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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산하 보건복지국’

  • 최은택
  • 2004-11-19 06:23:18

경제특구내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를 허용하는 개정 법률안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격노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의약계 단체, 일부 보건의료전공 교수들은 그동안 재경부가 추진해온 경제자유구역법 개정방침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천명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단 한차례 공개토론회를 가졌을 뿐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입법안을 확정, 국회에 공을 넘겼다.

이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공공의료확충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선행되지 않는 가운데 외국계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내국인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국내의료체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반대입장을 피력해 온 복지부가 ‘구렁이 담 넘듯’ 찬성론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대선공약 수준에도 못 미치는 ‘알량한’ 공공의료 확충방안을 당근으로 제시하면서 말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국무회의 결과가 발표되자 정부의 입법안 자체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련된 것으로 정책의 기본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은 데다 국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국민의 건강권과는 상관없는 경제논리로만 점철되고 있다고 비판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어 오는 22일에는 보건의료인 1,000인 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곧바로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28일에는 국무회의 의결의 비판하는 대규모의 규탄집회를 서울도심에서 개최키로 했다.

이처럼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들과 학계의 반발이 격렬해진 데는 근본적으로 정부에 책임이 있다.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과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향배가 결정지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을 결정함에 앞서 고작 한번의 토론회를 가졌을 뿐이다. 이 조차도 끊임없이 밀실행정을 비판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의 압력에 밀린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관련 단체들의 중론.

특히 정부는 단 한번 뿐인 토론회에서 조차 국내 의료기관에 미칠 파급효과, 동북아중심발전론에 대한 반론, 해외 원정진료비 1조원 주장의 비현실성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제기된 문제제기와 비판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었다.

토론회 이후 추가 해명과 설명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번 국무회의 결정 내용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도 정부의 개정안 의결논리는 그동안 재경부가 주장해 왔고 이들 단체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결국 경주마처럼 귀를 막은 채 앞 만보고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복지부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정말이지 정부 관료들의 말은 단 1원어치의 가치도 없는 허언에 불과하다”며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주까지도 복지부가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확언해놓고 불과 며칠만에 합의에 도달한 것 뿐 아니라 이미 그 이전에 상당부분 재경부와 조율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재경부 산하 보건복지국‘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으면 볼 장은 볼 만큼 본 듯하다.

정부는 내친김에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밀어 붙이려하겠지만 앞으로 이 문제는 더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디 ‘참여’와 ‘합리적 토론’이라는 노무현정부의 국정 모토가 입바른 허언에 그치지 않도록 ‘낮은 데로 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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