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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실 밖에서도 약사 역할은 많다”

  • 김태형
  • 2004-12-01 06:43:50
  • 이의경 박사(보사연 보건의료연구실장)

“약사가 반쪽의사 역할하는 것은 오래 갈수 없는 일입니다. 약사의 정체성은 약의 전문가로 양성되고 인정받는 겁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보건의료연구실장을 맡고있는 이의경(서울약대졸, 43) 박사는 “제약사와 약국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제도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그룹들이 약계내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사회약학 전공자다. 85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사회약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4년동안 보사연에서 의약품 제도를 연구 해오고 있다.

“사회약학은 의약품 개발 생산과정부터 사용까지 제도적인 여건과 사회환경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자연과학보다는 사회과학에 가깝죠. 과거 정책결정 과정은 전문가 의견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요구합니다.”

이 박사는 사회약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제약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약물경제성 평가를 꼽았다.

이전에는 의약품의 효과만 강조됐지만 이젠 비용과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과학적인 기준과 통계가 필요하다.

“지금 도매업소가 1,600곳, 제약회사가 600곳에 이르고 있어요. 제약업체의 숫자가 많고 보험등재품목이 많다고 해서 환자들에게 적정한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박사는 사견이라는 전제하에 “우선 고가의 신약부터 경제성을 평가를 하고 이미 등재된 품목들은 재평가를 통해 품목수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물경제성 평가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호주, 캐나다, 미국의 사보험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은 없을 겁니다.”

이 박사는 다만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논의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로 가면 노인들의 의료비는 늘어나고 약제비의 비율은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겁니다. 건강보험 재정에 압박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막기위한 제도와 정책을 개발해야 할 시점이죠.”

이 박사는 고령화 사회로 가면 약의 전문가인 약사의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들의 약 복용량을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약사의 복약지도와 질병에 따른 최선의 약을 선택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그런 의미에서 약대를 6년제로 전환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현재 교육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아요. 약사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소양을 쌓기에는 4년은 너무 짧아요. 약사는 의사와 더불어 환자 건강을 돌보는 팀의 일원입니다. 의약분업과 고령화사회에서 필요한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면허를 습득하기 전에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해야 합니다.”

이 박사는 “환자는 의약품 정보를 대부분 의사들에게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약사는 10%에 불과하다”면서 “약의 전문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약사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가 약에 대한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활용할 지식과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약사는 훌륭한 사회적인 자산입니다. 약사의 전문성을 활용해서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여건, 제도, 정책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약학은 보람을 느낄 만한 분야입니다.”

이 박사는 “이제 약사들도 제약사와 약국이라는 ‘우물’속에서 나와 제도와 정책을 고민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약국 경영학’만 달랑 공부한 약사보다는 건강보험, 약가제도, 의약품 허가절차 등 약사와 밀접한 제도를 충분히 습득한 약사만이 변화된 사회에서 올바른 ‘약사상’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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