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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모색해야 경쟁력 갖출 수 있다"

  • 최봉선
  • 2003-02-20 07:36:42
  • 요약
  • 크리스티안 스토클링 사장(쥴릭파마코리아)

국내 도매업계가 한국시장에서 몰아내고 싶을 만큼 불청객처럼 인식돼 온 쥴릭파마 코리아(Zuellig Pharma Korea).

단순히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통째로 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폄하 속에서 2000년 한국시장에 공식 출범한 이후 지난해 3,6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도매업계는 지난 95년 쥴릭파마가 한국지사를 설립할 당시부터 거센 반발을 해왔으나 외자도입이 미덕으로 인식되던 IMF시절과 의약분업이라는 대변혁을 맞으면서 쥴릭파마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쥴릭파마는 국내 도매업계의 막강한 경쟁 상대로 부상했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왔기에 크리스티안 스토클링(Christian Stoeckling) 사장(37세)을 만나봤다.

한국업계 강한 반발 속 '無에서 有 창조한 CEO'

"한국은 동남아의 어느 나라보다 시장성이 있어 도전해 볼만한 곳이라 판단해 본사에 지원의사를 개진하여 운 좋게도 2년 전 이곳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쥴릭투쟁위원회 결성 등 한국업계의 강한 반발 속에서도 10여 제약사와 제휴관계를 맺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無에서 有를 창조한 CEO'로 평가받고 있다.

쥴릭파마코리아는 한독약품과 아벤티스를 시작으로 베링거인겔하임, 파마시아, 노바티스, 바이엘(일반약), GSK(소비자사업부), 노보노디스크, 머크, 니베아, 스미스앤네퓨, 신흥, 맨소래담, 한국화이자, 여기에 지난 연말부터 한국BMS까지 제휴관계로 맺었다.

올 매출 5,000억 목표…2005년 한국쉐어 15% 달성

특히 올해에는 미국계 모 상위제약사의 합류를 예상한 듯 매출목표를 5,000억 원으로 설정하고, 그 동안 계속된 적자경영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장담했다.

또 2005년에는 1조원의 매출로 당초 목표인 한국쉐어 15%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스토클링 사장은 "한국의 제약 및 도매업계는 아직도 쥴릭파마가 단순히 도매상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 아쉽고, 이로 인해 한국시장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면서 그러나 "쥴릭파마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로 생산적·미래지향적인 투명경영을 추진할 생각"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그는 쥴릭파마의 주력업무에 대해 의약품 유통과 마케팅, 영업 및 프로모션, 관리정보 제공 등 전세계 15개국 125개에 달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 한국업계가 인식해온 단순한 도매상이 아님을 환기시켰다.

한국진출로 '지오영' 탄생…변화 모티브 제공

그는 쥴릭파마가 한국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냐는 질문에 대해 '지오-영' 탄생을 꼽았다.

즉 쥴릭파마가 한국업계의 변화에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스토클링 사장은 "쥴릭파마와의 경쟁을 위해 한국업계는 비슷한 운영시스템이 필요했으며, 그 결과가 지오영을 출범시킨 것"이라며 "변화를 모색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한국업계가 인식하고 있어 이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토클링 사장은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지오영이 어떤 방식으로 성창약품·동부약품·가야약품·케어베스트 등의 물류를 통합 운영하는지, 지방업체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기자에게 묻는 등 세심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쥴릭파마의 협력도매상(Sub-Distributor)중 하나인 전주 태전약품의 물류시스템을 예를 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도매업계는 소량 다품종을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에 최대 역점을 둘 수 밖에 없으며, 이 부분에 있어 태전약품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업체들의 등장이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평가했다.

협력도매 계약조건에 "리베이트 영업금지" 신설

그는 그러나 한국업계가 관행처럼 약국 등에 제공되는 뒷마진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쥴릭은 당초 50%의 약국과 직거래를 계획했으나 대다수의 한국 도매업체들이 처방약에 대한 백마진을 제공하고 있어 이를 인정치 않는 쥴릭은 직거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현재 직거래는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로 인해 쥴릭은 몇 년째 적자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토클링 사장은 특히 이런 문제 개선을 위해 협력도매상(Sub-Distributor)들과 새롭게 거래계약을 체결할 때 브로커 식 리베이트 영업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업직원의 인센티브 제도는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쥴릭과 협력도매상간 계약기간이 내년 6월말로 되어 있어 이 시점이 되지 않을까 보여진다.

쥴투위 결정 '충분히 이해'…이 도협회장 단식투쟁 기억남아

스토클링 사장은 2001년 7월 쥴릭투쟁위원회 활동에 대해 "의약분업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한국업계는 어떤 방법으로든 쥴릭파마코리아를 저지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쥴투위 핵심멤버인 ETC업체들의 경우 분업 영향으로 시장의 50% 정도를 잃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분업시행의 한 과정으로 분업이 좀더 정착하면 이들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쥴투위 과정에서 놀라왔던 것은 이희구 도매협회장의 단식투쟁이었다고 회고했다.

"유럽사람으로서는 단식투쟁이 전혀 익숙하지 않아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그 때 일을 떠올렸다.

한국도매 업체간 통폐합…"규모의 경제 이뤄야" 충고

스토클링 사장은 쥴릭파마코리아로 인해 한국화이자의 국내도매 마진이 줄어들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한국업계는 도매업체 수가 너무 많다. 이로인해 이전투구식 경쟁이 끊이지 않고, 이로인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업체간의 통폐합을 이루어 백제약품과 동원약품과 같이 전국유통망을 구축하는 등 물류비 등을 절감한다면 한국도매의 현재 마진은 부족한 수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경영능력 인정 4년만에 법인대표 올라

스위스 태생인 스토클링 사장은 스위스 라페르스빌 코메르치알 스쿨을 88년에 졸업한 후 스위스 우츠나츠 방크린트(Bank Linth)에서 사무자동화 컨설터트로 근무하면서 세인트 골 비즈니스 스쿨에서 마케팅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94년 쥴릭파마 홍콩지사 임원 트레이닝 멤버로 입사하여 쥴릭과 인연을 맺었고, 쥴릭파마 태국 사업개발이사, 부지사장 및 총괄이사 등 승승장구 승진속에 입사 4년 만인 98년 태국지사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00년 8월에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오게됐다. 그의 부친은 현재 스위스 27개 주정부 중 한 곳의 교육부장관과 각 주정부 교육부장관들의 전체모임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을 정도로 스위스 내에서는 잘 알려진 교육자 집안이다.

"휴일이면 아들과 차범근 축구교실 찾아요"

한남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그는 지난해 3월 둘째인 딸을 얻으면서 나름대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처음와서는 바쁜 일정 등으로 휴일에도 좀처럼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없었으나 2년을 넘긴 최근에서야 휴일이면 스키, 스케이트 등 열대기후인 태국에서 즐기지 못했던 겨울 스포츠를 만끽하고 싶어 여러 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교통체증으로 고생을 하면서 요즈음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6살 난 아들 파비앙을 위해 차범근 축구교실을 찾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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