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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도매업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 최봉선
  • 2003-08-07 08:55:27
  • 요약

상류사회 즉 귀족계급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감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이는 로마시대 초기 포에니전쟁 당시 재산이 많은 원로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등 왕과 귀족들이 평민보다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으로 국가의 초석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유래된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사회의 리딩그룹들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쉽의 표본이자 미덕으로 인식할 수 있겠다.

의약품 도매업계는 쥴릭파마코리아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쥴릭파마가 정착하지 못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년 전 에치칼주력 도매상들이 모여 만든 쥴릭투쟁위원회가 그렇고, 지금은 쥴릭파마 협력도매상들이 중심이된 약업발전협의회(약발협)가 그것이다.

약발협은 이를 위해 수개월전부터 쥴릭파마의 저마진 제품 하나를 선정하여 ‘적자품목’이라는 이유를 들어 제품판매를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일부 리딩그룹 업체들은 여전히 이 제품을 판매해왔다.

도매업계는 의약분업 초기 처방약 확산을 위해 업계 전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와중에도 일부 대형도매상들이 문전약국 시장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백마진을 제공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서울대병원 입찰과 관련하여 이지메디컴을 통한 전자입찰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리딩그룹들이 결국에는 일년 농사를 망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여 쉐어를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힘없는 소형도매상은 분당서울대병원 입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병원분회 모임에서 제명처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소위 힘깨나 쓴다는 대형업체에 대해서는 조용하기만 하다.

도매업계는 작금을 총체적 위기로 인식하여 전체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문제는 모든 것이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인식과 조그마한 희생도 인색한 풍토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900개 정도의 종합도매상이 있다. 이중 상위 10%가 도매업계 전체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10%의 리딩그룹들이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국내 도매업계의 미래가 좌우되는 것이다.

도매업계는 지금 지도층의 책임의식인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이 아쉬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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