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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기자의 눈] 신약 스타트업, 출발보다 완주다

  • 황병우 기자
  • 2026-06-02 06:00:42

[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정부가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과 병원, 출연연구기관에 쌓인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고, 초기 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이다. 

연구성과가 논문과 특허에 머물지 않고 기업으로 이어져야 산업의 저변도 넓어지고,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에도 새로운 후보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신약 개발이라는 긴 경로를 놓고 보면 창업은 성과라기보다 출발선에 가깝다. 법인을 세우고, 과제를 선정하고, 초기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첫 단계지만 그것만으로 신약 스타트업이 개발의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임상과 임상, 후속 투자와 기술이전,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벽은 일반 창업의 성장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신약 스타트업은 앱이나 플랫폼 기업처럼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반응에 따라 수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후보물질 하나가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임상에 들어간 뒤에도 실패 가능성은 늘 남아 있다. 초기 기술의 가능성만으로 기업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좋은 연구성과가 곧바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신약 스타트업 지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가능성 있는 후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어떤 완주 구조를 설계하느냐다. 창업 기업 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정책 성과를 설명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본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후보물질이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갔는지, 어느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지, 어떤 과제가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공동개발로 연결됐는지다.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투자심의위원회 논의는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심의위원회는 단순히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후보물질이 다음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따지는 관문에 가깝다. 과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임상 진입 가능성, 적응증 전략, 경쟁약물 대비 차별성, 기술이전 가능성, 후속 투자 연계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약 스타트업의 '완주'와 직접 맞닿아 있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이 창업 장려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런 판단 기능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초기 연구성과가 좋아 보이더라도 임상 설계가 불명확하거나 시장 진입 전략이 부족하면 개발 과정에서 쉽게 멈출 수 있다. 반대로 가능성이 확인된 후보물질이라면 단기 연구비 지원을 넘어 임상, 사업개발,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후속 자원을 붙여야 한다.

완주를 말하려면 선별과 집중도 피할 수 없다. 모든 후보물질을 끝까지 밀어줄 수는 없고, 모든 창업 기업이 신약 개발의 긴 경로를 완주할 수도 없다. 가능성이 낮은 과제는 중간에 멈출 수 있어야 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과제에는 자원을 더 과감하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실패를 관리하고 자원을 재배분하는 기준이 있어야 지원 체계도 지속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생태계는 출발선 확대에는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연구자 창업, 기술사업화, 초기 투자, 창업 보육 프로그램은 꾸준히 늘었고, 바이오 창업을 독려하는 정책적 메시지도 반복됐다. 그러나 창업 이후의 공백을 메워주는 구조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구간, 국내 임상에서 글로벌 개발로 확장하는 구간, 기술이전 협상과 후속 투자를 준비하는 구간에서 스타트업은 자금과 경험, 네트워크 부족을 동시에 겪는다.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스타트업 지원은 또 하나의 창업 장려책에 머물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초기 자금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임상 설계 자문, 글로벌 규제 전략, 사업개발 네트워크, 후속 투자 연계, 기술이전 전략까지 포함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신약 스타트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개발 경험과 네트워크를 공공 지원 체계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은 단기간에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기 어려운 영역이다. 창업 기업 수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당장 제시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성과는 훨씬 긴 시간 뒤에 드러난다. 이제 정책의 질문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창업시킬 것인가"에서 "어떤 기업이 개발의 다음 문턱을 넘도록 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출발선에 세웠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후보물질이 개발의 긴 시간을 버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창업의 숫자가 아니라 완주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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