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약 유통과 부적절한 '엠바고'
- 최은택
- 2005-01-24 06: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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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embargo)'는 사전적 의미로 시한부 보도중지를 뜻하는 말로 크게 보충취재용 엠바고, 조건부 엠바고, 공공이익을 위한 엠바고, 관례적 엠바고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통상 취재원의 요청이나 취재원과 취재기자간 합의에 의해 보도제한 시점이 정해지는 데, 최근에는 취재 편의주의와 취재대상 봐주기라는 비난에 따라 언론계 내부에서도 지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사의 특종 경쟁에 엠바고가 얽혀 여러 문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
지난해에도 소위 '만두소파동' 과정에서 경찰청 취재기자들이 불량만두소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음을 알고도 1개월간 엠바고를 걸고, 보도를 늦춘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경찰 수사가 부실하게 끝날 경우 일부 악덕 식품업체들이 발뺌하거나 반발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과거 '공업용 우지(牛脂)라면 파동'이나 '포르말린 골뱅이 통조림 파동'처럼 검찰과 경찰의 수사 발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재판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국민의 알 권리만을 위해 성급히 보도했다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 낼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발표된 화이자의 '노바스크' 가짜약 유통사건의 경우, 식약청이 유통되고 있는 가짜약을 적발하고도 엠바고를 나흘간이나 걸어놓고 보도제한 요청을 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데일리팜 기자는 지난 21일 식약청이 약사회에 긴급 공지한 '가짜 노바스크 유통 및 위조추정 제품 식별요령' 공문과 지역 약사회의 제보 등을 근거로 문제의 가짜 의약품이 시중 약국에 유통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해 보도하려 했었다.
그러나 식약청이 오는 25일 조간을 보도시점으로 24일 오전 10시께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며 보도를 유보할 것을 요청해 왔다.
본사 기자는 이에 대해 "해당 제품은 처방빈도가 가장 높은 전문약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가짜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한시라도 빨리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를 밝혔으나, 식약청측은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데다 아직 유통의 한 고리만 잡은 상태이므로 추가 조사를 한 뒤 발표했으면 한다"면서 보도유보를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기자는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으로부터 같은 내용의 요청이 들어옴에 따라 결국 당일 기사를 내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익일 오전 다른 의약계 전문지에서 가짜약 유통기사가 보도되면서 약업계 전문지의 엠바고는 일순간 무너졌다.
식약청은 부랴부랴 일정을 당겨 지난 22일 오후 2시 일간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야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식약청은 지난 20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약국에서 조제를 받았다는 환자의 제보를 근거로 현장실사를 통해 가짜 노바스크정을 적발해 내고 곧바로 '위조추정제품 정보'를 약사회와 의사회 등에 긴급하게 보냈다.
제보시점부터 불과 하루만에 이루어진 발빠른 조처였다.
특히 해당 제품의 제조번호와 제조일자, 용기, 라벨, 진·위를 확인하는 방법 등 상세한 정보를 첨부해 주의를 당부한 것은 의약품 감시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식약청은 보도시점을 늦추면서 정작 의약품을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식약청과 검찰이 합동조사를 벌이면서 무허가제조업자와 유통라인, 제조량 및 유통량 등 사건 전말을 밝혀 소비자들의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환자들이 GMP 시설이 아닌 무허가 시설에서 제조 유통된 불량의약품을 복용하다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 등의 피해를 방지하는 데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졌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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