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결정, 분명 정부의 몫이다
- 정시욱
- 2004-01-29 06: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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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삼성동 아스트라제네카 사무실. 평소 차분한 제약사 분위기를 깨고 환자, 기자, 시민단체,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 이레사의 약가문제로 언성이 오갔다.
사장과의 면담을 원하는 시민단체와 환자들, 기적의 폐암 치료제 이레사에 쏠린 언론의 관심, 정부와 환자들 눈치보는 제약사.
설전이 오가는 사이에서 결국 약가결정이 누구의 몫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시민단체와 암 환자들은 이레사가 지난해 6월 시판허가 이후 7개월째 보험등재가 되지 않아 환자부담이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고가의 약값으로 인해 환자들이 경제적 고통을 떠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아스타라제네카 측은 약가를 빨리 받고 싶은 것이 제약사의 심정이지만, 약가결정이 제약사의 몫이 아니라 정부의 몫이라는 점을 들어 난처한 입장에 몰렸다.
이날 오후 복지부는 현재 8만원선으로 거론되는 이레사의 약가가 6만5천원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멘트를 날려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복지부의 혁신적 신약 약가결정 과정은 이전 글리벡의 약가문제처럼 불투명한 기준에 근거하고 있어 제2, 제3의 약가문제를 일으킬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복지부는 글리벡, 이레사 등 혁신적 신약의 경우 선진 7개국(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태리, 영국, 스위스) 약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기준이 국가 GDP 수준을 무시한 처사라며 근본적인 약가결정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경우 한두 국가의 약가가 타 국가들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되면 상대적으로 한국의 약가도 고가로 책정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
해당 제약사도 정부와 환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신약개발 과정의 투자비용, 본사와의 관계, 혁신적 신약의 제한된 시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환자, 정부, 제약사 모두 만족할 약가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보험약가 결정과정부터 합당한 근거를 마련해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약가파동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레사 약가문제도 약가결정부터 발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지연되면서 환자, 제약사의 빈축을 사고 있는 사례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혁신적 신약들이 한국정부의 약가결정 제도 미비로 인해 도입에 혼선이 온다면 국가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약가결정은 분명 정부의 몫이다. 좋은 약이 제도로 인해 희생당한다는 것은 국제적 웃음꺼리"라며 "혁신적 신약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머리속에 방치하고 묻어둘 사안이 아니다"라고 뼈있는 일침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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