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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 대한민국 경제를 걸어라

  • 데일리팜
  • 2004-04-18 20:37:12
  • 요약

보건산업진흥원이 의약품 ‘임상시험기반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키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키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너무나 잘한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을 2만불 시대로 끌어 올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중 하나가 제약산업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까지 갖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형으로 바꿔야 하는 과도기에 직면해 있다. 그 핵심에 바이오 또는 BT로 일컬어지는 신약분야가 자리하고 있고 그 신약은 임상시험 인프라에 달려 있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과감한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이미 바이오신약을 포함하는 디지털 TV/방송, 지능형 로봇 및 홈 네트워크, 차세대 이동통신, 미래형 자동차 등 10대 성장동력 산업을 발표했지만 이를 추진할 ‘뒷심’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

특히 신약개발 사업은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추진강도가 매우 미약한 느낌을 받아왔다. G7 프로젝트중 신의약 부문의 경우 이미 용두사미가 되지 않았는가. 오히려 제약산업을 홀대하거나 통제만 하고자 하는 정책이 더 많아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흥원이 임상시험기관, 전문인력 양성 등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획회의를 개최하고 TF팀까지 갖추기로 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출발이라는 것이다.

신약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상시험이라는 고난도 관문을 거쳐야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면서 시간도 제일 많이 걸린다.

인체시험은 또 윤리와 보상 등의 문제가 따르고 사회적 공감대와 동의가 필수적이다. 신약은 이처럼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지만 인간의 정서, 윤리, 존엄성 등이 함께 녹아든 과학과 인간의 융합물이다. 신약은 그렇기에 가장 어렵게 탄생하지만 그 부가가치는 실로 따지기 어려울 만큼 크고 지속적이며 광범위하다.

제대로 된 임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70년대와 비교하면 경부고속도로를 10개 이상 건설하는 일에 견줄 만 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대규모 임상센터를 건립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면서 사회적 공감대까지 끌어내는 과업을 한꺼번에 해내고자 하는 것은 언뜻 봐서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코웃음 거리가 될 수 있을 만큼 무모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작은 신약 하나가 자동차 수백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부가가치를 내고 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할 줄로 안다. 신약개발 사업에 대한민국의 경제를 담보하는 한이 있어도 그 밑받침인 임상 인프라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결단은 전적으로 정부와 대통령의 몫이다.

주요 선진국들을 보면 제약산업이 국가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영국의 GSK, 스위스의 노바티스와 로슈, 독일의 바이엘, 프랑스의 사노피 신테라보와 아벤티스, 스웨덴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화이자와 머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하나같이 한국으로 비유하면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지만 절대 규모나 부가가치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사실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바이오산업의 첨단에 서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부가가치는 소위 ‘마약장사’에 견줄 만큼 큰 마진이 보장된다. 인터페론 1g 가치만 봐도 순금 500배에 달해 부가가치율이 600%에 이른다. 바이오산업은 보건ㆍ환경ㆍ농업 등 전 산업에 대한 기술파급 효과 또한 실로 막대하다. 이러한 바이오산업의 중심에는 바로 ‘신약’이 있다.

신약은 국민을 먹여 살릴 국부(國富)를 키우고 대규모 고용창출을 일으킬 미래 성장동력 산업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절대 비켜갈 수 없는 분야이다. 신약개발은 싫어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나라는 60~70대 산업기반이 전무하던 시절에 비웃고 체념하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제철소와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고 조선소를 짓고 경부고속도로를 뚫었던 정신이 있기에 대규모 임상시험센터가 범국가 프로젝트로 시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 다섯번째로 고속전철을 개통시켜 다시한번 주목을 받은 대한민국은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저력과 지혜로움을 갖췄다. 임상시험 기획회의가 작은 출발이지만 큰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은 밑그림을 그릴 의지를 가졌다는데 있다.

짧게는 2010년, 길게는 2020년 안에 우리나라가 세계수준의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회사를 배출할 수 있다는 목표와 비젼을 만들어 그려보자. 진흥원 TF팀의 목표는 바로 여기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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