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명, 아파도 병원·약국 안가
- 데일리팜
- 2004-03-29 0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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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병원·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띠게 줄어 올 제약경기는 벌써 짙은 먹구름속으로 빠져 들었다.
실제로 올 1/4분기 동안 그래도 잘 나간다는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실적을 보면 대부분 당초 세운 목표치 보다 10~20% 가량 밑돌았다.
심지어 목표대비 ‘반타작’을 하는 제약업체도 종종 눈에 띠었고 중하위 업체 중에는 60~70% 정도만 채워도 안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영업담당 간부들이나 영업사원들의 가슴은 이미 새까맣게 숯덩이가 됐다.
약국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처방건수는 전년대비 10~20% 줄어들었다. 이는 환자들이 줄어들었음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수치다. 지역별로는 대구, 부산, 경기 등의 지역에서 처방건수 감소가 매우 심했다. 이들 지역의 환자들이 유달리 다른 곳 보다 더 병원이나 약국을 찾지 않았다.
이처럼 환자들이 급격히 줄어든 요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소비심리 위축이다.
고용창출이 없는 경제성장은 최후의 경기방어 업종이라는 제약업종까지 예외 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소폭의 경제성장은 견인하고 있지만 내수는 그야말로 IMF 수준에 버금가는 불황이이라는 이야기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등의 신조어는 작금의 심각한 고용불안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최악의 고용불안이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고 약을 사먹지 않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인구가 무려 1천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신용불량자 380만명을 비롯해 청년실업자(일명 백수)와 조기퇴직자 및 이들의 부양가족 등을 합한 수치다. 이들중 상당수가 의료보험료를 못내는 처지다. 백수는 경제적으로, 신용불량자는 엎친데 덥쳐 신분상으로 아예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이니 아파도 병원·약국 못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병원·약국은 당연히 심각한 불황을 겪을 수 밖에 없고 이들과 거래하는 제약회사 또한 연대불황을 비켜갈 수 없다. 제약사의 매출감소는 거시적으로 ‘고용불안’과 ‘신용불량’이 낳은 귀결인 것이다.
일부 상장사는 주가관리 때문에 가장(假裝) 매출, 이중매출 계상, 부실채권 존속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부풀리고 위장하는 곡예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라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제약사들은 위기를 땜질로 때우면서 스스로 함정을 파고 있다. 의료기관과 약국도 불황일수록 제약사에 의존해 마진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못난 행동을 하고 있다.
제약회사나 병원·약국은 이제 자기살을 도려내면서 헛되이 세월을 보내서는 안된다.
의료기관과 약국이 먼저 나서서 위축된 환자들의 어깨를 펴 줘야 한다. 백수와 신용불량자가 건국이래 가장 많다고 하는 최악의 상황을 타개할 길은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 일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사람들이 가능하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과 약국이 바로 그 희망을 줄 주인공이다. 의·약사들이 이들을 위한 사회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기관과 약국은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나 무료투약 행사를 지역 의사회나 반회모임 등을 통해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이 사업에는 물론 제약사나 도매상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동반돼야 함은 불문가지다.
우리사회의 심각한 고용불안과 서민가계의 금융위기는 당분간 절대 해소되지 않는다. 경제성장을 견인할 묘안이나 특단의 대책이 없고 수백만 서민들의 카드 빚이 이미 자력으로는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리금을 갚아줘서는 더더욱 안된다. 하지만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보다듬어야만 다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과 약국이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의·약사와 생사를 같이하는 제약사와 도매상들이 함께 취해야 할 행보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가 내놓은 신용불량자 대책은 이미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재정경제부가 혁명적 방안으로 내놓은 고용창출형 기업에 대한 법인세 경감 및 면제 방안도 아직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미지수다.
이럴 때일수록 의약계가 먼저 불황타개를 위한 깃발을 들어야 한다. 그것은 누구나 갖지 않은 가진 것을 베푸는 것인데, 건강을 다루는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신(新) 빈곤층에 들어선 환자들을 찾아 진료해 주고 약을 주자. 그리고 희망을 심어주는 강연이나 세미나는 물론 무료교육 등도 할 수 있다. 지금은 구태의연하게 복지시설 갔다와서 인보사업 했다고 자랑할 때가 아니다.
의협이나 약사회 차원에서는 아파도 병원·약국을 안가는 의료의 신 사각지대에 들어선 사람들을 찾아내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시·군·구 등에 협조를 구해 병원·약국을 못갈 정도로 어려운 장기실업자, 조기퇴직자, 신용불량자 등의 현황파악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들은 지금 무엇보다도 무료진료나 무료투약이 절실하다. 생명에 위협이 있는 중환자도 적지 않을 듯 하다. 의료보험이 안되니 숨어 있는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의·약사들은 또 실력도 좋으니 학원이나 과외와는 거리가 먼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어 1일교사를 할 수도 있다.
병원·약국은 더이상 환자가 없다고 한숨 짖거나 언제가는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말자. 일부 제약사에서 행해지는 허위매출 계상 등은 무덤을 파는 극단적 자해행위다.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면 그 희망은 반드시 의약업종의 경기회복에 보탬이 되어 회귀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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