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약국이 없어야 하나
- 데일리팜
- 2004-11-29 0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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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님! 옆 약국은 세금 덜 내는데, 우리 약국은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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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이 사적 소유물이라기 보다는 공공재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개념은 정부의 약국법인 허용형태로 확실하게 가닥이 잡혔다. 열린우리당과 보건복지부가 약국법인을 허용하는 약사법개정안을 내년 초 마련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법인약국이 시대가 곧 도래하게 됐다. 당·정이 합의한 법인약국은 바로 1법인 1약국에 비영리 형태다.
이같은 형태는 지금의 자연인 소매약국 형태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약국의 공공재적 성격이 그대로 유지된다. 약국을 배타적으로 개설하고 운영하면서 소유할 유일한 권리를 갖고 있는 약사는 그래서 말할 나위없이 더더욱 공인의 위치다.
그러나 과연 꼭 그렇게 될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정이 합의한 법인약국 형태는 겉으로 보면 지금의 자연인약국과 유사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이 있다. 약국개설등록시 자연인(약사)이 아닌 법인도 개설허가를 내준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법인에는 여러명의 약사가 등재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수의 약사가 한 개의 법인 아래 약국을 공동 개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 너무나 다르다. 그 형태가 합명회사라면 조합 성격이다.
법인약국 시대가 열리면 지금보다 더 약국들의 ‘대형화’와 ‘합종연횡’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쉽게 말하면 크게 두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하나는 소위 잘 나가는 기존의 대형약국이나 문전약국들이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의기투합이 가능한 중·소형약국의 약사들이 하나로 뭉쳐 법인약국을 만드는 ‘헤쳐모여’다.
전자의 경우는 대형약국 또는 문전약국들중 이른바 전주(자본주)가 내막적으로 여러명의 약사들로 구성된 곳들이 대상이다. 이들이 법인으로 전환해 더 크게 대형화를 시도할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더구나 이들 문전이나 대형약국들중에는 개설약사만의 자본이 아닌 외부의 돈으로 개설된 곳이 적지 않다. 그 돈이 약사의 자본이라고 해도 현행법상 엄밀히 불법인 것이다. 더욱이 개설약사가 비약사의 자본을 받아 이름만 내걸었다면 처벌수위가 높은 면허대여다.
따라서 여러명의 자본이 공동 투자된 적지 않은 약국들이 추가적인 대형화 또는 합법적 형태를 갖추기 위해 법인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가능하다. 물론 비약사 자본으로 운영되는 약국은 법인약국 허용 이후에도 면허대여다. 중요한 핵심논점은 법인약국으로 바꾼 문전이나 대형약국들은 약사 구성원 모두가 공동이익을 추구하면서 무한책임을 갖기에 영리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데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들 법인약국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약국의 공공재적 성격이 변질되게 된다는 점이다. 비록 비영리라고는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지 않을 법인약국이 가능할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십중팔구 규모의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법인약국들은 영리를 추구하게 된다.
국가주도의 ‘수가체계’와 ‘요양기관강제지정제’라는 양대 시스템은 약국이나 의료기관을 비영리로 묶은 조치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의 틀 내에서 허용된 법인약국은 영리추구라는 것이 의미가 없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때문에 변질된 영리추구가 더욱 우려스럽다. 지금 이미 노마진이어야 할 보험약에 백마진과 뒷마진이 넘나드는 것은 변질된 영리추구의 대표적 현상이다. 허위·부당 청구 등도 잘못된 영리추구의 확대된 형태다.
법인약국 시대에는 규모의 경제라는 시장논리에 의해 보험약에 붙어 다니는 마진구조가 훨씬 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약품을 대량 구입하는 대형병원일수록 뒷거래가 많고 큰 것과 다르지 않다.
소형약국의 약사들이 뭉쳐 만드는 법인약국들 또한 문전이나 대형약국들이 전환한 법인약국 못지않게 규모의 시장경제 논리에 뛰어들 공산이 크다. 비영리 차원의 공공재적 결합이기를 바라지만 이상이다. 중·소형약국의 결합도 결국은 자본적 결합이라는 속성을 내재하고 있는 탓이다. 결국 법인약국은 대형약국의 전환이든 중소형약국의 이합집산이든 어떤 형태든지 영리추구를 지향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법인약국의 잘못된 영리추구는 비약사 자본이 투입돼 다시 그 과실이 비약사 자본주로 나갈 수 있다는 맥락과 같다. 겉은 비영리이지만 속은 완전히 영리라는 얘기다. 지금도 적지 않은 약국들은 공공연하게 이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는가. 법인약국은 이러한 불법적인 영리구조 형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외부자본이 투입된 지금의 자연인약국들이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듯이 막대한 외부자본이 법인약국에 유입된다면 역시 막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어차피 허용할 것이라면 영리법인 검토를 제안해 왔다. 현실과는 겉돌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비영리법인은 더 많은 비약사 자본의 유입을 촉발시켜 약국과 약사를 외부자본에 더 악랄하게 예속화 시킬 수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자본은 탈법과 불법이라는 곳에서는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법으로 막는다고 해도 근절이 안되듯 약국이나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는 완전히 근절시키기 어렵다. 약사들이 약국의 주인으로 남고 약국이 공공재적 성격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제한적으로나마 영리법인을 허용해야 한다. 그 허용범위를 다시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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