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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배짱없이는 신약 기대도 말라"

  • 전미현
  • 2003-01-09 09:16:29
  • 요약
  • 추연성 상무(LG생명과학

그사람과 인터뷰를 위해 나선 날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다 눈까지 내려 길은 동계훈련이 안된 자동차들로 대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한시간가량 약속장소에 늦게 출현한 그사람은 기다리다 너무 추워서 '동태'가 다됐다는 기자의 말에 식사를 주문하면서 "여기있는 동태한마리 넣어 생태찌게를 끓여줄 것"을 주문(?)하는 익살을 보였다.

LG생명과학의 국산신약 1호 '팩티브'(퀴놀론계 항생제)를 개발해놓고, 이제 미국 FDA 허가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추연성 개발담당상무. 그와의 만남은 웃음으로 시작해서 웃음으로 끝날 만큼 기분좋은 사람이었다.

25세이하 여성들로 구성된 팬클럽이 있다고 태연히 말할만큼 넉살도 좋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쨋거나 그 여성팬클럽은 대전에 있는 연구소내에 결성이 돼 있다고 한다. LG생명과학의 전체 종업원 940명중 연구개발인력이 340명으로 R&D 인력의 비율이 3분의1을 상회한다. 그는 특히 젊은 연구자들과 어울리길 즐겨하고 그들로부터 힘을 얻고 힘이 되어주는 것을 무한한 기쁨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팩티브의 국내 탄생은 12년이 걸렸다. 올해 순수 연구개발 투자액이 6백억원 규모로 매출액 대비 R&D투자비가 국내최고인 34%에 달한다고 하니 앞으로 이회사에서 한,두개 더 세계적인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도 될 것 같다.

LG생명과학의 매출액은 의약품, 농약, 동물의약을 합쳐 1천7백억원 정도. 의약품만은 8백억원 가량이다. 매출액만으론 톱클래스에 낄랑말랑이다.

"국내회사들은 성공하는 R&D에만 투자해왔다. CEO들은 연구자들이 실험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없애줘야 한다. 획기적인 신약 하나를 얻기 위해 실패와 불확실성에 투자할 배짱이 있어야 한다"

추연성 상무가 LG와 인연을 맺은 것은 96년2월. 이전까지 약력을 보면 서울대 약대, 대학원을 81년에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학에서 약학박사학위를 획득, 지금 아벤티스의 전신인 훽스트마리온룻셀(HMR)에서 4년간 임상연구부서에 근무하면서 선진 R&D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회사측으로부터 삼고초려후 LG에 입사를 하게 되면서 그는 매우 놀랐다고 한다. 그가 첫 사회생활을 한 HMR은 입사 일주일만에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터득하게 하는 시스템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LG라면 국내 굴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알아보는 것부터가 큰일이었다.

"R&D는 수많은 사람이 움직인다. 연구한 자료를 사람에 의존하면 프로젝트를 포기해야하거나 지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신약개발에 걸리는 10여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를 하게 되는데 문서관리센터가 없으면 관리가 불가능하다. LG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이 문서보관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책상안의 모든 데이터를 꺼내 영문으로 보고서화하고 이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던 것. 팩티브의 보고서번호는 LB-20304. 이를 서치하면 수백개의 리포트가 뜨며 요약문이 곁들여져 있어 원하는 문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했다.

이것을 해놓지 않았다면 '팩티브' 개발이 가능했을지, 추상무는 가끔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있단다. GSK와 계약후 바로 관련데이터 보고서 요청이 쏟아져 들어왔고 미국 IND신청에 들어갔을때 시간손실없이 바로 2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시스템 덕분이었단다.

추상무가 국내에 들어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바로 우리의 손으로 세계적 신약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추상무는 그 꿈을 '박세리효과'에 견주어 이야기했다.

"골프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박세리 한사람의 선전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기운을 골퍼들에게 불어넣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신약하나가 나오면 그것은 제약업계 전반에 기운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사실이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LG생명과학 '팩티브'의 FDA 허가를 고대하면서 주시하고 있다. 만약 LG가 실패하면 '아직은 안돼'하는 자조가 막 일기시작한 신약개발 분위기를 다시 주저앉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LG 도 한번의 실패경험을 안고 있다. 2000년 12월 FDA허가에서 좌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GSK가 신약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공룡이 뛰어들 시장규모는 아니라고 판단, 손을 떼게 되었고 LG는 FDA허가절차를 단독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올 상반기 중으로 그 결과가 나온다.

"보완자료에 최선을 다했고 우리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LG팩티브의 FDA허가는 우리 보건의료계 모두가 기뻐하고 박수를 쳐 줄 일이다.( 힘내십시오. 추상무님, 그리고 그동안 개발에 참여해온 연구원분들... 10여년을 달려 여기까지 왔지 않습니까?!한국인이 만든 세계적 신약 1호의 탄생이 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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