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외면하는 영업, 성공할수 없다"
- 이지명
- 2003-09-25 11:57:04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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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진 상무이사(일동제약 영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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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그는 분업 초기 제약사들이 최대 호황을 누리던 좋은 시절을 다 보내고 최악의 경기불황속에 영업 총수직을 맡게 된 운이 나쁜 사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회사측이 요즘처럼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에 그에게 선뜻 무거운 책임을 맡길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이 궁금했다.
일동 영업맨으로 몸담은 이후 28년 동안 단 한번도 영업 일선을 떠나본 적 없는 정 상무.
11명의 입사동기중 유일한게 일동에 남아 순수 영업맨의 길을 걷고 있는 그가 현재까지도 지칠줄 모르는 신바람 영업을 펼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회사내에서 정연진 상무는 일동제약의 ETC 영업을 이끌어 온 장본인으로 정평이 나 있으나, 사실 그의 첫 출발은 그리 화려하지 못했다.
서울약대를 졸업하고 ROTC 11기로 군 복무를 마친 정 상무는 지난 1975년 말쑥한 차림(?)의 영업사원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일동제약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분야는 당시 잘 나가던 약국영업이 아니라, 회사내 포션이 3%대에도 못미치는 의원영업이었다.
여느 영업사원들과 마찬가지로 필드에 나간 첫 날부터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정 상무는 영업사원에 대한 환상이 처참히 깨졌다.
"당시 ETC 부문은 회사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 영업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정 상무의 야전사령관 출신다운 발로 뛰는 영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종로지역 1등을 도맡던 그는 입사 4년만에 서울지역 ETC 영업 책임자 자리까지 오른다.
그러나 노력만큼 성과가 따라주지 않는 악전고투를 거듭하던 정 상무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의료보험제도의 실시.
이 때부터 최고 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에치칼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전국 각지의 병원에 일동제약 제품을 심기 위해 동분서주를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독창적인 영업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첫 번째 성과가 바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위·십이지장궤양치료제 '큐란'과 국내 세펨계 주사제시장 1위 제품인 '후루마린'.
발매 초기 '큐란'은 오리지널 제품인 G사의 잔탁의 높은 장벽에 막혀 고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잔탁이 150mg 용량의 제품만 발매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보았던 정 상무는 1일 1회 요법의 마케팅 전략을 역설했고, 이 전략이 받아들여져 큐란 300mg을 발매하게 됐다.
이 때부터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처방이 나올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큐란300mg은 1980년대 후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동제약의 성장기를 이끈 원동력을 제공, 현재 잔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큐란이 일동제약의 성장기를 견인한 제품이라면 '후루마린'은 어려운 시기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제품.
이 때의 주역도 정 상무다. 당시 후루마린 1g 제품으로 성장의 한계를 느낀 정 상무는 저가 전략으로 전국의 모든 병원에 후루마린을 투입한다는 비전을 갖고 후루마린 0.5g 발매를 강력히 제안했고, 결국 이 전략이 당시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성공을 거둔다.
"힘든 점도 많지만 하나하나 성취할 때 느껴지는 행복감이 영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일동제약의 병원마케팅을 기발한 아이디어와 Key man 파악, 고객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영업 3박자를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끌어올린 정 상무.
그는 요즘 또 다른 도전으로 지난해 12월 발매한 식후혈당강하제 '파스틱'을 키우는데 시간가는 줄 모른다.
30여년 가까운 영업 인생에서 한 순간도 잊지 않고 견지해 왔던 그의 영업지론은 현장을 외면하는 영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업사원들에게 과거의 성공은 오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엉뚱한 발상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일단 수용하되 한 번 결정했으면 스피드하게 추진하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요즘 걱정거리가 많다. 분업 이후 막강한 제품력과 마케팅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어떻게 대응하냐에 대한 해법찾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외자사들의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이제는 국내 토종 제약사들도 과거의 얽매임을 벗어던지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생각하는 영업을 펼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입사 당시부터 약국영업의 편리를 만끽하진 못했지만, 남들과 다른 길이 주어진 계기가 오히려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정 상무.
그는 올해 목표달성까지는 힘들더라도 국내 10대 메이커 중에서 성장률 만큼은 1위를 차지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해 온 그의 집념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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