수년째 약사 직업체험 교육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교육에 대한 메뉴얼은 대한약사회에서 보내준 ‘약국이 교실이다’를 참고해 진행하려고 계획 중인데 매뉴얼에 따르면 중학생은 1일 4시간, 고등학생은 3일간, 하루 4시간씩 진행합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이 약사, 약국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할 생각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 약국은 학생들이 직업 체험을 하는 교육기관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달부터 진행하려는 봉사 프로그램 중 하나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 저소득층 어르신들의 댁을 직접 방문해 복약지도하는 방문약료사업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업은 부천시약사회와 부천시보건소가 연합해 시행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약국 중 77%가 나홀로약국인 것으로 알고, 물론 저 역시 나홀로약국을 운영 중입니다. 사실 방문약료사업에 참여하려면 지역 봉사를 위해 약국문을 잠시 닫고 3시간 정도 외출 하는 게 전부입니다. 제가 참여 할수있다면 다른 약국들도 충분히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국 약사들이 하는 많은 일이 국민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지경을 넓혀가며 알릴 때, 약국이 단순조제와 약 판매만 하는곳이 아닌 함께 울며 함께 웃는 마을공동체 중심에서 건강과 관련한 모든 상담이 이뤄지는 사랑방이란 것을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위로와 공감이 있는 약국들이 국민들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때, 약사라는 직업군이 사라지는 직업군에서 제외될 것입니다.2017-07-19 12:14:56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의약단체장, 그대들 거울 앞에 서라의약사단체장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회원들의 사퇴요구가 감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서초동 대한약사회관에서는 조찬휘 대한약사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숙투쟁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 약사 회원들의 고발로 조 회장의 각종 비위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시작됐다. 조 회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물러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현 대의원 인적구성으로는 탄핵 자체가 '중과부적'이라는 걸 너무 잘 아는 탓일까. 이런 가운데 약사회 임원들은 일괄 사표를 내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조롱을 받고 있지만 누구보다 떳떳하다는 인상이다. 노숙투쟁 중인 회원들을 훈계했다가 구설에 오른 임원도 있었다. 한 약사는 "약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회원과 담을 쌓고 눈과 귀를 막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2017년 7월, 사회적 존경을 받아온 약사직능 중앙회의 '살풍경'이다. 이런 일그러진 오늘의 '초상'은 약사단체만이 아니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뒤집으면서 스스로 탄핵사태를 자초했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정족수 미달로 임시총회가 무산돼 다행스러웠겠지만, 이미 한의사단체의 수장으로서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추무진 의사협회장도 상황은 다르지만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뜨뜻미지근하고 활력이 없는 협회 운영 방식이나 우유부단, 부족한 결기 등으로 인해 작은 사안이 하나만 터져도 사퇴나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들이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일부 안티세력들이 틈만 나면, 아니 틈을 키워서 집행부 흔들기에 나선다는 항변도 일리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제증명수수료 가격 상한제 도입 등과 같이 법률에 근거해서 추진되는 정책을 다음 선거(3선)와 연계시키는 발언으로 논란을 만들고 있는 사려깊지 못한 언행은 추 회장 위기론을 재생산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약단체장을 둘러싼 이런 내홍은 해당 직능사회 내부의 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직능 내부에서 순리대로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존경을 받는 전문가집단이 만든 단체의 수장들이 이렇게 '스캔들'의 주인공이 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단체장 개인 뿐 아니라 해당 직능의 사회적 권위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픈 얘기이지만 의약단체 수장들의 문제는 사실 '직능이기주의식' 현실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찬휘 회장의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사적인 영역의 '스캔들'이지만, 김필건 회장이나 추무진 회장의 경우 그동안 의료계나 한의계가 직능의 이해타산에 지나치게 천착하면서 직능간 갈등, 직능 내부의 반목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파생적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생명을 살리고 치료하는 일련의 배타적 권한을 의약계 전문가들에게 면허로 인정해 준 건 국민을 위해 그 권한를 사용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어느순간 이 면허는 직능 영역을 두고 싸우는 '깃발'이 돼 버렸다. 시인 윤동주는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며 참회록을 썼다. 일그러진 '초상'의 주인공, 그대들 거울 앞에 서라.2017-07-17 06:14:54최은택 -
[칼럼] "자보 이의제기, 통보 시점부터 계산해야"요양기관에서 자동차보험심사와 관련된 분쟁을 처리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판결이 최근에 나와 소개하려 한다.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에서는 의료기관이 청구하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심사& 8901;조정업무 등을 보험회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위탁하고,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적합한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심평원의 심사결과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자배법 제12조에 따라 의료기관 혹은 보험회사가 심평원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으며, 법 제19조에서는 이의제기결과에도 불만이 있는 경우 결과를 받은 때로부터 30일 이내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기한 내에 심사를 청구하지 아니하면 그 기간이 끝나는 날에 심사결과에 합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제절차에 관한 규정은 기존에 심사를 수행하던 보험회사에 이의를 제기하도록 했던 자배법 제12조가, 위탁심사를 수행하는 심평원에 이의제기를 하는 것으로 변경됐을 뿐 나머지 내용은 동일하다. 다만 이의제기 후 심사청구가 30일의 이의기한을 도과하는 경우 민사 합의를 간주하는 자보법 제19조가 자동차보험심사 업무가 공공기관인 심평원에 위탁된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되는지가 문제됐다. 일반적인 행정소송의 제소기간인 90일이나 보험금에 대한 소멸시효인 3년에 비해 짧은 30일의 기간을 두고 이를 도과하면 민사합의를 간주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왕증이 있는 환자의 증상에 대하여 수술을 하고 기왕증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심사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가 환자와 의료기관 및 심평원을 피고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안에서 보험회사는 심평원의 심사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자동차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지 않았고, 이의제기 결과통보를 받은 후 두 달이 넘어 소제기를 하였습니다. 지난 9일 서울서부지방법원(2016가소446676 판결)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자보법 제19조에 따라 보험회사 혹은 의료기관이 이의제기결과 통보를 받은 뒤 30일 이내에 분쟁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당사자 간에 합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심평원의 자동차보험 심사 및 이의제기결과 통보는 전산을 통해 이뤄져야 하며 관련 규정에 따라 전산 통보 즉시 송달을 받은 것으로 보아 통보 시점으로부터 날짜를 계산해야 한다. 자동차보험 심사업무를 하는 의료기관은 구제절차의 기한에 대해 유의해 업무를 처리하셔야 한다.2017-07-17 06:14:53데일리팜 -
[기자의 눈] 화이자와 '입랜스' 논란 되돌아보기사실 욕 먹기 딱 좋은 상황이긴 했다. 약은 좋은데 비싸고 환자들은 죽어간다. 여기에 약을 만든 회사는 역시나 외국계 제약사. 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HER2,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음성 유방암치료제 '입랜스(팔보시클립)'를 개발한 미국계 빅파마 화이자는 최근 몇달 간 환자단체, 다수 언론 등으로부터 말그대로 뭇매를 맞았다. 입랜스는 굳이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초의 HER2 음성 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약제라는 점 자체가 고무적이다. 즉, 좋은 약이다. 하지만 비급여, 한알 가격이 21만원, 한달 약값이 600~700만원 가량이다. '존재하지만 먹을 수 없는 약'을 바라보던 환자와 그 가족들의 분노는 결국 폭발했다. 당사자가 아니면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절박함에서 비롯되는 행동력은 대단했다. 특히 환우단체인 HPBCF(Hormone Positive Breast Cancer Forum, Korea)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입장을 전달하는 추진력은 기자 입장에서도 놀라울 정도였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다만 입랜스가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지금, 이번 사태를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등재기간·지원프로그램, 일련의 쟁점들 선별등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시스템에서 입랜스 사례만을 놓고 봤을때 화이자가 소위 말하는 외국계 회사의 '못된 짓'을 했다고 단정하기는 사실 어렵다. 한국의 항암제 평균 급여 등재율은 62%, 허가 후 등재까지는 평균 600일 가량이 소요된다. 유방암치료제를 보더라도 로슈의 '퍼제타'가 4년, '캐싸일라'는 3년(약평위 통과)이 걸렸다. 이를 감안했을때 지난해 8월 승인 후 7월 약평위를 통과한 입랜스의 속도는 느린 편은 아니다. HPBCF와 언론의 압박이 유효했던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국적제약사들이 그리 착한(?) 업체들은 아니다.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여론의 비판이 쇄도해도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반대로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해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또 외자사들에게 있어 약가는 정부와의 협상보다 어려운 장벽이 글로벌 본사의 승인이다. 수조원을 투자해 개발에 성공한 신약을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낮추지는 않는다. 즉 적어도 화이자 한국법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본사를 설득했고 본사도 이를 받아들여, 6월 약평위 이후 한달 여만에 약가를 낮춰 급여적정성 평가를 받아내는 노력은 했다는 얘기다. 물론 빠르게 주판알을 튕겨 맞춘 가격이겠지만 말이다. 30%라는 지원 비율이 문제가 되고 있는 환자지원프로그램의 경우 법리적인 해석이 복잡하다. 한국에서 의약품 무상공급은 환자 유인이나 판촉행위가 될 수 있어 공정거래법과 약사법에서 특정 예외 사례를 제외하고는 금지하고 있다. 백혈병약 '글리벡'이 제네릭 출시와 함께 무상공급이 중단된 것도 같은 이유다. 고가약 시대가 낳은 근본적인 문제 입랜스가 비싼것은 맞지만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외자사 신약들이 항암제, 희귀난치성질환치료제에 쏠려 있고 열에 여덟은 고가 약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고가약 시대에 신약의 급여 등재 이전까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환자들의 고통이 야기시킨 것이지, 1개 제약사의 비도덕성과 무책임함의 문제를 원인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혁신신약이자, 고가약의 등재가 지연될때마다 '입랜스 논란'이 반복되면 되레 한국의 신약접근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는 환자단체 대중들에게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제도적 한계성 등 다양한 시점 보다는 '화이자 까기'에 집중했던 우리네 언론들도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화이자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빨랐어야 했다. 사전에 PAG(Patient advocacy group)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에 대한 해명과 해결방안을 공유하지 않았던 것은 엄연한 제약사의 과실이다. 다만 욕먹기 시작하면서 보여 준 근 두달 사이 이 회사의 행보에 대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는 비판일색은 생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2017-07-17 06:14:52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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