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 살생부’ 왜 갖고만 있나
- 데일리팜
- 2004-05-13 06: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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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국내 제약업체들을 돕겠다며 고가약 처방을 자제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자 제약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렇쿵 저렇쿵 말들이 많다.
국내사의 경우 ‘진심이든 아니든 어떠냐’며 우선 반겨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진짜 속내는 다른데 있다’며 시큰둥한 업체들도 있다. 고가약을 많이 보유한 외자 제약사들은 속이 편치 않다 못해 울상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전반적인 여론은 의료계의 의중이 미심쩍지만 ‘때 아닌 단비’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대한개원의협회의 고가약품위원회가 이번에 처방을 자제할 고가약을 선정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 품목이 공개된다면 국내 제약사들에게 대단히 이로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번 ‘살생부’ 명단에 오른 고가약은 9개사 14개 품목이다. 아직 어떤 품목이 포함됐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외자사 품목일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고가약품위원회가 처방자제 고가약을 1차 발표할 당시의 6개사 8품목 대부분이 외자제약사 제품들이었던 탓이다.
우리는 대개협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명분으로 고가약 처방을 자제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해당 품목을 즉각 공개치 않는 것은 진정 국내 제약사를 도와주려는 의지를 의심케 하는 처사다.
특히 고가약 14개 품목을 대체할 50개 대체약물의 경우는 선정했으면 더 즉각적으로 공개해야만 맞다. 그래야 해당제약사들이 향후 갑자기 늘어날 수요에 차질없이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품목이 지체없이 공개되지 않으면 개원의협회의 진의는 의심받는다. 아니 실리를 위한 행동으로 비쳐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저가약’으로 명명된 대체약물이 과연 제대로 선정됐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이 포함됐는지 대단히 궁금하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지금 기대반 우려반 속에 바짝바짝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음을 대개협은 신경 써야 한다. 외자 제약사는 대개협의 ‘처분’에 떨고 있고 국내 제약사들은 ‘선처’에 표정관리 중이다.
그런데도 품목을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대개협은 스스로 밝힌 것처럼 국내 제약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으면 속 시원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국내사들은 최근 일반의약품위원회를 만들었다가 의료계로부터 거센 반격을 받고 극도의 몸조심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납작 엎드리다 못해 개별 업체별로는 의료계에 ‘사죄’를 하는 상황이다.
의료계가 이런 와중에 국내 제약사들을 돕기 위해 처방자제 고가약을 확대하겠다고 나왔으니 품목선정에 궁금해 하지 않는 업체가 있겠는가.
대개협의 명분이 취약하다면 이번에 선정된 고가약들은 의료계 입맛에 맞지 않는 ‘살생부’에 다름 아니다라는 비아냥을 받을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이같은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고가약품위원회가 고가약 선정과 관련해 ‘의사가 사용하고 싶어도 심평원에서 삭감되거나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100분에 100 급여기준에 해당하는 약물’이라고 언급한데 있다. 살생부에 올릴 고가약의 정의라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특히 삭감부분이 언급된 것은 잘못됐다.
제대로 명분을 얹으려면 죽일 ‘고가약’과 살릴 ‘대체약물’을 불편부당하게 제대로 심사하고 해당품목을 지체없이 발표하는데 있다. 어물쩍 심사하다 보면 해당품목을 발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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