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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병원 구매책임자도 놀란 낙찰가격

  • 최봉선
  • 2003-09-29 08:22:51
  • 요약

"최 기자, 다른 병원 낙찰가격은 어느 정도 입니까. 과연 제약회사가 이렇게 많이 내려간 제품을 공급 할까요. 병원이야 공급받는데 문제가 없다면 가격이 내려가면 갈수록 좋은데 이건 너무 심한 것 같네."

얼마 전 기자가 취재차 서울의 한 국공립병원 구매과를 찾았을 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한 구매책임자는 수일 전에 끝난 입찰결과를 놓고 걱정스럽게 던진 말이다.

그러나 이 병원은 현재 의약품 공급에 큰 차질 없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병원의 낙찰가격은 경쟁품목은 보통 기준가 대비 50% 수준이었고, 심한 것은 80% 이상 내려갔다는 것이 이 구매책임자의 귀뜸이었다.

요즘 의료기관 의약품 입찰시장이 말이 아니다. 도매업계 관계자들은 "입찰은 할수록 손해"라고 입버릇처럼 떠들면서 막상 입찰결과를 열어보면 너나할 것 없이 덤핑을 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전자입찰로 실시된 분당서울대병원 입찰결과를 보니 마치 도매상들이 죽는 줄 알면서도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수개월 전에 실시된 서울대병원 낙찰가격을 예정가격으로 잡아 놓겠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 낙찰도매상들이 가격문제로 공급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던 것을 업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경쟁을 병원의 예정가격 범위 내에서 벌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 품목에 7∼8개 도매상이 투찰을 하여 1곳 정도의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예정가격 안에서 가격싸움을 했다면 과연 이번 분당서울대병원의 낙찰가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모 도매상은 지난해부터 1년 동안 국공립병원에 100억원 정도를 납품했으나 7,000만원 정도의 적자를 봤다고 고백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지금과 같은 도매유통환경이 척박한 시기에 도매상이 7,000만원의 이익을 내려면 얼마만큼 노력을 해야 할까.

이 도매상 관계자는 한마디로 "무모한 짓"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주력 병원에서 공급코드가 빠질 수 없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도매업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도매업계는 1,300곳에 이르는 도매상 가운데 제약회사 자사영업을 위해 설립한 제약도매상과 수입 및 시약을 주로 취급하는 도매상을 제외하고, 순수 종합도매상만 900곳을 상회하고 있다. 요즘 도매업계는 월 평균 15곳 정도의 신설 도매업체가 생겨는 등 최근 몇년 사이 2배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완제의약품 생산액은 7조8,000억 규모로 집계(제약협회 자료)됐다. 이중 도매유통 비중을 60% 정도(성실조합 48%, IMS코리아 70% 분석)로 잡았을 경우 4조7,000억 시장을 놓고 900곳 정도의 도매업체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설업체들이 월 1억씩만 기존 시장을 잠식한다고 치면 왜 국공립병원 입찰가격이 이렇게 내려갈 수 밖에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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