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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또 허공에서 칼춤추려나

  • 데일리팜
  • 2004-04-01 00:16:21
  • 요약

보건복지부가 약제비를 허위 청구하는 약사에게 최고 10개월간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한 것은 허위청구를 근절하려는 의지의 발로인 듯 하다.

복지부는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해 청구금액이 많은 대형약국을 감안, 허위청구 비율이 높을 수록 처벌강도를 차등화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혀 법령개정의 의지를 읽게했다. 지금까지는 일률적으로 자격정지 15일을 적용, 허위청구가 많거나 적거나 처벌강도가 같았다.

‘죄질’에 따라 처분 수위를 차등화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맞다. 이를통해 허위청구 건수나 규모를 지금보다 줄일 수 있다면 보험재정이 새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에 잘 하는 정책이라고 본다.

우리는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않은 채 처벌만 강화시킨 정부의 접근방식이 결국 요란한 겉치레 행정의 또 하나 본보기가 될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개국가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감 잡을 수 있다.

과거 표준소매가 제도가 있던 시절 보건소가 난매약국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면 악의적인 약국들은 개설약사 명의를 바꿔 약국 문을 닫지 않고 버젓이 약국경영을 계속했다. 당시 이러한 법망 피하기는 일반화 될 정도로 그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경우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개설약사는 폐업을 한 것이고 해당약국은 엄연히 다른 약사가 새로 개설을 한 것이기 때문에 외견상 법적 하자가 전혀 없다. 이로 인해 당시 난매약국에 대한 업무정지 행정처분은 난매를 마음먹고 하는 약사들에게는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허위청구시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면 이같은 문제가 재현될 소지가 높다.

자격정지를 받은 개설약사가 동일한 수법으로 폐업한 뒤 다른 약사 명의로 재개업하면 그만이다. 물론 새로 개설한 약사는 자본을 투자하지 않은 실소유자가 아니다. 겉으로는 면허대여도 아닌 합법이다.

이를 밝혀내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관할관청인 보건소가 검·경과 같은 계좌추적권이나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이같은 사례를 확인해 낼 방법이 없다. 설사 수사기관에 준한 권한이 있어도 보건소 업무의 특성상 일일이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처벌만 강화한다고 허위청구가 근절될 수 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또 다른 측면의 약국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더욱 공감을 하게 된다.

현행 약사법 제19조(약사의 관리의무)는 1명의 약사가 1개소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약사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면허취소’(약사법시규 별표6 제8항의 가) 처분을 받는다. 그것도 다른 처분처럼 2~4차까지 가지 않고 바로 1차에서 취소다.

하지만 개국가의 현실을 돌아보면 1명의 약사가 다른 약사의 명의를 빌려 2개 이상을 개설·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강력 처벌'이 뒤따르는 엄연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겉으로 거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자본투자나 공동개설 등의 방식을 통해 이같은 유형의 약국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아니 처벌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인지 이러한 사례로 면허취소가 된 경우가 거의 없다.

결국 '1인 다약국' 소유형태는 처벌강도가 매우 세지만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 개국가 여론이다. 이들 1인 다약국 소유 약사의 경우 자격정지 처분을 내려봤자 본인 명의의 약국 1개소만 문을 닫으면 그만이다. 아니 이 역시도 다른 약사 명의를 내세우면 역시 해결된다.

지난 2002년 9월 헌법재판소가 약사라는 ‘자연인’만이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약사법 제16조(약국의 개설등록)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따지고 보면 개국가의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본 것이라고 본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과 함께 약사들만이 참여하는 약사법인의 약국개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선고를 내렸다. 자본투자를 통해 다수약사의 공동명의(법인) 약국개설이 가능하다면 거꾸로 1명의 약사가 자본투자를 통해 2개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유추 가능하다. ‘자본투자를 통한 약국개설’과 ‘자신의 명의가 아닌 약국개설’이라는 기본맥락은 같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불합치 결정에서 이 두가지 기준을 사실상 인정한 것에 다름아니다.

행정처분을 빠져 나갈 수 있는 현실이 이처럼 분명한데도 처분수위만 강화한다고 과연 허위청구가 감소하겠는가.

우리는 그렇다고 약사들이 현재 허위청구를 다반사로 한다는 주장은 절대 아니다. 허위청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처분강화에는 공감하지만 그래도 가급적 처벌 보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처분수위를 올려놓으면 개국가에서는 정말 억울하게 중형을 받을 가능성까지 있다. 보험청구시 개국가에서는 실수나 전산착오 등으로 허위청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다. 이들에게 예외없이 강력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다면 빈대 잡으려다 빈대는 커녕 초가삼간만 태우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처분강도를 높인 법령을 공포한 상황이기에 이를 되돌리기가 어렵겠으나 법에만 의존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자 한다. 강한 법은 일벌백계의 교훈을 주고자 하는 경우로 가급적 적용을 자제하고 허위청구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감시와 계몽 또는 자정운동에 더 무게를 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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