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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의료원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가시밭길'

  • 류장훈
  • 2007-07-19 06:48:32
  • 강재규 원장 입장표명 불구 의견수렴 등 선결과제 산적

강재규 국립의료원장이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과 관련해 처음으로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시범사업 시행여부 자체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고 있는 분위기다.

강 원장이 시범사업 시행의 전제로 밝힌 부분은 ▲의료계, 약계, 시민단체간 의견수렴 ▲생동성, 약효동등성 등 안전성 입증을 위한 환자의 추적조사 ▲의사의 처방권·진료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시 등 크게 세가지다.

그러나 이같은 시범사업 시행을 위한 선결과제로 설정한 전제들이 오히려 지금까지의 논란을 부추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관련단체들로부터 시범사업 시행 반대의 빌미를 제공하는 양상이 되기 때문이다.

의·약·민 접점 찾을수 있을까

강 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의협, 약사회, 시민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조만간 정식으로 이들 대표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과연 국립의료원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계, 약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가다.

이들 단체의 입장이 완벽하게 엇갈리는 데다, 특히 의협의 경우 초강수까지 둬가면서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의협은 16개 시도의사회를 통한 약화사고 수집에 이어 국립의료원 소속 의료진들에게 메일을 보내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저지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등 사업 저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또한 의협의 이같은 기조가 집행부만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의사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원측이 타협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약사회 의협처럼 대외적으로 성분명 처방에 대한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성분명 처방 도입을 대전제로 하고 있고, 새 의료급여제도에 대해서는 의협과 공조했던 시민단체의 경우도 원칙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찬성하고 있다.

원희목 대한약사회장은 "근본적으로 성분명 처방은 의약간 갈등이 아니라"며 "전면실시도 아닌 시범사업을 놓고 반대하는 것은 의료게의 피해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 회장은 "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라는 정부의 명분이 분명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약사회와 시민단체의 경우 시범사업 범위의 최소화, 특정 다빈도진환 진료과에 대한 제한적 시행방침을 두고 실효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이들의 의견 조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막대한 추적조사·예산 확보 등 난제

다만, 의료계만 성분명 처방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만큼, 동일 성분간 약효동등성, 생동성이 입증된다면 어느 정도 의견수렴의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협의 경우 "현재 생동성시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의 성분명처방에 따른 약효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이 투여된다면 그 피해와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며 안전성과 약효동등성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

따라서 강 원장이 밝힌 '동네약국 조제 환자관리'까지 포함한 성분명 처방 환자에 대한 추적조사 등 안전성 검증을 위한 제반연구는 시범사업 도입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의료계를 포함한 각계 단체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만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1년여의 시범사업 기간에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 원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 강 원장은 "앞으로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대상 성분 및 품목을 고려해 생동성, 약효동등성, 유해성 등 600여개 시험을 모두 거치게 될 것"이라며 "쉽지 않은 작업이고 외부 기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성분명 처방의 전제조건인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 자체가 버거운 일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또한 이같은 제반작업 수행을 위한 예산확보도 주요사안이다.

강 원장은 "환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위해서는 외부기관과의 연구병행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하지만 올해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과 관련한 별도의 예산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2008년의 예산확보가 사업 추진을 위한 관건이 되고 있다.

진료권·처방권 훼손 않는 시범사업?

국립의료원은 성분명 처방에 대한 논란에 따라 시범사업 범위를 두고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의료원측은 의사의 진료권과 처방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성분명 처방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를 의식한 데 따른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진료권과 처방권을 훼손하지 않는 시범사업이 과연 가능한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의협에서는 상품명 처방이 아닌, 의사가 약품 선택권이 없는 성분명 처방 자체가 처방권과 진료권 훼손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

의협 박경철 대변인은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의협은 정부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시행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근 회장도 "약사에게 약 선택권을 주게 되면 의사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며 "시범사업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시범사업이 대상 성분에 대해 강제성을 띤 처방이 아닌 국립의료원의 자율에 따른 권장의 성격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립의료원은 시범사업에 대한 차질없는 시행의지를 확인했지만,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의료원이 이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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