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詩를 쓰고 있었다”
- 최은택
- 2005-03-18 06: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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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깎이 詩人 정춘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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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다가서는 데’ 등의 시로 문예誌 ‘문학시대’에서 신인문학상(63회)을 수상하고 등단한 늦깎이 詩人 정춘희(56) 약사.
“이제 겨우 유치원을 졸업하고 입학을 준비하는 예비 초등학생 같은 심정”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힌 그는 “시는 타인의 마음에 울려지고 아울러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理科的 사고와 딱 부러지는 성격이 왠지 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농담 섞인 말들을 곧잘 듣는다는 그.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는 문학의 언저리에서 시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20년이 넘게 약국을 운영했어요. 정말이지 ‘나’를 되돌아보고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죠. 행동반경도 집과 약국에서 벗어나지 않고 쳇바퀴 돌듯이 살았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래선지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멀리, 먼 바깥 여행이나 등산을 다니곤 했죠”
최근 들어서는 일주일에 2~3편 가량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시가 안 써지거나 잡념 때문에 화두가 꿰이지 않으면 집 근처 아차산으로 뛰쳐 올라간다.
산새소리나 바람에 몸을 비트는 나무소리, 멀리 지는 붉은노을...詩想과 詩心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객관적)상관물’을 자연속에서 물색해보려는 시인 나름대로의 고육지책인 셈.
“시는 그동안 묵은 때처럼 생활과 덕지덕지 뒤엉킨 채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감수성들, 소식적 가졌던 꿈들을 되살려주는 저한테는 말하자면 영혼의 청량제와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예쁘고 좋은 것, 감상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야말로 생활속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사건과 편린들을 저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형상화해 내는 것. 그것이 저의 詩作노트의 첫 페이지입니다”
그래서 일까. 이번 신인문학상 심사에서도 그의 시는 “보편적 사리로부터 끌어올리는 감칠맛”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스승이자 ‘동해안 시인’으로 유명한 원로시인 황금찬씨도 그의 이런 점을 높이 사고 있다고 한다.
정 시인은 지금껏 모니터 백지 페이지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뱉어낸 70여편의 시를 모아 올 가을께 첫 시집을 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자신의 시집을 갖는 것은 모든 시인에게는 형언할 수 없이 벅찬 감동임에 틀림없으리라.
그는 “쓰고 싶은 시 중에서도 정말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전언도 놓치지 않았다. 타인과의 교감을 추구하는 것이 시의 본질적 측면에 가깝다면, 여기서 말하는 “쓰고 싶은 시”는 간결하고, 쉬운 언어들로 구성된 형식적 측면을 이야기 하는 것. ------------ 얼굴
일기장 한 다발의 꽃
술잔을 나누는 생각과 존재
그작은 우주. ------------- 이를 테면, 이번 당선작 중 하나인 ‘얼굴’같은 시가 해당될 것이다.
정춘희 시인은 이화여대 약대(68학번)를 나왔으며, 현재 한국여약사회 총무, 서울시약사회 여약사위원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백양문학회’ 동인으로 지난해 10월 同人誌 ‘별의 노래 풀꽃의 시’(오감도出)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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