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매, '와각지쟁' 교훈 잊지 말자
- 최봉선
- 2003-04-10 11: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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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렇게 웃고 있지만, 밤잠이 오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경영사장인 나도 그런데 오너들의 마음고생은 더욱 심할 것입니다."
최근 모 제약회사가 마련한 행사장에서 도매사장들간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주고받는 대화의 한 대목이다.
이들의 주된 대화는 처방약 마진문제였고, 약국에 처방약 백마진을 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영업을 할 수 없는 시장상황과 이대로 갔다가는 모두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도매협회 공식기구로 최근 첫 소집된 약국유통위원회와 사조직으로 새롭게 출범한 약업발전협의회도 화두는 마진문제다. 분업거품이 빠지면서 제약사들은 도매유통마진을 점차 줄이고 있다.
전자는 도매상간 자신의 마진 몫까지 깎아 파는 우려였고, 후자는 점차 줄어드는 마진에 대한 우려라는 점에 차이는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도매업계는 마진을 줄인 20곳 이상의 제약사 가운데 선별과정을 거쳐 2∼3곳에 대해 1차로 '先대화 後실력행사'라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 것 같다. 아무리 많은 마진을 준다할지라도 전자와 같이 자신의 몫을 경쟁의 도구로 써버리거나 써버릴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최근 대전의 한 도매업체가 약국에 제공한 마진이 약가인하 요인이 됐다는 이유로 이 업체를 부도내겠다고 한다. 말 그대로 복수혈전을 벌리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통시장에 근본적인 상황이 변하지 않고서는 이런 악순환이 개선될 수 없다.
변화의 주체는 유통의 주도권을 갖고있다는 도매업계가 될 수 밖에 없고, 도매업계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물론 제약업계와 정부의 측면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1,300곳이 넘는 도매상간의 경쟁으론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쥴릭파마코리아는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자신들이 말하는 서비스 비용을 현저히 낮은 가격에 제시하면서 접근하고 있다.
쥴릭이 수 년째 적자를 내면서도 덤핑수주로 국내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은 그만큼 메리트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다. 쥴릭파마코리아는 올해가 지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고 장담하고 있다.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분업초기 도매업계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분업이 정착되고 전반적인 불황이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포화상태의 도매업계 현실로는 이런 상황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이제 국내 도매업계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선진외국처럼 저마진 속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흡수합병 등의 변화를 주어야 한다.
'장자'의 '칙양편'에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말이 있다. '달팽이들이 뿔을 갖고 싸우는 사이 황새에게 잡혀 먹힌다"는 의미로 쓰인다. 어쩌면 국내업계가 이런 사자성어를 곱씹어 봐야할 때가 아닌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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