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는 해야 하는데…" 찜찜한 약국간 교품, 현장 가보니
- 강혜경 기자
- 2026-06-13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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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는 "교품 아니면 이모튼, 듀락칸이지, 직듀오 못 구해요"
- 약사법은 '폐업, 긴급 의약품'에 한해서만 허용
- 제약사, 유통업체 '반품 정책' 강화되며 골머리
- "현실적 대안은?" 절충안 마련 나선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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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 이후 품절약이 속출하면서 부득이한 약국간 교품이 늘고 있다.
사용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가 큰 약국을 중심으로 약이 유통되다 보니, 소형약국에서는 품절약을 구하기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의약품 수급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약국에서는 교품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이 커지는데, 여전히 법은 교품을 폐업과 긴급 의약품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약국간 거래시 양측 약사의 서명 또는 날인이 포함된 거래내역서, 거래명세서 등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지만 품절약으로 품절약을 구하는 형태의 교품이 늘면서 교품 셈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모튼30C 10개로 아젤리아 5개를 구한다거나, 듀락칸이지로 이모튼을 구한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최근에는 의약품과 약포지, 의약품과 롤지를 교환하는 고육지책까지 등장했다.
지역의 약사는 "이모튼, 듀락칸이지, 직듀오 등의 경우 대형약국이나 직거래처로 유통이 한정되다 보니 소형약국에서는 교품이 아니면 약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조제를 해야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주변 약국이나 커뮤니티에서 약을 구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찜찜함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마이닝 조사가 교품에 대한 찜찜함을 남긴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급량 보다 청구량이 많은 약국 1만여곳을 추출해 청구불일치 서면조사를 벌였던 기억 때문이다.
이 약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최근에는 청구불일치 조사 등이 유예된 상황이지만 제도가 현장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한적 허용" 약사법에는?
약사법에서는 약국간 교품을 매우 소극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약사법 제47조(의약품 등의 판매 질서) 제1항에 명시된 '유통 체계 확립과 판매 질서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자가 아닌 자로부터 의약품을 구입하지 아니할 것으로 명시돼 있다.
교품이 가능한 경우는 두 가지다. 폐업하는 약국 등의 개설자로부터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이 없어 약국개설자가 다른 약국개설자로부터 해당 의약품을 긴급하게 구입하는 경우, 이외의 경우에는 약국 간 교품이 불가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어느 범위를 긴급 의약품으로 볼 건지에 대한 해석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품절약, 반품 불가 정책…현장에선 필요성 솔솔
약국가는 늘어나는 품절약과 반품 불가 정책 등을 감안할 때 교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품목들이 수급 불안정을 겪고 있다. 감기 관련 제제로 시작된 수급 불안정은 최근 점안겔, 당뇨병용제, 혈압강하제 등으로 번졌다"면서 "지역 약사회 교품 역시 계속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고가 있는 약국으로 환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약국간 교품 제도를 통해 환자 뺑뺑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

제약산업 데이터 분석기업 비알피커넥트의 '비알피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달 가장 많은 품절입고 알림 신청이 이뤄진 약은 자누메트엑스알서방정으로 2만536회 신청이 이뤄졌으며, 텔미누보정과 이모튼캡슐, 듀라티얼즈안연고, 트루패스구강붕해정, 조인스에프정, 펠루비정, 이미그란정, 알닥톤필름코팅정, 직듀오서방정 등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감기제제에 국한됐던 품절이 다양한 제제로 확대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제약사와 도매상의 반품 정책이 까다로워지면서 약국에서는 교품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제약사나 도매상들이 출고 당시 제조번호와 유효기간, 일련번호 등이 반품 제품의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 반품을 받지 않거나, 유효기간 경과 후 3개월 초과시 반품 불가 정책을 고수하면서 약국에서는 고육지책으로 교품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지역 약사회 정기총회에서는 반품을 현실화해 달라는 건의사항들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사와 도매상들의 반품 기준이 타이트해지면서 약국의 부담이 증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약국 수요 증가에 '약국간 긴급의약품 서비스' 시범운영
서울약사신협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남·서초 지역 조합원 약국을 대상으로 '약국간 긴급의약품 서비스' 시범운영에 나섰다.
'약수' 앱을 통해 약국간 긴급하게 필요한 의약품을 빠르고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도록 배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A약국에서 약을 수거해 재고가 필요한 B약국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도매상들이 해오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다만 긴급 의약품의 특성을 십분 살려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시범운영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서비스를 이용한 약국은 약 90곳으로, 약국들의 만족도는 높다.
약사신협 관계자는 "약국간 긴급의약품 서비스는 약국들의 요구가 가장 높았던 서비스로,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약국간 전자인증시스템을 구축해 청구불일치 등 문제 발생 소지를 줄였다"면서 "시범기간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수렴해 본사업 궤도 진입 등을 고민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약국간 매칭이 이뤄져야 하고, 배송 업무 부담이 증가하는 등 문제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서비스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남인순(남윤인순)의원이 약국간 교품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고, 식약처가 실태조사 등에 나선 이후 소포장 제품과 반품 사업이 소폭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며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제조번호, 유통기한 등을 약국이 서로 알 수 있도록 하고, 당일에 배송이 가능하도록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약국과 도매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는 '약올려'도 있다.
약올려에 따르면 폐기반품 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문건수와 거래액 역시 2022년 2억(1천건)에서 2023년 80억(3만건), 2024년 400억(6만건), 2025년 1100억(13만건)으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의약품 공급 내역과 조제 청구 내역이 맞지 않는 경우 청구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수 소지는 있다. 임의 대체 청구나 사입 근거 미인정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거래내역서 같은 관련 서류를 꼼꼼히 갖춰두지 않으면 제2의 데이터마이닝 사태가 도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의 필요성이나 움직임과 달리 정부 지침으로 인해 여전히 약국은 물론 업체들도 해당 프로토콜을 사업으로 연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제라도 현장과 정부지침의 온도차를 줄일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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