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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지침 만들면 비리 더 커져

  • 데일리팜
  • 2004-02-19 06:13:33
  • 요약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업체들의 관행화된 리베이트를 척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부 심사지침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은 의약품 유통비리 정화차원에서 반길 만 하다.

경제검찰인 공정위가 심사지침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단죄를 위한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갈겠다는 뜻과 같다. 칼을 휘두를 때 근거를 갖고 확실하게 베어 버리겠다는 심산과 다르지 않다.

언뜻 보면 리베이트를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정위 발표가 나오자 언제든 뒷거래 비리에 노출될 소지가 있는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들은 초미의 관심과 함께 크게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우리는 공정위의 심사지침 제정이 의약품 유통정화의 목적이 있기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자칫 업체들을 마녀사냥 식으로 때려잡다가는 뒷거래 규모만 더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물론 공정위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심사지침이 한국기업들의 통례나 시장에 대한 피해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일관성 있는 법 집행기준의 제시를 위해서는 지침제정이 필요하고 현재 추진 중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공정위는 그 의지를 보여주듯 공청회에서 불공정거래행위 24개 유형을 공개했다.

이러한 지침이 마련되면 제약사와 의료기기상들은 언제든 공정위의 예리한 칼날이 날아올 수 있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영업을 해야 한다.

혹자는 리베이트를 안주면 될 것이 아니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 말은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들이 영업을 포기하고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치열한 출혈경쟁속에서 리베이트가 아주 관행화 돼 있다.

이를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공정위가 아무리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처벌을 한다고 해도 리베이트 관행은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리베이트를 없애려면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위주의 행정 보다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환경을 정화시키는 쪽이 더 쉽고 빠르다. 원인을 치유치 않으면 모든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들이 더 지하로 숨어들어 뒷거래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리베이트 환경을 정화에는 방법으로는 대략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제조단계부터 업체별로 특화시켜 육성하는 방안이다. 모든 제약사들이 백화점식으로 구색을 맞추다 보면 당연히 경쟁이 격화돼 리베이트가 영업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정부가 허가단계부터 계도 또는 지도를 통해 업체들이 이중삼중의 중복투자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은 리베이트를 없애는 가장 중요한 첫 단추다.

둘째, 요양기관에 대한 강력한 실사다. 리베이트와 관련한 처벌은 으레히 업체들 몫이 돼 왔다는 점에서 리베이트를 받는 요양기관이나 의·약사들은 일정부분 면죄부를 받아왔다. 리베이트는 주는 쪽도 문제지만 받는 쪽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을 갖지 않고서는 근절할 방법이 없다.

셋째, 뒷거래의 일정부분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고 나와야 한다. 업체가 리베이트중 일정액수를 합법적으로 제도화 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가령 기부금, 후원금, 장학금, 의국운영비, 해외연수비 등의 다양한 종목들을 공식화 해 지원한도를 넓혀간다면 그만큼 리베이트는 줄어들 소지가 생긴다.

이상과 같은 방법을 모두 동원해도 리베이트가 완전히 근절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리베이트가 자라나는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위주의 지침 마련 이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규모는 잡으려고 할수록 더 커진다. 특히 세부 지침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빠져나갈 ‘잔 구멍’들이 더 많아진다는 점에서 지침마련이 최상의 방법은 아니다.

차라리 지금과 같이 '부당하게', '정당한 이유없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규정이 단속을 하고 처벌을 하는데는 더 용이하다. ‘이헌령 비헌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법은 단속의 사각지대를 더 줄일 수 있는 아이러니다.

불공정거래 심사지침은 ‘걸리면 죽인다’는 칼을 쥔 공무원들의 공포행정이자 행정편의주의의 잣대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가급적 만들지 않거나 만들어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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