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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송패소 행진 멈춰야한다

  • 전미현
  • 2003-06-12 12:33:44
  • 요약
  • 건강보험급여기준 본안소송 향배에 전 업계 '주목'

복지부 패소,그 파장과 향후과제

최근 보험급여기준고시관련 가처분소송에서 복지부의 패소판정이후 동일사안으로 진행중인 행정재판 본안소송결과에 제약계의 관심이 뜨겁다. 관련기사 보도후 본지와 해당제약사에 소송관련 문의도 잇달았다. 이에 데일리팜은 복지부 고시집행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이 제약업계에 미치고 있는 파장과 본안소송의 향배, 복지부의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집중분석에 들어갔다.

보험급여기준 본안소송 향배

지난 5월말 서울고법은 한국릴리의 정신분열병 치료제 '자이프렉사'를 2차요법제로 변경한 복지부 고시에 대한 제약사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재차 수용했다.

이후 행정법원 본안소송과 관련 6월3일 재판부는 양측 심리를 열어 합의를 권고하고 한달후인 7월3일 다시 심리를 갖기로 했다.

합의내용은 복지부측이 한국릴리측에 약값 30% 인하시 고시를 철회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한발 물러서 제약사측이 제안한 인하폭 17.8%를 수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복지부측은 30%를 고수하며 한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상정된 인하폭의 근거는 약가재평가 기준으로 대체의약품 가격을 산정대상으로 삼은 것.

즉, 한국얀센의 '리스페달', 아스트라제네카의 '세로켈' 등 같은 약효군으로 분류된 주요제품과 가격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본안소송에서 판결의 승패를 가를 키워드는 "대체 가능한가,아닌가"다.

복지부가 승소하려면 해당제품이 다른제품들과 대체가능한 의약품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제출된 자료로써는 대체가능하지 않다는 쪽이 우세해 복지부가 이를 뒤엎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7월초 심리에서 복지부측이 조정권고에 합의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판결로 조정을 가름하게 된다.

가처분 소송 판결의 의미

행정부와 사법부는 법리에 충실하려는 명분을, 기업은 실리에 충실하려는 집단적 특성을 갖는다.

이번 한국릴리의 복지부 상대소송의 승소 의미는 실질을 간과한 규정의 무리한 집행에는 행정부와 사법부간에도 다른 해석을 촉발시킬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실리을 간과한 명분은 해당 당사자인 기업의 저항을 불러 일으키고, 또 그 저항이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수 있음을 증명했다.

사법부는 제약회사가 복지부 고시의 부당성을 다룰 자격이 있음을 인정했고 이해당사자로써 고시 집행정지를 요구한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다면 행정부의 명분우선주의가 상당부분 훼손된 상황에서 복지부는 지금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 것일까?

보건관계 전문가들은 답은 하나라고 지적한다. 명분을 추구하되, 그 방법론에서도 합리적이고, 적절함을 기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선회하는 것.

사실, 기업이 명분과 실리의 충돌이라는 상황에 닥쳤을 때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실리를 양보하리라는 막연한 기대위에 정책이 집행돼온 부분도 없지 않음을 복지부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그러한 관행이 이제 받아들여질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차례다.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명분이 아무리 옮은 것일지라도, 심사지침의 단순개정이라는 방법론으로 손쉽게 기업의 실리를 양보받으려 한다면 오히려 명분의 타당성을 잃기 쉽다는 교훈을 남긴셈이다.

옮은 명분일지라도 정책의 집행과정에까지 합리적이면서도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 적용해야하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 유연성 갈림길에 직면 복지부는 지금 일련의 소송 패배가 주는 의미와 앞으로 구도에 미칠 영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정책의무리한 집행에서 기업에게 빼앗긴 명분을 회수하고 공공의 이익과, 개별 이해당사자인기업의 이해를 조화시킬수 있는 정책을 펴야할 시점에 와있다.

아직 늦은 때가 아니다. 그간 정책의 무리한 집행과정에서 여러 비합리적인 사례들이 많았던 만큼 제약기업들이 이번 판결을 보면서 동요가 큰 것은 사실이다.

때가 늦지 않았다는 것은 기업들이 소송제기에 부담이 있는 만큼 약가소송이나 보험급여기준 소송이나 case by case 승소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부터 조심스런 행보를 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 특히 콕스2저해제나 만성간염치료제, 항암제관련 일부 회사들은 최근 잇단 판결들로 내부적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는 향후 소송의 판결여부에 따라 복지부가 소송대란에 휘말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복지부가 지금의 명분만을 앞세우는 우격다짐시스템으로써 이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

불씨를 안고 있지만 기업들은 아직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공공의 이익과, 개별당사자로서의 불이익이 약가, 또는 보험급여기준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 것이냐를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고시집행의 정통성 훼손우려 복지부는 이미 가처분소송 관련 대법원 재항고를 신청한 상태다.

우려되는 것은 복지부가 지금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고 나아가 대법원에서 패소판결을 판례로 남긴다면 향후 재연될 비슷한 소송들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 처해질 것은 뻔한 일이다.

또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제약사들의 고삐도 모두 풀어주는 양상이 된다.

업계는 이번 가처분소송이 복지부의 관련고시 집행정지를 결정한 것이지만 결정문 내용을 보면 7월중 판가름 날 행정법원의 1심 본안소송의 승자도 이미 예견된 사안이라는 시각이다.

복지부가 이를 수용치 않을 것이고 상급법원 행진으로 이어질 공산은 크게 보면서 가처분 소송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날 가능성은 적게 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이를 대법원까지 끌고 가 치명적인 판례를 남길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끝낼 것인가를 지금 판단해야 한다.

복지부의 최고 결정권자는 최근 약가소송을 비롯한 일련의 소송패소 사태를 종합분석하고 제약기업들이 적정선에서, 기업으로서의 활동과 정책방향을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차례다.

보건관계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명분의 타당성만을 근거로 무리한 고시남발과 적용에까지 사법부가 동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복지부가 사태를 직시하고 지금 돌아서지 않으면 고시집행의 정통성, 합리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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