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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시위 된 약사대회

  • 데일리팜
  • 2007-11-26 06:30:15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약속합니다’라는 대선 후보들의 우렁찬 함성이 힘차게 터져 나왔다. 약사 표심을 향한 유력 대선후보들의 25일 휴일 행보는 약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의 깃발을 들어 올리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의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전국약사대회에 참석한 다섯명의 후보 중 4명은 후보등록을 오전에 마친 후 참석했고, 한명은 오늘(26일) 등록한다. 약사대회가 민간행사로써는 마지막으로 열리는 셈이었고, 후보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내일부터 22일간의 선거 대장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은 기대했던 그 이상으로 목청이 유난히 컸다. 눈치를 보지 않았고 과감하기도 했다. 행사장에 모인 약사들을 흥분시킬 정도로 후보들의 약사 표심잡기 발언은 한껏 고무됐다. 정동영, 이명박, 이인제, 문국현, 이회창 등 다섯명의 후보들은 약사들에게 무한 애정공세를 펴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동영·이인제 후보는 약사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성분명 처방’을 약속하는 과감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명박 후보도 참여정부의 성분명 처방 약속을 비난하고 나서 간접화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게가 실렸다.

이번 약사대회는 두 가지 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하나는 참여도다. 당번약국을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의 개국약사들이 참여했고 병원약사, 공직약사, 제약·유통약사 등도 이에 가세했다. 오랜만에 전국 약사들이 한마음으로 동화될 수 있는 자리였다. 또 하나는 열기다. 대회가 본의 아니게 한 차례 연기되기는 했지만 참으로 기막히게 연기된 덕분에 정치일정과 궤를 같이했다. 이로 인해 자력행사라는 명분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행사에 대통령 후보들이 대거 참여한 것에서 나아가 아낌없는 사랑을 주겠다고 약속들을 하고 갔으니 성공적인 행사였다. 대회를 주관한 대한약사회와 그 임원 및 실무진들은 전국 약사회원들의 치하를 받을 만하다.

우리는 이번 약사대회를 보면서 특별하고 각별한 시위라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특별히 요구한 것이 없는 집회였기에 겉보기에 시위와는 확연히 달랐다. 아니 약사들에게 주어진 본연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의 장이었기에 시위의 성격을 띠지 않았다. 약사 선언문을 낭독했고 약사 행동강령을 채택했기에 그랬다. 마지막에는 국민과 약사라는 두 이미지의 대형 손이 맞잡는 퍼포먼스가 역시 그런 성격을 잘 웅변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 약사대회는 누가 봐도 약사들의 결집된 힘을 과시했기에 그 어떤 시위 보다 성격이 분명한 실력행사인 것 또한 맞다. 그것도 아주 강력했다. 후문으로는 일부 후보의 경우 부르지 않았는데도 왔다는 말이 들린다. 그래서 웬만한 행사 같으면 가장 귀빈이 될 복지부 장관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아주 작게 보였다. 의약단체장들 역시 여·야 할 것 없이 대거 참석한 국회의원들에 가려 더 작게 느껴졌다. 약사들의 한마당 잔치였지만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정치무대 같았다. 실제로 대선후보들의 인사말은 치사나 축사가 아니라 정치연설, 선거연설이었다. 약사대회는 그렇게 장중하게 세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드라마틱한 연출을 해냈다.

이제 지켜봐야 할 것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다. 자칫 뒷마무리가 시원치 않으면 약사대회는 그야말로 전시성 시위로 끝날 뿐이다. 실제로 후보들은 약사들에게 솔깃한 말들을 많이 했다. 약사의 전문성을 살려야 하고 약은 약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등의 발언들이 그것이다.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공약들이 궁금하다. 약사회가 먼저 제안하고 요구하는 것은 이해단체로써의 입장이 아닌 약사가 국민건강보건의 중심에 있다는 신념으로 행할 수 있다. ‘국민과 함께 건강한 세상을’이란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말이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간다면 각 후보 진영은 세몰이에 나설 것이다. 전국 동네 어귀마다 있는 약국이기에, 그리고 약사는 동네 여론을 이끌 사회 지도급 위치에 있기에 그 세몰이의 한 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각 선거캠프는 약사와 약국을 노크할 것이 분명하다. 전국약사대회는 사실 그 문을 먼저 열어 젖혔다. 약사들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드러내 보였다. 그런데 그 책임의 주체 또한 약사다. 후보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을 이끄는 전문직능인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구체적인 공약은 그래서 중요하다. 약사 전문 직능의 미래를 담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공약을 이번 기회에 잘 만들어 내기를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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