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백신' 필요한 의약담합·고가약 처방
- 최봉선
- 2003-06-02 06:21:23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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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평가 불구 문제점 노출...리베이트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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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분업정착과정의 문제점 진단 분업률 48%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일본이나 실패한 분업이란 평가를 내린 대만 또 시작도 못한 중국의 시각에선 우리의 분업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으나 한국의 분업은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보재정문제를 비롯해 고질적인 담합, 처방약을 둘러싼 리베이트, 다국적 제약사 제품으로 편중된 고가약처방 등 분업 정착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가운데 고가의약품 처방과 병의원-약국 간 담합, 처방 대가로 지불되는 리베이트 문제 등을 짚어본다.
리베이트-담합 의혹 짙은 처방약 변경
서울근교의 한 신도시에 어느 날 오전 제약회사 직원이 약국을 방문하여 빠르면 오늘부터 이 제품으로 처방될 것이라며, 무상 공급되는 판촉약을 놓고 갔다.
이 영업직원의 말처럼 그날 오후 해당제품이 처방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올 들어 벌써 동일제제 의약품이 두 번째 바뀐 것이다. 이 약사는 그 동안 처방이 나와 준비해 둔 약을 어떻게 반품시켜야 하나 고민부터 했다고 한다.
대한약사회가 지난해 10월 열린 FAPA 심포지엄에서 개국약사 5,7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분업이후 최대 불편사항으로 개국약사의 32.8%가 잦은 처방변경이라고 지적했다.
분업 3년차를 맞고 있는 현재까지 이 같은 리베이트가 전제된 음성적 거래관행은 끝이 없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한 광역시에 소재한 약사는 구비해 놓지 못한 약이 처방되어 몇 명의 환자를 돌려보낸 후 거래 도매상을 통해 이 약을 주문했지만, 당장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래 도매상으로부터 이 제품은 오더메이드식 총판품목이라 구하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약사는 병원 간호사를 통해 어렵게 이 제품을 취급하는 도매상을 알아내 직접 주문을 했으나 처음에는 품절이라고 둘러댔으나 나중에는 공급하기가 어렵겠다는 식의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는 주변약국에서 구비하기 힘든 의약품을 처방하고 담합약국에만 해당의약품을 구비토록 하여 다른 약국의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는 특정 병·의원-약국 간 담합유지 목적으로 한 오더메이드 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0월 건강연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과 동네의원 100곳 중 7곳과 4곳은 외래환자에게 특정 약국 방문을 유도하는 등 담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특정 약국에 처방전을 유도하는 병원과 의원의 비율이 각각 7.4%와 3.8%로 제시했다.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이남주)는 이에 따라 지난 5월28일부터 의료기관의 허위·부정청구는 물론 의·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및 도매상을 신고한 내부 고발자에게 최고 2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게 이르렀다. 고가약 처방급증에 국내 제약 붕괴
지난 4월 보건복지위 소속 김홍신 의원(한나라당)은 보험공단과 심평원 자료를 근거로 "다국적 제약사 건강보험 석권하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청구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다국적 제약사 약이 8개 제품인 반면 국내 제약사 제품은 2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위 품목인 한독약품의 '아마릴정 2mg'(388억)을 국내사로 분류했으나 한독약품은 다국적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 사실상 국내사 제품은 8위에 오른 대웅제약 '푸루나졸캅셀 50mg'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연 1위는 가짜 약이 나돌 만큼 잘 팔린 한국화이자 '노바스크정 5mg'으로 1년간 1,175억을 청구해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3위는 한국얀센 '스포라녹스캅셀'(345억), 4위는 한국BMS '탁솔주'(304억) 順으로 이어졌다.
특히 25개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연간 100억 이상 건보를 청구한 제약사는 17개사에 이르는가 하면 1,000억 이상 청구한 회사도 한국화이자(1,793억), 한국MSD(1,246억), GSK(1,154억), 한국얀센(1,102억) 등 4개社나 된다.
반면 상위 청구 20개 품목 중 국내사 제품은 12위 에어탈정(192억, 대웅제약), 자니딥정(176억, LGCI), 17위 니세틸정(173억, 동아제약), 19위 딜라트렌정(167억, 종근당) 등 총 5개 품목이다.
김홍신 의원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약은 다국적 제약사에 점차 의존하게 되고, 경질환자에 이용되는 값싼 약만 국내사가 담당하는 위기상황에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되면 약값 통제권한이 다국적 제약사로 넘어가게 된다"고 지적, 정부차원의 정책적 대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분업 이후 처방전이 공개되면서 대부분 의사들이 약효 우수성이 높은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학계의 견해를 살펴보자.
약값 거품부터 제거…국산 의약품 품질향상
지난 1월 보사연 주관으로 열린 '한국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OECD 평가와 새 정부 보건정책 방향'에 관한 토론회에 밝힌 학계의견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분업 후 늘어난 고가약처방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대체조제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 정책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적정한 약가 책정 및 수가 정비 없는 건보 안정화 및 보건의료 체계 개혁은 꼼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순천향대 의대 박윤영 교수는 약가 거품의 근원이 의사의 리베이트 문제라고 치부하면 곤란하고, 제약사가 높게 책정한 약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외국의 오리지널 약을 국산으로 바꾸자고 하면 실제로 환자들의 저항에 부딪치는 만큼 국산약 품질향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장을 보였다.
성균관대 김병익 교수는 정부차원에서 보험약가를 관리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약국과 약국사이의 가격경쟁을 통해 약가 거품을 제거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약가와 관련하여 김용익 교수는 병원의 행정업무 가중과 의약품 거래를 오히려 음성화시키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거래가제를 차라리 폐지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에 일정 비율의 약가 마진을 공식화시켜 시장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병의원과 약국이 기준약가보다 싼 가격의 의약품을 투약했을 경우 그 이윤을 공식적으로 가질 수 있게 하고, 보험약가 설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건강보험공단이 국제ㆍ국내 약가 및 원가를 조사하여 제약회사와 가격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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